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어 鯊魚 ]

 

 

 

 

대체로 물고기는 난생이며 암수의 교배에 의해서 새끼를 낳지 않는다. 수놈이 먼저 정액을 뿌리면 암놈은 여기에 알을 낳고, 이렇게 수정된 알이 부화하면 새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상어만은 태생이며, 특별히 새끼를 배는 시기가 없다는 것도 물속에 사는 생물로서는 유별난 점이다. 상어의 수놈에게는 밖으로 드러난 두 개의 생식기가 있고, 암놈의 뱃속에는 두 개의 태보가 있다. 또 각각의 태보 속에는 4~5개의 태가 들어 있다. 이 태가 성숙해지면 새끼가 태어난다.

- 자산어보, 정약전

 

 

여기서 사어'는 상어'를 말한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2 > 는 " 상어박물지 " 라는 꼭지를 따로 두어 80페이지 넘게 상어에 대해서만 다룬다. ( 바다 생물에 대한 고른 배분'보다는 편애'다. 정약전의 편애가 아니라 저자인 이태원의 개인적 관심사인 듯하다. 하긴, 사내들이란 상어와 공룡에 대한 판타지를 영원히 간직한 어른이 아니었던가. ) 상어는 피부 비늘이 매우 거칠고 날카롭다. 손에 베일 정도이다. 옛날에는 나무를 다듬는 사포 대용으로 상어 껍질을 사용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칼을 벼리는 데에도 사용했다고 하니 성격만 거친 것이 아니라 피부 또한 매우 거친 녀석이라 할 수 있다.  짐승의 가죽이 쇠를 죽이는 것이다. 상어는 3억 5천 년 전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이는 진화가 덜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 상어 사. 모래 沙 에 고기 魚가 합친 한자'다. 한자 조합만으로도 상어 껍질이 모래처럼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어는, 그러니깐...... 애정 결핍'이다.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 흡혈귀 > 는 구순기‘에 고착된 존재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순기’는 아기들이 젖을 빠는 시기‘를 말하는데 막장의 대가답게 프로이트‘는 이 아이가 엄마 젖을 빠는 행위’를 1차 쾌락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 단계‘가 항문기다. 아이가 커서 < 오럴의 쾌락 >을 상실하자 아이’는 똥‘을 쌀 때 쾌락을 경험한다.

 

똥을 쌀 때마다 아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괄약근을 밀치며 쏟아져 나오는 가래떡 때문에 묘한 쾌락에 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차 쾌락인 항문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남근기인 < 성기 중심의 쾌락 > 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쾌락’은 구순 - 항문 - 남근기‘를 거쳐 완성된다. 뭐, 여기까지 말하면 마치 이 과정이 유아 - 소년 - 어른의 과정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남근기는 이미 초등학생이면 마스터하는 커리큘럼이다. 하여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사히 단계별 쾌락 과정’을 완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어느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니깐 4호선은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가야 무사히 안전 운행을 마치는 것인데, 그만 서울역‘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이것을 정신분석 용어‘로 고착이라고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식 말대꾸로 설명하자면 도착의 반대말이 고착이다.

 

고착’이라는 개념을 고장 난 기차’에 빗대어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환자는 자신의 머릿속 기차가 고장 나서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육체적 성장은 트래픽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니깐 말이다. 다만 기차가 멈춤으로써 멘탈 속 교통’은 일대 혼란을 가져온다. 몸은 정상적으로 성장을 마쳤지만 정신은 고장 난 그 시점 그대로 머문다. 그 고장 난 시점‘이 구순기’라면 그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그는 성적 쾌락을 입‘으로 강하게 느끼게 되어 식욕과 성욕이 섞이게 된다.

 

영화 < 고스터바스터즈 > 에 나오는 먹보 귀신’은 모두 구순기 괴물‘이다. 이 괴물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데 이 식욕은 왕성한 성욕의 은유’이다. 그놈들은 “ 먹는 ” 것이면서 동시에 “ 씹 ”는 것이다. 입은 곧 성기'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구순기 고착'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흡혈귀'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리카 종’이 멋들어지게 표현한 말을 빌리면 그들은 "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 성교를 하는 종 " 이라 말할 수 있다. 흡혈귀는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지만, 따지고 보면 구순기 어린 놈‘이다. 흡혈귀는 입으로 섹스’를 한다. 대부분의 영화 속 괴물(들)’은 이 범주 안에 있다.

 

 

 

상어'도 구순기 성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짐승이다. 영화 < 죠스 > 에서 백상아리'는 닥치는 대로 문다. 내가 보기엔 상어‘는 굶주렸다기보다는 애정 결핍’에 의한 과잉 행동 장애인 것 같다. 그것은 배가 불러도 엄마 젖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갓난이의 심리이다. 상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달콤한 엄마의 젖가슴’이다.  애착을 넘어서는 집착이라 할 만하다. 혹시 영화 속 백상아리'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아픈 과거라도 있는 것일까 ? 최근에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고종석'은 퇴행성 구순기 고착 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백상아리'이다. 그가 진술한 불행한 가정사'에서 주목할 점은 새엄마의 등장 시기'이다.

 

 

 주변 이웃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고종석은 7살 때부터 새엄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 말은 그 이전부터 엄마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유년은 언제나 비극으로 치닫는법. 이 세상 모든 비극은 사랑의 결핍이 아니었던가. 공교롭게도 피해 아동의 나이도 7살이었다. 이 우연한 일치는 그가 과거 속에서 사는 인물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고종석이 구순기 고착 환자'라는 사실은 몇몇 흔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피해 아동'에게 깊은 치흔을 남길 정도'로 입으로 아이를 물었는데 그것은 그가 구순기 쾌락에 집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고종석의 치아 상태'가 틀니를 해야 할 정도로 치아 건강이 최악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구순기 괴물'은 젖을 빨던 그 옛날의 입-쾌락'에 강하게 끌리는 짐승이다.

