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2 - 유배지에서 만난 생물들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애들은 항구에 가 고기잡게 말지어다

여덟발 문어에게  걸려들까 무서워라

- 정약용

 

큰 놈은 길이가 7~8자에 이른다. 동북 바다에서 나는 놈은 길이가 2장(丈) 정도 된다. 머리는 둥글고 머리 밑은 어깨처럼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의 아랫면에는 국화꽃 모양의 단화가 두 줄로 늘어서 있다. 이것으로 물체에 달라붙는데 일단 물체에 달라붙고 나면 그 몸이 끊어져도 떨어지지 않는다. 항상 바위굴 속에 숨어 있다. 돌아다닐 때는 다리 밑의 국제( 국화 모양이 발굽 ) 을 사용해서 나아간다. 여덟 개의 다리 한가운데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입이다. 입에는 매의 부리와 같은 이빨이 두 개 있으며, 매우 단단하고 강하다. 장어는 물에서 나와도 죽지 않지만 그 이빨을 빼버리면 곧 죽는다. 배와 장이 오히려 머리 속에 있고, 눈은 목 부분에 있다. 몸빛깔은 홍백색이지만 껍질을 벗겨내면 눈처럼 흰 살이 드러난다. 국제는 붉은 빛깔이다. 맛은 달고 전복과 비슷하다. 회로 먹어도 좋고 말려 먹어도 좋다. 뱃속에는 사람들이 온돌이라고 부르는 물체가 들어 있는데 이것으로 종기를 치료할 수있다. 물에 개어 바르면 단독( 피부병의 일종 ) 에 신통한 효험이 있다.

- 자산어보, [ 장어, 속명 문어 ] 중. 현산어보를 찾아서 2'에서 발췌

 

 


 

 

 

 

 

文漁 : " 어머, 어머머머 ! 그건 정말 오해예요. "

 

 

 

 

우리 선조들은 유선형의 몸매에, 지느러미가 있고, 비늘이 있는 비쥬얼'을 선호했다. 그래서 맛은 있지만 비쥬얼이 약한 갈치나 멸치'는 대상을 낮잡아 부르는 ~ 치'로 끝나는 반면에, 맛은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몸매는 훌륭한 숭어나 민어'에게는 한자 ~ 魚' 로 분류했다.

 

 한글은 상놈들이나 배우는 문자'라고 생각했던 당시의 한글 경시 사상'은 물고기 이름에서도 그 흔적을 알 수 있다. 못난 물고기는 순우리말 이름'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독자'는 내 주장에 헛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반격'을 할 것이다. 문어, 그렇다 ! 문어'는 사실 징그러운 바다 물고기'이다. 유선형의 몸매도 아니고, 비늘도 없고, 지느러미도 없다. 더군다나 뱀처럼 생긴 다리 8개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이란 ! 이토록 흉물스러운 물고기'에게 왜 고고한 족보인 < ~ 魚' > 를 선사했을까 ?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먹물'이다. 문어의 먹물'은 선비가 늘 가까이 해야 한다고 하는 문방사우 중 하나가 아니었는가 ? 사정이 그러하니 이 징그러운 물고기에게 ~ 어'라는 직급을 하사하고 그 앞에 文'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아, 잘난 양반들의 그 지랄같은 한문 숭배란......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 해서 한글을 만드신 것이 아닌가 ? 그 깊은 뜻도 모르니 세종대왕은 광화문 광장'에 앉아 한숨만 쉰다. 그 먹물은 그 먹물과는 다른 먹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먹물이 그 먹물과 같다고 우기는 먹물들의 검은 속내'에 또 한 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줏대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그에 비하면 서양인은 최소한 일관성'을 유지했다. 다음에 나열한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쥐가오리, 문어, 낙지, 아귀. 

 

서양에서는 위의 물고기를 모두 devilfish'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쥐가오리, 낙지, 오징어, 문어, 아귀'를 통틀어서 악마의 물고기'라고 부른다. ( 사실 아귀의 경우는 조선 어부들도 재수없다고 해서 그물에 잡혀 올라오는 즉시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물텀벙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 이처럼 서양 사람들이 데빌피쉬'라고 하면서까지 이들 물고기를 혐오하는 까닭은 성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구약성서 레위기'에 보면 지느러미가 없고,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마라, 라는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있고 비닐이 있는 생선을 선호하는 취향은 동서양 모두 동일한 모양이다.

