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                                                     


조 팝   잎 에   볍 씨   쌈   싸   먹 는   맛   :











볍씨와 조팝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추장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설탕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엿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떡과 조미료와 어묵으로 만든 " 떡볶이 " 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맛'이다. 시장에서 파는 분식 순대 맛이 어느 가게를 가나 맛이 똑같은 이유는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순대를 전국에서 팔기 때문이다.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재료 대신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는 가공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표준화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하기에 스페셜한 맛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먹을 식(食)의 세계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 홍시론(論 > 이 대세다. "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는데 홍시가 홍시가 아니라 하옵시면 볍씨입니까 ? "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기계식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재료만으로 만든 요리를 가지고 식품 공장 맛이 아니라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김)혜자스럽게 말하면 조팝 잎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처럼 들리게 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평택 떡볶잇집(모퉁이 집 분식) 에피소드에서는 떡볶이 맛의 팔 할을 차지하는 고추장을 직접 만드는 식당 주인'이 등장한다. 고추장이야말로 떡볶이 맛을 좌지우지할 화룡점정이다 보니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해 만든 양념이다. 그런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고추장이 아니다 보니 예상 가능한 식품 공장 떡볶이 맛이 아니다. 직접 만든 수제 양념장이다 보니 공장에서 파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가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스페셜하다면 스페셜한 맛인데 예상 가능한 입맛에 익숙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낯선 맛'이다. 이때, 등장하는 요리계의 팅커벨, 신데렐라, 장발장, 허준 백종원 요정 님께서 등장하신다. 해법은 간단하다. 식품 공장 공장장이 만든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찍힌 손님의 반응은 혜자스럽다. 그래...... 이 맛이야 !  


돈오를 경험할 때 머리 위로 폭죽이 터지는 싸구려 불꽃 특수효과처럼 여기저기서 폭죽 터진다. 나는 이 장면이 매우 기괴했다. 떡볶이의 미덕은 어딜 가나 예상 가능한 맛'에 있다.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식재료만으로 만드는 분식이기 때문이다.  서초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이나 전남 구례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이나 똑같다. 그것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는 햄버거가 표준화와 계량화에 의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내는 것과 같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 감탄사를 남발한다면 그 사람은 태어나서 햄버거를 처음 먹어보거나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때 감탄을 남발하면서 먹지 않는다. 그런데 왜 모퉁이집 분식 손님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엄지 척을 외치며 김혜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일까 ? 간단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 때문이다. 의사가 가짜 약을 주며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했을 때 진짜 약이라 믿었던 환자의 병세가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효과 말이다.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은 전형적인 돌팔이 약장수 전략을 구사한다. 미디어라는 공신력은 일종의 하얀 의사 가운이다. 백종원은 골목 식당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후광을 입고 의사 흉내를 낸다. 


이 약 한 번 잡샤봐봐 ~  곡기 끊은 이의 마른 입에서  군침이 박연 폭포처럼 쏟아질 것이요, 씹을 때마다 다금바리 향내가 진동할지니...... 오오, 내 요리가 너희들의 혓바닥을 발기하게 만들지어다. 혓바닥이여, 꼴딱 서라. 딱딱하게 발딱 서라 !  너의 뼈 없는 혓바닥이 발기하는 기적을 경험하라 ! "  뭐, 이런 조팝 잎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에 시청자는 홀딱 속는다.  마치 자신의 혓바닥이 발기하는 환상통을 경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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