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사진2


사진1은 개울 건너 이장님네 사과나무이고, 사진2는 우리집 사과나무이다. 3년 전 같은 시기에 심었는데 척 보기에도 차이가 난다. 이장님네 사과나무가 연륜이 약간 많아서 사과가 주렁주렁 달리긴했지만 나무 크기만으로 보자면 우리집 사과나무에도 최소 한두 개의 사과가 달려야 하지 않을까만... 한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니 봄철에 사과꽃도 피우지 못했다. 그러니 사과는 언감생심이다.


나무를 대강 심어놓으면 열매가 알아서 맺겠거니 생각했다. 남편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것보다도 우리는 농사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말하자면 도시촌놈. 아는 것도 없는데 이장님의 조언도 무시하고 우리식(?)대로 했다. 때맞춰 농약도 뿌리지 않고, 순도 자르지 않고(모르니까). 그래도 퇴비도 주고 애지중지 관심을 기울였는데 꽃송이 하나 열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를 우리는 모른다. 그나마 아는 건 농약을 주지 않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온갖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 파뿌리 하나, 고추 한 개, 사과 한 개...저절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 참고로 개울 건너 이장님은 한때 부모님이 사과밭을 가꾸었다고 한다. 일년 내내 사과를 먹을 줄만 알지 사과 하나 키워내지 못하는 이 무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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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골생활 중 가장 겁나는 생명체는 눈초파리이다. 새벽이나 해 저물 무렵 집 밖으로 나가면 어김없이 눈 주위를 맴도는데 운이 나쁘면 눈 속으로 퐁당 들어오기도 한다. 작년 여름, 눈초파리 습격으로 안과를 찾아서 속초까지 갔었다. (양양에는 안과가 없다.) " 제 눈이 큰가 봐요.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왔네요." 했더니 의사 왈 "ㅎㅎ 눈을 작게 뜨고 다니세요." 그래서 내가 세운 대책은? 바로 선그라스. 눈가에 착 달라붙는 스포츠용으로 날벌레의 접근을 막아주는데, 연전에 산책길에 눈에 들어간 날벌레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장만한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 눈은 날벌레에겐 호수 같이 맑고 드넓어 보이나 보다. 아니 날벌레들이 눈 분비물을 좋아한다니 내 눈은 탁하디 탁할 뿐인가.


눈을 혹사시키면서 책을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떠올리게 하는 책. 

깊이와 넓이, 질과 양을 만족시키는 책. 

헌책방으로 직진하지 않고 내 서가에서 살아남을 책.

무더위와 힘겨루기 하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

한두 꼭지는 도중하차해도 양해할 수 있는 책.

완독하느라 지쳐서 빨리 서가에 꽂아놓고 싶지만 그래도 손 놓기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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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8-05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넣어놓은지 오래인데 아직 시작을 못한 책이네요.

양양에 계신가봐요.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nama 2024-08-05 20:32   좋아요 0 | URL
읽다보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에요. 저는 약간 변덕스러워서 내키지 않으면 중도에서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래도 끝까지 읽히네요. 무더운 날씨도 한몫하고요. 더운 날씨에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맛도 좋아요.

양양 산골 오두막에 콕 박혀 있어요. ㅎㅎ
 

1. 나이 60이 저만치 지나갔건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여전히 하루 해가 짧은 요즘.



 

꽃송이 버섯이다. 이름도 예쁘고 맛도 꽃내음이 살짝 풍기는 듯한, 감성 풍부한 맛이라고나 할까.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식감은 부드럽다. 착한 이웃 덕에 조금 얻어 먹었다.


2, 끊어진 폰툰다리 연결하는 걸 돕다가 폰툰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그 위에 살짝 올려놨던 장화가 개울에 빠졌다. 물살이 빨라서 건져 볼 엄두도 못내고 말 없이, 인사도 없이 조용히 보냈다. 장화는 둘째치고 폰툰이 반으로 접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니까 순서가 이렇다. 비가 왔다>> 폰툰 한 쪽 밧줄이 끊어져서 맞은 편 개울가로 밀렸다>>끊어진 쪽을 원래 자리로 밀어 놓고 다시 밧줄로 고정시키다가>> 폰툰이 뒤집어졌다>> 체인 블록을 사용하여 다시 원래 모습으로 뒤집는 중에 폰툰이 반으로 접혔다. 흡사 나무 토막이 반으로 꺾인 듯한 모양새다.>>어찌어찌해서 겨우 원래 모습으로 돌려 놓는데 성공>> 잠시 후 반으로 꺾인 부분에 생긴 변형으로 다시 뒤집어짐>> 뒤집어진 상태에서 겨우 양쪽 연결, 일단 지나다닐 수 있게 되었다. 오전 시간이 다 날아갔다. (거의 모든 작업은 남편이 혼자 했고 후반부에 이웃분의 도움이 있었다.)


