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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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 술도가에서 엿도가까지, 모두 나와라 !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리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 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걸죽한 입말의 향연'이 압권이다. 욕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소설 속 봉달이'는 좀 띨띨한 물자지'다. 사내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오죽했으면 봉달이 마누라의 욕정'을 온 동네 남정네들이 채워줬겠는가. 봉달이 마누라는 방석집 작부였다. 내가 < 순정 > 에 나오는 욕 배틀을 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직업의 다양성'이다. 아, 그 옛날의 사라진 가게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자지 봉달이 아저씨는 저잣거리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상점'을 일일이 호명하는 것 : ① 술도가 ② 농약가게 ③ 고무신 장수 ④ 기름 파는 장수 ⑤ 떡 쪄서 파는 장수 ⑥ 말고기 장수 ⑦ 쌀 가게 ⑧ 소리사 가게 ⑨ 철공소 ⑩ 목공소 ⑪ 철물점 ⑫ 대장간 ⑬ 도장집 ⑭ 엿도가 ⑮ 고물상'이 달동네 저잣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처음 듣는 낱말도 많을 것이다. 술도가는 술을 만들어 도매하는 집을 말하고, 소리사'는 얼마 전에 종적을 감춘 레코드 가게'를 말하며 엿도가는 엿 만들어 파는 가게를 말한다. 킁킁, 한 마디로 엿 먹으라는 거지. 그리고 철공소, 철물점, 대장간'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르다.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쌀 가게'가 독립적 형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여기에 두부집, 국수집 등등의 집집집'을 합치면 옛날에는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골목에 포진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 딱 세 가지 있다. 치킨집, 핸드폰 가게, 커피숍. 피씨방, 교회...... 이게 다다.

 

이처럼 골목 상권'은 세월이 흐를 수록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버렸다. 옛날에는 술도가가 고무신 장수에게 고무신을 사면, 고무신 장수는 그날 번 돈으로 옆집에서 기름을 산다. 그리고 기름을 판 기름 장수 만식 씨'는 봉달 씨 마누라가 하는 막걸리집에 가서 막걸리'를 마신다. 말귀'가 빠른 사람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돈의 흐름이 골목 상권을 중심으로 해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그 당시의 상거래는 일종의 품앗이'다. 봉달 씨가 기름 팔아줬으니 만식 씨 또한 막걸리집에 가서 막거리 한 사발 마시는 거다. 돈, 돌고 도는 것 !

 

그런데 이러한 상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거대 공룡 < 이마트 > 의 출현이다. 이마트가 입점하는 순간 술도가에서 시작해서 엿도가까지 모두 엎드려야 한다. 납작, 엎드려야 한다. 술도가'는 엿도가'가 파는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하는 이마트 엿을 먹기 위해 그곳에서 엿 먹어 ! 도장 가게, 쌀 가게 주인도 모두 이마트 엿 먹어 ! 그렇게 되면 수입이 줄어든 엿가게 만식 씨'는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가던 이발소를 석 달에 한 번 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발소는 ?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한순간에 이 저잣거리'는 불황이 닥친다. 수입이 시원치 않으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장 저렴한 이마트 가서 라면을 사는 것. 저잣거리는 이런 식으로 폐허가 되는 것이다.

 

이마트가 위험한 이유는 쌍끌이 전략 상술뿐만이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옛날에는 돈이 돌고 돌았다. 엿도가가 번 돈은 술도가의 주머니로 들어오고, 술도가는 그 돈으로 엿도가 마누라가 하는 막걸리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이마트'가 등장하고부터는 이 거대 기업에서 벌어들인 돈은 서울 본사로 직행한다. 돈은 지역에서 번다. 그리고 이 돈들은 삼성 가문 자제들'이 프랑스 백화점에 가서 루이비통을 사는 데 소비된다. 지역 사회'는 돈이 풀리지 않으니 장기적으로 불황이 닥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마트 구조가 골목 상권을 망하게 만든 주범이다.