 

 

상어는 괴물이 아니지만 영화 속 죠스'는 괴물이다. 물면 놓지 않는다. 구강 구조를 보면 낚시바늘보다 더 정교해서 빠져나갈 수가 없도록 설계되었다. 고착은 집착을 낳는다. 결핍이 원인이다. 햇병아리 같은 황당한 삐약( 비약 ) 을 용서하신다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상어'의 나쁜 입은 뒷거래로 점철된 정치가들의 나쁜 손'과 동일하다. 나쁜 손'은 탐욕스럽게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는 놓을 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손과 아가리는 동일하다. 대한민국에는 백상아리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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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오롯이 < + > 모양'으로 곧추섬'을 유지했다면, 나는 예수'라는 사내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기적'을 행하는 자'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받아들인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른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저기, 누더기의 왕'이 지나간다. 십자가'가 휘청. 채찍'이 내리칠 때'마다 휘청. 지친 사내'는 번번이 십자가'를 곧추세우지 못하고 무릎 꿇는다. 이 연약함. 이 십자가( + ) 가 기울어진 모양이 바로 < × > 다. 나는 이 기호'에서 신'이 아닌 인간'으로써 끝까지 인간'을 이해하려 했던 예수를 본다. 내가 당신'의 어깨에 기대는 것'도 그리고 당신이 내 품'에 안기는 것'도 다 기욺'이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도 기욺'이며 가난한 삶'도 기욺'이다. 예수가 기욺'없이 곧추선 강철의 삶'만을 살았다면, 과연 우리는 예수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테니스 용어 가운데 < 러브 게임 > 이란 말이 있다. 0 를 러브'라고 부른다. 그리고 점수를 한 점도 얻지 못한 경기를 러브게임'이라고 한다. 예수나 부처가 보았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 오소리 입말 사전, 기욺에 대하여 전문

 

 


 

 

茶,

 

러브 게임

 

 

사랑/ love 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문적 분류에 의하면 에로스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 플라토닉 사랑'으로 나눌 수 있고, 저잣거리 입말을 빌리면 미친 사랑, 이 죽일 놈의 사랑, 철부지 같은 사랑, 풋사과 같은 첫사랑, 운명적 사랑,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랑, 미련한 사랑, 답답한 사랑,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지긋지긋한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끝이 없습니다. 어디서 좀 놀아본 양아치도, 어디서 좀 놀아본 언니'도 모두 사랑 때문에 울고 웃습디다. 제가 사랑이란 사랑을 모두 모아보니 종류가 정확히 4031개나 되더군요. 이 정도면 주소지가 서울인 교회 수'보다 많은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통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독특한 사랑을 하나 여러분에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 포인트 러브 > 입니다. 

 

포인트 러브'가 뭐냐구요 ? 에로스가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고 아가페가 신의 자애로움을 뜻하고 플라토닉이 정신적 사랑이라면  포인트 러브'는 " 아닌 밤중에 홍두깨 " 같은 사랑이지요. 왜 테니스에서는 0'을 제로라고 하지 않고 러브'라고 부를까요 ?  더군다나 점수를 한 점도 내지 못한 경기'를 사랑 싸움/ love game'라고 부를까요 ?  다음은 < 포인트 러브 > 에 대한 유례'입니다.

 

테니스의 점수를 부르는 방법은 다른 경기와 달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점은 포인트의 점수를 부르는 것만이며, 그 요령은 0점을 러브, 1점을 피프틴, 2점을 서티, 3점을 포티라고 한다. 이 방식은 리얼 테니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3번째 포인트를 15의 배수인 45가 아닌 40으로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 0점을 뜻하는 러브는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l’oeuf’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서버의 득점을 먼저 부르므로 30:15의 점수는 서버가 2포인트, 상대가 1포인트를 뜻한다. 만일 양 선수가 포티(40)가 되면 스코어는 듀스라 하고 한 선수가 먼저  어드밴티지를 취한 후 2포인트 차이로 게임을 얻을 때까지 경기를 계속한다.

 

- 두산 세계 대백과'에서 발췌

 

 

러브의 유례는 추측일 뿐 정의'가 아닙니다. 더 이상  0'을 love'라고 말한 첫 번째 발화자'를 찾을 수가 없군요. 굳이 곰곰생각하는발 식 < 믿거나말거나 휘뚜루마뚜루 백과사전 > 에 의하면 최초의 유포자는 시인이거나 철학자가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사랑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요. 이겨 보아야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는 사실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 오히려 서로 이기려고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는 사랑에 금이 가기 일쑤죠. 인간의 유전자가 "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 " 라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는 질문입니다.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라는 논쟁처럼 아주 오래된 질문'이지요.  "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브'란 본질적으로 타자성'에 의존한 감성입니다. 타자성이라는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니 너무 어렵습니까 ? 어려워하실 필요 없어요. 무식한 당신에겐 친절한 곰곰생각하는발 씨'가 있잖아요.  나라는 남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4시간 당신의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교양이라는 이름의 가로등'입니다. 타자'란 무엇입니까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로 타자입니다. 철수에게 있어서 영희'는 사랑하는 타자'이죠.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타자'를 향한 마음입니다. " 사랑에 빠졌다! " 라는 말은 결국 < 나 > 가 아닌 < 너 > 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자'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뜻이죠. 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심장이 간지럽잖아요.  요실금 환자처럼 비실비실 웃음이 나잖아요. 내 기쁨은 오로지 당신이 기뻐할 때 발생하게 됩니다. 당신의 미소는 나에게는 함박웃음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지면 어때요,  당신이 이기면 장땡이지요 ! 이것이 바로 " 포인트 러브 " 입니다.