이렇게 설명을 한들 글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폰툰이란 단어부터 낯설 터이다. 설명하다보니 '원래' 란 단어가 줄마다 들어갔다. 요령부득이다. 


개울에 다리 하나 놔달라고 20여 년 간 군청에 읍소했건만... 


맨발로 언덕을 오르며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분노인지 슬픔인지 체념인지 모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에이 씨~ 책이나 읽자.


3. 한겨레신문 칼럼 중에 <김현아의 우연한 연결>을 즐겨 읽는다. 며칠 전 칼럼 ' 휴가 때 책 한권 어떠세요?'를 읽고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렸다.















'휴가 때 이런 무겁고 진지한 책을?'이라고 아마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제목이 주는 중압감이 있지만 그 선입견만 털어낸다면 장담하건대 이 책은 추리소설이나 연애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 주변의 청년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읽으며 검증한 책이니 부디 나를 믿고 한번만 읽어보시라.......


이렇게 시작되는 글을 읽고 도저히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작가 선안나는 낯설었으나 ' 이 책을 집필하느라 이 년 동안 다른 글을 쓸 수 없었'다는데 이 또한 도저히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책에 대한 내용은 저 칼럼을 검색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항일투사 안재홍에 특히 관심이 갔다. 안재홍 생가가 있는 동네를 무수히 지나쳤는데도 한번도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중학교 때 내 짝꿍이 살던 곳. 그 짝꿍에게 물어보니 안재홍 투사의 며느리가 초등학교 때 담임이었단다. 짝꿍 아버지가 안재홍 생가의 초가집 지붕 이엉을 다시 입혀주기도 했단다. 오늘 들은 얘기다.



항일투사 안재홍을 몰라봐서 참 부끄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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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토요판(2024.04.20.)에 실린, '홍세화의 마지막 인사' 기사에 눈이 오래 머문다.


- 특별히 남기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한참을 생각한 뒤) 그냥 떠오르는 이야기 할게요. 2002년에 귀국할 때, 제가 스스로 다짐한 게 있었어요. 하나는, 나 자신을 위한 글은 쓰지 않겠다. 다른 하나는..., 내가 (프랑스에서) 난민과 이주노동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처지로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겠다. 그 두 가지였는데, 약속을 충실히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자신을 위한 글은 쓰지 않겠다.   


한 권의 책에서 한가지만 건져도 그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고, 한 사람에게서 한가지만 배워도 그 사람은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데, 홍세화 이 분에게선 셀 수 없는 배움을 얻는다. '나 자신을 위한 글은 쓰지 않겠다.'는 저 꼿꼿한 생각을 생의 마지막까지 다짐했다니 새삼 그의 글이 지닌 품격과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허투루 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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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이 알려주는 일 년 전 기록을 보고 비교 삼아 포스팅을 해본다. 작년 이맘때는 온갖 나물을 카메라에 담고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올해는 좀 썰렁하기만 하다. 겨울 끝이 길다.

(사진 올리느라 맥이 빠져서 하고 싶은 말이 증발해버렸다.)




멀리 산등성이의 잔설로 아직도 개울물이 여름마냥 수량이 많다. 잔설을 보면 자꾸 만년설이 떠오른다.




3년 전에 심은 살구나무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살구잼 만들 생각이 앞선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모습. 머위꽃.



산중에 먹을 것이라곤 쑥과 머위. 




엄나무도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라니께서 잡수신 명이나물. 




쇠뜨기 꽃을 보면 경계심이 생긴다. 한순간 방심하면 순식간에 잔디밭을 점령해버리는 존재, 잡초 중의 잡초라고 할까. 알고보면 쇠뜨기는 지옥을 겪어본 식물이라는데....

















(39쪽) 

쇠뜨기 무리는 약 3억 년 전인 석탄기에 크게 번영하며 일세를 풍미했다.(중략) 여러 차례 절멸 위기를 넘긴 쇠뜨기는 그 뜨거웠던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위기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중략) 원자폭탄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됐던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운 것이 이 쇠뜨기 였다고 한다. 땅속 깊이 뿌리를 뻗은 덕분에 쇠뜨기는 방사능의 열선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녹지가 다시 되살아나는 데 50년은 걸리리라고 하던 그 죽음의 대지에 처음으로 싹을 틔운 쇠뜨기를 보고 사람들이 받은 용기와 희망은 엄청난 것이었을 것이다.(중략) 쇠뜨기는 제초제로 땅위줄기를 말려버리는 정도로는 꿈적도 안 한다. 땅속으로부터 끊임없이 부활해 나온다. 대부분의 동료가 다 사라져 버린 지금 다시 한번 땅 위에 자기 부족의 낙원을 건설하려고 쇠뜨기는 홀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옥을 겪어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강인함이리라.


2024. 04.11. 22대 총선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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