 

우리는 흔히 이마트 같은 거대 할인 마트'를 서민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 싸잖아 ! " 내가 이마트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이마트'보다는 백화점'을 공격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클린턴은 " 병신아, 문제가 경제야 ! " 라고 말했듯이 나 또한 " 멍충아, 문제는 백화점이 아니라 이마트야 ! " 라고 말하고 싶다. 이마트'는 친서민 기업이 아니다. 이건희'는 1억짜리 옷을 입어야 한다. 이건희에게 우리가 10만 원 양복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폭력이다. 이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것은 백화점 고객들의 사치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자신의 꼬리'를 야금야금 먹고 있는 이마트 이용자들이다.

 

조금 더 불친절하고, 조금 더 비싸도 골목 상권을 위해서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착한 소비'다. 그래야지 술도가, 도장집, 소리사, 말고기 주인, 엿도가들이 다시 나타나서 왁자지껄 거리를 물들게 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봉달 씨 마누라'와 그짓을 했어도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 의기양양하던 봉달이 아저씨'는 사고'로 죽는다. 불쌍한 봉달이 아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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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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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그이 어데 있노 ? "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유행에 민감하거나 유행에 ( 전혀 ) 민감하지 않거나. 그런데 유행에 민감한 사람'을 두고 감각'이 있다고는 하지만 개성'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사실, 개성이란 유행'이라는 획일성'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다. 문체도 마찬가지다. 조경란이나 은희경의 문장을 보고 감각이 있다고 칭찬할 수는 있으나 개성 있는 문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김훈의 문장을 보고 감각 있다고 말하는 것'은 ( 솔직하게 말하자면 ) 그 작가에 대한 모독이다. 좋은, 문장의 조건 중에 감각'은 여러 가지 좋은 예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개성'은 좋은 문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성석제는 훌륭한 작가'다. 황만근'은 바보'다. 띨띠리, 띨빵, 반편이, 쪼다-쉬, 빠가야로, 기봉이, 영구, 헐렁이, 개구리, 깍두기'다. 하지만 그'는 사실 알차다. 신대리 농민들이 모두 빚더미'에 시름시름 앓을 때에도 우리의 만근'은 근면과 성실로 가계 빚 하나 없이 잘 산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마을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는 < 마을길 풀깎기, 도랑 청소, 공동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게 때때옷을 입히는 > 일도 한다. 궂은 일은 모두 도맡아서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이 정도면 이름값'한다.

 

그렇다. 그의 이름, 만근'이 아닌가 ! 한 근'에 560g 이니, 만 근'이면 6000kg'이요, 그램으로 따지면 6000000g, 톤으로 따지면 6톤, 관으로 따져도 1600관이다. 니미럴 ! 이 정도의 무게'면 어처구니보다 무시무시한 놈'이다. 하지만 신대리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반근이1'라고 놀린다. 그렇다, 사람들은 그가 바보라는 이유로 만근이라는 이름을 < 돼지고기 반근만 > 한 " 반그이 " 라고 부른다. 만근이라는 무게감 있는 이름은 < 누구맨구로 반동가리가 났 > 다. 반 근'이라면 300g인데, 무시해도 유분수지, 만근이를 좆만한 놈'으로 빈정거리는 것이다. 아이콩, 너무, 므므므므... 무시한다 ! 그런데 황만근'이 사라지자, 그의 부재'는 생각보다 큰 구멍'이다. 그는 돼지고기 반 근'이 아니요, 좆만한 놈도 아님이 판명난다.

 

 

" 만그이 자슥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놈의 똥냄새, 여리가 싸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속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

 

 

성석제의 단편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는 제대로 된 입 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소설이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쏟아지는 걸죽한 구술'을 솜씨 좋게 기술'하는 작가의 능력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그는 반근'이 보다 반그이'가 주는 사실적 구술의 힘'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리얼리티'가 본질적으로 서사의 속도'를 감속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가 쟁취한 빠른 속도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의 문장은 매우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다. 그것은 마치 쉼표 없이 진행되는 악보' 같다. 쉴새없이 지나왔지만 노래'가 끝나고 났을 때 밀려오는 그 둔중한 멜로디' 말이다. 성석제의 < 황만근 > 은 속도의 힘, 구술의 힘'이 보이는 단편이다. 여러분에게 읽기를 권한다.