 

그래요. 팔씨름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 주는 것이 바로 러브입니다. 0 : 15'입니다. 아버지는 경기에서 졌지만 대신 가족의 결속과 행복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타적 게임'이죠. 러브 게임'입니다. 졌지만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승부욕이 강한 아버지가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아들을 이겼다고 합시다. ( 이것이 바로 " 이기적 " 게임이죠. ) 그랬다가는 아내에게 " 밴댕이 소갈머리 " 라거나 " 이 화상아 ! " 라고 욕먹기 딱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 엄마, 내 진짜 아버지는 누구야 ? " 라는 돌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게임에서는 이겼지만 이긴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렇듯, 이타성이란 얼핏 보기에는 손해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득인 셈입니다.  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이  보여준 " 타자를 향한 ( 놀라운 ) 배려 "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은 아비규환인 상황에서도 무질서보다는 질서를 선택했지요. < 필승 전략 > 대신 < 러브 게임 > 을 한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질서는 무질서가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만드는 혼란과 무정부 사태를 억제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켰습니다. 놀라운 시민 의식'이죠. 이처럼 사랑 싸움은 러브게임'으로 해야지 필승 전략을 세우면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타적 사랑은 러브게임'입니다.  어떻습니까 ? 사랑에 대한 정의 ! 당신,  네트를 넘어오는 테니스공을 슬쩍 라인 밖으로 내보내세요. 그깟 경기에서 지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사랑이 찾아옵니다. 피프틴 러브 같은 사랑을 해 보세요. 서티 러브'는 어떤가요 ?  가장 위대한 사랑은 포티 러브입니다. 우리 모두 포티 러브'를 하기로 해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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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1-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예전에 즐기던 짝사랑은
러브게임이군요.
오, 나의 사랑스런 타자성이여!

*주말에 세모녀가 서울 마실갔습니다.
하늘이 없고 건물유리에 간헐적으로 구름이 떠다니기는 하였습니다.
"엄마, 여기 제일 높는 건물이 서울 제일 낮은 건물이네."
"대신 여긴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산도 조각구름도 볼 수 있어."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8 01:15   좋아요 0 | URL
남산 타워 가신 거 아닙니까 ? ㅎㅎㅎㅎㅎㅎ.
명색이 서울 토박이인데 저한테 가이드 부탁했으면 제가 열심히 돌아다녔을 겁니다.
즐거우셨나요 ?
 
지하철 소녀 쟈지
레몽 크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방지는 조선 세조 때 인물로서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체는 여성 성을 띄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에 대한 기록은 <<패관잡기>>와 <<필원잡기>>에 상세합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의하면, 사방지는 천민으로서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자의 옷을 입히고 바느질을 시켰는데, 장성하여서는 사대부 집에 드나들며 여종들과 함께 자는 일이 많았다. 진사 김구석의 아내 이씨는 과부로 있으면서 사방지에게 바느질을 시키며 밤낮으로 10여 년을 함께 거처하였다. 이 사실을 들은 사헌부에서는 1463년(세조9) 봄에 그를 국문하였는데, 확인해 보니 남경(男莖)이 매우 장대하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조는 웃으며 이씨의 아비인 판부사 이순지(李純之)의 가문을 더럽힐 염려가 있으니 따지지 말고 사방지를 이순지에게 넘겨 주어 처리하게 하였다. 이에 이순지는 곤장 10여 대만을 때리고 사방지를 경기도 내의 종으로 보내었다. 그러나 이순지가 죽고 이씨가 사방지와 다시 놀아나자 국왕 세조는 그를 신창현으로 귀양보내었다. 어숙권은 사방지를 두고 본인이 본 양성을 가진 암말을 떠올리며, 그 암말은 암·숫말과 정을 통하지 않는데 사방지는 여자와 정을 통하였으니 말보다 심한 자라 평했다. 그리고 양성인이라는 말은 사방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의하면 국왕 세조가 사방지의 처리에 관해 서거정에게 물었다 한다. 이에 서거정은 <<강호기문>>이라는 책에서 어떤 양성인을 人道의 바른 것을 더럽힌 자라며 죽였던 일을 들어 처벌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는 억지로 일을 밝히지 말라고 명하였다 한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86287 

 

- 욕망을 삼킨 말들, 네이버'에서 인물 사전에서 발췌 재인용

 


 

 

 

 

음, 그러니깐... 그게, 음... 제목이 뭐냐면


 

낙원동 시네마떼끄'에서 < 누벨바그의 기수, 루이 말 감독 특별 상영전 > 을 개최한 적이 있다. 나는 루이 말'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이라는 주장에는 1%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만든 영화들이 누벨바그'라는 이름으로 과대평가'된 몇몇 영화들보다 좋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초기작 < 침묵의 세계 > ,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 , < 연인들 > 은 무척 좋았다. 뭔가 멜랑콜리'하며 데캉당스'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초기작은 거의 다 보았으나 유독 놓친 것이 있었으니 바로 < 지하철 소녀 자지 > 였다. 트뤼포'가 이 영화를 보고 홀딱 반해서 루이 말'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은 유명했다. 나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였던 것이다. 문제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당시 나는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 앞에만 서면 수줍고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손을 잡아보기는커녕 여자가 나를 쳐다보면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고는 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루이 말 영화제'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내 계획은 영화를 보고 나서 술 한 잔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누벨바그'에 대한 상식을 한껏 뽑내는 것이었다. 볼 것 하나 없는 놈은 말이라도 잘해야 한다. 그렇다, 내가 가진 무기는 말 밖에 없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텔 비용까지 넉넉하게 준비했다. 가장 좋은 팬티를 입었다. 영화를 함께 보러 가기로 한 여자'는 내게 영화 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식은 땀이 났다. 잘못 말하면 좆된다. 어쩌면 성희롱으로 감옥에 갈지도 몰라. 자지 양' 이름을  최대한 혓바닥을 굴려서 좌와아아지' 라고 발음해야 했다. 이 발음이 안 된다면 최대한 양보해서 자야지'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마음을 굳게 먹으면 먹을수록 혓바닥은 점점 딱딱해졌다.

 

- 응... 그게 무슨 영화냐 하면 루이 말 영화예요 !

- 호호호, 그걸 누가 모르나요 ? 루이 말 영화제'이니 루이 말 영화지요. 제목이 궁금해요, 곰곰발 씨 !

- 응... 그게 무슨 영화냐 하면.....

- 아니, 왜 뜸을 들이고 그러세요 ? 무슨 영화예요, 궁금해서 미추어버리겠어요. 곰곰발 씨 !