 

 

실 美는 어느 정도 전세계적 공통분모다. 아무리 문화적 차이가 난다고 해도 콩고 사람들 또한 박지선 사진보다는 김태희 사진을 보며 미인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문화적 속사정'이 있다 보니, 서양인들이 보기엔 한국인의 산낙지 시식은 언빌리버블한 것이다. 오, 오오오오마이갓'이다. 박찬욱의 < 올드보이 > 에서 서양인들이 경악스러워 했던 장면은 망치'로 사람 머리'를 공격하는 장면이 아니라 최민식이 산낙지 먹는 장면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더군다나 살아 있는 다리로 입술을 더듬는, 아 ! 낙지 낙지 산낙지. 그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을 것이다. 므, 므므므므므므므시므시하다.

 

문어에 대한 혐오와 공포'는 허먼 멜빌의 < 백경 > 에서도 드러난다. 소설 속에서는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가 한판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가 이겼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들은 존나 스펙타클하게 싸웠다. 서양인들은 당연히 문어나 오징어 따위'를 악마라고 해서 고래를 응원했겠지만 먹물을 숭배하던 조선 선비들은 입장이 달랐을 것이다. 고래 이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서양인을 보며 쌍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맞아, 그래 그래.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 뜬금없이, " 그래 그래 그랬을 것이 분... " 따위'는 곰곰생각하는발의 독특한 문장력이라고 이해해달라. " 고래 이기라고 고래고래 ~ " 에 대한 라임을 맞추기 위한 장단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이게 무슨 책 리뷰인가, 라고 욕을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한 마디 한다. 내 맘이유 !   

 

 

서양인의 문어/오징어 혐오증은 크라켄'이라는 괴물에서 정점을 이룬다. 크라켄은 일종의 대왕오징어나 대왕문어'인데 쥘 베른의 < 해저2만리 > 에서 괴물로 등장한 이후, 해양 어드밴쳐 영화에서는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괴물이 되었다. 악당으로써 오죽 인기가 많았으면 < 케리비안의 해적 3 > 에서도 크라켄이 등장했겠는가. < 스파이더맨 > 에서의 그 유명한 " 닥터옥토퍼스 " 는 어떤가 ? 크라켄은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배를 두 동강 내는 주범으로 찍혔다.

 

 

하지만 문어'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면 서양인들의 이 혐오'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닐 수 없다. 문어는 물고기 중에서도 머리가 매우 뛰어난 종이다. 오죽하면 물속의 유인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를까. 또한 문어는 자신의 몸을 주변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꾼다. 바위가 되었다가, 산호초가 되기도 하고, 얼룩무늬뱀이 되기도 한다. 정말 똑똑한, 스마트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녀석이다. 나는 옛날부터 옥토퍼스'를 좋아했다. 인간과 괴물의 대사투'에서 언제나 괴물을 응원했다. 인간들은 죽거나 말거나......

 

사실 괴물'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휴머니스트'이다. 왜냐하면 괴물'이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괴물과의 사투를 통해서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911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나서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심리와 동일하다. 911이후 콘돔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돌진한 괴물들이 남기고 간 선물이 아니었을까 ? 이처럼 괴물은 인간을 파괴하기 위해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티'를 복원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존재이다. 우리는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성찰하게 된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족의 재발견이다. 괴물은 인간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옥토퍼스의 난동이 끝나면 생존자들은 비로소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랑이란 폐허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것, 타이타닉에서 두 청춘 남녀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빙하'라는 이름의 옥토퍼스가 배를 두 동강 냈기 때문이다. ( 옛날 사람들은 배를 두 동강 내는 주범으로 대왕오징어나 크라켄을 지목했다. ) 옥토퍼스'란 어쩌면 그들의 사랑을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이었는지도 모른다. 페허에서 나눈 키스는 괴물이 당신들에게 선사한 선물이다. 문어는 그런 존재다. 그는 휴머니스트이다.

 

 

-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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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03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새삼 문어님의 은밀하고 사려깊은 매력을 듬뿍 느끼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5:34   좋아요 0 | URL
문어, 몸을 변화시킵니다. 카멜리온보다 더 뛰어난 색 변화'가 있어요. 순식간에 이루어지죠.
1초면 몸 색깔이 변해요. 카멜리온보다 한 수 위이고.
문어 지능은 개'보다 높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대단한 녀석이에요.
물고기 지능 중 돌고래 이런 녀석들과 대결이 가능한 겁니다. 엄청난 녀석들이에요..

히히 2013-06-0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 살 터울 언니와 저는 참으로 많이 싸우며 자랐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 보다 더 호랑이 같던 둘째 오빠는 자기가 학교에서 당한 벌을 우리에게 똑같이 작동시켰습니다.
적이였던 우리 둘은 아군이 되고 끈끈한 정을 발산하며 우리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곤 하였지요.
당시 우리 오빠는 정말 괴물이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4 13:55   좋아요 0 | URL
전 내 동생과 한살 터울이어서 정말 죽기살기로 싸웠습니다. ㅎㅎㅎㅎ
저도 형이 있느데 어릴 땐 무지막지하게 막고 살았음요..
 

