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극장‘에 갔다.
버스 회수권'은 다른 친구'들에게 십 프로 저렴한 가격에 판다. 학교'는 걸어간다. 지각은 내 의무이며 체벌은 내 몫이다. 쌓이는 것'은 지갑 속 동전'뿐. 이제 훈육주임의 박달나무'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 두려운 것은 당신의 늙은 자지일 뿐 ! 그 옛날 나는 주말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일요일'이 오면 나는 아침 일찍 칠십삼 번' 뻐스'를 타고 금호동'에 갔다. 종점에서 출발하여 종점에서 내리는 꼴이다. 도시락' 두 개'를 넣은 가방'이 묵직하지만 발랄하게 ! 드디어 도착이다. 아침 아홉 시 혹은 열 시. 반짝반짝' 빛나던 학교 철문 대신 어두운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일요일'에는 스케줄'은 빡빡하다. 동시상영관 금호'에서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또 다른 삼류 극장인 현대'가 보인다. 뛰어가면 3회 상영 시작 전'에 입장할 수 있다. 뛴다.
현대 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 두 편을 보는 동안' 극장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음. 하. 음. 햐. 오늘도 물레방아는 돌고, 저 배우'는 날마다 흰색 란제리'를 입고 애마'를 탄다. 물에 젖은 란제리는…… 여배우가 노브라와 노팬티‘였음을 증명한다. “ 죄송합니다! 좌석 라 열 A 18번 관객님. 제가 눈이 나빠서 그러는데 젖은 란제리의 거무퉤퉤한 부분.. 그거... 그것인가요, 아니면 얼룩인가요 ? ” 여자의 털’입니다 !
아, 하는 신음소리’가 수컷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당당한 음모 노출 시대. G20'이잖아요. 현대 극장을 나오면 어둠'이 슬쩍 내려앉는다. 이쿠. 늦었어! 포레스트 검프'처럼 다시 달린다. 마지막 종착역'은 혜성'극장이었다. 하루,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총 여섯 편'. 그날 본 줄거리가 섞인다. 그러니깐 란제리 입은 부인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 철수‘는 와신상담 백신 프로그램을 개, 발해’는 감수성이 함락되어서 감우성‘이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외치면서 퇴장. 그때 애인이 란제리 차림으로 뛰쳐나와 ! 후두둑, 비가 와. 창밖엔 잠수교가 보인다.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편지를 써 ( 정말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사랑을 해.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보여 !
머리가 핑 돈다. 금호동'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오는 동안 내내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이다. 이때 라디오에서 서울 경기 지역 호우주의보‘를 알린다. “ 서울은 태풍 사라의 영향으로 시간 당 백 미리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어 통행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는 재난정보국을 찾아 ...... ” 그때였다 !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 한다. 문이 열리자 비에 홀딱 젖은 여자가 급히 버스에 오른다. 흰색 란제리를 입은 여자다. 란제리는 비에 젖어 레깅스처럼 살에 철썩 달라붙었다. 가슴에는 검은 점 두 개가... 그리고 그 아래 Y 자 지점에서는..... “ 죄송합니다 ! 혹시 저거 얼룩인가요? 아니면....... ”
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