- 응... 무슨 영화냐 하면 !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 좌와아아아지 > 도 아니고 < 자야지 > 도 아닌, 매우 또렷한 < 자지 > 였다. 그것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지하철'이란 말은 빼먹고 그냥 < 소녀 자지 > 라고 불었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그 여자에게는 < 소녀의 자지 > 로 들렸을 것이다.  밝고 명랑하며 귀여웠던 꼬마 소녀 자지'가 느닷없이 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방지'가 된 것이다. 일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영화 보러 " 영화관 " 가기 전에 교도소에 끌려가 " 교도관 " 볼 판이었다. 여자의 얼굴은 불판처럼 불 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 그, 그그게 말이지요. 자지'가 아니라... 왜, 거시기 뭐냐... 거, 음.... 그 자지가 아니라.... 이름이, 이름이 자지'입니다. 자지 이름이에요. 자지.... 왜, 자지라는 이름 있잖아요. 아니, 그 자지가 아니라요. 아휴, 답답하네.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프, 프프프랑스에서는 흔한 이름인가봐요.  아, 아아아아... 아니 그게, 거시기... 음, 그게... 아니, 야한 영화가 아니라.... 이름이 자지'라니깐요.  사실 전 애린 씨 만나기 전에 계속 속으로 자야지, 자야지 를 외쳤답니다. 뭐요 ?! 내 입이 더럽다고요 ? 내가 자고 싶다고 말했다고요 ? 아이구야. 니미 시부럴.... 무슨....   아, 여기서 속으로 자야지, 라고 말한 것은 그 자야지'가 아니라....  자지. 아니, 자야지.......   에라이, 아예 소녀 자지 보지 말까요 ? 네 ?! 내가 언제 자지 보지 얘기했습니까 ? 아, 진짜 미추아버리겠네, 증말....  " ( 이 영화와 얽힌 여자와의 대화 에피소드는 뻥이다. 재미를 위해서 콩트처럼 삽입했다. 나머지는 모두 진실'이다. 이해하시길.. )

 

물론 이 영화 제목 속  자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자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 그 자지를 떠올렸다.  이처럼 이름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있었으니 조지'라는 이름과  섹스피어'였다.  섹스피어 할아버지 이름 자체가 19 금지어’였다. 그나마 조지 섹스피어가 아니라 월리엄 섹스피어'였던 것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사춘기 시절, 대문호의 이름을 발음 할 때마다 난감해서 얼굴을 붉히고는 했는데 이제는 섹스의 참맛을 알아서 그런지 어색하지가 않고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고등어보다 맛이 좋다. 그래서 그랬을까 ?  섹스피어'라는 이름에 대한 바른 표기법은 섹스피어도 아니고 세익스피어도 아니다. 셰익스피어다. 이 표기법을 볼 때마다 < 지하철 소녀 자지 > 가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소설(영화)에 대한 인상 비평 중 가장 강렬했던 40자평은 다음과 같다. " 이 책은 사실... 애 이름이 너무 충격적이서 고르게 된 책이다. - 어느 네티즌 서평 "

 

그렇다, 자지와 섹스피어'는 이름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섹스피어는 그 이름만큼이나 작품 속에 성적 이중묘사‘를 암호처럼 즐겨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 섹스피어의 음담 > 이라는 책과 < 섹스피어 성적 언어 사전 > 이 출간되었을까 ! 한때, 도서관에서 책을 이 잡듯이 뒤져서 읽던 시절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절판된 책들만 찾아서 읽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행동이 < 앎에 대한 욕망’ > 이었다고 스스로를 자위했으나, 지금생각해 보면 희귀 영화 테이프를 모으는 찌질한 컬트 영화광의 허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때 읽은 책이 장정일의 첫 번째 소설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 따위였다. 소년원에 갇힌 나는 소년원 소년들에게 따먹힌다는 딱딱한 소설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항문섹스, 오럴섹스의 세계에 심취한 작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설은 정말 형편없었다. 그 사실을 작가 자신도 아는지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이 소설을 지웠다. 그러니깐 나는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을 읽은 몇 안 되는 독자 중 하나였다. 문청들이 한창 뜨고 있는 장정일 포스트모던소설운운할 때마다 나는 딱() 한 마디만 했다. “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 읽어는 봤어 ? 니미럴, 좆도 모르는 것들이 허세는....... 까르르르르.    희소성은 역시 가치가 있었다. 같은 이유로 공지영의 데뷔작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도 허세를 위해 준비했다.  “ 오오, 니미럴너희들 공지영의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읽었냐 ?  안 읽었다고 ? 이런 시커먼 군산 터미널 같은 새끼들... “  그때 읽었던 소설들이 나집 마흐프즈나 알랭 로브그리예의 소설들이었다. 내 교양은 어쩌면 후지산보다 더 높은지도 몰라, 어떡해 !

 

이 시절 내가 사용한 낱말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  " 포스트모더니즘과모더니즘 사이의 담론, 씨니피에의 질서를 파고드는 소쉬르적 기호의 세계, 존재론적 허구성의 세계,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의 변주와 고고학적지적 탐구, 보이지 않는 감시자 팝옵티콘의 제왕, 제의에서담론까지, 기타 등등. "

 

맙소사 !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읽다 보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다. 내가 왜 이런 먹물 꼰대들의 어투를 배웠던 것일까 ? 곰곰 생각해 보면 이게 다 영화 잡지 < 키노 > 의 정성일 평론가 때문이었다. 정성일 씨가 늘 쓰던 말투를 흉내 낸 것이다.  그냥 아무 말이나 대입하면 정성일 식 문장이 된다. < 존재론적 허구의 우주적 세계관 > 근사하지 않은가 ? 이런 말을 길게늘리면 다음과 같다. < 모더니즘을 지나 포스트모던한 세계로의 진입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블레이드러너 속 세계를 재현하는데 그 존재론적 허구의 우주적 세계관은 오리지날과 복제에 대한 의문을 날카롭게 제기한다.> , 오오오 니미럴. 좋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오 나온다 나는 지금이라도 정성일 평론 따위의 저런 글은 눈 감고도 쓸 수 있다. 글쓴이 자신이 잘 모르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읽는 이가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

 

