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황

1. 최근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특히 낮에는 눈이 시려서 진물이 나고 안구 통증도 잦다. 안과에서는 빛에 노출될 수록 시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낮에 실외 활동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선그라스를 착용하라는 진단까지 받자 짜증이 몰려왔다. 매의 눈까지는 아니었어도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시력을 자랑했던 내가 시력 저하 때문에 외출할 때 선그라스를 착용하라는 진단을 받다니. 가끔 멋으로 쓰고 다녔던 사치품이 이제는 필수품이 되다니 울화통이 치민다.
2. 개와 함께 공원 산책을 하고 나면 털 검사를 하는데 눈이 나빠지다 보니 털에 매달린 " 짐승 " 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보는 시늉을 하는데, 이유는 며칠 전에 방바닥에서 진디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올해 살인진디기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8명이라는데 심란하다. 아직 모기도 없는데 내 몸 여러 군데 물린 것을 보면 진디기가 문 것 같기도 하다. 낯짝이 있지, 시바 ! 하루 한 끼 먹는 빈자의 피를 빨아야겠냐 ?
3. http://blog.naver.com/waffel/221039946218 ( 무딘연필 님, 남성 판타지 ) : 한국 사회는 "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 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에 "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 은 인정하지 않거나 불온하다고 여긴다. 좋은 사례가 모 알라디너의 < 나야 좋지, 썅년 > 발언이었다. 공원에서 맥주 마시던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와 합석을 한다. 주거니 받거니...... 몇 순 돌자, 취기 오른 여자가 제안을 한다. 우리 방 잡아놓고 술 한 잔 더 해요. 이 말을 들은 남자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야 좋지, 썅년 ! 그는 왜 속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를 쌍년이라며 계급을 강등하고 비하했을까 ? 아마도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는 관대하면서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는 색안경 끼고 보는, 졸라게 좆같은 너님의 잰더 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그는 자신의 글이 " 에세이 " 가 아니라 " 판타지 " 였다고 고백하다가 나중에는 감성이 폭발하며 징징거린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냐 ? 라는 변명이었다. 그런데 그 글이 에세이냐 판타지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잰더 감수성에 따른 애티튜드의 문제였으니까. 자신이 쓰는 글은 판타지'라고 주장한 그는 가상의 여성을 만들어서 성희롱을 일삼는다. 그가 쓴 페이퍼의 팔 할은 유방의 모양새와 유두의 색깔이었다. 블라우스 속 유방을 상상하며 어떻게 생겼을까_ 상상하거나 유두 색깔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물론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은 철저하게 사실적일 수밖에 없다. 여성을 단순하게 성적 대상으로 생각했던 태도의 상상적 발현이니까.
4. 아버지는 " 칠쟁이 " 였다. 당연히 나는 간판집 아들이거나 뺑끼 가게 아들이었다. 고객의 요구 조건은 하나였다. 멀리서도 잘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나름 예술가였던 아버지는 멋진 캘리그래프로 도시 미화'에 도움이 되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고객은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간판 글자 폰트 크기와 색깔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미련한 것들 ! 대한민국 가로수는 대부분 팔다리가 잘린 채 전봇대처럼 서 있다. 상가 건물 입주자들의 민원 때문이다. 가게 앞 나무 때문에 조망권이 가려지니 가지를 쳐달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로수는 죄다 벌거숭이 나무가 되어서 흉물스럽게 보인다. 좋은 풍경은커녕 그림자조차 없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한숨이 생각나곤 한다. 조망권에 따른 가시 영역의 확장이 장사(광고 효과)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맛집 골목'이 행인 눈에 잘 띄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강이나 냇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물풀이 많이 있는 곳이다. 그늘이 있으니 몸을 감출 장소로 적합하고, 물고기들이 모이니 상위 포식자인 물고기도 모이게 된다. 가로수도 마찬가지다. 수족이 잘리지 않은, 울창한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고 풍경을 만들며 삭막한 거리에 골목(거리)의 서정을 더한다. 당연히 수족 잘린 가로수길보다는 울창한 가로수길을 선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유동인구는 많아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가로수가 조망권을 방해해서 영업에 지장을 주지는 점이다.
5.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 제일 바쁜 사람은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이다. 강수량과 강설량이 많을수록 배달 주문도 비례한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기는 하나, 배달하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건 질주를 해야 한다. 비 많이 오는 날, 오토바이를 타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하리라.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아는 형은 배운 게 없어서 음식 배달이 생업인 사람이었다. 몇 번,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모두 다 악천후 때 발생한 사고였다. 속도는 늦출 수 없는 데에는 면이 불었다는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거나 폭언과 폭력이 뒤따른다는 점과 배달 시간이 초과들 경우 벌금을 물어야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뇌수술 때문에 머리를 삭발한 형의 모습을 본 이후 ㅡ 나는 더 이상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해외에 장기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광속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