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펠 이 풍 년 :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메뚜기도 유월이 한철 _ 이라는 속담이 있다. 펄벅의 대하소설 << 대지 >> 에는 거대한 메뚜기 떼가 출몰하여 " 기승 " 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뛰어 봐야 벼룩 메뚜기 _ 라고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던 메뚜기 떼도 가을 지나 겨울이 오기 전에 메뚜기 전원 사망이라는 " 전결 " 로 매조지된다.
그렇기에 메뚜기의 화양연화는 " 사시사철 " 이 아니라 " 유월한철 " 인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 개미와 베짱이 > 는 엉터리 서사'다. 겨우 반평생밖에 못사는 베짱이에게 " 겨우살이(한평생) " 를 강조하는 것은 좐~인한 것이다. 오히려 어리석은 쪽은 일개미'다. 한여름에도 밤낮없이 일만 하는 일개미의 생애 주기가 고작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근로장학생이자 저축왕인 일개미의 과잉 노동과 저장강박'은 우려할 만하다. 일개미는 평생 먹지도 못할 식량을 쌓아둔 채 과로사로 죽는 캐릭터로 일종의 " 푸드 호더 " 이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식량은 누구의 몫인가 ?
당연히 여왕개미 몫이다(여왕개미의 생애 주기는 5~10년이다). 여왕개미와 입장이 비슷한 농장 주인이 노예였던 이솝을 어여삐 여겨 이런 젠차로 서로 사맛디 아니했던 노비'를 자유인 신분으로 풀어준 이유는 이솝 우화가 일개미의 과잉노동을 예찬한다는 데 있다. < 박찬주 육군대장 부부 갑질 사건 > 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공관병에게 전자 팔찌를 채웠다는 기사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 냉장고 - 에피소드 " 가 내게는 더 인상적이었다. 차면 넘쳐서 한 대 한 대, 또 한 대 한 대 장만하다 보니 열 대'가 된 것이니 아, 슬픈 열 대여 !
과연 대한민국에서 대용량 냉장고를 10대나 보유하고 있는 가정집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유일하지 않을까 ? 4인 가족이 보유한 냉장고 총용량'이 하루 평균 400명 남짓의 손님이 드나드는 맛집 식당의 내장고 용량보다 몇 배나 크다는 사실을 근거로 비교 평가하자면 박찬주 부부의 냉장고 사랑은 기이한 풍경처럼 보인다. 그것은 마치 1년밖에 못사는 일개미가 10년치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한여름 땡볕에서도 밤낮없이 일을 하는 행위만큼 어리석어 보인다. 냉장고'라는 기계식 석빙고는 요상한 기계여서 input과 output 값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신선한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하는 쓰레기통으로 변하게 된다.
박찬주 부부는 전형적인 " 푸드 호더 " 다. 음식을 버리자니 아깝고 남 주자니 더 아까워서 차라리 남 주는 것보다는 버리는 쪽을 택한 부부가 절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은 더더욱 아이러니하다. 부부는 예수가 행한 오병이어의 기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 적과 총질 하며 싸워야 할 대장이 음식 앞에서 젓가락질 하며 싸우고 있으니, 니미 ...... 할 말이 없다. ' 지펠이 풍년 ' 인 박찬주 씨네 부엌을 상상하면서 ' 지랄이 풍년 ' 이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