그렇다고 어려워서 모른다고 말하면 교양이 없다는 증거 아닌가. 그러니 그냥 오, 오오 이런 지미럴, 좋군요. 좋아 !  그때 접한 책이 도울 김용옥의 책이었다.책 제목과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하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바로 < 자지 > 라는 단어였다동양 철학과 교양 전반에 대한 철학 에세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비속어가 페이지마다 박힌 것이 신기했다. 어라, 교양있는 철학 교수가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나, 라는 의심과 안 될 것 뭐가 있나, 라는 지지도 있었다. 남근, 외성기, 페니스심지어는 팔루스라고 말하면 교양 언어이고 자지라고 말하면 천박한 것일까 ? 그 이후로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남근이나 자지'나 다 같은 말이다. 당당해지리라.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당당해지지 못했다. 특히 루이 말 감독의 < 소녀 자지 > 를 말할 때는 언제나 당혹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 참... 좋다. 그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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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1-05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알랭 레네, 루이 말은 누벨 바그하곤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루이 말 영화 중에 제일 재밌게 감상한 게 이 영화였습니다.
EBS에선 '지하철의 소녀'로 방영했었죠. :)

알라딘 서재가 네이버 종합점검 시간에 영향 받지 않는 거_ 이건 참 좋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49   좋아요 0 | URL
네이버 이 새끼들 또 점검 들어갔군요 ?
뭔 놈의 점검은 일주일에 한번 씩 한답니까...ㅎㅎㅎㅎ

루이 말 감독 초기작은 정말 좋았어요. 사형대의 엘리 보십시요...
캬... 데카당한 느낌이 죽여주지 않았습니까 ?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하여튼 루이말, 클루조 영화 좋아했습니다.
다음에 클루조 감독전 한번 했으면 좋겠네요...

스누피 2013-11-05 19: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지하철의 소녀> ebs에서 정말 재밌게 봤는데...!
당시 방송을 비디오로 녹화를 했는데, 녹화 후 제목 써 넣는 스티커에
잘난 척 하느라 한글 제목 말고 원제를 매직으로 써 넣곤 했는데,
그게 참 zazie 를 쓰면서 몇 번을 키득거렸던 기억이...!


책 제목은 예술적으로다가 타협을 봤네요. '쟈지-'라...헐;


고개를 여러 번 주억거리며 (특히나 정성일 장정일 파트에서!)
본문과 덧글까지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_^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20:43   좋아요 0 | URL
zazie'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자지'죠.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지'라는 단어, 꼭 천박한 것은 아니에요.
남근'은 고상합니까 ? 다 똑같음.... 전 그냥 자지'라고 하겠습니다.

솔라리스 2013-11-05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읽다보니깐 갑자기 예전 어떤 평론을 쓸 때 정성일이 장정일한테 자극 받았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벌써 십 년도 전인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이었나..
어떤 영화글에서 계속 의도적으로 자지 자지 자지 를 반복해서 막 웃으면서 읽던 기억이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혀 성일이 스럽지 않군요....
돌이킬 수 없는 이 영화가 워낙에 남성 폭력을 다루다보니 아마 위압적인 단어 구사가 필요했나 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
 

 

< 소설가의 각오 > 에서 마루야마 겐지는 일본 문단에 떠도는 지랄같은 꼰대의 풍경'을 비판한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일본 문단과 한국 문단은 비슷하다. 그가 요구하는 소설가의 각오'는 수도승 같은 속세에 초월한 무욕'이다. 그래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학판은 무욕은커녕 무념'으로 일관하고, 단단한 각오 대신 가오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 마디로 폼생폼사다. 그래서 그는 일본 주류의 문단 밖 작가'로 생활한다. 그리고는 틈틈이 욕을 한다. " 문학 살롱이여, 조까라 ! " 미루야마 겐지'가 요구하는 소설가의 각오를 제대로 실천한 사람을 한국에서 찾는다면 김수영이 될 것이다. 그를 볼 때마다 자주 조지 오웰과 겹친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한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황석영이 이명박에게 빌붙고, 김지하가 박근혜'에게 빌붙은 기상천외한 풍경에 기절초풍할 것이 분명하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1925 

 

- 소설가의 가오 中

 

 

 

 


 

 

 

니들이 개멋'을 알아 ?    

 

마루야마 겐지'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그를 꼴통 마초'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아니올시다, 이다.  이웃인 수다맨 님과는 독서 취향이 비슷하여 허락없이 그가 내린 마루야마 겐지에 대한 정의'를 훔쳐왔다. 이보다 더 선명하게 요약하는 글은 없을 것이다. " 이 괴팍한 양반은 개인주의자이자 (한편으로) 귀족주의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진짜' 개인/귀족주의자다. 좌우의 이념이나 사유의 깊이를 떠나서, 나는 '가라'가 없는 인간과 글을 최고로 친다. 그 점에서 마루야마는 신뢰할 만하다. 똥 같은 허위나 가식을 문장에 처바르지 않는 드문 작가다. " 마루야마 겐지'는 미시마 유키오의 마초적 근본주의'와 사카구치 안고의 데카당스'를 섞어놓은 인물 같다.

 

근본주의자'란 본래 그 극단적 성향 때문에 모순에 직면하기도 하는데 이 독고다이'는 지독하게 순결하기 때문에 용서가 가능하다. 아이폰에 세상을 구원할 것이란 사실을 믿는 이'는 있어도 문학이 타락한 세상을 구원할 것이란 사실을 믿는 21세기 현대인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루야마 겐지는 문학만이 타락한 세상을 구원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마루야마 겐지의 독고다이'가 듬직해 보인다. 적어도 그는 책을 팔기 위해 독자의 눈치를 보거나 평론가들에게 밑밥을 던지는 소설가는 아니다. 그는 살롱 출판사와 케비어 문단'을 지독하게 혐오해서 시간 날 때마다 쌍욕을 하고는 했다.

