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뮤지컬어워즈를 보면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작품상을 받자

옆에서 신랑이 하는 말

난 백석이 누군지도 모르고, 백석 시 한 줄 본 적 없는데.
백석이 아니라 목석이야


순간 정적과 동공지진...

그리고 터져나온 웃음.

푸하하 목석이래...

내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자야가 던진 말 때문이었다.

천 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난 천 억.... 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툴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다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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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석을 좋아해서, 그의 훌륭한 시를 좋게 비유하면 ‘옥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꼬마요정 2017-01-18 11:24   좋아요 0 | URL
옥석.. 좋습니다.^^ 저도 백석 좋아합니다~^^
신랑이 목석이야 라고 할 때 어찌나 웃기던지요. 아재개그가 따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백석이 북한에 있다보니 대중들에게 잘 안 알려진 것도 있겠지만..이라고 생각했다가 교과서에 나오는데? 생각이 드네요.
 

책을 읽다가

 

내가 마치 구름 사이에 뜬 하현달이 내려다보는 템스 강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름답고 멋진 표현이다.

 

그리고.. 뒷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씁쓸하기도 하다.

 

 

 

 

 

 

 

 

 

아서 경은 템스 강 제방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강변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사자의 눈 같은 달이 황갈색 구름으로 이루어진 갈기 사이로 강을 살피고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자주색 돔에 뿌려 놓은 금가루처럼 텅 빈 하늘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따금씩 바지선이 건들거리며 탁한 물결을 따라 들어왔다가 물살에 밀려 둥둥 떠내려갔다. 기차가 다리를 건너며 비명을 지르면 철로 신호등이 녹색에서 선홍색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웨스트민스터의 높은 탑이 우렁차게 12시를 알렸다. 종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질 때마다 밤이 몸을 부르르 떠는 것 같았다. 이윽고 철로의 신호등이 꺼졌다. 외롭게 홀로 남은 등이 거대한 기둥에서 커다란 루비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도시의 포효도 점점 희미해졌다. (p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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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 런던, 특히 빈민가의 밤은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살인자 잭 더 리퍼의 무대였죠. ^^

꼬마요정 2017-01-16 00:10   좋아요 0 | URL
저 시대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시대이자 음울한 시대였던 거 같아요. 생명을 창조하질 않나, 약물로 인간의 선악을 구별하질 않나, 희대의 살인마가 대도시를 휘젓지를 않나... 영국이 대단한 나라이긴 한가 봅니다.
 

책 잔뜩 시켜놓고 기다린다. 오늘 둘 다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안 오는 거 보면 오늘 안 오는거지?

이런 나를 보는 남편이 완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미쳤구나? 지금 밤 12시거든?

자기 책도 있어. 아빠는 요리사

왜 안 와? 오늘 안 와?

밤 12시거든요?

부부가 쌍으로 만담을 하고 있다. 이 시간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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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7-01-14 10:00   좋아요 0 | URL
원래 신랑은 책을 좋아하는데 베스트셀러만 읽더라구요. 그래서 둔황을 슥 내밀었더니... 그 때부터 재밌다고, 재밌다고... 맨날 읽을 게 없다던 제 책장을 뒤지면서 책을 읽더라구요. 그래도.. 뭐.. 어떻게 거기서 딱 재밌는 뒤마 책을 골라서 잘 읽는지.. ㅎㅎ 진짜 신기해요.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책은 정말 잘 찾아요. ㅎㅎ
 

바람도 차고 몸살에 기침까지 콜록 아니 쿨럭쿨럭 거리며

 

열심히 일을 하는 도중에

 

개인 메일을 열었다.

 

놀랐다.

 

<유럽 사상의 최고봉 지그문트 바우만 별세>라는 제목의 메일이 들어와 있는거다.

 

내가 아는 그 바우만?

 

진짜다. 그 바우만이었다.

 

비록 내가 읽은 책은 몇 권 안되지만, 제목부터 딱 내 맘에 들게 자아내는 그 분을 흠모하던 차라

 

너무 놀랐다.

 

 

 

 

 

 

정말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이다.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겠지만,

 

소소하게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다 써버리는 것부터

 

내가 키우던 고양이, 물고기,

 

가까운 이, 나를 모르더라도 내가 알던 이, 내가 좋아하던 이 등..

 

그리고 나까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하다는 느낌보다는 비어버린 느낌이랄까...

 

한창 바쁜 이 시간에, 나는, 혼자, 공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빛깔이 있지만 없는 듯 사물들이 멈춰버렸다.

 

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살아있는 삶을 치열하게 연구하던 사회학자의 죽음이

 

어째서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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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1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우만의 책 덕분에 고독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지 못했으면 시간을 헛되게 보냈을 겁니다.

꼬마요정 2017-01-11 22:54   좋아요 1 | URL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던 것을 콕 집어서 이렇다라고 해주는 게 좋더라구요. 뜻을 정돈해서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번역본을 읽다 보니 막히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배울 게 많고, 깨달은 게 많았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 살아 있니? ㅋ
가끔 살아있는지 빤히 쳐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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