 

 

 

  

 

10분 사회 : 중심 지향적 한국 사회.

 

 

 

 

 

집'이라도 하나 얻을까 하고 생활정보지에 실린 부동산 정보를 살펴보면 대부분 역에서 " 걸어서 10분 거리" 임을 강조하지만, 턱없이 정보만 믿고 찾아갔다가는 큰코 다친다. 턱 빠지고 코 다치는 꼴이 된다. 10분은커녕 뛰어야 가까스로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런가 하면 막상 걸어서 10분'인 곳은 " 걸어서 10분 거리 " 대신 " 걸어서 5분 거리 " 라고 과장 광고를 한다. 이처럼 단박에 들통 날 뻔한 거짓말'인데도, 한국인은 태연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몸에, 밴 것이다. 한국인은 거짓말'에 익숙해진 것이다.

 

만약에 집을 보러온 사람이 < 걸어서 10분 거리 > 가 허위 광고'라고 지적하면, 오히려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 어, 디서 오셨수 ? " 한국 사회에서 사소한 거짓말은 거짓말 축에도 끼지 못한다.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반성이 아니라 똥 밟았다는 생각부터 한다. 그러니 반성으로 이어질 턱이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거짓말. 윗놈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아랫놈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한국인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불같이 화를 낸다. 거짓말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 한국인은 서구인과는 달리 공익제보자나 내부고발자'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고백하는 자에게 화를 내고, 거짓말이 뻔히 보이는 말에는 방긋 !

 

 

 

내 이름은 곰곰생각하는발 ! 그래서 곰곰 생각해 보았다. < 거짓말의 일상성' > 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 적당히 > 라는 부사에 답이 있는 듯싶다. < 적당량 > 의 반대말은 < 계량 > 이다. 왜냐하면 계량은 부피와 무게를 측정한 값이지만 ,

 

적당량'은 말 그대로 적당히'다. 한식 문화가 대표적이다. " 어느 정도 넣을까요 ? " 라고 물으면 대뜸 돌아오는 대답은 " 적당히 !!! " 다. 그걸 누가 모르나 ? 소금도 적당히 넣고, 고춧가루도 그냥, 대충, 적당히 넣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비계량화된 영역이 바로 한식 문화이다. 한식이 세계화'에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한식은 근본적으로 계량 스푼'으로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적당량의 반대말은 계량'이다. 한국 사회는 적법한 절차를 밟고 꼼꼼하게 따지는 행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려고 하면 꽉 막힌 사람'이라는 쉰소리부터 듣기 십상'이다. 이들은 군대에서 고문관이란 소리를 듣거나 직장에서는 눈치 없는 직원이라는 대우를 받게 된다. 근대화를 거치는 동안 에티켓 문화'가 발달한 유럽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나라'처럼 보일 것이다.

 

 

 

 

<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 에 위치한 주거지는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동시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리'이다. 한국 사회는 <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 의 확장판'이다. 역을 중심으로 역세권이 형성하듯이, 한국인은 어떤 특정 중심'에서 멀어질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중심을 향해 똘똘 뭉친다. 말이 똘똘이지, 사실은 그리 똘똘한 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선진화된 국가일수록 집단성을 강조하는 국가주의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중심으로 달려드는 본능적 운동성'은 마치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정자를 닮았다. 아파트 문화는 한국인이 얼마나 집단 내 소속에서 안정감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는 죽는 것이다. 노스페이스의 교복화'가 단적인 예이다. 사자가 노리는 것은 소 떼가 아니라 도망치는 소 떼'에서 뒤쳐진 소'다. 안 그렇소 ? 유행에 민감한 촉은 이미 뉴요커를 앞지른다. 따라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이 낳은 집단적 히스테리'이다. 텔레토비는 꿈동산에서 모이고, 부자는 강남 8학군 아파트'로 모인다. 그뿐이랴, 모든 가게'는 역세권으로 대동단결한다. 중심지향적이다.

 

한국은 10분 사회'이다. 한식이 슬로우 푸드라는 말은 이제는 새빨간 거짓말이 되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지 10분 안에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깐 10분이란 아주 묘한 접점'이다. < 주문 후 10분 > 은 한국인이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어떤 한계점'처럼 보인다. 그것은 시간성이다. 반면 < 역세권 10분 > 은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와 중심 지향적 성향이 투영된 욕망이다. 그것은 공간성이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10분이다.

 

묘, 하다.

