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예술가는 빌리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














결정적 순간






                                                                                                    일요일 오전 10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시원한 맥주와 안주를 준비하고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다음,  에어컨을 가동했다.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영화가 시작되지만 오늘 준비한 이벤트의 화룡점정은 상영 시간'에 맞춰져 있다.


프레드 진네만 감독이 연출한 << 하이 눈, 1952 >> 은 반드시 오전 10시 35분'에 플레이 버튼을 눌러야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모두 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 속 배경은 오전 10시 35분에 시작되어 12시 정오에 끝나는 영화'다( 물론 시계가 12시를 가리킨 이후에도 15분가량 마지막 대결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12시 15분에 끝나는 영화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하이눈은 영화 속 시간(10:35~12:15)과 영화의 상영 시간(100분)을 일치시킨 영화로 관객이 영화를 보는 실재 시간과 영화 속에서 상기시키는 시간 흐름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매우 실험적인 영화'이다. 


나는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서 정확히 오전 10시 35분에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영화 속 등장인물과 관객인 나는 지금 동시간대를 공유하는 것이다 !). 영화에 등장하는 시계는 등장인물과 관객에게 악당이 마을에 도착하는 예정 시간인 정오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정오는 말 그대로 " 데드라인 " 인 셈이다. 나는 영화 속에서 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등장할 때마다 거실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영화에서 11시를 가리키면 현실 속 시간도 정확히 11시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아따, 허벌나게 짜릿하다 ! 이 영화는 주류 서부극 장르'에서 흔히 보이는 클리셰'가 없다. 


예를 들면 서부극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추격, 폭력, 액션, 서부의 광활한 자연 풍경 찬양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보안관 케인(게리 쿠퍼 분)은 기존 서부극 영웅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 서부극 속 영웅은 혼자의 힘으로 악당을 물리쳐 마을을 구원하는 맨-파워의 상징적 인물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안관 케인'은 전지전능한 구원자가 아니다.  그는 적과 싸우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힘을 합쳐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는 다소 나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일종의 수정주의 서부극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 서부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곱게 볼 리 없었다. 


서부극에서 전지전능한 영웅을 연기했던 존 웨인'은 이 영화를 싫어했고 하워드 혹스는 존 웨인과 의기투합하여 영화 << 리오 브라보 >> 를 만들었다.  마을 보안관이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악당-들'과 대결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은 단순했다.  하워드 혹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존 웨인과 나는 < 하이 눈 > 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 리오 브라보 > 를 만들었다. 나는 좋은 보안관이라면 겁쟁이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보안관의 목숨을 살리는 것은 그의 아내가 아닌가 ?  이러한 설정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서부극이 아니다 ! " 


불알후드의 발광 다이오드적 3파장 극성에 해당되는 지랄 같은 허세'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존 웨인'보다는 게리 쿠퍼 보안관'이 마음에 든다. 나는 영화 속 게리 쿠퍼 보안관을 열렬히 지지했다. 영화에 흠뻑 빠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12시(high noon)에 다다랐다.  악당 프랭크 밀러 일당과 게리 쿠퍼'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때였다. 내 집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12시를 알리는 알림 소리'를 냈다. 불길한 예감. 거실에 걸린 시계는 알람 소리 기능이 없는 단순한 시계'가 아니던가 ?  알고 보니 시계의 알람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현관문 벨을 누르고 있었다. 


현관문 렌즈를 통해 밖을 보니 복도에는 세 명의 남자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채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영화 속 악당인 프랭크 밀러와 그 부하들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서 현관문에서 한 발짝 물러나다가  내 허리춤에 리볼보 45구경 권총이 걸려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 속 세계로 빨려 든 것이다. 타임 블랙홀에 빠진 것이다.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사나이답게 적과 싸우다가 장렬히 죽으리라. 나는 현관문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 문을 냅다 걷어찼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문이 열리면 악당들은 당황해서 허둥대리라. 그때를 노려야 한다. 


