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소   문   과       권    력    :











풍문으로 들었어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습관 고치라고 말했는데

길에서 걸으면서 책 읽는 거 말야


- 밀크맨 中



                                                                                  


아무개 아들 아무개가 내 가슴을 총으로 찌르고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하면서 나를 쏘려고 한 날이 밀크맨이 죽은 날이었다 ㅡ 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 문장치고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는 << 밀크맨 >> 의 첫 문장은 작가를 꿈꾸는 예비 독자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소설 도입부의 이 첫 문장 때문에 5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 전체에 긴장감을 주면서 끈질기게 독자의 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레이먼드 챈들러(아마도....)는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일단 총부터 등장시키라고 충고했는데 애나 번스는 시작부터 " 총 - 찬스 카드 " 를 꺼내든 셈이다.  위기 상황일 때 꺼내드는 것이 < 비장의 카드 > 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나 번스는 과감하게 첫 문장부터 총을 꺼내들어 승부수를 띄웠으니 변칙이라면 변칙에 가깝다.  애나 번스는 축구 경기에서 경기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경기 후반부에 교체 투입되는 히든 카드 " 조커 " 를 전반전 경기 시작부터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이 작전은 훌륭했다. 첫 문장 덕에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 


왜 아무개 아들 아무개는 화장실에서 주인공 여자 가슴을 총으로 쿡쿡 찌르면서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욕을 했을까 ?  아무개 아들 아무개 씨의 진짜 이름은 아무개는 아닐 터이니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밀크맨은 주인공과 어떤 관계일까 ?  밀크맨의 직업은 우유배달부인가, 진짜루 ??!  시작은 암살과 폭력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정치 스릴러'처럼 보였지만 읽다 보면 열여덟 소녀의 끊임없는 입말과 독백으로 이루어진 성장 소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 나 " 는 가시적인 폭력 행위보다 비가시적인 소문이야말로 자신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복종하게 만드는 폭력의 한 형태'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 나 " 에 대한 소문은 성별화된 위계질서를 지지하는 지역 공동체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각색되어 유통된다. 총보다 무서운 것은 말이고 격발된 총알보다 빠른 것은 소문의 속도다. 이 소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을 모두 다 익명으로 처리했는데 익명 뒤에 숨은 소문의 폭력성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화자인 " 나 " 가 입말이라는 형식을 빌려 토해내는 또래 언어'가 시종일관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읽다 보면 디스토피아 가상 소설처럼 보이지만 책을 덮고 뒤돌아서는 순간 이 세계가 한국 사회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소녀가 꽃뱀으로 오해를 받는 가상의 사회보다 더 고약한 사회는 한 여성이 단지 브래지어 착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상한 여자'로 낙인을 찍어 기어코 살해하는 한국 사회다. 누군가는 설리의 죽음 앞에서 죄의식도 없이 이런 식으로 말을 할지도 모른다.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습관 고치라고 말했는데, 노브라로 걸으면서 돌아다니는 거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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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배 위에서 가위바위보








                                                                                                 어제는 불알후드 모임에 참석했다. 밤꽃 향기 작렬하는 중년들의 알탕 모임'이 탐탁지는 않았으나 외곽에서 꽃바람이라도 쐴 요량으로 오리고기 요리'로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모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류의 만수산 드렁칡 잡담이 꽃을 피우니 참말로 더티하리 ! 


나는 세상 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구탱이에 앉아서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치 쪽으로 흘렀다. 누군가 민식이법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그는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법 적용의 평등성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의 처벌 형량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처벌하는 ‘윤창호법’과 같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중대한 범죄인데, 아무리 어린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 해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라는 것만으로 과실로 인한 사고와 같은 처벌을 한다는 건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정치 성향은 중도'라고 말했다.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 자세로 들여다 본 결과라는 소신을 강조했다.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 많았다. 구석에서 오리발을 닭발처럼 뜯으며 조용히 술을 마시던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 혹시 영화 << 타이타닉 >> 보셨어요 ? " 그는 흔쾌히 보았노라, 대답했다. 내가 말했다. " 배가 침몰할 때 승객이 구명보트으로 갈아타는 장면 있잖습니까 ? 그때,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 순으로 구명보트에 탑승하잖아요. 형씨 말대로라면 이 장면도 대표적인 불평등입니다. 


목숨은 하나인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구명보트에 승선할 기회가 뒤로 밀려나니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죠. 타이타닉 선장이 아이와 여성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려고 할 때 형씨는 우왕좌왕하는 승객을 향해 이렇게 소리쳐야 합니다. 어디서 조팝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야 ! 어이, 선장, 어디서 노약자 우선 주의야. 수박 씨 발라먹는 소리 하지 마쇼. 누구 목숨은 귀하고 누구 목숨은 천하오 ? 목숨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오. 그러므로 구조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되오.        