 

-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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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03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합의된 거짓말 내지 기만을 거스르는 데엔 정말 용기가 필요한 세상 같아요.
젊었을 때 그 기만, 거스르거나 폭로하면 모난 돌 정 맞을까봐 꾹꾹 참고 살아왔는데
요즘엔 그게 그렇게 억울하네요. 화병 났습니다. 이젠 참지 않고 살까 합니다. 철이 거꾸로 든다는...
(말만 이리 해놓고 또 꾹꾹 속을 눌러 담을 한 주가 시작됐네요. 상큼한 아침 누리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5:36   좋아요 0 | URL
요 아래 마립간 님이 정말 똑부러지게 정의를 내려주셨군요.
저도 사실 거짓말하고 대충하고 그런 성격이지만
꼼꼼히 따지고 그런 걸 실천하려는 사람까지 왕따를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하겠더군요.
군 고참 중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데 왕따였어요...

마립간 2013-06-0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양의 중요한 차이점 중에 하나가
서양은 정직(신념 윤리)를 우선을 하는 반면 동양은 충성(책임윤리)를 우선으로 합니다.
저와 같이 신념 윤리(정의)를 책임윤리보다 앞서 생각하는 사람에게 우리 나라는 살아가기 불편한 사회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5:37   좋아요 0 | URL
이거 제가 아무리 해도 마립간 님의 간결한 정의에는
두 손 두 발 다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신념 과 책임의 대립입니다.
책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종종 조직의 은폐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책임보다는 신념이 우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히히 2013-06-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식에서 적당히는 엄마의 손맛으로 성화시킬 수 있는 지푸라기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대략, 적당히'는 뱉은 사람의 주관을 둘러 포장하는 단어입니다.
일 대충해 - 내 마음에 들게 대충해
몸 상할라 적당히 공부해라 - 상위 5%만 들어가면 돼
대략 얼마면 집 짖겠는데요 - 추가비용은 별도 생각하세요
....

돌리지 말고 계량으로 덤비란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5:39   좋아요 0 | URL
한국 사회 10분이라는 말로 대충 설명이 가능해요.
앗. 저도 대충이라는 말을... 저야말로 대충 하는 인간이거든요.
 

 

 

 

 

 

 

 

 

 

 

 

 

 

 

 

청어람미디어 vs 사흘

 

폐족'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노무현'이 아니라 정약용 가문이다. 명문가는 하루 아침에 폐족이 되어 귀양을 떠나야 했다. 후에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돌아와 명예를 회복하고 천수를 누렸으나, 형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生을 마감한다. 방대한 저서를 후대에 남긴 동생 정약용과는 달리 형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남긴 것은 몇 권이 안 된다. 그중 하나가 < 자산어보 > 다. ( " 유배지에서 남긴 그의 저서로는 『자산어보』와 함께 정부의 소나무 정책에 대해서 쓴 『송정사의』와 우이도에서 홍어를 유통하던 문순득이라는 사람이 바다에 표류하였다가 오키나와, 필리핀 등을 거쳐 4년만에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을 듣고 저술한 『표해록』등이 있다. " 고 합니다.  )

 

조선 시대 가장 명민한 선비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는 물고기와 하루 종일 놀다가 쓸쓸히 귀천하였다. 이태원의 < 현산어보를 찾아서 1,2,3,4,5 > 는 정약전이 기록한 흔적을 찾아떠난 기록'이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단 지은이'는 200년 전 정약전이 쓴 < 자산어보 > 에 나오는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리고는 흑산도의 어류 생태'를 관찰한다. 정약전이 본 물고기와 저자가 본 물고기'를 통해서 저자는 200년 전에 흑산도에서 쓸쓸히 죽어간 정약전과 소통한다.

 

여행기행문이면서 동시에 생태학이면서 도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약전 선생의 평전으로 읽어도 좋다.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메타 픽션으로 읽어도 좋다.  여기에는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취재한 땀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7년이라는 긴 세월이 묻어 있다. 노력은 작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400컷에 가까운 세밀화와 800컷이나 되는 사진, 그리고 섬세한 레이아웃은 출판사'가 이 책에 헌신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만하다. 좋은 책은 출판사가 만든다. 그리고 좋은 독자'라면 적어도 이 책은 읽어야 한다.