내 계획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문이 열리자 눈부신 정오의 햇살이 밀려 들어와 " 결정적 순간 high noon1) " 에 갑자기 앞이 하얗게 보이는 화이트아웃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때 세 방의 총성이 동시에 울렸다 !  때는 늦었다.  소리와 속도의 물리적 계산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 니미, 시이이이발 ~ "  총알을 피하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다. 사람이 죽으면 제일 먼저 열리는 것은 항문의 괄약근이라고 한다. 푸쉬쉬쉬 ~   열린 내 괄약근 사이로 방귀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으나 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                                  



1)   high noon 은 " 정오 " 라는 뜻과 함께 " 결정적 순간 " 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어느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느닷없이 소설 속에 총을 등장시켜 방아쇠를 당긴 후 잉글랜드 토끼처럼 토끼라고 했다. 그래야 독자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쿠엔틴 타란티노는 머리통을 날릴 기세로 총을 뽑되 절대 쏘지는 마라 _ 라고 충고한다. 영화 << 펄프픽션 >> 의 도입부에서 두 명의 짝패 펌킨과 허니버니는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밑도 끝도 없이 식객을 향해 소리친다. " 모두 꼼짝 마. 우린 강도다. 발가락만 움직여도 모두 머리통을 날려버린다 !!!! "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냅다 소리를 지르며 시작하니 관객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시작부터 이 모양이니 관객은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을 상상하지만 격발은 내내 지연된다.  이 지적은 발기하되 사정하지는 마라 _ 라는 고대 인도의 성전 < 카마수트라 > 의 문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너무 천박한가 ? 그렇다면 인이불발 (引而不發)  정신이라고 해두자. 활시위를 당길 뿐 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 영화 << 펄프 픽션 >> 에서 이 장면은 당기되 쏘지 않는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기똥찬 영화'다.



두 대가의 작법론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훌륭한 작법일까.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둘 다 옳은 지적이다. 전자는 선행된 액션에 방점이 찍혔고 후자는 지연된 심리에 방점이 찍혔다. 또한 전자는 서프라이즈에 해당되고 후자는 서스팬스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활극이 스토리텔링의 중심이라면 일단 쏘고 나서 잉글랜드 토끼처럼 토끼는 편이 유리하고,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한 심리극이라면 장전은 하되 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는 소리이다.  여기서 잠깐 샛길로 빠지자면 많고 많은 토끼 중에 왜 하필 잉글랜드 토끼'인가 _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련다. 잉글랜드 토끼는 일종의 나의 맥거핀'이다.  잉글랜드 토끼는 그런 존재'다 !  나는 아무래도 일단 쏘고 나서 토끼는 잉글랜드 서사가 좋은 모양이다(물론 때에 따라서는 가거도 우럭 서사도 좋아하는 편이다). 고전 영화 리뷰랍시고 글을 쓰다가 글이 막혀서 느닷없이 총을 든 악당을 등장시켰으니 말이다.  오후 3시가 온전히 << 아비정전 >> 의 시간이라면 << 하이 눈 >> 은 10시 35분, 혹은 정오의 세계이다.  << 하이 눈 >> 은 좋은 영화'이다. 일요일 아침 10시 35분에 이 영화를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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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리  엄 마 는  안  그 래  :







분리 불안 장애








                                                                                                        에스비에스 간판 오락 프로그램은 뭐니 뭐니 해도 << 티븨 동물 농장 >> 이다. 티븨 동물 농장은 에스비에스'판 모닝 선데이 데이 대표 전국 노래 자랑'이다. 일요일 아침엔 동물 농장, 점심엔 짜빠게티, 저녁엔 치맥 ~


온갖 동물이 출연하여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성과 부성과 인성을 보여주니 눈물이 주르륵 !   동물 행동에 대한 논문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로렌츠 박사는 동물을 의인화해서 휴머니티'를 유도하는 방식을 경고했지만 동물 윤리의 불모지에 가까운 대한민국에서 이 방송 프로그램이 주는 좋은 영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 농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흔히 겪는 증상은 분리 불안 장애'이다.  집사가 출근하고 나면 혼자 남은 견/묘'는 애착 대상(집사님)과 분리되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발달 수준에 비해 부적절하게 심한 수준의 공포와 불안 반응을 보여 적응상 문제를 초래한다. 


하루 종일 목 놓아 울거나 주변 물건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혹은 평소와는 달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애착 대상과의 분리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인 셈이다.   분리 불안 장애'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애끓는 이별 별곡'이다.  하지만 이 분리 불안 장애는 대부분 나이가 들면 사라진다.   어릴 때에는 애착 대상이 집과 엄마'였지만 질풍노도의 기후 변화를 겪고 나면 애착 대상이 또래와 이성 친구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그 옛날에 미아리 고개를 넘으며 하울링 하던 항문기 시절에 고착되는 경우이다. 


