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쾌도난마 한국경제...

그리고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흔들려 버렸다.

보통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담고 있는 책을 보면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뭔가 좀 특별하다라고 느껴지는 책 하나 읽으면 그게 전부인양 자신의 가치관으로 만들어 아는 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게 싫어서 책을 읽을때면 가능한 한 비판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이 책은... 슬프게도 내가 가지고 있던 편협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버렸다. 

고등학교 때 난 일종의 박정희 신봉자였다.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그 당시, 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꼈다. 물론 별 근거 없이 말이다. (박정희가 김대중더러 나라 팔아먹을 놈이라고 뇌까렸던 게 그 이유이지 않았을까...ㅡ.ㅡ) 뭐, 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 나라가 망하지도 않았고, 북한에 대한 정책은 현명했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경제는 엉망이지만 잘한 건 잘한 거! 못한 건 못한 거라는 생각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박정희가 나쁜 놈이라는 걸 알았다. 그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였고, 독재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비리 및 나라 망신 시켰다는 걸 알았다. 역사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현대사를 대학에 와서야 비로소 접했던 거였다. 중, 고등학교 때의 국사는 정말 허상이었다. 연도를 외우고, 사건을 암기하는 게 전부였으니까.ㅡㅜ

그 뒤 난 이승만 정권부터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자행한 악덕에 분개했고, 장하준, 정승일 선생님의 말처럼 그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게 된 듯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걸 깨달았다.

얼마 전 부리님 서재에 댓글을 달았었다. 한국 경제사를 배웠다면 박정희가 경제를 살렸다는 말은 안 할텐데요..라고.. 지금은 좀 부끄럽다. 하나만 알고 그것만 고집하다보니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보다. 그 말을 정정하고 싶다. 지금은 혼란스러워서 정리될 때까지 박정희와 관련된 말은 자제하고 싶다고... 훗..

책 하나가 이렇게 나를 뒤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물론 이 책이 몽땅 진리는 아니겠지만, 또 다른 시각과 논리정연한 전개와 반박이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나를 매료시켰다. 한동안 이 기묘한 흥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하다.

또 다시... 나의 편협함을 깨달았으니... 다시 노력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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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9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5-11-0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렇네요~^^ 알라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생각하니 갑자기 답답해집니다. 님의 말씀에 힘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내일 춥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부리 2005-11-0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리! 저 역시 박정희만 대통령이던 시절을 살았구요, 그가 죽었을 때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대학 가서도 박정희 나쁜 걸 잘 몰랐던 무식한 애였고, 뒤늦게 각성해서 박정희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다녔죠. 사람은요, 배워야 하구요, 배움의 한 방법이 책인 것 같아요. 이 책의 논지를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더이다... 비슷한 느낌-느낌 자체는 다르다해도 느낌의 강도는 비슷하죠?-을 받으셨다니 반갑네요 부산미녀님.

꼬마요정 2005-11-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부리님~!! 언제나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고 계셔서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함을 느끼게 해 주시죠! 개인적으로 님께 상당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바로 님의 페이퍼였으니까요... 아~ 물론 마태우스님의 리뷰도 읽었고 염두에 두고 있었답니다.^^ 정말 알라딘의 서재는 저에게 생각하는 힘을 주는 소중한 곳인 듯 해요~ 그리고 여러 서재 주인님들과 만난 것도 행운이구요~ 이 책의 논지.. 정말 반박할 수 없더라구요.. 비슷한 느낌... 충격이었죠... 끝으로 부산미녀라니..그런 과찬을..^^

마태우스 2005-11-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미녀에 대한 님의 말씀을 옮겨왔습니다.

꼬마요정
음... 정말 저도 카테고리 확인했어요..^^;; 그런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계셨군요.. 역시 매직님 말씀처럼 미녀는 부산미녀라는...=3=3=3 - 2005-11-01 17:54 삭제
 


아영엄마 2005-11-0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저 책은 아직 못 읽어봤지만 저도 님과 같은 부류랍니다. 주입식 교육으로 역사를 배울 때 안 것이 진실인 것으로만 알고 살다가 인터넷과 알라딘을 통해 새로 알아가고 있네요.

꼬마요정 2005-11-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우스님... 들켜버렸네요..하하;;; 그렇다고 찾아서 이렇게 증거를 제시하시다니.. 부끄럽잖아요~~^.^

아영엄마님~ 님두 저 책 한 번 읽어보세요... 놀랍답니다. 도저히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도 반박할 수 없었구요, 그 동원된 지식들은 저자가 하는 말이 맞다고 외치거든요... 님두 그럴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