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오롯이 < + > 모양'으로 곧추섬'을 유지했다면, 나는 예수'라는 사내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기적'을 행하는 자'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받아들인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른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저기, 누더기의 왕'이 지나간다. 십자가'가 휘청. 채찍'이 내리칠 때'마다 휘청. 지친 사내'는 번번이 십자가'를 곧추세우지 못하고 무릎 꿇는다. 이 연약함. 이 십자가( + ) 가 기울어진 모양이 바로 < × > 다. 나는 이 기호'에서 신'이 아닌 인간'으로써 끝까지 인간'을 이해하려 했던 예수를 본다. 내가 당신'의 어깨에 기대는 것'도 그리고 당신이 내 품'에 안기는 것'도 다 기욺'이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도 기욺'이며 가난한 삶'도 기욺'이다. 예수가 기욺'없이 곧추선 강철의 삶'만을 살았다면, 과연 우리는 예수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테니스 용어 가운데 < 러브 게임 > 이란 말이 있다. 0 를 러브'라고 부른다. 그리고 점수를 한 점도 얻지 못한 경기를 러브게임'이라고 한다. 예수나 부처가 보았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 오소리 입말 사전, 기욺에 대하여 전문
사랑/ love 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문적 분류에 의하면 에로스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 플라토닉 사랑'으로 나눌 수 있고, 저잣거리 입말을 빌리면 미친 사랑, 이 죽일 놈의 사랑, 철부지 같은 사랑, 풋사과 같은 첫사랑, 운명적 사랑,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랑, 미련한 사랑, 답답한 사랑,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지긋지긋한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끝이 없습니다. 어디서 좀 놀아본 양아치도, 어디서 좀 놀아본 언니'도 모두 사랑 때문에 울고 웃습디다. 제가 사랑이란 사랑을 모두 모아보니 종류가 정확히 4031개나 되더군요. 이 정도면 주소지가 서울인 교회 수'보다 많은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통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독특한 사랑을 하나 여러분에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 포인트 러브 > 입니다.
포인트 러브'가 뭐냐구요 ? 에로스가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고 아가페가 신의 자애로움을 뜻하고 플라토닉이 정신적 사랑이라면 포인트 러브'는 " 아닌 밤중에 홍두깨 " 같은 사랑이지요. 왜 테니스에서는 0'을 제로라고 하지 않고 러브'라고 부를까요 ? 더군다나 점수를 한 점도 내지 못한 경기'를 사랑 싸움/ love game'라고 부를까요 ? 다음은 < 포인트 러브 > 에 대한 유례'입니다.
테니스의 점수를 부르는 방법은 다른 경기와 달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점은 포인트의 점수를 부르는 것만이며, 그 요령은 0점을 러브, 1점을 피프틴, 2점을 서티, 3점을 포티라고 한다. 이 방식은 리얼 테니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3번째 포인트를 15의 배수인 45가 아닌 40으로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 0점을 뜻하는 러브는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l’oeuf’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서버의 득점을 먼저 부르므로 30:15의 점수는 서버가 2포인트, 상대가 1포인트를 뜻한다. 만일 양 선수가 포티(40)가 되면 스코어는 듀스라 하고 한 선수가 먼저 어드밴티지를 취한 후 2포인트 차이로 게임을 얻을 때까지 경기를 계속한다.
- 두산 세계 대백과'에서 발췌
러브의 유례는 추측일 뿐 정의'가 아닙니다. 더 이상 0'을 love'라고 말한 첫 번째 발화자'를 찾을 수가 없군요. 굳이 곰곰생각하는발 식 < 믿거나말거나 휘뚜루마뚜루 백과사전 > 에 의하면 최초의 유포자는 시인이거나 철학자가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사랑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요. 이겨 보아야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는 사실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 오히려 서로 이기려고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는 사랑에 금이 가기 일쑤죠. 인간의 유전자가 "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 " 라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는 질문입니다.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라는 논쟁처럼 아주 오래된 질문'이지요. "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브'란 본질적으로 타자성'에 의존한 감성입니다. 타자성이라는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니 너무 어렵습니까 ? 어려워하실 필요 없어요. 무식한 당신에겐 친절한 곰곰생각하는발 씨'가 있잖아요. 나라는 남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4시간 당신의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교양이라는 이름의 가로등'입니다. 타자'란 무엇입니까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로 타자입니다. 철수에게 있어서 영희'는 사랑하는 타자'이죠.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타자'를 향한 마음입니다. " 사랑에 빠졌다! " 라는 말은 결국 < 나 > 가 아닌 < 너 > 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자'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뜻이죠. 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심장이 간지럽잖아요. 요실금 환자처럼 비실비실 웃음이 나잖아요. 내 기쁨은 오로지 당신이 기뻐할 때 발생하게 됩니다. 당신의 미소는 나에게는 함박웃음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지면 어때요, 당신이 이기면 장땡이지요 ! 이것이 바로 " 포인트 러브 " 입니다.
그래요. 팔씨름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 주는 것이 바로 러브입니다. 0 : 15'입니다. 아버지는 경기에서 졌지만 대신 가족의 결속과 행복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타적 게임'이죠. 러브 게임'입니다. 졌지만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승부욕이 강한 아버지가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아들을 이겼다고 합시다. ( 이것이 바로 " 이기적 " 게임이죠. ) 그랬다가는 아내에게 " 밴댕이 소갈머리 " 라거나 " 이 화상아 ! " 라고 욕먹기 딱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 엄마, 내 진짜 아버지는 누구야 ? " 라는 돌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게임에서는 이겼지만 이긴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렇듯, 이타성이란 얼핏 보기에는 손해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득인 셈입니다. 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이 보여준 " 타자를 향한 ( 놀라운 ) 배려 "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은 아비규환인 상황에서도 무질서보다는 질서를 선택했지요. < 필승 전략 > 대신 < 러브 게임 > 을 한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질서는 무질서가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만드는 혼란과 무정부 사태를 억제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켰습니다. 놀라운 시민 의식'이죠. 이처럼 사랑 싸움은 러브게임'으로 해야지 필승 전략을 세우면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타적 사랑은 러브게임'입니다. 어떻습니까 ? 사랑에 대한 정의 ! 당신, 네트를 넘어오는 테니스공을 슬쩍 라인 밖으로 내보내세요. 그깟 경기에서 지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사랑이 찾아옵니다. 피프틴 러브 같은 사랑을 해 보세요. 서티 러브'는 어떤가요 ? 가장 위대한 사랑은 포티 러브입니다. 우리 모두 포티 러브'를 하기로 해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