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결혼 적령기를 여자 나이 16세로 보았다. 그 시절에는 16세에 결혼을 해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혼기가 꽉 찬 딸을 두고 " 과년한 딸... " 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 과년 > 은 결혼하기에 적당한 여자 나이 16세'를 뜻한다. 여기서 < 과 > 가 바로 < 瓜 : 오이 과 > 다. 瓜 는 八이 두 개인 모양으로 이를 더하면 16'이 된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는  파과지년(破瓜之年')을 줄인 < 파과(破瓜) > 말이 있다. 이 또한 나이 16세인 여자를 뜻하면서 동시에  " 성교에 의하여 처녀막이 깨진 상황 "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 권주가 한 곡조에 일배 일배 부일배 반취하게 먹은 후에 분벽사창 깊은 방에 둘이 안고도 놀고 업고도 놀 " 았던 이도령과 춘향의 나이 또한 16세'였으니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이도령과 춘향은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섹스도 하는, 불량 청소년'이었던 것이다. 태진아 노래방 기기'였다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

 

 - 대나무와 오이 中

 

 

 


 

 

 

순수와 타락 

 

 

 

 

나는 세븐틴'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는 남자'다. 내가 이 나이에 하이틴'을 욕망한다면 그것은 로망이 아니라 노망'이다. 그렇다고 성적으로 꽤나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포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는 17세 소녀보다는  중년여성'이 더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소설 < 은교 > 는 17세 소녀'에 대한 늙은 남자의 욕망을 다룬다.  내가 보기엔 박범신은 10대 소녀를 순수와 관능을 표상하는 뮤즈'로 보는 듯하다. 딱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 전형화된 설정이라 서사적이라기보다는 학술적 냄새가 난다. 통념에 기댄 캐릭터'라 그닥 와닿지가 않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퇴폐문학'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 세븐틴 걸 " 은 현대'에서는 애 취급을 받지만 근대에서는 " 과년한 딸 " 이라고 해서 시집 가기에 적당한 가임 여성'으로 대접받았다.

 

과년이 16세이고  낭랑이 18세인 것을 보면 그 사이에 끼인 17세는 인생에서 성적으로 가장 관능적이며 밝고 건강한 시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춘향이와 줄리엣'도 모두 이 나이에 속하지 않았던가?  내가 소설 < 은교 > 를 시큰둥하게 읽은 이유는 < 파과 > 이며 동시에 < 과년 > 한 가임기 여성인 < 낭랑 > 한 십대'에 대한 그릇된 통념 때문이다. 나는 십대 청소년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십대'보다 나이가 더 어린 아이들의 동심'도 믿지도 않는다. 동심을 믿을 바에는 차라리 어른의 양심'을 믿는 편이다. 그것은 아동에 대한 현대의 신화'에 불과할 뿐이다. 아이는 발명되었다( 필립 아리에스 ). 나 또한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애나 어른이나 하는 짓은 도 긴 개 긴'이다.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이다. < 타락 > 이라는 것은 반드시 < 순수 > 를 기본 전제로 깔고 가는데 , 사실 타락한 어른'은 어린 시절에도 타락한 인간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순수했던 영혼이 먹고 살기 위해서 타락했다기보다는 원래 어른이 되기 전부터 이미 타락한 영혼이라는 말이다. 사카구지 안고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란 " 인간이기 때문에 타락한다. " 놀부의 어린 시절은 놀부이지 흥부가 아니다. 불난 데 부채질 하고, 초상난 데 춤추며, 애 밴 여자 배를 차고, 호박에 말뚝 박고, 비오는 날 장독을 열었던 놈은 어른이 돼도 비오는 날 장독 을 연다. 모 학술 기관에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무수한 학살 가운데 가장 잔인했던 표본을 산출한 결과 인구 비율 가운데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폭력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10대 분포가 많았던 집단일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는 통계도 산출되었다. 10대,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 당신이 친구 남동생을 보고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을 때 15살 소년의 켈빈 클라인 팬티 속에서는 급속히 팽창하는 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남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 나이가 바로 십대 후반'이다. 남성 호르몬이 증가한다는 것은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 입대 시기가 방년 스물살 안팎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이때가 가장 잔인한 폭력성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 ( 芳年 : 꽃다울 방, 해 년 ) 은 가시'를 숨겼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이다. 현대 사회'는 미성년 문화를 지나치게 미화시킨다. ( 결혼한 여성이 애'를 싫어한다고 하면 모성 신화에 대한 건방진 도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 학교 왕따 문제나 원조 교제'는 한국 교육이 실패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타락한 것이 아니라 교육 제도가 타락한 미성년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순수했던 아이들이 타락한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폭력성을 교육 제도가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기에 발생한 문제점이라는 말이다.  

