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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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그이 어데 있노 ? "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유행에 민감하거나 유행에 ( 전혀 ) 민감하지 않거나. 그런데 유행에 민감한 사람'을 두고 감각'이 있다고는 하지만 개성'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사실, 개성이란 유행'이라는 획일성'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다. 문체도 마찬가지다. 조경란이나 은희경의 문장을 보고 감각이 있다고 칭찬할 수는 있으나 개성 있는 문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김훈의 문장을 보고 감각 있다고 말하는 것'은 ( 솔직하게 말하자면 ) 그 작가에 대한 모독이다. 좋은, 문장의 조건 중에 감각'은 여러 가지 좋은 예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개성'은 좋은 문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성석제는 훌륭한 작가'다. 황만근'은 바보'다. 띨띠리, 띨빵, 반편이, 쪼다-쉬, 빠가야로, 기봉이, 영구, 헐렁이, 개구리, 깍두기'다. 하지만 그'는 사실 알차다. 신대리 농민들이 모두 빚더미'에 시름시름 앓을 때에도 우리의 만근'은 근면과 성실로 가계 빚 하나 없이 잘 산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마을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는 < 마을길 풀깎기, 도랑 청소, 공동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게 때때옷을 입히는 > 일도 한다. 궂은 일은 모두 도맡아서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이 정도면 이름값'한다.

 

그렇다. 그의 이름, 만근'이 아닌가 ! 한 근'에 560g 이니, 만 근'이면 6000kg'이요, 그램으로 따지면 6000000g, 톤으로 따지면 6톤, 관으로 따져도 1600관이다. 니미럴 ! 이 정도의 무게'면 어처구니보다 무시무시한 놈'이다. 하지만 신대리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반근이1'라고 놀린다. 그렇다, 사람들은 그가 바보라는 이유로 만근이라는 이름을 < 돼지고기 반근만 > 한 " 반그이 " 라고 부른다. 만근이라는 무게감 있는 이름은 < 누구맨구로 반동가리가 났 > 다. 반 근'이라면 300g인데, 무시해도 유분수지, 만근이를 좆만한 놈'으로 빈정거리는 것이다. 아이콩, 너무, 므므므므... 무시한다 ! 그런데 황만근'이 사라지자, 그의 부재'는 생각보다 큰 구멍'이다. 그는 돼지고기 반 근'이 아니요, 좆만한 놈도 아님이 판명난다.

 

 

" 만그이 자슥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놈의 똥냄새, 여리가 싸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속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

 

 

성석제의 단편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는 제대로 된 입 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소설이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쏟아지는 걸죽한 구술'을 솜씨 좋게 기술'하는 작가의 능력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그는 반근'이 보다 반그이'가 주는 사실적 구술의 힘'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리얼리티'가 본질적으로 서사의 속도'를 감속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가 쟁취한 빠른 속도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의 문장은 매우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다. 그것은 마치 쉼표 없이 진행되는 악보' 같다. 쉴새없이 지나왔지만 노래'가 끝나고 났을 때 밀려오는 그 둔중한 멜로디' 말이다. 성석제의 < 황만근 > 은 속도의 힘, 구술의 힘'이 보이는 단편이다. 여러분에게 읽기를 권한다.

 

 

 

 

 

 

+

 

그 많던 바보'는 다 어디 갔을까 ? 반편이, 광년이, 띨띠리, 쬬다, 헐렁이, 만복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조롱과 경멸이 부끄러워서 숨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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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페니스를 찾아서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리처드 펑.