항문기 고착이란 나이는 성인인데 정신은 항문기(만 1세 ~ 3세)에 머무른 경우를 말한다.  항문기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바탕으로 설명되는 성격 발달의 두 번째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항문이 성적 쾌감을 주는 원천이 되는 시기이다. 연령으로 보면 대개 1~3세까지이며 이 시기 동안 유아는 배설기관에 의한 성적 쾌감을 즐기며 배설 과정에 대한 독특한 관심을 갖게 된다.  항문기에 고착된 성인은 고집불통, 구두쇠, 수집벽(패티시즘) 등의 성격으로 발달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 박근혜 " 다.  변기 때문에 < 세계 핵 안보 정상 회담 >  도중'에 자리를 떠났다는 박근혜의 그 유명한 일화'는 


그가 항문기 고착'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박근혜가 특정 변기 디자인과 쌍팔련도 생활용품을 고집했다는 점에서 " 70년대 새마을 레트로 패티시 " 이다. 박근혜가 항문기 고착'이라면,  그가 아버지에게 집착했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에게 있어서 " 청와대  그 옛날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본가'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다 큰 성인이 집과 엄마(아빠)에게 집착하게 되면  볼성사나운 꼴을 연출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한국 성인 남성 거개는 어릴 때 애착 대상이었던 집(혈통)과 엄마와의 관계를 분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엄마'가 제일 좋고, 우리 엄마가 해준 집밥이 제일 맛있다고 착각한다. 


아내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주물럭거리면 혀부터 끌끌 찬다. 이 사람아, 음식은 손맛이야 !!!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엄마가 해준 집밥의 비결은 손맛이 아니라 미원과 소고기 다시다 맛이었으며,  가사 노동에 지친 엄마는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은 손맛이고 지랄이고 간에 남이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사실을 아들은 모른다는 점이다.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남편은 대뜸 우리 엄마는 안 그래 _ 라고 외치곤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애착 대상이었던 엄마와의 완벽한 분리에 실패한 데에서 발생한 증상'이다. 성인 항문기 고착 아들은 엄마와 아내'가 서로완벽한 타인'이란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 한다. 


또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역할이 동일한 조건과 비슷한 입장의 동등한 정치적 동료'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의 신뢰는 무너지고 번뇌는 우레처럼 요동친다. 결혼 생활, 이게 뭐래 ?  결혼 생활'을 20자 내로 정의하자면 :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   결혼이란 어릴 적 애착 대상이었던 집과 엄마와 결별하고 타인과 새로운 집을 짓고 사는 과정이니 말이다. 혼자의 힘으로 숲속 오두막집을 지어본 사람은 안다. 새집을 짓는다는 것은 언제나 고생이며 저 푸른 저 하늘에 그림 같은 집을 지으려고 할수록 더, 더더더 개고생'이란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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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싱어 VS  너의 목소리가 보여 












                                                                                                   동양에서 아버지는 " 섬김 " 의 대상이지만 서양에서는 " 속물 " 의 대상이다. 그래서 제롬 데이비스 샐린저의 << 호밀밭의 파수꾼 >> 에서 콜필드는 중산층 가정의 위선에 염증을 느껴 3일 동안 가출을 감행한다. 이 빌어먹을 집구석 !                             

홀필드에게 있어서 아버지 세대에 대한 염증은 마데카솔 연고 따위로 아물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이 불멸의 성장소설이 불멸의 고전이 된 이유는 서양의 피 끓는 중2들이 콜필드의 퍽유-정신'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모든 콜필드는 성인이 되면 집구석에서 탈출한다. 볼 거 다 보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못 볼 것도 다 보고 자랐으니 집구석에서 배울 것은 별로 없는 것이다. 반면, 동양에서 아버지는 초월자'다. 아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아버지를 능가할 수 없다. 제논의 역설에서 발이 빠르기로 소문난 아킬레스가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듯이 


아들이 아킬레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신었다 해도 지팡이를 짚고 걷는 늙은 아버지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항상 못난 놈이다. 아버지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 불초 소생(不肖小生) " 은 아버지를 닮지 못한(不肖- ) 어리석은 자식(-小生)'이란 뜻이다. 그렇기에 아들이 아버지를 초월한다는 것은 역린'에 해당되는 대역'인 셈이다. 아무리 못난 아비라 해도 아들 앞에서는 당당하며 숭고하다. 결국, 나이가 유세인 셈이니 꼰대의 시발점'이다. 콜필드가 16살에 " 아버지, 부디 조까세요 ! " 라고 소리친 후 가출했다면 동양의 홍길동은 첩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신분 차별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큰절하며 " 부디, 만수무강하십시오 ! " 라고 흐느껴 운다. 한밤중에 애끊는 단장의 세레나데'에 울지 않은 이, 없었으랴.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겠으나 내 독서 취향은 홍길동보다는 아버지, 부디 조까세요 _ 라고 말하는 서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비록 3일 동안의 반항이기에 콜필드의 저항은 용두사미이기는 하나 내게는 통쾌한 소설'이다. 뭐, 사실...... 홍길동은 출가해서 산도둑이 되었으니 둘 다 피장파장인 셈이다. JTBC 음악 프로그램 << 히든 싱어 >> 는 << 홍길동뎐 >> 보다는 << 호밀밭의 파수꾼 >> 에 가깝다. 원조 가수는 아버지'이고 모창 출연자는 아들인 셈이다. 