 

배가 부른 사자는 눈 앞에서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한가롭게 뛰어다녀도 사냥을 하지 않는다. 무리를 지어다니는 초식 동물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에게 주어진 " 커피 한 잔의 여유 " 는 사자에게 잡아먹힌 동료 때문이다. 어떤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비극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안식'인 것이다. 이처럼 초식동물들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카메라가 돌 때는 우, 우우우 하며 죽은 동료를 위해 레퀴엠을 부르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신나서 히힝 히힝 웃는다. 하지만 이 짓에 대하여 누가 돌을 던지랴. 상당수의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이유는 독립 생활을 하는 것보다 무리 생활을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자에게 잡힐 위험은 1/N이다. N 숫자'가 크면 클수록 자신이 사자에게 먹힐 확률은 줄어든다. 그래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이다. 학원 폭력으로 대표되는 왕따 현상도 위와 같은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학교는 필연적으로 집단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무리를 모두 순한 얼룩 무늬 긴뿔 영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셋이 모이면 서열이 정해지는 법이고, 무리 사이엔 힘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포식자 계급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떤 놈은 초식동물의 발굽'이 되고, 어떤 놈은 육식동물의 발톱이 된다. 발톱은 발굽'을 제압한다. 학원은 정글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평화를 위해서는 굶주린 발톱에게 먹잇감을 던져줘야 한다. 왕따란 사자 뱃속을 채울 먹잇감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왕따'가 발생하게 되면 학교는 평화 모드로 전환된다. 물론 왕따 피해자'에게는 지옥이지만 무리에게는 평화인 기묘한 공생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왕따 가해자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놈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발굽'을 가진 무수한 초식동물 또한 공범자'이다.

 

이 집단 광기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일상을 파고든다. 누누이 말하지만 타락한 인간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배신의 결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병들지 않은 순수한 청정 지역'이라고 우기는 것은 타락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교묘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1급수에 살던 치어가 치열한 환경을 이기고 성어가 됐다고 해도, 1급수에 살던 물고기는 3급수에서는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더러운 물에 살던 놈은 어릴 때부터 더러운 물에서 자란 놈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미성년을 순결무구한 주체'로 미화시키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기만이다. 이러한 태도에 서운해 할 미성년자도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고 그에 합당한 어른 대우해야 한다.  미성년자들은 어른 못지 않게 폭력적이며 성적인 욕망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그들을 바르게 볼 수 있다. 내가 선생'이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겠다.

 

" 예전에 말이야. 이몽룡이라는 분이 계셨어. 이, 몽, 룡 !  너희와 같은 나이 때 이미 전국 팔도 방석집이란 방석집은 다 돌아다니며 계집질을 하신 분이다. 그분이 놋요강도 여러 개 작살내셨지. 그 양반 스타일이 그래. 기생 앞에 서면 너 월이'냐, 향월이냐 ? 나 몽룡이야.  그리고는 무조건 옷고름 잡어. 잡고는 존나게 하는 거야. 존나게....  좋아서 죽을 때까지 !!!!! 이몽룡 선생은 너희 나이 때 이미 담배 피고 술 마시고 기생집 들락날락거렸다. 16살.... 그때는 어른 대접을 해줬다. 너희들은 애들이 아니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별 생각 없이 너희를 낳았다. 낳아 놓고도 사랑도 안 준다.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 노후를 위해 너희를 낳은 거다.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훌륭한 생이란 없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 "

 

 

 

 

 

 


 

 

덧.