 

포르노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수많은 영화 보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포르노를 흥미있게 관찰하는 이유'는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장치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포르노의 주체는 남성 관객을 겨냥한다. 게이 포르노 감독인 리처드 펑의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는 게이 포르노에 숨겨진 인종차별적 장치'를 읽어낸다. 배치는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혹은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배치'는 용납하지만, 백인남성과 흑인여성'이 한 조가 되는 포르노는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그것은 포르노의 주요 고객인 남성들이 백인여자와 동양 여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포르노 속 흑인'은 무대의 주인공이기보다는 우람한 페니스'만을 위한 까메오 출연에 불과하다. 파농의 지적'처럼 포르노에서 흑인 남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백인 사회의 성적 관대함 때문에 아니라 우람한 페니스 때문이다. 파농은 " 흑인은 가려진 채 페니스로 전환된다. 그가 바로 페니스인 것이다. " 라고 말한다.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의 경우는 사정 시 백인 남성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흑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에서는 사정하는 흑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여성의 몸 위로 분출하는 거대한 남근의 폭풍 방사'를 집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게이 포르노는 더욱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이다.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남성 혹은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 간의 교접'은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교접'이 평등한 성적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인과 동양 남성의 결합에서 남자 역할은 백인이고 여자 역할'은 동양인이 맡는다. 그러니깐 동양 남자'는 깔리고 서양 남자'는 항문성교의 주체가 되어서 동양 남자의 자그마한 엉덩이를 서양의 큰 손으로 잡는다. 워, 워워워. 이건 성적 평등'이 아니다. 왜냐하면 깔린 동양 남자'는 백인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백인은 마초이고, 동양 남자'는 계집애'다. 이 판타지는 결국 백인 남성이 동양 남자'를 강간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거꾸로 동양 남자가 백인 남성'을 강간하는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것인가 ?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런 포르노는 없었기 때문이다.

 

 

 


 

 

 

 

킹콩.

 

 

 

 

나는 영화 킹콩‘을 < 서로 사이즈’가 달라서 할 수 없는, 섹스리스‘에 따른 수컷의 욕구 불만 > 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을 때, 주위의 알싸한 냉기를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음담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이는 잡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이 말‘은 농담도 아니고 음담도 아닌 진담’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영화 킹콩‘은 성적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한 < 사이즈 > 는 동종이 아닌 이종’에 대한 유머였다. 그들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나 또한 그들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종간 교잡, 그러니깐 이종교배‘에 대한 서구 백인 사회’의 혐오가 반영된 영화‘다. 서구 백인 중심 사회’에서 보았을 때 킹콩‘은 유색인종’이다. 짙은 갈색에 콧대 낮은 얼굴‘은 명백한 흑인에 대한 은유이다. 그리고 킹콩의 “ 그것은 ” 얼마나 우람한가 ! 다른 말로 하면 거대한 흑인이 아름다운 백인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 짙은 갈색, 낮은 콧대, 굵은 터럭'은 아프리카 흑인'을 연상시킨다.

킹콩'은 덩치 좋은 아프리카 흑인이다.

 

그런데 백인 중심 사회에서 백인 여성을 향한 흑인의 성적 욕망‘은 불경한 것’이다. 다른 인종 간의 교접‘은 금기’이므로 사회적 징벌은 불가피하다. 거세 아니면 죽음이다. 영화 킹콩‘은 알렉스 헤일리가 쓴 소설 < 뿌리 > 의 서사와 유사한데 킹콩은 백인에 의해 잡혀온 노예 “ 쿤타킨테 ” 다. 그러므로 영화 속 백인은 흑인 노예 사냥꾼’이거나 양복 입은 노예 거간꾼' 들이다. 그들은 뉴욕이라는 노예시장‘에 킹콩을 전시한다. 힘 좋은 “ 놈 ” 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진보적 좌파 오락 영화‘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 은 없다. 하지만 유색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가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젠 체하는 영화평론가들 대부분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명백한 은유인 포비아’를 모른 척한다.


한류 스타 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닌자 어세션 > 또한 할리우드 백인 중심 사회의 이종교잡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마초 영화 속 주인공의 섹스 파트너‘는 모두 백인여성들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비의 러브라인은 흑인여성’과 맺어진다. 사실 이 속내를 뒤집어보면 유색인종과 백인여성과의 섹스 씬‘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노골적인 거부’를 엿볼 수 있다. 백인 마초 영웅이 흑인이나 아시아 여성과 정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수도 없이 보았지만 반대로 흑인이나 아시아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섹스 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은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의미한다.1

 

- 영화 닌자어쌔신'은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끼리 놀아라, 라고 말한다.

