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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평점 :
이 소설은 세간에 데이트 폭력이라고들 하는 범죄를 다루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면 뭔가 개인적이고 덜 폭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를 교제살인이라고 하면 뭔가 더 잔인한 범죄처럼 느껴진다. 살인이라는 말 때문인걸까.
요즘 사적제재가 큰 이슈이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들도 소재로 삼고 있고, 유튜버들은 20년 전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 가해자들을 폭로한다고 난리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처단할 때는 너무 안타깝고, 제 3자가 피해자 대신 가해자를 벌 줄 때는 과연 피해자는 괜찮아지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늘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나, 죄를 지은 사람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하는 제 3자의 욕망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적(私敵)으로 복수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사법(司法)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사적 복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고, 주로 가벼운 벌을 받거나 법망을 피한 가해자는 권력이나 돈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조리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로라미용실은 무산에 있는 미용실이고 탐정이 있다. 25년 전 교제 살인으로 엄마를 잃은 찬서는 경찰을 그만두고 무산으로 왔다. 엄마를 죽인 범인이 곧 출소하기 때문에 복수를 하려는 이유였다. 삶의 목표가 복수라니, 가슴이 아팠다. 복수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찬서가 경찰이 되고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더 가슴이 아팠다. 웃지 않는, 아니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단련한 몸, 상대가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가려내는 눈을 가진 사람. 찬서는 그런 사람이었다.
복수를 위해 무산으로 왔지만 찬서는 로라미용실을 알고 탐정으로 일하게 되면서 점점 사람다워진다. 그녀가 맡은 사건들이 모두 끔찍했으나, 로라미용실의 정 원장, 가해자의 가족이었던 세린과 함께 피해자들을 도우며 인간적인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보였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기에 더 끔찍했다. 정말 옛날에는 자신을 성폭행 하려 했던 사람이랑 결혼하라는 판사도 있었으니, 어떻게 피해자가 제정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각각의 사건들 속에서 진심으로 뉘우치는 가해자는 없었다. 어떻게 가해자들은 그렇게 뻔뻔할까. 유부남이면서 총각인 척 찬서의 엄마를 꼬셨던 남자는 이별 통보에 그녀를 찌르고 불을 질렀다. 감방에 갔다 와서는 모든 것이 찬서의 엄마 탓이라고. 왜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냐고.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한 남자들은 여자를 스토킹하고 급기야는 살해하려 했다. 거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았고, 찬서는 그런 그들을 응징한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 후배들에게 성폭행을 지시한 남자는 그녀와 결혼하며 결혼하면 나를 좋아해줄 줄 알았다라고.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찬서는 복수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 살인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이자카야에 드나들며 가해자의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 만약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가해자의 가족 중 누군가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참회하면 피해자의 마음은 좀 풀릴 수 있을까. 아니면 가해자의 가족도 그 가해자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니 피해자와 공감이 가능할까.
부디 찬서가 분노와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그럴 수 있을까.
덧붙이자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운동 하나씩은 하면 좋겠다. 스트레스 훈련이라는 것도 있던데, 이 훈련은 극단적 상황이 되면 사람은 몸이 얼어붙기 마련인 상황을 연습을 통해 극복하도록 한다. 몸이 얼어붙을 상황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면 적어도 도망칠 수는 있지 않을까. 저 놈들이 약한 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니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세상이라 화가 난다.
사법기관이 고민을 많이 해서 이런 끔찍한 범죄가 줄어들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