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페니스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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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니스를 찾아서 / 리처드 펑.
포르노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수많은 영화 보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포르노를 흥미있게 관찰하는 이유'는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장치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포르노의 주체는 남성 관객을 겨냥한다. 게이 포르노 감독인 리처드 펑의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는 게이 포르노에 숨겨진 인종차별적 장치'를 읽어낸다. 배치는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혹은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배치'는 용납하지만, 백인남성과 흑인여성'이 한 조가 되는 포르노는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그것은 포르노의 주요 고객인 남성들이 백인여자와 동양 여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포르노 속 흑인'은 무대의 주인공이기보다는 우람한 페니스'만을 위한 까메오 출연에 불과하다. 파농의 지적'처럼 포르노에서 흑인 남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백인 사회의 성적 관대함 때문에 아니라 우람한 페니스 때문이다. 파농은 " 흑인은 가려진 채 페니스로 전환된다. 그가 바로 페니스인 것이다. " 라고 말한다.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의 경우는 사정 시 백인 남성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흑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에서는 사정하는 흑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여성의 몸 위로 분출하는 거대한 남근의 폭풍 방사'를 집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게이 포르노는 더욱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이다.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남성 혹은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 간의 교접'은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교접'이 평등한 성적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인과 동양 남성의 결합에서 남자 역할은 백인이고 여자 역할'은 동양인이 맡는다. 그러니깐 동양 남자'는 깔리고 서양 남자'는 항문성교의 주체가 되어서 동양 남자의 자그마한 엉덩이를 서양의 큰 손으로 잡는다. 워, 워워워. 이건 성적 평등'이 아니다. 왜냐하면 깔린 동양 남자'는 백인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백인은 마초이고, 동양 남자'는 계집애'다. 이 판타지는 결국 백인 남성이 동양 남자'를 강간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거꾸로 동양 남자가 백인 남성'을 강간하는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것인가 ?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런 포르노는 없었기 때문이다.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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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킹콩‘을 < 서로 사이즈’가 달라서 할 수 없는, 섹스리스‘에 따른 수컷의 욕구 불만 > 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을 때, 주위의 알싸한 냉기를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음담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이는 잡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이 말‘은 농담도 아니고 음담도 아닌 진담’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영화 킹콩‘은 성적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한 < 사이즈 > 는 동종이 아닌 이종’에 대한 유머였다. 그들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나 또한 그들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종간 교잡, 그러니깐 이종교배‘에 대한 서구 백인 사회’의 혐오가 반영된 영화‘다. 서구 백인 중심 사회’에서 보았을 때 킹콩‘은 유색인종’이다. 짙은 갈색에 콧대 낮은 얼굴‘은 명백한 흑인에 대한 은유이다. 그리고 킹콩의 “ 그것은 ” 얼마나 우람한가 ! 다른 말로 하면 거대한 흑인이 아름다운 백인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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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갈색, 낮은 콧대, 굵은 터럭'은 아프리카 흑인'을 연상시킨다.
킹콩'은 덩치 좋은 아프리카 흑인이다.
그런데 백인 중심 사회에서 백인 여성을 향한 흑인의 성적 욕망‘은 불경한 것’이다. 다른 인종 간의 교접‘은 금기’이므로 사회적 징벌은 불가피하다. 거세 아니면 죽음이다. 영화 킹콩‘은 알렉스 헤일리가 쓴 소설 < 뿌리 > 의 서사와 유사한데 킹콩은 백인에 의해 잡혀온 노예 “ 쿤타킨테 ” 다. 그러므로 영화 속 백인은 흑인 노예 사냥꾼’이거나 양복 입은 노예 거간꾼' 들이다. 그들은 뉴욕이라는 노예시장‘에 킹콩을 전시한다. 힘 좋은 “ 놈 ” 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진보적 좌파 오락 영화‘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 은 없다. 하지만 유색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가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젠 체하는 영화평론가들 대부분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명백한 은유인 포비아’를 모른 척한다.
한류 스타 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닌자 어세션 > 또한 할리우드 백인 중심 사회의 이종교잡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마초 영화 속 주인공의 섹스 파트너‘는 모두 백인여성들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비의 러브라인은 흑인여성’과 맺어진다. 사실 이 속내를 뒤집어보면 유색인종과 백인여성과의 섹스 씬‘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노골적인 거부’를 엿볼 수 있다. 백인 마초 영웅이 흑인이나 아시아 여성과 정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수도 없이 보았지만 반대로 흑인이나 아시아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섹스 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은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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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닌자어쌔신'은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끼리 놀아라, 라고 말한다.
킹콩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인종차별적 거부'에 대한 집단적 은폐'이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가 미국'에게 삿대질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할 수준'도 안된다. 사실 한국 사회의 제 3세계'에 대한 경멸'은 수준 이하'를 떠나서 박약'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이 배우는 생활 한국어 중 하나가 " 때리지 마세요 " 와 " 욕하지 마세요 "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기보다는 치욕스러운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