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약자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채무자 감옥’이나 ‘조’, ‘그리들리’ 등은 그 사회의 부조리를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잔다이스는 그저 ‘동풍’탓을 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모두를 잘 보살피는 에스더는 정작 자신을 알지도 보살피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드코트랑 잘 되는걸까?
안드레이와 피예르의 생각은 니콜루시카에게로 이어지겠지. 러시아 민중을 사랑하는 톨스토이는 ‘평화’와 그 평화를 위한 ‘전쟁’의 참혹함을 ‘민중’과 함께 겪는다. 안드레이도 피예르도 니콜라이도 모두 영웅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인간이다. 시대적인 이유로 나타샤와 마리야와 소냐가 희생적이고 가정적인 여자들로 남았지만 이 책에 나온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나타샤와 사제보다도 더 경건하고 순수하며 소나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마리야와 은혜를 알고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여 사랑을 실천한 소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역사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는 무엇일까?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폴레옹이 거기 있었을 뿐인걸까. 회피형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피예르도, 냉소적이지만 자상한 안드레이도, 시대를 앞선 듯 감정에 충실했던 따뜻한 나타샤도 모두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로 행동하는걸까. 아무렴 어떨까. 안드레이와 나타샤가 다시 만났는데.
피예르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속세의 삶도, 종교의 삶도 모두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방탕과 혐오가 가득한 그를 구원해 줄 사람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안드레이라는 인물이 참 좋았는데 갈수록 마음이 식는다. 나타샤... 시대를 앞서 간 그녀는 얼마나 더 아파야 될까. 니콜라이와 함께 한 사냥 장면은 맘이 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