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철학의 아버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기독교'는 불교에 비하면 초등학교 수준의 학문적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 오해는 마시라 ! 난 예수님을 사랑한다. 종교의 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성과를 논하는 것이다. ) 종교이기에 앞서 철학'이며, 철학을 넘어선 미학'이다. 왜냐하면 다른 종교와 철학'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할 때, 불교사상은 쓸모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한 학문이었다. 그러니깐 불교에서의 깨달음'이란 " 쓸모없음에서 쓸모 있는 것을 찾는 과정 " 이다. 동시에 " 쓸모 있음에서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는 과정 " 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최후의 1인으로 남는 것은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 부처는 바로 그것이 가장 쓸모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상의 전환, 쓸모없는 것의 재발견이다. 무소유'란 쓸모 있는 목록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관념을 지우는 과정이다. 이 물건 꼭 필요합니까 ? 다시 묻겠습니다. 이 물건 정말 필요합니까 ? 하나, 둘 집안의 물건을 밖으로 끄집어내면 남는 것'은 하찮은 것만 남는다. 그리고는 하찮은 목록에서 쓸모있는 것을 발견하라고 꾸짖는다. 그렇다 ! 부처님은 모난 돌을 사랑하신다. 사람들이 꽃이 무슨 닭 벼슬 같다며 손가락질하던 맨드라미를 사랑하신다. 현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신이치 교수의 < 불교가 좋다 > 는 쉬운 문장으로 불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북디자이너'의 노력에 감사를. ( 보급판보다는 원판이 좋다. ) 그의 카이에소바주 시리즈'와 함께 하면 좋다.

 

 

 


 

 

 

사랑의 블랙홀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DAY '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다. 마멋'이라는 다람쥐 비슷한 설치류가 있는 모양인데, 이 녀석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을 그라운드호그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폴짝폴짝 기지개하는 날' 정도 되겠다. 그날이 바로 2월 2일'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극중 주인공인 기상캐스터'에게만 2월 2일'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뉴스가 나오고, 아침 7시 38분 07초'에 구멍가게 더글라스 페어 로코코/47'씨가 사거리'를 지나가며, 17초 후에는 위층의 루드비히 로마노프 씨'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좋지! 내일이 없으니 걱정이 없는 거다. 생각해 보라 ! 우리의 걱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내일이 없으니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이다. 내일이 없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도 없다. 먹고, 마시고, 쓰고. 야호 ! 이거 날마다 원나잇스탠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변화 없는 똑같은 일상에 주인공은 절망한다. 내일 아침 눈을 떠도 2월 2일, 그 다음날도 2월 2일, 그 다다음날도 2월 2일. 그 다다다다다다음날도 2월 2일. 시지푸스의 형벌'이다. 구르는 돌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것만큼의 천벌이다. 속닥속닥뻐꾸기시계상자'는 아침 6시만 되면 알람이 울린다. 전날 탁상시계를 산산조각을 내도 다음날이면 침대 옆에서 우렁차게 울어대는 것이다. 그것은 아침 6시면 날마다 일어난다. 유인촌 성대모사로 " 승징 뻗쳐서 증말... " 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황당무계한 판타지라고 여겼던 영화는 묘하게 현실을 닮은 구석이 있다. 우리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는가.  그래서 주인공은 자살'을 한다.

 

" 안녕, 나의 지루한 일상 ! 안녕, 날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마멋 ! 안녕, 8시에 알람을 설정해도 다음날 아침 6시에 울리는 빌어먹을 알람시계 ! 안녕, 페어 로코코 씨 ! 안녕, 로마노프 씨 ! 안녕, 오후 3시 33분 17초에 루나 파크 사거리에서 시속 98km로 좌회전 하는 57년산 무스탕 ! 안녕, 안녕, 안녕 ! "


그런데 이게 웬걸 ? 자살한 주인공은 다음날 아침에도 똑같은 침대에서, 똑같은 라디오 뉴스와 로코코 씨와 로마노프 씨'를 본다. 아, 빌어먹을. 깜빡했다. 시지푸스는 영원히 죽지 않는 운명과 영원한 형벌이 세트'라는 사실을 말이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독수리에게 쪼이지만 날마다 자라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은 마법에서 풀리고 평소 좋아하던 여자와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황당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탄탄한 스토리'는 이 영화의 백미다. 황당무계한 설정은 어느덧 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도 그리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십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변화이지만 하루 단위'로 끊어서 보면 언제나 다람쥐 첫 바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어서 돌아오는 삶. 불교에서 보는 삶이란 바로 사랑의블랙홀'같은 풍경이다. 아마, 부처님이 보셨다면 무릎을 탁 치며 " 옳다구나 ! " 로 삼창을 하셨을 것이다. 부처님이 보시기엔 다람쥐 첫 바퀴 도는 삶'이 삶의 본질이다.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행위. 무/無'다. 그래서 욕망은 부질없는 것이기에 쾌락도 부질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내려놓으시라 ! 영화 속 주인공'이 불사의 절대 영역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반복되는 원형을 통해서 무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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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318 2013-03-2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만나니 페루애님의 글이 마법의 양탄자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십니까 ? ㅎㅎ.

metro318 2013-03-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