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을 먹으러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갔는데, 바다가 어찌나 이쁜지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반짝이는 햇살, 청량한 나무 냄새가 나를 휘감는다. 숨 쉬는 것조차 아름다운 순간. 봄 타는 내가, 아직 오지 않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 마치 봄이 온 것마냥 설레는 것이 우습다. 왜, 좋기만 하다. 아~ 좋다. 살아있음이여...
눈이 침침하다. 날씨가 춥다. 이제 봄이 와야할 것 같은데 봄은 아직은 저만치 있다. ˝왕의 피부는 아주 맑은 밀크커피 색이었다. ˝(p.104)칼미크 족의 투메인 왕은 아주 멋진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맑은 밀크커피 색은 어떤 색일까? 피곤할 때 힘을 주는 달콤한 맥* 커피 색일까,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아름답게 섞인 까페 라떼 같은 색일까... 맑은 밀크커피 색의 왕은 뒤마가 속한 사회에서 미인이라 불릴만한 외모를 가진 왕비를 사랑한다. 칭기즈칸의 후예인 그들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름다운 피부색을 가진 왕은 역시 멋진 빛깔의 갈기를 휘날리는 말을 타고 달릴테지. 러시아 제국 아래에 있는 칼미크 왕국을 방문한 뒤마는 이 곳에 흠뻑 빠진다. 나도... 가보고 싶을만큼. 깊은 밤 향긋한 커피는 언제나 나를 유혹한다. 밤에 보는 맑은 밀크커피 색은 잠의 손짓을 거부하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잠의 여신이 커피보다 센 듯 하다. ^^
야근 끝~ 연휴 시작!!!오늘까지 일을 마치고 내일부터 논다~~ 씐난다~한 달 전부터 예매한 공연 보러 내일 서울 가는데, 웃긴 게 설인 줄 모르고 표 예매 했다가 내려오는 표 없어서... 다음날 밤 9시 비행기 겨우 잡았다.덕분에 서울에서 1박하며 공연 두 개 보고 놀아야지. 서울 엄청 춥다던데 흠...
밤 열 시. 날은 너무나 춥고 일은 많아 사무실 히터를 벗삼아 야근을 하고 있는데. 띠리리리리리링.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신속히 건물 밖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찢어질 듯한 벨소리 뒤로 울려퍼졌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으면 첨엔 그 소리를 못 들었다. 아 정말끝나지 않은, 끝날 것 같지 않은 일을 내일로 미루며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서면서 온 동네가 시끄러워서 알았다. 옆 집 아주머니가 119에 신고하는가 싶더니와우, 진짜 5분도 안 돼서 소방차가 왔다. 하나, 둘, 셋... 소방차에 구급차에 경찰차까지...나 태어나서 이렇게 국가가 든든하다고 느껴본 적 처음이었다. 소방대원님들..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존경합니다. 다행히 건물에 화재는 없었다. 기계 오작동이었다. 추운날 고생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매일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떤 날은 소재가 넘쳐났고, 어떤 날은 머리를 쥐어짜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날은 책에서 소재를 끄집어내야 했다. 덕분에 읽던 책도 빨리 읽고 읽은 책도 돌아보고 읽을 책도 줄세웠다. 즐겁고 기뻤다.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도 재밌었다. 뭐, 통장은 비어갔지만. 그런데 1월은 너무나 바빴다. 특히 이번주는 시작부터 시간이 가는건지 먹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결국 오늘이 수요일이라는 게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로 일은 많이 남아 있고, 어제 하루는 글이고 책이고 간에 모르게 되어 버렸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겨우 혼자만의 시간이 됐다. 밤은 어둡고 잔잔한 음악은 나를 취하게 한다. 술이 아니어도 취할 길은 있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까끌거리는 목을 달래본다. 감기는 눈을 겨우 붙들어매고 읽던 책을 펼친다. 오늘은 왠지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