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파마를 했다. 머리를 하면서 미용사 아저씨와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아저씨는 보통 미용사와는 좀 다르다. 나름대로 성공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경제 관련 강의도 열심히 듣고 실용서 관련 책도 매일 매일 읽는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코드가 맞는 부분도 제법 있다. 그래서 머리 하는 동안 들고 갔던 '역사법정'은 거의 읽지 못했다.

아저씨가 물었다.

"꿈이 뭐예요?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어요?"

난 주저없이 대답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와~ 멋지네요.. 근데 그게 어떤 거에요?"

"음... 전 커피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좋은 원두와 좋은 기계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돈 많이 벌어서 원두와 기계를 놔두고 집을 마치 작은 까페처럼 만들거에요.. 또, 책도 좋아하니까 큰 서재도 만들거구요, 역사를 좋아하니까 발굴작업이나 세미나 등에도  참여하고 싶구요,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정말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괜히 자랑하는 투로 이야기 했다. 어릴 때 누군가 장래희망이 뭐니..라고 물으면 수줍으면서도 행복한 미소로 답했던 것처럼...

그런데 아저씨... 좀 오버하셨다. ^^;;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업은 영원한 블루 오션이라며 시대에 딱 맞는 거니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암웨이를 소개해 주셨다.

암웨이...

세간에서는 다단계로 알려져 있지만, 경영학 용어로는 네트워크 마케팅.

그러면서 저녁에 있을 강연회에 가자고 제안하셨다. 유통의 변천과 유비쿼터스, FTA 등에 대해 강의하는 거라고...

흐흐흐... 내 전공이 뭔가... 무역 아닌가. 무역학과에서 배우는 건 국제경영, 국제경제, 무역실무...  대충 아는대로 주절주절 아는 체를 했더니 아저씨.. 나에게 반하셨다..^^;;

물론 강연회에 가지 않았다.

암웨이 사업에 뛰어들 생각도 없다.

그게 나빠서라던가 실패할거라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꿈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내 꿈은 다른 어떤 것. 후훗... 확실한 건 '성공=돈'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해야 하는데, 조금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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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11-14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성공=돈이 아니란 것에 한표!!!!

꼬마요정 2005-11-14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성공 = 돈 이라면 참 삭막할거에요...

마태우스 2005-11-1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웨이 하면 주위 사람들과 절연해야 한다는데.... 잘하신 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05-11-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정말인가요?? 후훗.. 암웨이가 정말로 성공하려면 세간의 인식부터 긍정적으로 바꿔놓아야 하겠군요... 어쨌든 안 할건데요 뭘.. 고려해 본 적조차 없답니다.^^
 





추우시죠?? 따뜻한 커피 드시구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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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요^^

꼬마요정 2005-11-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하지만 저는 이미 종합감기에 걸렸답니다...^^;;
 

파마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비 오는 날은 머리 하면 안 되는데... 으읏...

파마 하려면 날짜를 잡고 거의 뭐 행사 치르듯 해야한다. 왜냐면... 넘 힘드니까...

난 머리 하고 나면 넘 피곤하고 힘들다...우왕~ 각오하고 있었는데, 막상 비가 와서 못하게 되니 낼 어쩌나..하는 생각이 든다.

머리 이쁘게 나오면 좋겠다...헤헤

(귀찮아서 관리하기 싫어 머리 하는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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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11-1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찮고 관리하기 싫어서 파마를 한달을 못가는 저는요.
그냥 질끈 묶는 이 생머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리고 파마 하면 서너시간씩 정말 무료한 게 제일 싫어요.

마태우스 2005-11-1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거기서 더 예뻐지시려구요??

꼬마요정 2005-11-12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파마하고 왔습니다.^*^ 2시간 반 정도 거렸는데요, 마음에 들게 되어서 무지 기쁘네요~~
반딧불님~ 파마가 한달을 못간다구요?? 옴마나.. 전 파마 한 번 하면 6개월은 거뜬하답니다.^*^ 파마할 때 그래서 늘 책을 들고 가지요..헤헤

마태우스님~ 부끄럽습니다. ^^;;

새벽별님~ 머리가 제 맘에 들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좋아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쾌도난마 한국경제...

그리고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흔들려 버렸다.

보통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담고 있는 책을 보면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뭔가 좀 특별하다라고 느껴지는 책 하나 읽으면 그게 전부인양 자신의 가치관으로 만들어 아는 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게 싫어서 책을 읽을때면 가능한 한 비판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이 책은... 슬프게도 내가 가지고 있던 편협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버렸다. 

