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 " 라는 소리'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거짓말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고백하는 화자는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정직한 선언은 유감스럽게도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것도 거짓말의 일종이라면 거짓말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린다. 사실, 거짓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 달고나 " 같다고나 할까 ? 살이 빠진 것도 아닌데 날씬해졌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고, 헤어스타일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느닷없이 10년은 젊어보인다고 말하면 그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아싸, 생유 ~ 사실, 모두 거짓말인데 말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실대로 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너도 나이가 드니 배때기에 나잇살이 덕지덕지 붙는구나 _ 라거나 10년 전보다 10년은 더 늙어보인다는, 굉장히 과학적인 분석에 이마에 새겨진 三 자 주름이 川 자 주름'으로 바뀌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내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속마음'이다.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도끼눈을 뜨며 이대 백반집 주인에게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 _ 라고 큰소리쳤을 때 요실금 환자처럼 찔끔찔끔 웃었다. ( 왜냐하면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는 명제는 틀렸기에 ) 백종원의 말 자체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서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하다고 말하는 것은 형용 모순이요, 이율배반이다.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은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하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사기 행각이 들통나기 전까지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한다. 그래서 나는 백종원이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_ 고 선언했을 때 그가 가증스럽게 " 정직한 척 "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이대 백반집 주인 앞에서 눈물을 쏟았는데, 과연 이 눈물은 진심이었을까 ? 누구를 위한 연민인가 ? 생면부지의 타인을 일 때문에 만나서 다시 일 때문에 1년 만에 다시 만난 사이가 전부인데 이렇게 나라 잃은 장수'처럼 울컥 하시면 곤란하다.
백종원은 티븨 앞에서 자신을 사마리아 사람으로 떠벌리고 다니지만 사실 그는 크레타 사람'이다. 쇼맨쉽이 지나치면 생쇼'가 되는 법이다. 소설가 김훈의 의고체 스타일을 살짝 빌려 당신을 꾸짖고져 하노라. " 요사스럽다. 곡을 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