아마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조팝에 볍씨 쌈 싸먹는 영화가 되엇을 겁니다. 그는 내 주장에 화끈하게 발끈했다. 민식이법을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타이타닉 얘기냐며 어이없어 했는데 그 표정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멘트를 날리며 호탕하게 웃었던 아나운서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자꾸 기계적인 중립과 법의 평등주의를 강조하기에 나는 이렇게 되받아쳤다. " 형씨 얘기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이 단지 스쿨존이라는 이름만으로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보다 과중 처벌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  


20대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20대 여성입니다. 또 다른 강간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피해 여성이 7살 여자아이입니다. 두 사건 모두 남성이 여성을 강간한 사건이니 동일한 형량이 주어져야 하나요 ? 포르노가 합법은 미국은 아동 포르노에 대해서는 엄격해서 아동포르노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10년 형이 부여되는 데 이것도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겁니까 ? "  그는 타이타닉 비유 때보다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통사고는 고의성이 없다는 점에서 민식이법과 미성년 강간 사건은 종류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캬,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뒤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 몇 년 전에 이런 기사가 난 적 있습니다. 사소한 다툼으로 주먹질이 오가는 싸움이 발생했는데 상대방이 죽은 사건이었습니다. 과실치사'죠. 그런데 법원은 가해자의 주먹을 무기로 봤습니다. 왜냐하면 프로 격투기 선수였거든요. 그래서 가해자는 과실치사에 따른 집행유예가 아니라 징역형을 살았습니다. 이 경우 가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겁니다. 자신이 격투기 선수가 아니었다면 과실치사에 따른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텐데 직업이 격투기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치사에 따른 징역형이 선고되었으니 법의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생각하겠죠. 


그 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한 싸움이 주먹질로 인해 피해자가 사명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격투기 선수인 피고인은 자신의 주먹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었어야 합니다. 그 사실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죄를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달리는 자동차는 격투기 선수의 주먹보다 더 위험한 무기'이죠.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민식이법은 마을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이죠. 


형평성과 평등권 그리고 형벌의 비례성 원칙이 중요하다고 칩시다. 형씨가 타이타닉에 승선한 승객이었어요. 구명보트에 오를 티켓은 오로지 가위바위보로 결정됩니다. 형씨가 네 살 여자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겼다고 칩시다. 당신은 구명보트에 올랐어요. 구명보트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비규환입니다. 그때 당신은 검은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여자아이를 발견합니다. 그 풍경, 평화롭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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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함부로 밟지 마라










  직히 말하자면 : 꾀죄죄하며 별 볼 일 없는 캄캄한 인생이어서 내 인생을 고백할 때에는 사실과 허구를 섞는 경향이 있다. 마치 맹탕인 맹물로 국물 요리를 할 때 조금이라도 괴기 : 부모 고향이 충청도라서 옛 어르신들은 " 고기 " 를 항상 " 괴기 " 라고 말씀하셨는데 고기라는 단어보다는 괴기라는 단어가 보다 간절하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괴기는 7,80년대 레트로 서정이다  맛을 느껴볼 요량으로 쇠고기 다시다 조미료를 넣듯이 말이다. 김혜자는 혜자스럽게 그래, 이 맛이야 _ 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맛은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의 영역이지 않은가. 


그 판타지를 즐긴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가난한 자에게 쇠고기 다시다 조미료는 논픽션의 맛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하여,  내 글에서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어느 부분이 논픽션인가 라고 묻지 마시라.  국물에서 조미료 맛이 난다고 해도 모른 척하는 것이 음식을 만든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다.  대장금의 홍시론(論)은 장금이가 어리니까 용서가 되는 것일 뿐이다.  옛날에 놀이터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  봄밤에 담배를 피우다가 내 그림자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다.  내 키보다 길어서 부러웠던 그림자였다. 


가끔 혼잣말을 하는지라 혼잣말로 부럽다 _ 라고 말하자 그림자가 벌떡 일어나는 사건이 있었다.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 흉내를 내는 노숙자'였다. 노숙 생활이 부끄러워서 그림자 행세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쓰레기통 그림자도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내 그림자를 흉내 냈던 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주로 그림자 노동1)에 지쳐서 직장과 집을 뛰쳐나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 미국은 홈리스들이 1400만 명이랍디다. 엘에이나 샌프란시스코를 가 보세요. 거지가 그렇게 많은 도시는 LA와 SF가 유일할 거예요. 그런데 왜 서울에는 거지가 안 보이는 줄 아세요 ? 