<< 히든 싱어 >> 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자웅을 겨룬다. 원본과 사본의 대결인 셈이다. 대부분은 아버지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만 몇몇은 아버지를 초월하여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은 노래 실력으로 우승한다. 신승훈의 아들(신승훈 모창 도전자)은 결국 최종 라운드에서 아버지를 무릎 꿇게 만들었으며, 조성모의 아들-들은 아버지인 조성모를 2회전에서 무릎 꿇게 만들었으니 아버지를 극복한 아들들인 셈이다. 아따, 후덜덜하다 ! 이 맛에 << 히든 싱어 >> 를 본다. << 히든 싱어 >> 가 아버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아들의 욕망을 다룬 서사'라면 tvn의 << 너목보 >> 시리즈는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한 짝짓기 놀이'이다. 


<< 너목보 >> 에 출연한 초대 가수는 열성과 우성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초대 가수는 최종적으로 좋은 옥석을 골라야지만 파이널 무대에도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일 수 있다. 성공할 수 있을까 ? 이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히든 싱어 >> 가 " 불초소생 " 의 서사를 파괴하는 전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 너목보 >> 는 " 청출어람 " 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몇몇 실력자는 초대 가수'보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이니 말이다. 형(초대가수)보다 뛰어난 아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 너목보 >> 도 전복적 미학이 돋보인다. 이 세계는 형보다 뛰어난 아우도 많고 아버지보다 훌륭한 아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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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침대 : 자세가 태도를 결정한다











                                                                                                  패션 모델이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네 걸음걸이가 딱딱하다는 점이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걸을 때마다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모델의 워킹 스타일은 인체 구조상 불편한 보행'에 해당되어서 걷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모델이 무대 위에서 " 딱딱한 걸음 " 을 걷는 이유는 그것이 미학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옷은 인간이 허리를 곧추선 채로 서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에 모델이 무대 위를 걸을 때에도 옷이 최대한 곧추선 모양이 유지되도록 걷는다. 옷은 중력 값을 계산에 둔 벼랑 같은 수직성의 미학'이다. 곧추선다는 것은 패션의 기본이다. 곱등이처럼 굽은 등을 가진 나는 나의 결핍을 의식하기에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최대한 곧추선 자세에서 팔팔한 꼴뚜기처럼 걷기 위해 신경을 쓰지만 


저녁에 되어 집에 돌아올 때에는 오뉴월에 쇠불알 늘어지듯 축 늘어져 걷기 일쑤다. 불볕 더위에 내 소중한 고추도 축 늘어진 판국에 허리를 곧추세워 걷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  더구나 술이라도 한 잔 넘기는 날에는 문어가 되어 흐느적흐느적 갈지자(之) 걸음을 걷게 된다.  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걷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추를 세우고 걷는 게 더 쉽구나.  결국 패션 스타일'에서 중요한 것은 옷이 아니라 자세'다. 아무리 비싼 옷을 입었다 한들 곧추선 자세가 무너지면 옷태가 나지 않는 법이다. 스타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끝이 뾰족한 촉이나 칼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패션에서 꼿꼿하게 곧추선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는 곧추선 자세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도록 교정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편한 의자일수록 불편하기에 상체에 힘이 들어가면서 허리를 곧추세우기 때문이다.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명풍 의자들이 대부분 앉기에 불편하도록 설계된 이유이다(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하루종일 온몸을 긴장하며 허리를 곧추세울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침대에 누울 때 비로소 완벽하게 허물어진 자세를 하게 된다.  아침에 침대에 누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누운 자세가 얼마나 인간을 초라하게 만드는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침대 이불에 눌린 뺨에 당신의 아밀라아제가 아교가 되어 뺨에 머리카락을 고정시킨다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참, 아름답다. 아름다워 !  의자와는 달리 좋은 침대일수록 자세를 망가뜨린다. 침대 다음으로 자세를 엉망으로 만드는 장소는 화장실'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으니 하품을 해도 좋고 코를 파도 좋으리라. 생각 없이 코를 파다가 새끼손가락 끝에 " 왕건이 " 라도 걸리는 날에는 왠지 한여름에 옷장에서 겨울 옷을 정리하다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발견할 때의 기쁨에 견줄 만하다.  인간의 자세 중에서 어정정한 자세로 똥을 닦는 자세보다 웃긴 장면은 없을 것이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이란 은밀한 공간이니깐 말이다.  침대와 변기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원초적 장면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  가구 중에서 가장 편한 것은 침대요, 가장 편한 장소는 화장실이다. 21세기 성인 중에 " 우선 눕고 볼 일 " 과 " 우선 누고 볼 일 " 에 집착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침대의 여왕, 박근혜'다. 박근혜 정권 때 청와대에서 구매한 목록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고가의 침대와 변기'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누가 나에게 박근혜에 대한 인물평을 20자 내외'로 요약하라고 명령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에누리 없이 20자를 적겠다. 