고등학교 때 난 일종의 박정희 신봉자였다.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그 당시, 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꼈다. 물론 별 근거 없이 말이다. (박정희가 김대중더러 나라 팔아먹을 놈이라고 뇌까렸던 게 그 이유이지 않았을까...ㅡ.ㅡ) 뭐, 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 나라가 망하지도 않았고, 북한에 대한 정책은 현명했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경제는 엉망이지만 잘한 건 잘한 거! 못한 건 못한 거라는 생각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박정희가 나쁜 놈이라는 걸 알았다. 그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였고, 독재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비리 및 나라 망신 시켰다는 걸 알았다. 역사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현대사를 대학에 와서야 비로소 접했던 거였다. 중, 고등학교 때의 국사는 정말 허상이었다. 연도를 외우고, 사건을 암기하는 게 전부였으니까.ㅡㅜ

그 뒤 난 이승만 정권부터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자행한 악덕에 분개했고, 장하준, 정승일 선생님의 말처럼 그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게 된 듯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걸 깨달았다.

얼마 전 부리님 서재에 댓글을 달았었다. 한국 경제사를 배웠다면 박정희가 경제를 살렸다는 말은 안 할텐데요..라고.. 지금은 좀 부끄럽다. 하나만 알고 그것만 고집하다보니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보다. 그 말을 정정하고 싶다. 지금은 혼란스러워서 정리될 때까지 박정희와 관련된 말은 자제하고 싶다고... 훗..

책 하나가 이렇게 나를 뒤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물론 이 책이 몽땅 진리는 아니겠지만, 또 다른 시각과 논리정연한 전개와 반박이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나를 매료시켰다. 한동안 이 기묘한 흥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하다.

또 다시... 나의 편협함을 깨달았으니... 다시 노력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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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9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5-11-0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렇네요~^^ 알라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생각하니 갑자기 답답해집니다. 님의 말씀에 힘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내일 춥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부리 2005-11-0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리! 저 역시 박정희만 대통령이던 시절을 살았구요, 그가 죽었을 때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대학 가서도 박정희 나쁜 걸 잘 몰랐던 무식한 애였고, 뒤늦게 각성해서 박정희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다녔죠. 사람은요, 배워야 하구요, 배움의 한 방법이 책인 것 같아요. 이 책의 논지를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더이다... 비슷한 느낌-느낌 자체는 다르다해도 느낌의 강도는 비슷하죠?-을 받으셨다니 반갑네요 부산미녀님.

꼬마요정 2005-11-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부리님~!! 언제나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고 계셔서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함을 느끼게 해 주시죠! 개인적으로 님께 상당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바로 님의 페이퍼였으니까요... 아~ 물론 마태우스님의 리뷰도 읽었고 염두에 두고 있었답니다.^^ 정말 알라딘의 서재는 저에게 생각하는 힘을 주는 소중한 곳인 듯 해요~ 그리고 여러 서재 주인님들과 만난 것도 행운이구요~ 이 책의 논지.. 정말 반박할 수 없더라구요.. 비슷한 느낌... 충격이었죠... 끝으로 부산미녀라니..그런 과찬을..^^

마태우스 2005-11-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미녀에 대한 님의 말씀을 옮겨왔습니다.

꼬마요정
음... 정말 저도 카테고리 확인했어요..^^;; 그런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계셨군요.. 역시 매직님 말씀처럼 미녀는 부산미녀라는...=3=3=3 - 2005-11-01 17:54 삭제
 


아영엄마 2005-11-0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저 책은 아직 못 읽어봤지만 저도 님과 같은 부류랍니다. 주입식 교육으로 역사를 배울 때 안 것이 진실인 것으로만 알고 살다가 인터넷과 알라딘을 통해 새로 알아가고 있네요.

꼬마요정 2005-11-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우스님... 들켜버렸네요..하하;;; 그렇다고 찾아서 이렇게 증거를 제시하시다니.. 부끄럽잖아요~~^.^

아영엄마님~ 님두 저 책 한 번 읽어보세요... 놀랍답니다. 도저히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도 반박할 수 없었구요, 그 동원된 지식들은 저자가 하는 말이 맞다고 외치거든요... 님두 그럴지 궁금...^^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나는 그 이유를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불현듯 스쳐지나는 생각은 달랐다.

그 반대였던거다. 사람들이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에 그토록 힘들어하는 이유는, 자신의 애인을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는거다. 만약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면 되니까. 물론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경우도 수많은 노력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거니까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라고 소개하고 싶은 거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내가 선택한 사람이 인정받길 원하고, 사랑하는 가족 안에 사랑하는 타인을 포함시키고 싶은 거... 그리하여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가는 거...^^

오늘 엄마께 이 이야기를 했더니... 무척 흐뭇해 하셨다.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가족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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