 

킹콩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인종차별적 거부'에 대한 집단적 은폐'이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가 미국'에게 삿대질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할 수준'도 안된다. 사실 한국 사회의 제 3세계'에 대한 경멸'은 수준 이하'를 떠나서 박약'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이 배우는 생활 한국어 중 하나가 " 때리지 마세요 " 와 " 욕하지 마세요 "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기보다는 치욕스러운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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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볼 : 우린 죽지 않아!!!

 

 

 

 

 

 

 

 

 

 

 

 

 

 

 

 

아웃사이더'들이 하나 둘 모여서 외인구단'을 만든다. 이들은 모두 재능은 있으나 마인드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낙오자(들). 이런 이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 구단주는 시리즈 기간 내내 단 한 경기'라도 지지 않을 경우 20억이 넘는 돈을 준다는 파격 제안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무패의 신화'를 이룩한다. 만화 같은 이야기다. 당연하다. 지금 나는 이현세의 < 공포의 외인구단 > 이라는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니깐 말이다. 이런 만화 같은 이야기'는 종종 재현되고는 한다. 템파베이의 기적'이 그 좋은 예이다. 템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0.01 % 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팀을 응원했던 나는 0.01%의 기적을 위해서 템파베이를 응원했다. 그리고 템파베이는 마지막 경기에서 8회말 7 : 0에서 7: 8 로 승리를 거둔다. 아, 눈물이 났다 ! 야구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야구 관련 서적은 모두 열혈 야구 마니아들에 의해 쓰여진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야구 전문 기자의 회고담이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 톰 고든... > 은 보스톤 레드삭스 팬인 킹의 헌사 같은 작품이고, < 야구의 심리학 > 또한 야구 팬'인 심리학자의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봄이 오면 야구가 시작된다.

 

 

 


 

 

 

 

 

실미도를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볼 때마다 전립선에 걸린 중년 남성'처럼 실실 웃음이 나서 극장 안에서 혼자 실실거렸던 그 실미도. 1000만 관객 동원의 신화! 그 영화를 지금에서야 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흥행 대박 때문에 특별 보너스'를 받기도 했으나 나는 이 영화가 지독하게 혐오스러웠다. 소리만 지르면 연기가 된다고 착각하는 설경구, 코맹맹이 목소리 때문에 늘 거슬렸던 안성기의 연기'는 기대 이하'였고, 촌스러운 색보정, 점프컷을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위험한 편집'은 영화적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개인적으로 10만 예상했으나 1000만이어서 의아해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내가 싫어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백과사전과 같았다. 남성적 서사'에 대한 체질적 혐오'를 가진 나는 건들건들 건달 새끼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 우린 죽지 않아 !!!!!!" 를 외칠 때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야, 이 시부럴 놈들아 ! 소리 칠 때 느낌표 ( !! ) 두 개'까지만 사용하자.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다. 고함인지 함성인지 모를 남성성의 과시'를 듣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남성연대'를 위한 판타지'에 불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극장문을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이유는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서사'가 읽혔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 어라, 이것봐라 ?! " 했다. 알고 보니 좋은 영화'라는 말이 아니다. 영화는 볼 때마다 점점 더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 스포츠 영화 > 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 가시'가 많은 민물고기 살을 바르듯 조심스럽게 뜯어보면 이 영화는 영락없는 < 공포의 외인구단 > 이거나 < 우리 생애 찬란한 순간 > 이다. 그러니깐 " 실미도 " 는 시시껄렁한 실력을 가진 놈들을 훈련시켜 최고의 팀'으로 조련시키는 장소다. 지옥 훈련 과정'을 통과할 때마다 실미도'는 무적이 된다. 최강이 된다.