 

종종 작가가 쓴 글은 뛰어난데 출판사 때문에 욕을 먹는 책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프 다이어가 쓴 < 지속의 순간들 > 이다. 사진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이다. 대부분 사진이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직사각형 행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이 선보인 판형은  끔찍한 것이다. 이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본과 거의 흡사하다. 비교를 해보니 가로 크기'가 동일하다. 그러니깐 독자가 흔히 접하는 일반 판형보다 가로 폭이 좁고 세로가 길다는 말이다. 내가 이 판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가로 폭이 좁기 때문에 책 속에 삽입된 사진이 상대적으로  작게 인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132mm 라는 가로 폭에 사진을 맞추다 보니 사진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 ( 이 책을 번역한 한유주의 이상한 번역체'는 일단 논외로 하자. )

 

의문점은 왜 굳이 일반 판형도 아닌 변형판으로 책을 뽑았냐는 것이다. 시각 이미지가 강조되는 책'들은 대부분 가로 크기를 키운다. 어린이 그림책 판형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당수의 그림책은 길쭉한 직사각형보다는  정사각형에 가깝다. 그 이유는 이미지'를 키우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출판사 < 사흘 > 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평범한 영화 감독은 훌륭한 대본으로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고 해도 형편없는 대본 가지고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충무로에 떠도는 이야기'이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는 좋은 책을 형편없는 책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청어람미디어'에서 나온 이 책은 명불허전이다. 야구에 빗대서 말하자면 구단 선수들도 열심이지만 구단 또한 열정'적으로 참여한 결과이다. 그나저나 LG는 가을 축제에 나갈 수 있을까 ? 가을 축제에는 전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구도 있다. 십 년 넘게 기다렸다. 이젠 지친다.

 

 


 

 

 

 

 

숭어'에 대한 불편한 진실

 

물고기 이름은 주로 - 치'와 - 어/魚'가 많다. 물고기 이름이 궁금하여 " 내가 제일 잘 나가 ! " 라고 외치는 지식인'들에게 물어보니 < ~ 치 > 는 순우리말로 물고기를 나타내는 종결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치'로 끝나는 물고기 존함'이 모두 순우리말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멸치'에서 멸'은 업신여길 멸'이거나 멸할 멸'로 기록되어 있으니, 옛사람들은 몸집이 작다고 해서 제대로 무시한 것 같다. 그리고 꽁치'에서의 꽁'은 아가미 근처에 구멍이 있다고 해서 빌 空'와 합쳐져서 꽁치'가 되었다고, 그런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객관적 사실'이다. 자, 지금부터 쓰는 글은 모두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추론이다. 일리'있는 추론이라면 열렬한 박수를,  황당하다고 생각하면 신랄하게 반론을 제기해도 된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 ~ 치 > 로 끝나는 물고기 이름은 가장 오래된 원형'에 가깝고, < ~ 어 > 로 끝나는 이름은 " 원형의 변형 " 에 가깝다.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갖는 것은 멸치와 꽁치'에서 보듯이 왜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었을까, 였다. 멸치에서의 멸이 한자 滅/蔑'이라면 뒤에 오는 치' 또한 -魚'로 불려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 않을까 ? 물론 무슨무슨 어보'에는 멸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생활 입말'에서는 멸치'가 대세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 아... 궁금해서 미치겠군요. 나의 시냅스는 똥구멍에서 등골을 거쳐 빠르게 간뇌'와 소뇌를 거쳐 측두엽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과연 이 미스테리를 풀 수 있을까 ?

 

 

답은 간단하다. ~치' 대신 ~어'로 부르기 싫은 것이다. 물고기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양반 사회의 더러운 차별주의를 엿볼 수 있다. 사실 그 시대 양반 사회'에서는 양반이 아닌 하층민'에게는 한자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있다 해도 그저 개똥이, 간난이, 몽실이,  순둥이'라고만 불리웠을 뿐이다. 한자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름은 어느 정도 신분이 보장될 때에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잘난 양반'들은 멸어 대신 멸치'라고 부른 것이다. 그들은 공자 맹자 순자 덕자'를 외치며 어른 행세를 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굉장히 저질이었다. 몸집이 작다고 멸해도 된다고 정의하다니 !

 

 

어, 어, 어자로 끝나는 이름은 많다. 양반들은 어떤 물고기에게는 어'라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어떤 물고기에게는 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 기준이 무엇일까 ?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우선 대부분 ~ 어'로 끝나는 물고기는 잘생겼다. 잘생긴 물고기의 대표적 존함이 바로 < 숭어 > 다.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멸치의 멸을 멸할 멸'로 부르더니, 잘생긴 숭어'에게는 숭배할 숭'자를 써서 숭어'라고 부른다. 물고기 세상에서는 원빈 정도 된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키에, 날렵한 유선형의 몸매, 초롱초롱한 눈. 누가 봐도 잘생겼다. 보면 꼴린다. 맛도 좋다. 씹으면 달큰하다. 아, 아아아. " 씹 " 으면......