 

" 출판사는 질리지도 않았는지 늘 똑같은 수법으로 일확천금을 도모한다. 새로운 문학상을 마련하여 아이돌 가수를 제조하듯 억지로 문학 스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머리만 커다랗고 감수성은 여자에 가까운데다, 문학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요건을 완벽하게 결여하고 있는 젊은 소설가에 대한 출판사의 평가는 실로 가관이다. 그 가벼움이 신선하다느니, 문학은 시대를 앞서간다느니 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줄줄이 엮어대며 추켜세운다. 선배 작가들 가운데 몇몇은 출판사의 조작을 거들기까지 한다. ( 소설가의 각오, " 문예지를 비웃다. " 中 ) "

 

여기서 " 감수성은 여자에 가까운데... " 라는 표현에 너무 욱하지는 말자. 마루야마 겐지'는 기본적으로 문장의 힘은 < 박력 > 에 있다고 믿는 거친 마초'다. 헤비 롹커가 발라드'를 달달하게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독고다이개멋미루야마겐지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는 < 고독 > 을 아는 자이기 때문이다.  마초와 속물은 한 끗 차이'이다. < 고독 > 을 아는 놈은 표범이 되고, 외롭다고 징징거리며 떼거지로 몰려다니면 하이에나'가 된다. 마초는 고독'을 느끼고 속물은 외로움을 느낀다. < 고독 > 과 < 외로움 > 은 사전적 의미'가 동일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전자는 스스로를 고독한 상태에 놓은 후 그 고통을 즐기는 것이고, 후자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발생한 심리적 앙탈에 가깝다.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놈은 대부분 찌질한 속물에 가깝다. 적어도 독고다이 개멋 마루야마 겐지 선생은 고독한 인간'이다. 그에게 고독은 결핍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그는 진짜 " 개멋 " 이 무엇인 줄 안다. 이 < 개멋 > 이 근사한 방향으로 흐르면 " 가오 " 가 되고,  삐딱하게 흐르면 " 가라 " 가 된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한 끗 차이'다. 그렇다고 그가 문단으로부터 홀대를 받았기에 문단을 떼거리 거지 근성'이라고 욕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는 대중이 인정한 작가가 아니라 작가들이 인정한 진정한 작가'다. 산속에 처박혀서 곰 쓸개와 바늘 방석에 앉아 글을 쓰는 그가 보기에 "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재즈를 듣고 와인'을 마시며  스포츠카를 몰면서 글을 쓰는 빠다 하루키 선생 나리 " 는 전형적인 살롱 문학가이며 케비어 소설가'처럼 보일 것이다.  박력 빼면 매력 없는 마력의 상남자 겐지 선생이 보기에 하루키는 환관처럼 보일 것이다.

 

독설의 제왕'이 참기에는 너무 달콤한 떡밥이 아닐까 ? 그는 다음과 같이 평가할 것이다. 제목을 살짝 비틀어서 " 하루키여, 너 따위 엿이나 먹어라 ! "  하여튼 그가 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제목은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이다. 얼핏 보기에는 패배주의자'가 내뱉는 독설 같지만 강골인 독고다이 개멋 겐지 선생'을 아는 사람이라면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목차를 읽다가 빵 터졌다. 역쉬... 미루야마 겐지 할아버지다. 얼릉, 코맥 매카시의 < 카운슬러 > 와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를 사야겠다. 최고다 ! 시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011 /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013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015 / 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 017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019 /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021
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026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가족은 일시적인 결속일 뿐이다 032 / 부모를 버려라 034
자신을 직시하고, 뜯어고쳐라 038 /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040
내 배는 내 힘으로 채우자 042 / 직장인은 노예다 044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052 /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055
영웅 따위는 없다 060 / 국가는 적이다 063 /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064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072 / 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 074
머리가 좋다는 것은 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076
‘어른애’에서 벗어나라 078 / 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080
부모의 과도한 사랑이 자식의 뇌를 녹슬게 한다 084

5장.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엄마를 조심해라 094 /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096
자영업자가 돼라 099 / 직장은 사육장이다 101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106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115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119 / 신 따위는 없다 124
당신 안의 힘을 믿어라 127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134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139 / 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 142
국가를 쥐고 흔드는 놈들 역시 ‘그냥 인간’이다 147

8장.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153계산한 사랑은 파탄 나게 돼 있다 156 / 타산적인 여자들의 끝 159
패자들은 ‘사랑’이 아니라 연애 놀이를 한다 161
서른 이후에는 사랑이 어렵다 165

9장.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172 / 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 175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178
인간이라면 생각하고 생각해 재능을 찾아야 한다 181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85

10장.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통과의례 191
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 194
훌륭한 생이란 없다 197 /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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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금야금 작성 중...

나탈야 2013-11-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루야마 겐지가 이정도의 안티소셜이었나... 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7:08   좋아요 0 | URL
이 양반 산속에 처박혀서 안 나오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월이 세월인지로 트위터는 하시는 모양...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jfk 어라 ? 왜 글이 안 보이지 ?!!

수다맨 2013-11-0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의 진정한 히피인 한대수 선생과 더불어,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 분입니다. 요즘은 이런 강단 있는 진짜 '상남자'가 드물어서 말이죠.
말씀하신 김수영, 마루야마, 오웰은 독자들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작가들이죠. 이제는 이런 작가들이 별로 없어서 아쉬움을 크게 느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23:06   좋아요 0 | URL
한국 작가들은 전부 다 하루키化 되었어요. 김훈이야 독보적이니 따로 제껴두더라도
남성 작가들 전부 김연수化되어서 전부 말랑말랑한 거 같습니다.
상남자 그립군요...

그나ㅓ나 제가 전부 미류야마라고 썼군요. 마루야마인데....ㅎㅎ


푸르푸르 2013-11-0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페루애가 은근히 엘리트주의 귀족주의 이런 게 있다니까....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거 좀 오래 웃었습니다.
아니 나 같은 지지리궁상이 무슨 엘리트주의에 귀족주의랍니까 !!