 

스포츠 영화답게 그들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김일성의 목을 따는 것 ! 그것이 바로 실미도 부대가 넘어야 할 최종 목표다. 그들은 김일성의 목'이라는 이름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고된 훈련을 견딘다. 실미도 부대 대장인 안성기는 코맹맹이 소리로 금메달을 따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은 사라지고 부와 신분이 보장된다고 부대원을 독려한다. 대충... 그런 이야기. 그렇다, 강우석'은 스포츠 영화를 전쟁영화'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것이다. 도대체 뭐가 다른가 ? 좋게 말하면 상업적 안목이고, 나쁘게 말하면 능청'이다.그나마 이 영화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은 스포츠 서사'를 전쟁 서사'로 변용시킨 시나리오의 힘이다. 꽤 알차다. 아이러니하게도 밤꽃 냄새 작렬하는 남성 판타지 영화의 시나리오'를 여성이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미친년처럼 실실거린 이유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딱딱하게 발기된 자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훈련 도중 다리'를 다친 찬석/강성진'이 동료들을 향해 울면서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감동적으로 울먹일 때 상필/정재영'은 외친다. " 우린 죽지 않아 !!!!! " 나는 이 말이 꼭 자신의 발기한 남근을 향한 바람'처럼 들렸다. 나의 남근은 죽지 않아. 아침마다 눈 덮인 후지산을 보게 될 것이야.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IMF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난 초라한 남성성'에 대한 위기 의식'이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는 그 옛날의 아버지가 아니다. 고개 숙인 아버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 남성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자 남성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등장한 영화가 < 실미도 > 다. 영화 속 남성들은 모두 나는 죽지 않는다고 외친다. 고개 숙이느니 차라리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장렬히 전사하리라. 바로 이 지점에서 남성들은 희열을 느낀 것은 아닐까 ?

 

남성들이 여성을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펼쳐야 할 경쟁자'라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바로 IMF'였다. 경제적 몰락'은 곧 남성성의 몰락'을 의미했다. 단단한 남근이었던 아버지는 하루 아침'에 흐물흐물한 물자지'였음이 뽀록났다. 아, 아버지의 몰캉몰캉한 개불 ! 아버지는 서해 바다 더러운 짠물 먹은 개불이었어. 이러한 위기 의식은 곧 여성에 대한 이유없는 혐오로 이어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 ** 녀와 김여사의 반복적 재생'은 아침에 후지산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야기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침에 후지산을 못 보면 어떤가 ? 나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후지산을 본 적이 없다. 후지산은커녕 도봉산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럭저럭 살고 있다. 후지산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여성을 혐오하지는 않으련다. 그놈의 자지'가 뭐 그리 훌륭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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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0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포츠 서사'를 전쟁 서사'로 변용..! 그렇네요. 그래서 전 극장에서 끝까지 그럭저럭 봐냈는지도..
그런데 페루애님 실미도에 스텝,으로 참여하셨나요..? 글 읽다보니..

아, 실미도, 하면 전 영화보다 예전에 병원 입원했을 때 옆 침대에서 복막염 앓으시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실미도를 들먹이면서 계속 정치 얘기를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고 입원 기간 내내 괴로웠다능..
퇴원하면서 쾌재를 불렀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7 21:09   좋아요 0 | URL
스텝은 아니었으나 뭐 쪼무라기'라면 쪼무라기'였네요.. 후후....
실미도 참... 촌스러운 영화죠. 경상도 사람들이 참 좋아할 영화입니다. 사나이의 뜨거운 혈맹.. 등등.
보수들이 좋아할 영화임요...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엄청 짜증나게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실미도 좋다고 하는 사람과는 친구 안 하기로 했어요..

참 병신같다 2014-04-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찌질이에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남자네요 당신같은 사람을 어떤 여자가 좋아할런지^^ 차라리 그게 더 낫죠 당신같은 사람과 결혼하는 여자만 불쌍해져요 남자가 이런 찌질이라니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5:30   좋아요 0 | URL
인정 ! 헤헤... 언제 한번 널 찾아내서 불알 따고 싶다... 기다려라..
 

 

 

 

 

아주 오래 전, 극장‘에 갔다.