 

 

그러니깐, 이름에 - 魚'가 들어간 물고기는 숭어'를 표준으로 해서 유전적으로 보기 좋은 물고기'에게 한자 이름을 하사한, 일종의 외모 지상 주의적 발상'인 셈이다. 이처럼 < ~ 어 > 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유선형 몸매를 유지해야 하고, 유선형이라고 해도 몸집이 너무 크거나 작아도 안 되는 것이다. 숭어보다 조금 크거나 작아야 한다. 개복치는 몸무게가 300킬로그램이 넘는 거대 복어과의 물고기인데 몸집이 크다고 개- 자를 붙여서 " 개복치 " 라고 부르고, 멸치는 작다고 죽어도 좋은 놈으로 정의한다. 참치는 유선형의 몸매이나 덩치가 크다고 < ~ 어 > 라는 감투를 못 받고, 넙치는 넙적하다고 탈락된다. 갈치는 어떤가 ? 길쭉하게 생겨서 탈락이다. 색깔로도 차별을 했다. 가물치는 검다고 가물치'라고 불렸다. 하물며 못생긴 꼼치와 아귀는......

 

 

피는 못 속인다고 작금의 성형 열풍은 다 그 옛날 어르신의 외모를 중시하는 DNA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아귀의 몸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재수없다고 버리던 물텀벙이 맛이 좋다는 사실을, 감자와 무를 넣고 간장에 칼칼하게 조린 갈치 조림에 침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그 양반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멸치'는 국물을 낼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생선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여기에는 한글을 경시하고 한자를 숭배했던 사대주의자들의 볼썽사나운 꼰대 정신'을 엿볼 수 있어서 불편했다. 그것이 바로 기득권이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고 멸시하며 조롱했는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요리사를 굳이 쉐프'라고 부르는 욕망과 무엇이 다를까 ?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말하면 와, 와와와와와 하는 천박한 리액션'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영어, 몰라도 된다. 혹시... 영魚?!

 

 

 

 

+

-치' 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 사람 > 을 낮잡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 저런 치들과 놀아나지 마라 " 할 때의 그 < 치 > 다. 양아치, 장사치 할 때의 - 치' 또한 대상을 낮게 볼 때의 의미'다. 양반들이 보기엔 자신이 속한 계급을 제외하면 모두 천박한 치'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물며 비린내나는 생선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를 처음에는 싸잡아서 ~ 치'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 치' 중에서 보기 좋은 놈들은 골라서 ~ 魚' 라는 한자를 하사했다. ( 치와 어'의 분류가 비늘이 있고 없고 에 따라서 구분되었다고 주장도 있다. )  하여튼 이 의도적인 이분법적 분류에는 한자 사대주의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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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0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물고기들 이름 어원으로 살펴보는 한자 사대주의.. 끄덕끄덕. :)
헌데 곰곰발님, 요즘 정녕 물고기들에 꽂히신 겁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2 13:30   좋아요 0 | URL
물고기는 이미 오래전에 꽂힌 지 오래입니다.
다음 생은 물고기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개싸리 2013-06-0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산어보~ 지은이는 이태원이고 정약전은 자산어보 말고도 저서가 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2 14:17   좋아요 0 | URL
앗 그렇습니까... 정태원... ㅋㅋㅋㅋㅋ 아놔...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정약전'의 저서가 유일하다는 것은 유배생활에서 유일하게 쓴 책은 자산어보'가 유일하다는 말입니다. .아닌감 ? 혹시 아시거든 말씀 좀 해주십시요.. ㅋㅋㅋㅋ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2 15:02   좋아요 0 | URL
간단하게 조사해보니 유배지에서도 자산어보 말고 몇 권 더 쓰셨네요.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아, 쪽팔리다.... )

히히 2013-06-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포괄적 우리동네에서 유명한 음식이 아구찜입니다.
제가 어릴적엔 꼬들꼬들하게 마른 아구를 사용한 찜이 대부분이였는데 지금은 생아구를 씁니다.
여기에서는 아귀를 물텀벙이라고 하는데 위의 글에서는 물메기를 말하는 것 같으네요.
미더덕 만큼 자신있는 생선이 물메기입니다.
큰바다에서 잡은 것 보다 곱을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은 이 바다의 물메기는 추워지기 시작하면 슬슬나오기 시작하여
김장철(12월중순)에 그 맛이 최고입니다.
시집와서 제일 놀란 음식이 시어머님께서 끊여주신 물메기탕입니다.
술 좋아하는 남편은 환장을 하구요. 감기라도 올라치면 얼른 대령시킵니다.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듯이 처자식을 어깨에 짊어지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제가 손님 오면 자신있게 선보이는 음식이 아구수육입니다.
중요한 건 수육에는 대빵 큰 아귀를 쓰면 더욱 맛나요. 그래야 내장맛이 끝내준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5:42   좋아요 0 | URL
대구시군요. 아귀를 물텅벙이'라고 하면 인천 같기도 하고요. 인천에서는 아귀를 물텅벙이'라고 하더라고요.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뭔가 어류 쪽으로 해박하신 것 같습니다.
물메기탕 좋죠. 비싸서 못 먹음.... -_-
누가 그러더라고요. 내장이 좋아지면 어른이 된 것이다, 라고 말이죠.
전 옛날에 내장만 보면 인상을 찡그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내장이 맛있어요..