 

 

 

 

 

 

+

 

그 많던 바보'는 다 어디 갔을까 ? 반편이, 광년이, 띨띠리, 쬬다, 헐렁이, 만복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조롱과 경멸이 부끄러워서 숨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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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페니스를 찾아서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리처드 펑.

 

포르노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수많은 영화 보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포르노를 흥미있게 관찰하는 이유'는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장치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포르노의 주체는 남성 관객을 겨냥한다. 게이 포르노 감독인 리처드 펑의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는 게이 포르노에 숨겨진 인종차별적 장치'를 읽어낸다. 배치는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혹은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배치'는 용납하지만, 백인남성과 흑인여성'이 한 조가 되는 포르노는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그것은 포르노의 주요 고객인 남성들이 백인여자와 동양 여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포르노 속 흑인'은 무대의 주인공이기보다는 우람한 페니스'만을 위한 까메오 출연에 불과하다. 파농의 지적'처럼 포르노에서 흑인 남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백인 사회의 성적 관대함 때문에 아니라 우람한 페니스 때문이다. 파농은 " 흑인은 가려진 채 페니스로 전환된다. 그가 바로 페니스인 것이다. " 라고 말한다.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의 경우는 사정 시 백인 남성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흑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에서는 사정하는 흑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여성의 몸 위로 분출하는 거대한 남근의 폭풍 방사'를 집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게이 포르노는 더욱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이다.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남성 혹은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 간의 교접'은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교접'이 평등한 성적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인과 동양 남성의 결합에서 남자 역할은 백인이고 여자 역할'은 동양인이 맡는다. 그러니깐 동양 남자'는 깔리고 서양 남자'는 항문성교의 주체가 되어서 동양 남자의 자그마한 엉덩이를 서양의 큰 손으로 잡는다. 워, 워워워. 이건 성적 평등'이 아니다. 왜냐하면 깔린 동양 남자'는 백인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백인은 마초이고, 동양 남자'는 계집애'다. 이 판타지는 결국 백인 남성이 동양 남자'를 강간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거꾸로 동양 남자가 백인 남성'을 강간하는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것인가 ?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런 포르노는 없었기 때문이다.

 

 

 


 

 

 

 

킹콩.

 

 

 

 

나는 영화 킹콩‘을 < 서로 사이즈’가 달라서 할 수 없는, 섹스리스‘에 따른 수컷의 욕구 불만 > 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을 때, 주위의 알싸한 냉기를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음담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이는 잡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이 말‘은 농담도 아니고 음담도 아닌 진담’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영화 킹콩‘은 성적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한 < 사이즈 > 는 동종이 아닌 이종’에 대한 유머였다. 그들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나 또한 그들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종간 교잡, 그러니깐 이종교배‘에 대한 서구 백인 사회’의 혐오가 반영된 영화‘다. 서구 백인 중심 사회’에서 보았을 때 킹콩‘은 유색인종’이다. 짙은 갈색에 콧대 낮은 얼굴‘은 명백한 흑인에 대한 은유이다. 그리고 킹콩의 “ 그것은 ” 얼마나 우람한가 ! 다른 말로 하면 거대한 흑인이 아름다운 백인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 짙은 갈색, 낮은 콧대, 굵은 터럭'은 아프리카 흑인'을 연상시킨다.

킹콩'은 덩치 좋은 아프리카 흑인이다.

 

그런데 백인 중심 사회에서 백인 여성을 향한 흑인의 성적 욕망‘은 불경한 것’이다. 다른 인종 간의 교접‘은 금기’이므로 사회적 징벌은 불가피하다. 거세 아니면 죽음이다. 영화 킹콩‘은 알렉스 헤일리가 쓴 소설 < 뿌리 > 의 서사와 유사한데 킹콩은 백인에 의해 잡혀온 노예 “ 쿤타킨테 ” 다. 그러므로 영화 속 백인은 흑인 노예 사냥꾼’이거나 양복 입은 노예 거간꾼' 들이다. 그들은 뉴욕이라는 노예시장‘에 킹콩을 전시한다. 힘 좋은 “ 놈 ” 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진보적 좌파 오락 영화‘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 은 없다. 하지만 유색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가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젠 체하는 영화평론가들 대부분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명백한 은유인 포비아’를 모른 척한다.


