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싱어 VS 너의 목소리가 보여
동양에서 아버지는 " 섬김 " 의 대상이지만 서양에서는 " 속물 " 의 대상이다. 그래서 제롬 데이비스 샐린저의 << 호밀밭의 파수꾼 >> 에서 콜필드는 중산층 가정의 위선에 염증을 느껴 3일 동안 가출을 감행한다. 이 빌어먹을 집구석 !
홀필드에게 있어서 아버지 세대에 대한 염증은 마데카솔 연고 따위로 아물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이 불멸의 성장소설이 불멸의 고전이 된 이유는 서양의 피 끓는 중2들이 콜필드의 퍽유-정신'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모든 콜필드는 성인이 되면 집구석에서 탈출한다. 볼 거 다 보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못 볼 것도 다 보고 자랐으니 집구석에서 배울 것은 별로 없는 것이다. 반면, 동양에서 아버지는 초월자'다. 아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아버지를 능가할 수 없다. 제논의 역설에서 발이 빠르기로 소문난 아킬레스가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듯이
아들이 아킬레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신었다 해도 지팡이를 짚고 걷는 늙은 아버지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항상 못난 놈이다. 아버지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 불초 소생(不肖小生) " 은 아버지를 닮지 못한(不肖- ) 어리석은 자식(-小生)'이란 뜻이다. 그렇기에 아들이 아버지를 초월한다는 것은 역린'에 해당되는 대역'인 셈이다. 아무리 못난 아비라 해도 아들 앞에서는 당당하며 숭고하다. 결국, 나이가 유세인 셈이니 꼰대의 시발점'이다. 콜필드가 16살에 " 아버지, 부디 조까세요 ! " 라고 소리친 후 가출했다면 동양의 홍길동은 첩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신분 차별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큰절하며 " 부디, 만수무강하십시오 ! " 라고 흐느껴 운다. 한밤중에 애끊는 단장의 세레나데'에 울지 않은 이, 없었으랴.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겠으나 내 독서 취향은 홍길동보다는 아버지, 부디 조까세요 _ 라고 말하는 서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비록 3일 동안의 반항이기에 콜필드의 저항은 용두사미이기는 하나 내게는 통쾌한 소설'이다. 뭐, 사실...... 홍길동은 출가해서 산도둑이 되었으니 둘 다 피장파장인 셈이다. JTBC 음악 프로그램 << 히든 싱어 >> 는 << 홍길동뎐 >> 보다는 << 호밀밭의 파수꾼 >> 에 가깝다. 원조 가수는 아버지'이고 모창 출연자는 아들인 셈이다.
<< 히든 싱어 >> 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자웅을 겨룬다. 원본과 사본의 대결인 셈이다. 대부분은 아버지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만 몇몇은 아버지를 초월하여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은 노래 실력으로 우승한다. 신승훈의 아들(신승훈 모창 도전자)은 결국 최종 라운드에서 아버지를 무릎 꿇게 만들었으며, 조성모의 아들-들은 아버지인 조성모를 2회전에서 무릎 꿇게 만들었으니 아버지를 극복한 아들들인 셈이다. 아따, 후덜덜하다 ! 이 맛에 << 히든 싱어 >> 를 본다. << 히든 싱어 >> 가 아버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아들의 욕망을 다룬 서사'라면 tvn의 << 너목보 >> 시리즈는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한 짝짓기 놀이'이다.
<< 너목보 >> 에 출연한 초대 가수는 열성과 우성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초대 가수는 최종적으로 좋은 옥석을 골라야지만 파이널 무대에도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일 수 있다. 성공할 수 있을까 ? 이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히든 싱어 >> 가 " 불초소생 " 의 서사를 파괴하는 전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 너목보 >> 는 " 청출어람 " 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몇몇 실력자는 초대 가수'보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이니 말이다. 형(초대가수)보다 뛰어난 아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 너목보 >> 도 전복적 미학이 돋보인다. 이 세계는 형보다 뛰어난 아우도 많고 아버지보다 훌륭한 아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