히히 2013-06-0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동네선 숭어는 고개도 못내밀어요.
떼를 지어 다니는 숭어는 홀치기낚시로도 충분히 많이 잡을 수 있는 흔한 생선이거던요.
저는 생선중에서 멸치를 제일 좋아하는데
볶은 것 보다는 덤석덤석 잔파 썰어넣고 무쳐내면 우리 두딸과 저는 감탄이 절로나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6:58   좋아요 0 | URL
저도 숭어 맛 잘 모르겠습니다. 숭어 맛 없어서 안 먹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멸치회'예요. 아니다 생멸치 무침'이라고 해야하나요.
거제도에서 6개월 정도 머물렀는데 아... 멸치무침 먹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 이거 위쪽 사람들은 그 맛을 잘 모를 겁니다.
멸치 무침을 아시는 거 보니 통영 분이시군요 !!!

히히 2013-06-0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멸치요리의 왕은 겨울이 채 가시기전 이른 봄의 생멸치조림이 단연 최고입니다.
상추에 쑥갓과 갓한밥, 그 위에 청량초를 넣어 매콤한 조린멸치를 올려 입안으로 한가득 넣으면 정말 끝내줍니다.
여긴 마산 진동입니다.
바다가 눈 앞에 보여도 어촌이라기 보다는 삶의 터전이 농촌에 가까워요.
봄에는 학꽁치, 미더덕, 도다리
여름엔 장어
가을은 오만둥이, 전어
겨울엔 물메기, 대구
위의 생선은 큰바다에도 많이 나지만 우리동네서 잡히는 것은 곱절을 주고 사먹어도 아깝지 않게 맛나요.
여름에 캥핌 갈 땐 고기 대신 장어를 꼭 가져가서 숯불구이해서 먹는답니다.
그리고 매운탕거리도 잊지않고 챙기지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18:55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멸치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히히 님 재미있게 읽으시겠네요.
부러워요. 통영 참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반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남해'를 그리워하나도
알게 되었고. 좋은 생선은 별다른 양념 없이도 맛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곧 멸치에 대한 포스팅을 합죠.
전에 써둔 글인데 손질해서 올리렵니다.
 

 

 

 

 

    

 

 

 

 

 

 

 

 

 

 

 

 

 

 

 

 

 

 

 

 

 

 

 

 

 

 

 

 

 

 

 

 

 

 

 

 

그리고 내 가방과 사진들 몇 점.

 

 

 

 

 

 

자세한 내용은 http://myperu.blog.me/2018881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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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02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도 개성있게 잘 그리시네요.
카사블랑카 편 서두 이미지가 직접 그림 작품이셨군요.
도대체 못하시는 게 뭡니까..!

새벽 2013-06-02 02: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예상답글: 못하는 게 없습니다. 혹은 그리 잘 그린 것들이 아닙니다.

하하. 편안한 주말 밤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2 03:16   좋아요 0 | URL
하하하.. 못하는 게 별로 없는 1인입니다.

iforte 2013-06-0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책 언제나와요???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5 02:30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밀리언셀러 클럽 1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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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방, 새벽 3시.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어두워지면 집집마다 불이 켜진다. 저녁 7시가 되면 하나 둘 창문에 불이 들어오고 아버지 가방에 들어오신다. 하지만 창문의 풍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녁 8시의 불 켜진 창문도 마찬가지다. 9시도 마찬가지이고, 10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밤 9시와 10시 사이에는 불이 켜지지 않은 컴컴한 창문이 더 궁금해진다. 궁금하다기보다는 쓸쓸한 느낌이다.

 

 

하지만 예외'가 딱 하나 존재한다. 새벽 3시에도 꺼지지 않는 창문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든다. 저 사람은 새벽 3시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그것은 묘한 동료애'를 불러일으킨다.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이른 새벽 3시에 서로 깨어 있다는 사실은 위로'에 가깝다.  너 잠들지 못하고, 나 깨어 있다. 이 황량한 도시에서 말이다. 마법과 같다. 새벽 3시에도 꺼지지 않는 창문은 휴머니즘'이다.