한류 스타 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닌자 어세션 > 또한 할리우드 백인 중심 사회의 이종교잡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마초 영화 속 주인공의 섹스 파트너‘는 모두 백인여성들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비의 러브라인은 흑인여성’과 맺어진다. 사실 이 속내를 뒤집어보면 유색인종과 백인여성과의 섹스 씬‘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노골적인 거부’를 엿볼 수 있다. 백인 마초 영웅이 흑인이나 아시아 여성과 정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수도 없이 보았지만 반대로 흑인이나 아시아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섹스 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은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의미한다.1

 

- 영화 닌자어쌔신'은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끼리 놀아라, 라고 말한다.

 

킹콩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인종차별적 거부'에 대한 집단적 은폐'이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가 미국'에게 삿대질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할 수준'도 안된다. 사실 한국 사회의 제 3세계'에 대한 경멸'은 수준 이하'를 떠나서 박약'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이 배우는 생활 한국어 중 하나가 " 때리지 마세요 " 와 " 욕하지 마세요 "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기보다는 치욕스러운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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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볼 : 우린 죽지 않아!!!

 

 

 

 

 

 

 

 

 

 

 

 

 

 

 

 

아웃사이더'들이 하나 둘 모여서 외인구단'을 만든다. 이들은 모두 재능은 있으나 마인드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낙오자(들). 이런 이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 구단주는 시리즈 기간 내내 단 한 경기'라도 지지 않을 경우 20억이 넘는 돈을 준다는 파격 제안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무패의 신화'를 이룩한다. 만화 같은 이야기다. 당연하다. 지금 나는 이현세의 < 공포의 외인구단 > 이라는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니깐 말이다. 이런 만화 같은 이야기'는 종종 재현되고는 한다. 템파베이의 기적'이 그 좋은 예이다. 템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0.01 % 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팀을 응원했던 나는 0.01%의 기적을 위해서 템파베이를 응원했다. 그리고 템파베이는 마지막 경기에서 8회말 7 : 0에서 7: 8 로 승리를 거둔다. 아, 눈물이 났다 ! 야구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야구 관련 서적은 모두 열혈 야구 마니아들에 의해 쓰여진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야구 전문 기자의 회고담이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 톰 고든... > 은 보스톤 레드삭스 팬인 킹의 헌사 같은 작품이고, < 야구의 심리학 > 또한 야구 팬'인 심리학자의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봄이 오면 야구가 시작된다.

 

 

 


 

 

 

 

 

실미도를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볼 때마다 전립선에 걸린 중년 남성'처럼 실실 웃음이 나서 극장 안에서 혼자 실실거렸던 그 실미도. 1000만 관객 동원의 신화! 그 영화를 지금에서야 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흥행 대박 때문에 특별 보너스'를 받기도 했으나 나는 이 영화가 지독하게 혐오스러웠다. 소리만 지르면 연기가 된다고 착각하는 설경구, 코맹맹이 목소리 때문에 늘 거슬렸던 안성기의 연기'는 기대 이하'였고, 촌스러운 색보정, 점프컷을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위험한 편집'은 영화적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개인적으로 10만 예상했으나 1000만이어서 의아해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내가 싫어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백과사전과 같았다. 남성적 서사'에 대한 체질적 혐오'를 가진 나는 건들건들 건달 새끼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 우린 죽지 않아 !!!!!!" 를 외칠 때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야, 이 시부럴 놈들아 ! 소리 칠 때 느낌표 ( !! ) 두 개'까지만 사용하자.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다. 고함인지 함성인지 모를 남성성의 과시'를 듣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남성연대'를 위한 판타지'에 불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극장문을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이유는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서사'가 읽혔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 어라, 이것봐라 ?! " 했다. 알고 보니 좋은 영화'라는 말이 아니다. 영화는 볼 때마다 점점 더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 스포츠 영화 > 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 가시'가 많은 민물고기 살을 바르듯 조심스럽게 뜯어보면 이 영화는 영락없는 < 공포의 외인구단 > 이거나 < 우리 생애 찬란한 순간 > 이다. 그러니깐 " 실미도 " 는 시시껄렁한 실력을 가진 놈들을 훈련시켜 최고의 팀'으로 조련시키는 장소다. 지옥 훈련 과정'을 통과할 때마다 실미도'는 무적이 된다. 최강이 된다.

