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드 여왕’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죽음은 벗어날 수 없’으니 초연하다기보다 ‘권태’가 페초린을 뒤덮고 있는 것 같다. 끝까지 원하는 것을 직시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원하는 것을 그냥 외면해버리는 늙은 척 하는 젊은이. 어린아이에게도 권태는 찾아오는가...
어떤 죽음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어떤 죽음은 슬프기는커녕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 당시 영국 사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이인 척 하는 탐욕스런 스킴폴의 최후가 좀 더 비참했더라면 어땠을까. ‘안개가 자욱한’ 세상에 햇살 같은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따뜻하다. ‘황폐한 집’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기뻐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미 드러나 있지만 애써 흐릿하게만 보려던 비밀이 드러났다. 우리 더든 아줌마 에스더는 언제까지 그렇게 착하기만 할까. 스킴폴도 리처드도 젤리비 여사도 아버지 터비드롭도 다 지들 맘대로 하는데 말이다. 여전히 다정한 사람들은 내 마음을 울리고 세상은 또 그렇게 가치 있기도 하겠지.
"어떤 일도 절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하지 말렴, 사랑하는 캐디."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