다, 그림자 행세를 하기 때문이에요. 담배 한 대 빌릴 수 있을까요? " 우리는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림자 행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 당신처럼 자기 그림자를 물끄러미 보면 우리는 숨쉬기가 거북하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 말이에요. 대부분은 그림자에 대해 관심이 없죠.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지요. 세상 사람들이 그림자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 서럽기도 하지만 때론 그게 마음이 편해요.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시간이 깊어져,  나는 내 그림자를 놀이터 공원에 남겨두고 떠났다. 


어제 공원에서 그림자 넷이 꽁꽁 얼어서 동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내가 두고 온 그림자 생각을 하게 된다. 밥은 먹고 다니는지, 사람들 발에 자주 밟히지는 않는지, 물끄러미 바닥을 보는 이 때문에 숨쉬기가 불편하지는 않는지.....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 그림자 함부로 밟지 마라. 당신이 아무 생각없이 그림자를 밟는 짓은 누군가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다. 



​                      

1) 그림자 노동  :  노동을 했지만 보수를 얻지 못하는 무급 활동으로,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직접 주유를 하는 셀프 주유소, 비대면 거래를 위해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모바일 뱅킹,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저렴한 상품을 사기 위해 정보 수집을 하는 행위 등이 그림자 노동에 해당한다. 셀프서비스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며,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그림자 노동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저임금 일자리가 없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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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0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내가 남자를 싫어하는 이유 : 









밤꽃 향기 작렬하는 불알후드의 욕망에 대하여 









    내가 모시던 직장 보스는 법인 카드를 백지수표처럼 남발하는 권력을 가진 이'였다. 그가 개인적으로 결제한 법인 카드 1년 결제 금액은 1억이었다. 결제 금액의 팔 할, 아니 구 할은 술값이었고, 구 할의 구 할은 룸살롱 비용이었으며 룸살롬 비용의 구 할은 2차 성매매 금액이었다. 놀랍지만, 이 모든 것은 진실이 십 할. 하,, 지금 돌이켜보면 그 풍경은 씨팔 ! 보스의 시다바리 역할을 해야 했던 나는 밤마다 지옥을 경험했다. 영화 << 넘버 3 >> 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 분)이 남자란 자고로 벤츠 타고 룸살롱 가서 시바스 리갈 마시며 


여자 젖가슴 주무르는 것이 남성 성공 서사'라고 말하지만 나는 보스 시다바리 하느라 룸살롱에서 공짜로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헬오브지옥이었다. 일단, 양주를 좋아하지 않았고 술자리에 여자가 옆에 있어야 술맛이 난다는 불알후드의 밤꽃 향기 작렬하는 허세를 혐오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기회가 되면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으나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였다. 하지만 그때 내 임무는 보스를 숙소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일이었다. 때로는 판이 큰 난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계 파워 인물 톱 10이 모여서 화끈한 뒤풀이를 펼친다. 룸살롱 입장에서는 하루 수입이 천만 원이 훌쩍 넘는 행사이다 보니 그 지역에서 최고의 미녀를 섭외한다. 이 자리에서 난장이 펼쳐진다.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스펙타클은 룸살롱 안에서 펼쳐진 집단 섹스'였다. 최고 우두머리가 테이블 위의 양주와 안주를 손으로 휘저어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라 바지를 내린다. 당구공보다 작은, 미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원형 두 짝이 달랑거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그는 파트너를 테이블 위에 불러 섹스를 한다. 


그리고는 명령을 내린다. 모두 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해 !!! 이 말과 동시에 파워 랭킹2,3,4,5,6,7,8,9,10人은 지퍼를 내리고 섹스를 하기 시작한다. 만약에 " 때씹 " 을 거부하는 인간은 배신, 배반, 관계대명사를 부정하는 투부정사의 투투용법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그곳에서 섹스를 했다. 그때 누군가 노래방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김현정의 단칼이라는 노래였다. 미친듯이, 화끈하게, 템포 빠른 김현정의 인기 댄스곡에 맞춰. 우리는 모두 이 박자에 맞춰 에브리바디 두 잇 !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보스의 시다바리를 위해 참석한 1인이었으나 이 난장 파티에서 예외는 없었다. 파트너는 강제로 내 바지 지퍼를 내렸다. 당시 나는 성전환을 위해 남근을 단칼에 베어 버린 상태였다. 파트너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긴 침묵이 흘렀다. 여자는 갑자기 내 위에 올라 섹스 행위를 연기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발기 불능의 공포라기보다는 집단 발기의 공포라고나 할까 ?  왜, 모두 다, 우리는, 그때, 꼴렸을까 ? 정말 묻고 싶다. 모두 다 꼴렸어야 했냐 ?  정말 궁금했다.  이 글을 읽는 이는 모두 경악하겠지만 모두 다 꼴린 남자들은 바로 당신의 동생이기도 하고, 