 

스포츠 영화답게 그들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김일성의 목을 따는 것 ! 그것이 바로 실미도 부대가 넘어야 할 최종 목표다. 그들은 김일성의 목'이라는 이름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고된 훈련을 견딘다. 실미도 부대 대장인 안성기는 코맹맹이 소리로 금메달을 따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은 사라지고 부와 신분이 보장된다고 부대원을 독려한다. 대충... 그런 이야기. 그렇다, 강우석'은 스포츠 영화를 전쟁영화'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것이다. 도대체 뭐가 다른가 ? 좋게 말하면 상업적 안목이고, 나쁘게 말하면 능청'이다.그나마 이 영화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은 스포츠 서사'를 전쟁 서사'로 변용시킨 시나리오의 힘이다. 꽤 알차다. 아이러니하게도 밤꽃 냄새 작렬하는 남성 판타지 영화의 시나리오'를 여성이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미친년처럼 실실거린 이유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딱딱하게 발기된 자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훈련 도중 다리'를 다친 찬석/강성진'이 동료들을 향해 울면서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감동적으로 울먹일 때 상필/정재영'은 외친다. " 우린 죽지 않아 !!!!! " 나는 이 말이 꼭 자신의 발기한 남근을 향한 바람'처럼 들렸다. 나의 남근은 죽지 않아. 아침마다 눈 덮인 후지산을 보게 될 것이야.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IMF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난 초라한 남성성'에 대한 위기 의식'이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는 그 옛날의 아버지가 아니다. 고개 숙인 아버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 남성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자 남성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등장한 영화가 < 실미도 > 다. 영화 속 남성들은 모두 나는 죽지 않는다고 외친다. 고개 숙이느니 차라리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장렬히 전사하리라. 바로 이 지점에서 남성들은 희열을 느낀 것은 아닐까 ?

 

남성들이 여성을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펼쳐야 할 경쟁자'라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바로 IMF'였다. 경제적 몰락'은 곧 남성성의 몰락'을 의미했다. 단단한 남근이었던 아버지는 하루 아침'에 흐물흐물한 물자지'였음이 뽀록났다. 아, 아버지의 몰캉몰캉한 개불 ! 아버지는 서해 바다 더러운 짠물 먹은 개불이었어. 이러한 위기 의식은 곧 여성에 대한 이유없는 혐오로 이어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 ** 녀와 김여사의 반복적 재생'은 아침에 후지산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야기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침에 후지산을 못 보면 어떤가 ? 나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후지산을 본 적이 없다. 후지산은커녕 도봉산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럭저럭 살고 있다. 후지산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여성을 혐오하지는 않으련다. 그놈의 자지'가 뭐 그리 훌륭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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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0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포츠 서사'를 전쟁 서사'로 변용..! 그렇네요. 그래서 전 극장에서 끝까지 그럭저럭 봐냈는지도..
그런데 페루애님 실미도에 스텝,으로 참여하셨나요..? 글 읽다보니..