우선 눕고 볼 일과 우선 누고 볼 일에 집착했던 인간 


대통령 임기 내내 나쁜 자세에 집착했던 인간이 타인에 대해 좋은 태도를 보일 리 없다. 어쩌면 박근혜에게는 침대와 변기가 전부인 독방이 천국일지도 모른다. 천국에서 오래 사시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좋은 자세가 좋은 태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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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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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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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 " 라는 소리'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거짓말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고백하는 화자는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정직한 선언은 유감스럽게도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것도 거짓말의 일종이라면 거짓말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린다.  사실, 거짓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 달고나 " 같다고나 할까 ?   살이 빠진 것도 아닌데 날씬해졌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고, 헤어스타일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느닷없이 10년은 젊어보인다고 말하면 그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아싸, 생유 ~                           사실, 모두 거짓말인데 말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실대로 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너도 나이가 드니 배때기에 나잇살이 덕지덕지 붙는구나 _ 라거나 10년 전보다 10년은 더 늙어보인다는, 굉장히 과학적인 분석에 이마에 새겨진 三 자 주름이 川 자 주름'으로 바뀌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내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속마음'이다.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도끼눈을 뜨며 이대 백반집 주인에게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 _ 라고 큰소리쳤을 때 요실금 환자처럼 찔끔찔끔 웃었다. ( 왜냐하면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는 명제는 틀렸기에 ) 백종원의 말 자체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서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하다고 말하는 것은 형용 모순이요, 이율배반이다.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은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하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사기 행각이 들통나기 전까지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한다. 그래서 나는 백종원이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_ 고 선언했을 때 그가 가증스럽게 정직한 척 "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이대 백반집 주인 앞에서 눈물을 쏟았는데, 과연 이 눈물은 진심이었을까 ?  누구를 위한 연민인가 ? 생면부지의 타인을 일 때문에 만나서 다시 일 때문에 1년 만에 다시 만난 사이가 전부인데 이렇게 나라 잃은 장수'처럼 울컥 하시면 곤란하다. 


백종원은 티븨 앞에서 자신을 사마리아 사람으로 떠벌리고 다니지만 사실 그는 크레타 사람'이다.  쇼맨쉽이 지나치면 생쇼'가 되는 법이다.  소설가 김훈의 의고체 스타일을 살짝 빌려 당신을 꾸짖고져 하노라. " 요사스럽다. 곡을 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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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8-12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면을 끓이며˝라는 산문집에 실려 있는 ‘광야를 달리는 말‘에 나왔던 문장으로 기억합니다. 김훈의 아버지는 김구 주석의 비서이자, 한국 최초의 무협지 작가였던 김광주였지요. 김광주는 독립운동사 및 문학사적 측면에서는 고평을 받을만한 인물이나 가장으로서는 사실상 자격 미달의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는 말은 김훈이 아버지의 하관을 지켜보면서 여동생들에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동생들이야 의례적 관습적으로 곡을 했을 테지만 김훈의 입장에선 아버지로 인해 지긋지긋한 가난과 돌보아야 하는 부양가족들이 생긴 셈이니, 심사가 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말은 가식이나 허례가 조금도 없는, 그만의 진심을 드러낸 직설이었기에 호소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종원 같은 사람들의 말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8-12 16:21   좋아요 1 | URL
오, 그런가요 ? 전 < 밥벌이의 ... > 거기서 읽은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읽긴 읽었습니다. 곡을 금한다는 말은 김훈 아버지가 자주 했던 소리라고 합니다... ㅎㅎㅎㅎ 그것을 받아서 김훈도 누이에게 .. 일종의 아버지 패러디를 한 셈이지요. 하여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여서.... 맞아요. 전설적인 가난이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