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2013년에 나온 시집. 날 선 시어詩語에 베일 듯...(요즘 읽고 있는 이라영의 <말을 부수는 말>이 사실은 더 날카롭고 선이 굵다.)

 

 

한국의 정치인

 

                                         최영미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

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병원은 그들에게 입원실을 제공하고

비서들이 약속을 잡아주고

운전수가 문을 열어주고

보좌관들이 연설문을 써주고

말하기 곤란하면 대변인이 대신 말해주고

미용사가 머리를 만져주고

집 안 청소나 설거지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도대체 이 인간들은 혼자 하는 일이 뭐지?)

 

 

 

 

 

시대가 변해도 세월이 흘러도 살아남을 명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저 씁쓸할 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2-11-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있어요! (하긴, 이 시인의 시집 다 가지고 있긴 하네요 ^^)

nama 2022-11-06 16:32   좋아요 0 | URL
이런 시집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이런 우연한 만남도 좋은데요.
 

난징 대학살: 난징 사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동네에 쉰 살 먹은 총각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다녀왔다. 결혼한 적도 따라서 애를 키워본 적도 사람이 이태원 참사 얘기를 하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한다. 내 마음이나 이 분 마음이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 윤석열은 매번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었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한다. 그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부단한 감정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권력자로 살아왔다. 해석하는 독자의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에 의도를 과하게 내세운다.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사람들을 나무란다. 다시 말해, 상호소통의 의지가 없다. 내가 틀렸을 리 없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주변에서 알아서 해석해주니 제대로 제 생각을 정확하게 옮기기 위해 아등바등 애쓸 필요 없는, 때로는 언제든지 말을 바꿔도 되는, 나아가 '모릅니다'라는 말을 애용해도 되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겨우 사과 흉내를 내면서 한 말이 "아무리 '아, 이건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국민들께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시면 그 비판을 수용하는 게 맞다"였다. 풀어보자면, 나는 여전히 내가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망언은 정치가 된다.    -p.132



누군가의 글을 베끼는 것도, 내 목소리 한번 내는 것도, 이런저런 정성을 기울이며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애쓰는데, 너무 애쓰며 사는구나, 우리는. 아니지, 그들도 애야 쓰지. 참사: 사고, 희생자:사망자. 잔머리 굴리느냐고 얼마나 골치 아프겠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의 역량이 잘 숙성된 과일처럼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었구나, 하면서 읽었다. 

잘 익은 한글로 쓰인 소설을 읽는 건 행복이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 

허전한 마음에 옛 책을 찾아본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결국 딸의 해방일지이기도 하구나.





1990년 초판본. 하권은 샀던가, 안 샀던가. 저 책을 읽었던가, 안 읽었던가.




저 뒤의 책들을 정리하는 게 나의 해방일지가 될 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고은경 외 지음 / 공명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탄에서 살고 있는 세 여성의 이야기 중 이연지 씨의 글.


  몇 해 전, 아빠가 부탄에 방문했을 때였다. 여름에 파리가 많아서 신문지를 돌돌 말아 파리를 잡고 있는 아빠를 보며 타시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해충을 잡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서 타시의 반응에 그저 웃었는데 "파리는 그렇게 맞아 죽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라는 타시의 말에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아빠와 나는 파리를 죽이지 않고 손으로 잡아서 창문 밖으로 내보내는 법을 배웠다.                                 - 158쪽



*타시: 이 글을 쓴 이연지 씨의 부탄인 남편.


몇 년 전에 참여한 템플스테이가 떠오른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누군가가,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도 생명을 존중해야 하느냐고 지도 스님에게 물었다. 유치한 질문이었지만 나도 내심 궁금하던 차였다. 스님은, " 모기와 파리는 해충인데 굳이 존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잡아버립니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기억은 오래 가는 법. 스님, 부탄에 한번 다녀오셔야겠어요.



티벳이나 부탄 관련 책을 읽으면 이런 소소한 얘기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인도 라다크 지역의 곰파(사원)에서 한겨울을 지내보는 게 소망인데.... 부탄 관련 책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 이 책에서 언급된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를 감상했다. 툴툴거리는 초짜 선생님의 성장기(?)쯤 되는데 부탄의 깨끗한 자연환경처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탄이니까 가능한 영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2-10-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신간 소식에서 보자마자 찜해두었는데, 담번에는 nama님 곰파 체류기(?) 읽을 기회가 있기를, nama님의 소망이 현실화되기를 응원드립니다

nama 2022-10-23 16:11   좋아요 0 | URL
응원을 받으니 언젠가는 실현되리라고 믿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0-23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모기가 있어서 조금 전에 전기모기채로 잡았어요.
저는 부탄 가서는 못 살겠네요.^^;
nama님, 잘 지내셨나요.
이번주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오늘 다시 바람이 많이 부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22-10-23 18:22   좋아요 1 | URL
저는 모기매트와 연고 달고 살아요.
평온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2-10-24 12:1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댓글에 빵 ㅎㅎㅎ˝모기채와 모기매트가 등장하다니 ㅋㅋnama님까지 ㅎ

자이나교인들은 수영을 못한다 (물 속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해할까봐)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부탄에서도 비슷한 세계관 찾아볼 수 있나봐요

nama 2022-10-24 16:50   좋아요 1 | URL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처럼 자이나교, 힌두교, 불교도 뿌리는 같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