아, 실미도, 하면 전 영화보다 예전에 병원 입원했을 때 옆 침대에서 복막염 앓으시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실미도를 들먹이면서 계속 정치 얘기를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고 입원 기간 내내 괴로웠다능..
퇴원하면서 쾌재를 불렀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7 21:09   좋아요 0 | URL
스텝은 아니었으나 뭐 쪼무라기'라면 쪼무라기'였네요.. 후후....
실미도 참... 촌스러운 영화죠. 경상도 사람들이 참 좋아할 영화입니다. 사나이의 뜨거운 혈맹.. 등등.
보수들이 좋아할 영화임요...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엄청 짜증나게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실미도 좋다고 하는 사람과는 친구 안 하기로 했어요..

참 병신같다 2014-04-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찌질이에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남자네요 당신같은 사람을 어떤 여자가 좋아할런지^^ 차라리 그게 더 낫죠 당신같은 사람과 결혼하는 여자만 불쌍해져요 남자가 이런 찌질이라니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5:30   좋아요 0 | URL
인정 ! 헤헤... 언제 한번 널 찾아내서 불알 따고 싶다... 기다려라..
 

 

 

 

 

아주 오래 전, 극장에 갔다.

 

 Super 8 by Brock Weaver

 

버스 회수권'은 다른 친구'들에게 십 프로 저렴한 가격에 판다. 학교'는 걸어간다. 지각은 내 의무이며 체벌은 내 몫이다. 쌓이는 것'은 지갑 속 동전'. 이제 훈육주임의 박달나무'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 두려운 것은 당신의 늙은 자지일 뿐 ! 그 옛날 나는 주말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일요일'이 오면 나는 아침 일찍 칠십삼 번' 뻐스'를 타고 금호동'에 갔다. 종점에서 출발하여 종점에서 내리는 꼴이다. 도시락' 두 개'를 넣은 가방'이 묵직하지만 발랄하게 ! 드디어 도착이다. 아침 아홉 시 혹은 열 시. 반짝반짝' 빛나던 학교 철문 대신 어두운 극장 문' 열고 들어간다. 일요일'에는 스케줄'은 빡빡하다. 동시상영관 금호'에서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또 다른 삼류 극장인 현대' 보인다. 뛰어가면 3회 상영 시작 전' 입장할 수 있다. 뛴다.

 

현대 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 두 편을 보는 동안' 극장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 . . . 오늘도 물레방아는 돌고, 저 배우'는 날마다 흰색 란제리'를 입고 애마'를 탄다. 물에 젖은 란제리는…… 여배우가 노브라와 노팬티‘였음을 증명한다. “ 죄송합니다! 좌석 라 열 A 18번 관객님. 제가 눈이 나빠서 그러는데 젖은 란제리의 거무퉤퉤한 부분.. 그거... 그것인가요, 아니면 얼룩인가요 ? ” 여자의 털입니다 !

 

, 하는 신음소리가 수컷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당당한 음모 노출 시대. G20'이잖아요. 현대 극장을 나오면 어둠'이 슬쩍 내려앉는다. 이쿠. 늦었어! 포레스트 검프'처럼 다시 달린다. 마지막 종착역'혜성'극장이었다. 하루,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총 여섯 편'. 그날 본 줄거리가 섞인다. 그러니깐 란제리 입은 부인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 철수는 와신상담 백신 프로그램을 개, 발해는 감수성이 함락되어서 감우성이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외치면서 퇴장. 그때 애인이 란제리 차림으로 뛰쳐나와 ! 후두둑, 비가 와. 창밖엔 잠수교가 보인다.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편지를 써 ( 정말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사랑을 해.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보여 !   

 

머리가 핑 돈다. 금호동'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오는 동안 내내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이다. 이때 라디오에서 서울 경기 지역 호우주의보를 알린다. “ 서울은 태풍 사라의 영향으로 시간 당 백 미리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어 통행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는 재난정보국을 찾아 ...... ” 그때였다 !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 한다. 문이 열리자 비에 홀딱 젖은 여자가 급히 버스에 오른다. 흰색 란제리를 입은 여자다. 란제리는 비에 젖어 레깅스처럼 살에 철썩 달라붙었다. 가슴에는 검은 점 두 개가... 그리고 그 아래 Y 자 지점에서는..... 죄송합니다 ! 혹시 저거 얼룩인가요? 아니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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