남미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아직 뉴욕 3박 4일이 남아 있다.) 씻고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쓴다.

강렬함의 연속이었던 남미 여행. 늘 5분쯤 행동이 늦어서 일행을 기다리게 하는, 진심으로 의절을 고민하게 하는 내 친구. 행동이 민첩하여 좋은 것을 차지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데는 미흡한, 일행의 어느 부부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했다. 내 모습도 저럴까. 저랬을까. 굼떠도 잽싸도 욕을 먹으니 남과 더불어 사는 건 늘 어렵다.

사진 1. 리우데자네이루 대성당 앞의 조각상 <홈리스 예수> 현실에선 노숙자를 위한 벤치, 없다. 아이러니.
사진2. 코파카바나 해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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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출신의 세라론이라는 사람이 브라질 수도 리우데자네이루 달동네에 머물면서, 가난한 동네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뭔가 도움이 될까 하여 계단에 타일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 대한민국의 누군가도 질세라 태극기 타일을 붙여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인내심으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을 찍는 일에 참으로 진지하다. 저런 간절함이라면 전쟁종식도 기아탈출도 못 할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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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해 보이는 콘크리트 벤치는 인기가 없는 듯, 애용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내가 한번 앉아보았다. 쉬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잠깐 앉아볼 뿐이다. 거리의 홈리스를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나. 여행자에게는 흥미를 줄지 모르나 집 없는 거리의 노숙자에겐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 오줌이 질척거리는 거리에
그래도 미관상 한 풍경을 제공하는 콘크리트 소재의 소파 모양 벤치. 거리의 노숙자는 이래저래 서럽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유독 노숙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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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구 천만 명이 사는 대도시. 호텔 주변에선 홈리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커다란 쓰레기통을 뒤지는 젊은 사람들도 있다. 주말이라 거리는 한가한 편.

반면에 유명 관광지엔 사람들로 복작복작하다. 오페라 극장을 서점으로 바꾼 <엘 아테네오>는 책을 구입하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는사람들로 넘쳐난다. 얼마간의 입장료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구경꾼들의 소란으로 한가롭게 책을 살펴보는 일이 쉽지 않다. 여긴 서점이라기보다 그냥 관광지 같은 분위기이다. 나도 일조한 셈.

레골레토 묘지는 예상 밖이어서 로마 유적지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땅콩집 같은 작은 집들로 이루어진 동네라고 불러도 무방할 터. 이곳에는 에비타의 에바 페론이 묻혀 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듵고도 잊었던지라 1952~1982의 생몰에 새삼 짠한 마음이 들었다.

땅콩집의 커다란 묘는 대부분이 가족묘로 후손이 없어 묘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경우, 그대로 둔다고 한다. 언젠가는 무덤마저 소멸하겠지만 대리석으로 만든 무덤들은 몇세대쯤 거뜬히 살아남으리라. 작은 집 안에 안치된 1~2구의 관과 바닥에 깔린 사각형의 채반 모양의 구멍 뚫린 철판은 그게 환기를 위한 것인지 배수구 역할을 하는지 묘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긴 무덤이니까.

또 한가지 묘한 것은 묘지 주변 동네. 번듯한 아파트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저 옆동네에 소인국 마을이 있군,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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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전투식량과 와인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 두드리며 쓴다.

유명한 곳은 치명적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명성에 맞게 가볼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단점은 온갖 매체로 이미 간접 체험을 거쳐서 실물을 만나도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이 그랬다, 모레노 빙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만나는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함을 느낀다. 선행학습을 거친 학생이 이럴 것이다. 미리 아는 건 인생을 미리 사는 게 아니다. 미숙아로 오래 살 게 할 뿐이다.

10분 후에 밖으로 나가야 하니 딱 한마디만 쓴다.

빙하가 흐르는 강이나 호수의 물은 회색빛을 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빙산이 움직이면서 그 밑에 있는 돌, 자갈 등이 함께 움직이는데 그 자갈이나 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부서지며 모래가 생기는데 그 모래들이 물을 회색빛으로 만든다고 한다. 유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형성된 것이라 한다. 뭔가 생각이 맴도는데.. 나중으로 미룬다. 여행 중에 글을 쓰는 건... 음..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를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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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하라니 이건 대체 어느나라 일까? 아르헨티나에도 설마 빙하가? ‘하고 검색해보니, 허걱! 있네요,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아마 아래 지도에 표시하신 그 어디쯤인가 보죠?

nama 2025-01-11 07:26   좋아요 0 | URL
아차, 아르헨티나입니다. 네, 아래쪽에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이예요.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