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가지 쯤 낡은 물건에 깃든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낡은 물건이 아니더라도, 스쳐가는 어떤 이의 향수 냄새에서도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기억을 건져올릴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 혹은 추억은 누군가에겐 과거의 아름다움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행되는 현재의 계속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재즈를 지키고 싶지만,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려 현재를 살지 않으면 결국 사라질거라는 친구의 말에 흔들렸다. 아니, 흔들리고 싶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하지만 그 길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은 아니었다.

여자는 수십 번 넘어졌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수십 번 넘어지며 수십 번 깨닫고 또 넘어지고 있었다. 이젠 포기하고 싶었다. 나는 빛나는 별이 아니니,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고. 기대 뒤에 독처럼 번져가는 실망감에 지쳐서 말이다.

둘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마 그리니치 공원의 천문대에서이지 않을까. 드넓은 우주 속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마음으로, 그 순간만큼은 갈라진 둘이 서로를 만나 기쁨에 겨워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끌렸으나 입맞춤조차 방해받던 그들에게 가장 자유롭고 비밀이 없던 곳이었다.

삶은 기쁨이나 설렘으로만 가득 차지는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현실‘이다. 현실을 살기 시작하며 사랑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며 현실은 서서히 사랑을 갉아먹는다.

낡았다고 바꿔야 한다는 재즈는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잊은 줄 알았던 사랑의 기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난다. 한 눈에 알아보고 기억을 소환하고 음악이 흐르고 그들은 그들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산다. 드넓은 우주에 빛나는 별들로.

항상 사랑한다는 말과 남자의 미소, 여자의 화답.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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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2-2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 이 영화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구요^^
대부분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해요.
다음주 저도 한 번 극장 가서 보려구요
많은 기대가 됩니다^^

꼬마요정 2016-12-24 15:02   좋아요 0 | URL
음악이 너무 좋고 파란 원피스가 너무 예쁘고 햇살 가득하다 보라색으로 지는 석양이 너무 황홀했답니다~ 담주에 보시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꼭 올려주세요~ 마지막에 눈물이.. 눈물이.. 그냥 막...
 

오늘 점심을 먹다가 문득 그런다...

 

"혹시 토욜 새벽 3시쯤 사무실 왔어?"

 

토요일 새벽 세 시면.. 아주 깊~게 잠들었을 때인데, 뜬금없이 왠 사무실 방문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아뇨, 안 왔는데요... 그 때 누가 사무실에 와요?"

 

"이상하네.. 내 컴퓨터 켜졌다고 알림이 왔어..."

 

헉...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오페라의 유령>이기 때문에.

 

아... 주말 새벽 3시에 일터로 나와 남의 컴퓨터를 켤 사람이 누가 있는가.

 

우리 사무실에 무슨 중요한 기밀 문서나 돈이 되는 로또 번호나 이런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설사 무슨 일이 있어서 왔다 한들, 다른 사람 컴퓨터를 왜 켠단 말인가.

 

혹시... 오페라의 유령이 아니라 사무실의 유령...이나 뭐 이런건가..

 

일하다 죽은 귀신이 일을 못 끝낸 한 때문에 사무실에 나타나 컴퓨터를 켠 것인가...

 

에릭은 크리스틴이 좋고 예뻐서 나타나 노래라도 가르쳤지, 이 귀신은 도대체 누구에게 일을 가르쳤는가.

 

아.. 아예 귀신이라고 단정짓는 이 해괴함은...

 

아...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뭔가 찝찝함은 무엇일까.

 

 

책은 빨리 안 읽히고, 잠은 오고, 비는 내리고, 마음은 급하고, 일은 하기 싫고, 국민의 뜻대로 감옥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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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신 곡할 노릇이군요. ^^;; 야근하다 죽은 억울한 영혼이 컴퓨터를 킨 걸까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6-12-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너무 무서운데요. 야근으로 사람이 죽는 건..ㅠㅠ 근데 사실 귀신보다는 누가 들어와서 해킹하거나 도청장치 심거나 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단 게 더 무서웠답니다. 여긴 그럴 곳도 아니지만 요즘은 아무나 다 감시하는 거 같아서요ㅜㅜ
 

뭔가... 기분이 아주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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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7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6-12-18 00: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 때 정말 절망했더랬죠. 전 믿을수가 없었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자라고 시대는 변할 거라 생각해요~^^
 

앞에 읽은 책 보다 달력 같은 걸 눌렀더니..

날짜가 표시되고 타임라인에 떡 하니 올라간다.

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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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14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화면에 살짝 터치만 했을 뿐인데 입력이 되더군요. 저도 가끔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

꼬마요정 2016-12-14 09: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나름 밀레니얼 세대인데 스마트폰이 그렇게 익숙하지 못해서 가끔 어리둥절 합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듣다 보니

문득 떠오른다.

오늘은 서프라이즈 하는 날.

tv를 켜고 열심히 본다.

그리고... 불현듯 깨닫는다.

이거.. 거의 두 달만에 보는거구나.

10월의 어느 날, 최순실 • 박근혜 사태 이후 난 오늘까지 서프라이즈를 보지 않았다.

현실이 더 놀라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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