 

마루야마 겐지'가 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목차를 읽다가 빵 터졌다. 역쉬... 미루야마 겐지 할아버지다. 얼릉, 코맥 매카시의 < 카운슬러 > 와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를 사야겠다. 최고다 ! 시바....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011 /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013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015 / 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 017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019 /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021
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026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가족은 일시적인 결속일 뿐이다 032 / 부모를 버려라 034
자신을 직시하고, 뜯어고쳐라 038 /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040
내 배는 내 힘으로 채우자 042 / 직장인은 노예다 044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052 /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055
영웅 따위는 없다 060 / 국가는 적이다 063 /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064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072 / 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 074
머리가 좋다는 것은 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076
‘어른애’에서 벗어나라 078 / 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080
부모의 과도한 사랑이 자식의 뇌를 녹슬게 한다 084

5장.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엄마를 조심해라 094 /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096
자영업자가 돼라 099 / 직장은 사육장이다 101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106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115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119 / 신 따위는 없다 124
당신 안의 힘을 믿어라 127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134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139 / 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 142
국가를 쥐고 흔드는 놈들 역시 ‘그냥 인간’이다 147

8장.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153계산한 사랑은 파탄 나게 돼 있다 156 / 타산적인 여자들의 끝 159
패자들은 ‘사랑’이 아니라 연애 놀이를 한다 161
서른 이후에는 사랑이 어렵다 165

9장.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172 / 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 175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178
인간이라면 생각하고 생각해 재능을 찾아야 한다 181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85

10장.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통과의례 191
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 194
훌륭한 생이란 없다 197 /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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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 2013-11-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야먀 겐지...처음 들어보는 작가이지만 책의 목차를 보니 아주 흥미가 생기네요....푸핫 목차만으로도 한편의 글 같군요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5:14   좋아요 0 | URL
한가지 걱정되는 건 양이 너무 적어요.
일단 목차만 가지고는 대박 웃깁니다.
원래 저런 스타일이에요. 신 같잖아요.
개 마초'이기는 한데 어떤 진정성은 공유하시는 분입니다...ㅎㅎㅎㅎㅎ

엄동 2013-11-0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따위 엿아나 먹어라" 라니.
ㅋㅋㅋㅋ
여튼 목차 공유도 감사!

요 작가.
여성에 대한 혐오도가 상당한
독고다이 소설가라카던데ㅋ

읽어보고 싶네요
피차. 늙어가는 처지에
일부만으로 발끈함서 엉깔수는 없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4 15:13   좋아요 0 | URL
이 양반, 약간 정신병자 같습니다. 왜 문학하다가 미친 ....
얼마전에는 자기 이름을 딴 문학상을 열었어요.
지금의 문학은 다 병신같다고 자기가 직접 평가하겠다고...
미시마 유키오 + 사카구치 안고 = 겐지'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양만은 대중문학은 물론이고 순문학도 저질이라며 문학이 본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외치는 분인데...
소설은 꽤 좋습니다. 소설이 좋지 않았다면 내가 제일 싫어했을 인물인데
하여튼... 골 때리는 분인데...
원래 에세이도 거의 안 쓰는 양반인데 아마 돈이 딸리는 거 같기는 해요..ㅎㅎㅎ

푸르푸르 2013-11-0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양반 개꼰대같은 측면이 있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45   좋아요 0 | URL
이 양반 개꼰대스러운 측면이 아니라 개꼰대'임..
그런데 앞에 진짜가 붙으면 근사합니다. 진짜 마초가 멋있고. 진짜 개꼰대가 멋있고, 뭐... 그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