즐인 2013-11-0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로 돌아오라! 페루. 난 여기 자주 못 온다 말이다!
한 번 만났다고, 반말 만발. 흥!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47   좋아요 0 | URL
아, 자꾸 사람들이 날 네이버'로 유인하는근영....
유혹을 견디어야 한다, 유혹ㅇㄹ 겨...
반말, 만발 전 다 좋습니다. 빈말만 아니면 됨...ㅋㅋ

2013-11-0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6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베랑스 2013-11-0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잼있겠어요.
저도 맘에 들어요~
사야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0 04:22   좋아요 0 | URL
사랑하는 안나수이 님...
그냥 사랑하는 으로 시작하는 안부글을 쓰고 싶었어요.

2013-11-12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3 0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5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옛날에는 결혼 적령기를 여자 나이 16세로 보았다. 그 시절에는 16세에 결혼을 해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혼기가 꽉 찬 딸을 두고 " 과년한 딸... " 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 과년 > 은 결혼하기에 적당한 여자 나이 16세'를 뜻한다. 여기서 < 과 > 가 바로 < 瓜 : 오이 과 > 다. 瓜 는 八이 두 개인 모양으로 이를 더하면 16'이 된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는  파과지년(破瓜之年')을 줄인 < 파과(破瓜) > 말이 있다. 이 또한 나이 16세인 여자를 뜻하면서 동시에  " 성교에 의하여 처녀막이 깨진 상황 "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 권주가 한 곡조에 일배 일배 부일배 반취하게 먹은 후에 분벽사창 깊은 방에 둘이 안고도 놀고 업고도 놀 " 았던 이도령과 춘향의 나이 또한 16세'였으니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이도령과 춘향은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섹스도 하는, 불량 청소년'이었던 것이다. 태진아 노래방 기기'였다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

 

 - 대나무와 오이 中

 

 

 


 

 

 

순수와 타락 

 

 

 

 

나는 세븐틴'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는 남자'다. 내가 이 나이에 하이틴'을 욕망한다면 그것은 로망이 아니라 노망'이다. 그렇다고 성적으로 꽤나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포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는 17세 소녀보다는  중년여성'이 더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소설 < 은교 > 는 17세 소녀'에 대한 늙은 남자의 욕망을 다룬다.  내가 보기엔 박범신은 10대 소녀를 순수와 관능을 표상하는 뮤즈'로 보는 듯하다. 딱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 전형화된 설정이라 서사적이라기보다는 학술적 냄새가 난다. 통념에 기댄 캐릭터'라 그닥 와닿지가 않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퇴폐문학'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 세븐틴 걸 " 은 현대'에서는 애 취급을 받지만 근대에서는 " 과년한 딸 " 이라고 해서 시집 가기에 적당한 가임 여성'으로 대접받았다.

 

과년이 16세이고  낭랑이 18세인 것을 보면 그 사이에 끼인 17세는 인생에서 성적으로 가장 관능적이며 밝고 건강한 시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춘향이와 줄리엣'도 모두 이 나이에 속하지 않았던가?  내가 소설 < 은교 > 를 시큰둥하게 읽은 이유는 < 파과 > 이며 동시에 < 과년 > 한 가임기 여성인 < 낭랑 > 한 십대'에 대한 그릇된 통념 때문이다. 나는 십대 청소년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십대'보다 나이가 더 어린 아이들의 동심'도 믿지도 않는다. 동심을 믿을 바에는 차라리 어른의 양심'을 믿는 편이다. 그것은 아동에 대한 현대의 신화'에 불과할 뿐이다. 아이는 발명되었다( 필립 아리에스 ). 나 또한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애나 어른이나 하는 짓은 도 긴 개 긴'이다.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이다. < 타락 > 이라는 것은 반드시 < 순수 > 를 기본 전제로 깔고 가는데 , 사실 타락한 어른'은 어린 시절에도 타락한 인간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순수했던 영혼이 먹고 살기 위해서 타락했다기보다는 원래 어른이 되기 전부터 이미 타락한 영혼이라는 말이다. 사카구지 안고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란 " 인간이기 때문에 타락한다. " 놀부의 어린 시절은 놀부이지 흥부가 아니다. 불난 데 부채질 하고, 초상난 데 춤추며, 애 밴 여자 배를 차고, 호박에 말뚝 박고, 비오는 날 장독을 열었던 놈은 어른이 돼도 비오는 날 장독 을 연다. 모 학술 기관에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무수한 학살 가운데 가장 잔인했던 표본을 산출한 결과 인구 비율 가운데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폭력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10대 분포가 많았던 집단일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는 통계도 산출되었다. 10대,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 당신이 친구 남동생을 보고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을 때 15살 소년의 켈빈 클라인 팬티 속에서는 급속히 팽창하는 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남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 나이가 바로 십대 후반'이다. 남성 호르몬이 증가한다는 것은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 입대 시기가 방년 스물살 안팎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이때가 가장 잔인한 폭력성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 ( 芳年 : 꽃다울 방, 해 년 ) 은 가시'를 숨겼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이다. 현대 사회'는 미성년 문화를 지나치게 미화시킨다. ( 결혼한 여성이 애'를 싫어한다고 하면 모성 신화에 대한 건방진 도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 학교 왕따 문제나 원조 교제'는 한국 교육이 실패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타락한 것이 아니라 교육 제도가 타락한 미성년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순수했던 아이들이 타락한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폭력성을 교육 제도가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기에 발생한 문제점이라는 말이다.  

 

배가 부른 사자는 눈 앞에서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한가롭게 뛰어다녀도 사냥을 하지 않는다. 무리를 지어다니는 초식 동물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에게 주어진 " 커피 한 잔의 여유 " 는 사자에게 잡아먹힌 동료 때문이다. 어떤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비극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안식'인 것이다. 이처럼 초식동물들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카메라가 돌 때는 우, 우우우 하며 죽은 동료를 위해 레퀴엠을 부르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신나서 히힝 히힝 웃는다. 하지만 이 짓에 대하여 누가 돌을 던지랴. 상당수의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이유는 독립 생활을 하는 것보다 무리 생활을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자에게 잡힐 위험은 1/N이다. N 숫자'가 크면 클수록 자신이 사자에게 먹힐 확률은 줄어든다. 그래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이다. 학원 폭력으로 대표되는 왕따 현상도 위와 같은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학교는 필연적으로 집단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무리를 모두 순한 얼룩 무늬 긴뿔 영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셋이 모이면 서열이 정해지는 법이고, 무리 사이엔 힘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포식자 계급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떤 놈은 초식동물의 발굽'이 되고, 어떤 놈은 육식동물의 발톱이 된다. 발톱은 발굽'을 제압한다. 학원은 정글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평화를 위해서는 굶주린 발톱에게 먹잇감을 던져줘야 한다. 왕따란 사자 뱃속을 채울 먹잇감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왕따'가 발생하게 되면 학교는 평화 모드로 전환된다. 물론 왕따 피해자'에게는 지옥이지만 무리에게는 평화인 기묘한 공생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왕따 가해자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놈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발굽'을 가진 무수한 초식동물 또한 공범자'이다.