당신의 남편이기도 하고, 당신의 애인이기도 하고, 당신이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테이블 위에 올라 때씹을 강요했던 우두머리는 한때 한국 영화를 자지우지하는 인물이었고, 한국 영화사에 남을 걸작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그 파티에 동참했던 한 사람은 감동적인 책을 쓰기도 했다. 오랜 만에 김현정의 " 단칼 "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그때 그 룸에서의 집단 군무가 생각났다.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칼 같이 흔들었던. 때씹이 끝난 후, 보스는 나에게 노래 한 곡을 신청했다. 나는 38870번을 눌러 정차식의 << 할렐루야 >> 라는 노래를 불렀다. 아버지, 오후만 되면 눈물이 나요. 수난은 계속 되겠죠 ? 기억도, 떨리는 눈빛도. 아버지, 마르고 닳은 기침이 나요. 겨울만 계속 된대요....... 할레루야. 할레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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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19-12-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거 실화임?? 너무 궁금해서 결국 여쭤봅니다^^;

2019-12-12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괭이 2019-12-12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군요, 헉.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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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팝   잎 에   볍 씨   쌈   싸   먹 는   맛   :











볍씨와 조팝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추장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설탕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엿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떡과 조미료와 어묵으로 만든 " 떡볶이 " 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맛'이다. 시장에서 파는 분식 순대 맛이 어느 가게를 가나 맛이 똑같은 이유는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순대를 전국에서 팔기 때문이다.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재료 대신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는 가공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표준화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하기에 스페셜한 맛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먹을 식(食)의 세계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 홍시론(論 > 이 대세다. "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는데 홍시가 홍시가 아니라 하옵시면 볍씨입니까 ? "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기계식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재료만으로 만든 요리를 가지고 식품 공장 맛이 아니라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김)혜자스럽게 말하면 조팝 잎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처럼 들리게 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평택 떡볶잇집(모퉁이 집 분식) 에피소드에서는 떡볶이 맛의 팔 할을 차지하는 고추장을 직접 만드는 식당 주인'이 등장한다. 고추장이야말로 떡볶이 맛을 좌지우지할 화룡점정이다 보니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해 만든 양념이다. 그런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고추장이 아니다 보니 예상 가능한 식품 공장 떡볶이 맛이 아니다. 직접 만든 수제 양념장이다 보니 공장에서 파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가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스페셜하다면 스페셜한 맛인데 예상 가능한 입맛에 익숙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낯선 맛'이다. 이때, 등장하는 요리계의 팅커벨, 신데렐라, 장발장, 허준 백종원 요정 님께서 등장하신다. 해법은 간단하다. 식품 공장 공장장이 만든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찍힌 손님의 반응은 혜자스럽다. 그래...... 이 맛이야 !  


돈오를 경험할 때 머리 위로 폭죽이 터지는 싸구려 불꽃 특수효과처럼 여기저기서 폭죽 터진다. 나는 이 장면이 매우 기괴했다. 떡볶이의 미덕은 어딜 가나 예상 가능한 맛'에 있다.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식재료만으로 만드는 분식이기 때문이다.  서초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이나 전남 구례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이나 똑같다. 그것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는 햄버거가 표준화와 계량화에 의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내는 것과 같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 감탄사를 남발한다면 그 사람은 태어나서 햄버거를 처음 먹어보거나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때 감탄을 남발하면서 먹지 않는다. 그런데 왜 모퉁이집 분식 손님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엄지 척을 외치며 김혜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일까 ? 간단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 때문이다. 의사가 가짜 약을 주며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했을 때 진짜 약이라 믿었던 환자의 병세가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효과 말이다.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은 전형적인 돌팔이 약장수 전략을 구사한다. 미디어라는 공신력은 일종의 하얀 의사 가운이다. 백종원은 골목 식당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후광을 입고 의사 흉내를 낸다. 


이 약 한 번 잡샤봐봐 ~  곡기 끊은 이의 마른 입에서  군침이 박연 폭포처럼 쏟아질 것이요, 씹을 때마다 다금바리 향내가 진동할지니...... 오오, 내 요리가 너희들의 혓바닥을 발기하게 만들지어다. 혓바닥이여, 꼴딱 서라. 딱딱하게 발딱 서라 !  너의 뼈 없는 혓바닥이 발기하는 기적을 경험하라 ! "  뭐, 이런 조팝 잎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에 시청자는 홀딱 속는다.  마치 자신의 혓바닥이 발기하는 환상통을 경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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