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어 鯊魚 ]

 

 

 

 

대체로 물고기는 난생이며 암수의 교배에 의해서 새끼를 낳지 않는다. 수놈이 먼저 정액을 뿌리면 암놈은 여기에 알을 낳고, 이렇게 수정된 알이 부화하면 새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상어만은 태생이며, 특별히 새끼를 배는 시기가 없다는 것도 물속에 사는 생물로서는 유별난 점이다. 상어의 수놈에게는 밖으로 드러난 두 개의 생식기가 있고, 암놈의 뱃속에는 두 개의 태보가 있다. 또 각각의 태보 속에는 4~5개의 태가 들어 있다. 이 태가 성숙해지면 새끼가 태어난다.

- 자산어보, 정약전

 

 

여기서 사어'는 상어'를 말한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2 > 는 " 상어박물지 " 라는 꼭지를 따로 두어 80페이지 넘게 상어에 대해서만 다룬다. ( 바다 생물에 대한 고른 배분'보다는 편애'다. 정약전의 편애가 아니라 저자인 이태원의 개인적 관심사인 듯하다. 하긴, 사내들이란 상어와 공룡에 대한 판타지를 영원히 간직한 어른이 아니었던가. ) 상어는 피부 비늘이 매우 거칠고 날카롭다. 손에 베일 정도이다. 옛날에는 나무를 다듬는 사포 대용으로 상어 껍질을 사용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칼을 벼리는 데에도 사용했다고 하니 성격만 거친 것이 아니라 피부 또한 매우 거친 녀석이라 할 수 있다.  짐승의 가죽이 쇠를 죽이는 것이다. 상어는 3억 5천 년 전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이는 진화가 덜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 상어 사. 모래 沙 에 고기 魚가 합친 한자'다. 한자 조합만으로도 상어 껍질이 모래처럼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어는, 그러니깐...... 애정 결핍'이다.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 흡혈귀 > 는 구순기‘에 고착된 존재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순기’는 아기들이 젖을 빠는 시기‘를 말하는데 막장의 대가답게 프로이트‘는 이 아이가 엄마 젖을 빠는 행위’를 1차 쾌락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 단계‘가 항문기다. 아이가 커서 < 오럴의 쾌락 >을 상실하자 아이’는 똥‘을 쌀 때 쾌락을 경험한다.

 

똥을 쌀 때마다 아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괄약근을 밀치며 쏟아져 나오는 가래떡 때문에 묘한 쾌락에 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차 쾌락인 항문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남근기인 < 성기 중심의 쾌락 > 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쾌락’은 구순 - 항문 - 남근기‘를 거쳐 완성된다. 뭐, 여기까지 말하면 마치 이 과정이 유아 - 소년 - 어른의 과정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남근기는 이미 초등학생이면 마스터하는 커리큘럼이다. 하여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사히 단계별 쾌락 과정’을 완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어느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니깐 4호선은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가야 무사히 안전 운행을 마치는 것인데, 그만 서울역‘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이것을 정신분석 용어‘로 고착이라고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식 말대꾸로 설명하자면 도착의 반대말이 고착이다.

 

고착’이라는 개념을 고장 난 기차’에 빗대어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환자는 자신의 머릿속 기차가 고장 나서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육체적 성장은 트래픽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니깐 말이다. 다만 기차가 멈춤으로써 멘탈 속 교통’은 일대 혼란을 가져온다. 몸은 정상적으로 성장을 마쳤지만 정신은 고장 난 그 시점 그대로 머문다. 그 고장 난 시점‘이 구순기’라면 그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그는 성적 쾌락을 입‘으로 강하게 느끼게 되어 식욕과 성욕이 섞이게 된다.

 

영화 < 고스터바스터즈 > 에 나오는 먹보 귀신’은 모두 구순기 괴물‘이다. 이 괴물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데 이 식욕은 왕성한 성욕의 은유’이다. 그놈들은 “ 먹는 ” 것이면서 동시에 “ 씹 ”는 것이다. 입은 곧 성기'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구순기 고착'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흡혈귀'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리카 종’이 멋들어지게 표현한 말을 빌리면 그들은 "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 성교를 하는 종 " 이라 말할 수 있다. 흡혈귀는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지만, 따지고 보면 구순기 어린 놈‘이다. 흡혈귀는 입으로 섹스’를 한다. 대부분의 영화 속 괴물(들)’은 이 범주 안에 있다.

 

 

 

상어'도 구순기 성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짐승이다. 영화 < 죠스 > 에서 백상아리'는 닥치는 대로 문다. 내가 보기엔 상어‘는 굶주렸다기보다는 애정 결핍’에 의한 과잉 행동 장애인 것 같다. 그것은 배가 불러도 엄마 젖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갓난이의 심리이다. 상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달콤한 엄마의 젖가슴’이다.  애착을 넘어서는 집착이라 할 만하다. 혹시 영화 속 백상아리'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아픈 과거라도 있는 것일까 ? 최근에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고종석'은 퇴행성 구순기 고착 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백상아리'이다. 그가 진술한 불행한 가정사'에서 주목할 점은 새엄마의 등장 시기'이다.

 

 

 주변 이웃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고종석은 7살 때부터 새엄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 말은 그 이전부터 엄마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유년은 언제나 비극으로 치닫는법. 이 세상 모든 비극은 사랑의 결핍이 아니었던가. 공교롭게도 피해 아동의 나이도 7살이었다. 이 우연한 일치는 그가 과거 속에서 사는 인물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고종석이 구순기 고착 환자'라는 사실은 몇몇 흔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피해 아동'에게 깊은 치흔을 남길 정도'로 입으로 아이를 물었는데 그것은 그가 구순기 쾌락에 집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고종석의 치아 상태'가 틀니를 해야 할 정도로 치아 건강이 최악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구순기 괴물'은 젖을 빨던 그 옛날의 입-쾌락'에 강하게 끌리는 짐승이다.

 

 

상어는 괴물이 아니지만 영화 속 죠스'는 괴물이다. 물면 놓지 않는다. 구강 구조를 보면 낚시바늘보다 더 정교해서 빠져나갈 수가 없도록 설계되었다. 고착은 집착을 낳는다. 결핍이 원인이다. 햇병아리 같은 황당한 삐약( 비약 ) 을 용서하신다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상어'의 나쁜 입은 뒷거래로 점철된 정치가들의 나쁜 손'과 동일하다. 나쁜 손'은 탐욕스럽게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는 놓을 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손과 아가리는 동일하다. 대한민국에는 백상아리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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