 

이 집단 광기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일상을 파고든다. 누누이 말하지만 타락한 인간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배신의 결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병들지 않은 순수한 청정 지역'이라고 우기는 것은 타락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교묘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1급수에 살던 치어가 치열한 환경을 이기고 성어가 됐다고 해도, 1급수에 살던 물고기는 3급수에서는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더러운 물에 살던 놈은 어릴 때부터 더러운 물에서 자란 놈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미성년을 순결무구한 주체'로 미화시키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기만이다. 이러한 태도에 서운해 할 미성년자도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고 그에 합당한 어른 대우해야 한다.  미성년자들은 어른 못지 않게 폭력적이며 성적인 욕망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그들을 바르게 볼 수 있다. 내가 선생'이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겠다.

 

" 예전에 말이야. 이몽룡이라는 분이 계셨어. 이, 몽, 룡 !  너희와 같은 나이 때 이미 전국 팔도 방석집이란 방석집은 다 돌아다니며 계집질을 하신 분이다. 그분이 놋요강도 여러 개 작살내셨지. 그 양반 스타일이 그래. 기생 앞에 서면 너 월이'냐, 향월이냐 ? 나 몽룡이야.  그리고는 무조건 옷고름 잡어. 잡고는 존나게 하는 거야. 존나게....  좋아서 죽을 때까지 !!!!! 이몽룡 선생은 너희 나이 때 이미 담배 피고 술 마시고 기생집 들락날락거렸다. 16살.... 그때는 어른 대접을 해줬다. 너희들은 애들이 아니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별 생각 없이 너희를 낳았다. 낳아 놓고도 사랑도 안 준다.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 노후를 위해 너희를 낳은 거다.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훌륭한 생이란 없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 "

 

 

 

 

 

 


 

 

덧.

 

마루야마 겐지'가 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목차를 읽다가 빵 터졌다. 역쉬... 미루야마 겐지 할아버지다. 얼릉, 코맥 매카시의 < 카운슬러 > 와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를 사야겠다. 최고다 ! 시바....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011 /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013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015 / 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 017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019 /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021
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026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가족은 일시적인 결속일 뿐이다 032 / 부모를 버려라 034
자신을 직시하고, 뜯어고쳐라 038 /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040
내 배는 내 힘으로 채우자 042 / 직장인은 노예다 044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052 /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055
영웅 따위는 없다 060 / 국가는 적이다 063 /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064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072 / 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 074
머리가 좋다는 것은 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076
‘어른애’에서 벗어나라 078 / 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080
부모의 과도한 사랑이 자식의 뇌를 녹슬게 한다 084

5장.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엄마를 조심해라 094 /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096
자영업자가 돼라 099 / 직장은 사육장이다 101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106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115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119 / 신 따위는 없다 124
당신 안의 힘을 믿어라 127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134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139 / 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 142
국가를 쥐고 흔드는 놈들 역시 ‘그냥 인간’이다 147

8장.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153계산한 사랑은 파탄 나게 돼 있다 156 / 타산적인 여자들의 끝 159
패자들은 ‘사랑’이 아니라 연애 놀이를 한다 161
서른 이후에는 사랑이 어렵다 165

9장.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172 / 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 175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178
인간이라면 생각하고 생각해 재능을 찾아야 한다 181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85

10장.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통과의례 191
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 194
훌륭한 생이란 없다 197 /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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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 2013-11-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야먀 겐지...처음 들어보는 작가이지만 책의 목차를 보니 아주 흥미가 생기네요....푸핫 목차만으로도 한편의 글 같군요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5:14   좋아요 0 | URL
한가지 걱정되는 건 양이 너무 적어요.
일단 목차만 가지고는 대박 웃깁니다.
원래 저런 스타일이에요. 신 같잖아요.
개 마초'이기는 한데 어떤 진정성은 공유하시는 분입니다...ㅎㅎㅎㅎㅎ

엄동 2013-11-0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따위 엿아나 먹어라" 라니.
ㅋㅋㅋㅋ
여튼 목차 공유도 감사!

요 작가.
여성에 대한 혐오도가 상당한
독고다이 소설가라카던데ㅋ

읽어보고 싶네요
피차. 늙어가는 처지에
일부만으로 발끈함서 엉깔수는 없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5:13   좋아요 0 | URL
이 양반, 약간 정신병자 같습니다. 왜 문학하다가 미친 ....
얼마전에는 자기 이름을 딴 문학상을 열었어요.
지금의 문학은 다 병신같다고 자기가 직접 평가하겠다고...
미시마 유키오 + 사카구치 안고 = 겐지'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양만은 대중문학은 물론이고 순문학도 저질이라며 문학이 본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외치는 분인데...
소설은 꽤 좋습니다. 소설이 좋지 않았다면 내가 제일 싫어했을 인물인데
하여튼... 골 때리는 분인데...
원래 에세이도 거의 안 쓰는 양반인데 아마 돈이 딸리는 거 같기는 해요..ㅎㅎㅎ

푸르푸르 2013-11-0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양반 개꼰대같은 측면이 있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45   좋아요 0 | URL
이 양반 개꼰대스러운 측면이 아니라 개꼰대'임..
그런데 앞에 진짜가 붙으면 근사합니다. 진짜 마초가 멋있고. 진짜 개꼰대가 멋있고, 뭐... 그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