 

 Super 8 by Brock Weaver

 

버스 회수권'은 다른 친구'들에게 십 프로 저렴한 가격에 판다. 학교'는 걸어간다. 지각은 내 의무이며 체벌은 내 몫이다. 쌓이는 것'은 지갑 속 동전'뿐. 이제 훈육주임의 박달나무'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 두려운 것은 당신의 늙은 자지일 뿐 ! 그 옛날 나는 주말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일요일'이 오면 나는 아침 일찍 칠십삼 번' 뻐스'를 타고 금호동'에 갔다. 종점에서 출발하여 종점에서 내리는 꼴이다. 도시락' 두 개'를 넣은 가방'이 묵직하지만 발랄하게 ! 드디어 도착이다. 아침 아홉 시 혹은 열 시. 반짝반짝' 빛나던 학교 철문 대신 어두운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일요일'에는 스케줄'은 빡빡하다. 동시상영관 금호'에서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또 다른 삼류 극장인 현대'가 보인다. 뛰어가면 3회 상영 시작 전'에 입장할 수 있다. 뛴다.

 

현대 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 두 편을 보는 동안' 극장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음. 하. 음. 햐. 오늘도 물레방아는 돌고, 저 배우'는 날마다 흰색 란제리'를 입고 애마'를 탄다. 물에 젖은 란제리는…… 여배우가 노브라와 노팬티‘였음을 증명한다. “ 죄송합니다! 좌석 라 열 A 18번 관객님. 제가 눈이 나빠서 그러는데 젖은 란제리의 거무퉤퉤한 부분.. 그거... 그것인가요, 아니면 얼룩인가요 ? ” 여자의 털’입니다 !

 

아, 하는 신음소리’가 수컷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당당한 음모 노출 시대. G20'이잖아요. 현대 극장을 나오면 어둠'이 슬쩍 내려앉는다. 이쿠. 늦었어! 포레스트 검프'처럼 다시 달린다. 마지막 종착역'은 혜성'극장이었다. 하루,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총 여섯 편'. 그날 본 줄거리가 섞인다. 그러니깐 란제리 입은 부인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 철수‘는 와신상담 백신 프로그램을 개, 발해’는 감수성이 함락되어서 감우성‘이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외치면서 퇴장. 그때 애인이 란제리 차림으로 뛰쳐나와 ! 후두둑, 비가 와. 창밖엔 잠수교가 보인다.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편지를 써 ( 정말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사랑을 해.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보여 !   

 

머리가 핑 돈다. 금호동'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오는 동안 내내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이다. 이때 라디오에서 서울 경기 지역 호우주의보‘를 알린다. “ 서울은 태풍 사라의 영향으로 시간 당 백 미리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어 통행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는 재난정보국을 찾아 ...... ” 그때였다 !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 한다. 문이 열리자 비에 홀딱 젖은 여자가 급히 버스에 오른다. 흰색 란제리를 입은 여자다. 란제리는 비에 젖어 레깅스처럼 살에 철썩 달라붙었다. 가슴에는 검은 점 두 개가... 그리고 그 아래 Y 자 지점에서는..... “ 죄송합니다 ! 혹시 저거 얼룩인가요? 아니면....... ”

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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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철학의 아버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기독교'는 불교에 비하면 초등학교 수준의 학문적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 오해는 마시라 ! 난 예수님을 사랑한다. 종교의 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성과를 논하는 것이다. ) 종교이기에 앞서 철학'이며, 철학을 넘어선 미학'이다. 왜냐하면 다른 종교와 철학'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할 때, 불교사상은 쓸모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한 학문이었다. 그러니깐 불교에서의 깨달음'이란 " 쓸모없음에서 쓸모 있는 것을 찾는 과정 " 이다. 동시에 " 쓸모 있음에서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는 과정 " 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최후의 1인으로 남는 것은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 부처는 바로 그것이 가장 쓸모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상의 전환, 쓸모없는 것의 재발견이다. 무소유'란 쓸모 있는 목록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관념을 지우는 과정이다. 이 물건 꼭 필요합니까 ? 다시 묻겠습니다. 이 물건 정말 필요합니까 ? 하나, 둘 집안의 물건을 밖으로 끄집어내면 남는 것'은 하찮은 것만 남는다. 그리고는 하찮은 목록에서 쓸모있는 것을 발견하라고 꾸짖는다. 그렇다 ! 부처님은 모난 돌을 사랑하신다. 사람들이 꽃이 무슨 닭 벼슬 같다며 손가락질하던 맨드라미를 사랑하신다. 현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신이치 교수의 < 불교가 좋다 > 는 쉬운 문장으로 불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북디자이너'의 노력에 감사를. ( 보급판보다는 원판이 좋다. ) 그의 카이에소바주 시리즈'와 함께 하면 좋다.