 

 

 

인본주의'란 본래 타자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던가 ? 나는 < 새벽 3시의 불 켜진 창문 > 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잠들지 못할까, 아파서 깨어났을까, 책을 읽고 있을까, 시를 쓰고 있을까, 아니면 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 내가 < 쇼생크 탈출 >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그렇고 그런, 따분한 헐리우드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할리우드 탈옥영화라고 생각했다. 돈 시겔의 걸작 < 알카트라즈 탈출 > 에 대한 오마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쇼생크 탈출 > 보다는 < 알카트라즈 탈출 > 이 더 좋았다. 재미있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영화는 될 수 없다. 궁금하지 않았다. 저녁 7시가 되면 쨍 하고 불 밝히는 창문처럼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몇 번을 더 봤다. 저녁 8시의 관람도 마찬가지였다. 9시, 10시, 11시.......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 3시의 창문처럼 모든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앤디는 어떤 사람일까 ?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된 곳은 석수역에 위치한 < 내 안의 너’ > 라는 모텔 403호실에서 였다. 그날 나는 애인과 함께 벌거벗고 뒹굴었다. 창 밖에는 장맛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나는 여자의 봉긋한 젖가슴과 촉촉한 동굴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자가 새빨간 혀’로 내 젖꼭지를 아릿하게 깨물 때도 좋았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강아지가 어미 젖을 찾듯이 말이다. 침대시트는 흠뻑 젖었고 우리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티븨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앤디를 연기한 팀 로빈스가 말했다. “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 있는 일하는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병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 

 

 

장면이 전환되면 옥상의 죄수들은 땡볕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나는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여자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 후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입 속에 있는 맥주를 내 입 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우리 헤어지지 말자, 아프지 말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영혼이 되자. 나는 방긋 웃었고 여자도 방긋 웃었다. 우린 모두 이 영화를 좋아했다. 아니, 여자는 원래 이 영화를 좋아했었다. 

 

 

우린 이 영화를 함께 서너 번 더 보았다. 세월이 흘렀고 우린 헤어졌다. 헤어졌다기보다는 내가 그녀 곁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녀는 감옥이었고 나는 죄수였다.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고, 두 번째는 우연한 기회에 보게되었으며, 세 번째도 깊은 밤 새벽에 잠을 뒤척이다가 티븨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네 번째, 다섯번째, 여섯 번째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곱 번째 보게 되는 순간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며 스무 번을 넘기면 영원한 걸작이 된다.

 

 

그 여자와의 만남도 그랬다.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자는 그냥 좋은 여자였다,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예의 바른 여자였고, 세번째 보았을 때는 조금 쓸쓸해 보였다. 네 번째는 많이 쓸쓸해 보였고, 다섯 번째는 적당히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일곱 번째 보던 날, 나는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마스터피스였다.

 

 

처음부터 보자마자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영화가 그렇다. 갈대를 흔들리게 만든, 그 느닷없이 다가온 바람의 속도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더 이상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에는좋았으나 다시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에는 싫었으나 나중에 좋아지는 영화도 있다. < 카사블랑카 > 가 그렇다. 옛 애인은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쇼생크 앤딩.  

 

 

 

펼친 부분 접기 ▲

 

 지금까지 쇼생크탈출 시리즈'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영광 있으라.

 

- E N D

 

 

▶ 1. 쇼생크와 여성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6271

▶ 2. 쇼생크와 야구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 3. 쇼생크와 나비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0523

▶ 4. 쇼생크와 왼팔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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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리 2013-06-01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프로필 사진 멋져부러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02:53   좋아요 0 | URL
프로필 5년 전입니다.

새벽 2013-06-0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 쇼생크 탈출을 예전보다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OD로 한 번 더 봐야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02:54   좋아요 0 | URL
네에... 이제 보시면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남성 로맨스 영화로 봐보세요. 은근 재미있습니다.

lacemaker 2013-06-01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새벽까지 안 자고 있습니다. (안 자고 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만!)
이상하게도 요새는 자꾸 낮에 있었던 일들이 몽땅 다 거짓말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어쩌면 낮이라는 시간 자체가.)
그래서 이 밤에 안 자려고 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12:15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레이스메이커 님. 레이스메이크 님은 늘 깨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야행성 같습니다. 밤엔 묘하게 활기가 샘 솟습니다.

히히 2013-06-0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휴머니즘=눈물 ; 내 안에 저장된 불쌍한 진리.
[새벽 3시에도 꺼지지 않는 창문은 휴머니즘'이다] 역시 변이가 매력있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16:4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어느날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오는데 새벽 3시에 말이죠. 언덕길 위로 불켜진 창문이 보이더라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뭐 하고 있을까 ? 어떤 사람일까. 글을 쓰고 있을까 ? 그런 생각말입니다. 결국은 사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 아닙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니 인문학과 새벽3시 창문은 동일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