 

 

 


 

 

 

사랑의 블랙홀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DAY '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다. 마멋'이라는 다람쥐 비슷한 설치류가 있는 모양인데, 이 녀석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을 그라운드호그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폴짝폴짝 기지개하는 날' 정도 되겠다. 그날이 바로 2월 2일'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극중 주인공인 기상캐스터'에게만 2월 2일'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뉴스가 나오고, 아침 7시 38분 07초'에 구멍가게 더글라스 페어 로코코/47'씨가 사거리'를 지나가며, 17초 후에는 위층의 루드비히 로마노프 씨'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좋지! 내일이 없으니 걱정이 없는 거다. 생각해 보라 ! 우리의 걱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내일이 없으니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이다. 내일이 없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도 없다. 먹고, 마시고, 쓰고. 야호 ! 이거 날마다 원나잇스탠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변화 없는 똑같은 일상에 주인공은 절망한다. 내일 아침 눈을 떠도 2월 2일, 그 다음날도 2월 2일, 그 다다음날도 2월 2일. 그 다다다다다다음날도 2월 2일. 시지푸스의 형벌'이다. 구르는 돌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것만큼의 천벌이다. 속닥속닥뻐꾸기시계상자'는 아침 6시만 되면 알람이 울린다. 전날 탁상시계를 산산조각을 내도 다음날이면 침대 옆에서 우렁차게 울어대는 것이다. 그것은 아침 6시면 날마다 일어난다. 유인촌 성대모사로 " 승징 뻗쳐서 증말... " 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황당무계한 판타지라고 여겼던 영화는 묘하게 현실을 닮은 구석이 있다. 우리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는가.  그래서 주인공은 자살'을 한다.

 

" 안녕, 나의 지루한 일상 ! 안녕, 날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마멋 ! 안녕, 8시에 알람을 설정해도 다음날 아침 6시에 울리는 빌어먹을 알람시계 ! 안녕, 페어 로코코 씨 ! 안녕, 로마노프 씨 ! 안녕, 오후 3시 33분 17초에 루나 파크 사거리에서 시속 98km로 좌회전 하는 57년산 무스탕 ! 안녕, 안녕, 안녕 ! "


그런데 이게 웬걸 ? 자살한 주인공은 다음날 아침에도 똑같은 침대에서, 똑같은 라디오 뉴스와 로코코 씨와 로마노프 씨'를 본다. 아, 빌어먹을. 깜빡했다. 시지푸스는 영원히 죽지 않는 운명과 영원한 형벌이 세트'라는 사실을 말이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독수리에게 쪼이지만 날마다 자라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은 마법에서 풀리고 평소 좋아하던 여자와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황당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탄탄한 스토리'는 이 영화의 백미다. 황당무계한 설정은 어느덧 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도 그리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십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변화이지만 하루 단위'로 끊어서 보면 언제나 다람쥐 첫 바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어서 돌아오는 삶. 불교에서 보는 삶이란 바로 사랑의블랙홀'같은 풍경이다. 아마, 부처님이 보셨다면 무릎을 탁 치며 " 옳다구나 ! " 로 삼창을 하셨을 것이다. 부처님이 보시기엔 다람쥐 첫 바퀴 도는 삶'이 삶의 본질이다.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행위. 무/無'다. 그래서 욕망은 부질없는 것이기에 쾌락도 부질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내려놓으시라 ! 영화 속 주인공'이 불사의 절대 영역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반복되는 원형을 통해서 무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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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318 2013-03-2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만나니 페루애님의 글이 마법의 양탄자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십니까 ? ㅎㅎ.

metro318 2013-03-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