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두    다   독 한    말 들   :

 

 

 

 

 

 

 

 

 

생강을 생각하다.

 

 

 

 

 

 

 

                                                                                                        생강은 오묘하다. 다른 이들이 종의 번식을 위해 화려함과 달콤함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면 생강은 정반대 전략을 구사한다. 씹으면 통각에 가까운 고통을 주는 생강은 음각으로 파인 상처가 터지고 곪아서 생긴 양각의 흉터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untouchable 하다. 생강의 통각은 쓴 맛과는 다르다. 그것은 맛이 아니라 상처이고 흉터이며 통증이다. 나는 생각한다. "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 1) 매혹적이다, 달콤한 미래를 속삭이는 자는 거짓말쟁이에 불과하지만 과거가 궁금해지는 사람은 신비한 사람이니까. 우리는 흉터의 깊이가 클수록 그 흉터의 기원이 궁금해진다. 흉터가 전부인 사람은 오로지 복수라는 감정 하나만 남은 자이다. 바늘 침대에서 잠을 자고 곰 쓸개를 씹으니 복수를 제외한 만감은 사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생강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 같다.  생강 같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문장의 힘은 뺄셈에서 나온다(덧셈과 곱셈은 문장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중언부언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내뱉은 말 혹은 글에 대해 스스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 자신감이 없으니 강조를 하게 되고, 반복이 되며, 군더더기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김훈과 코멕 맥카시는 뼈대만 남은 문장으로도 서사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이다. 뜬금없는 결론이지만 문재인의 승리'를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생강이었다. 적이 선명할수록 목표는 뚜렷해지듯이 흉터가 깊을수록 목표 또한 분명한 법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유대감은 슬픔이며 가장 견고한 조직은 비통함을 공유한 단체이다.                                 코맥 매카시의 << 모두 다 예쁜 말들 >> 에 나오는 문장이다. 문재인을 지지했던 유권자 심리의 기저는 슬픔이었고, 그 비통함을 공유한 조직이었다. 그동안 패권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북처럼 두들겨맞았던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 며 " 여한이 없다 ! " 고 말한 대목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문재인 지지자의 심리적 기저는 한이었던 모양이다. 문재인이 19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문재인은 노무현과 세월호에 진 빚이 많다. 나는 그가 잘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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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 다 예쁜 말들, 코멕 맥카시 p189  : 아직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행운이다. << 모두 다 예쁜 말들 >> 과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를 추천한다. 문체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 오늘의 추천곡 ㅣ 아마추어증폭기 << 금자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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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7-05-16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오늘도 문장이 생강차처럼 좋으십니다^^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5:02   좋아요 0 | URL
클래비스 님 위해서 노래 한 곡 띙부니다..

clavis 2017-05-16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듣고있던 제 힐링 레파토리 라흐 피협 2번 2악장을 끄고 금자탑 잘 들었습니다♥같이 걸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5:24   좋아요 1 | URL
클동지!!!! ^^

만화애니비평 2017-05-16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강을 평소 먹기 어려우니 마늘을 좀 먹어야겠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5:24   좋아요 0 | URL
만동지, 마늘이 보면 은근 단맛이 있습니다.. 구우면..

clavis 2017-05-16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동무!!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5:47   좋아요 0 | URL
흙흙...

2017-05-16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6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페이퍼를 올리자 누군가 비밀댓글을 달았다.

˝ 후덜덜, 그런 사람인 줄 몰랐네요.... ˝



문재인을 지지하면 무서운 사람이 된다는 인식은 돼지발정제당이 틈만 나면 취하는 종북 빨갱이 논리이다.
좆같아서 댓글을 삭제했다.



돌궐 2017-05-1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좋아하는 작가에요. 다만 곰곰님 같은 발칙함과 유머가 없어서 아쉬울 뿐.

돌궐 2017-05-16 16:47   좋아요 1 | URL
<흑산>에서 이 구절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오빠, 저문다. 집에 가자.
하던, 그 아침가리 화전밭의 여동생이었다. 박차돌은 여동생의 시체를 지게에 지고 잠두봉 중턱으로 올라갔다. 멀리, 허연 강이 보이는 자리였다. 박차돌은 삽을 휘둘러서 땅을 팠다. 박차돌은 누이동생 박한녀의 시체를 구덩이 밑에 내려놓았다. 염도 없고 관도 없었다. 얼굴을 위로 향하게 하고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해주었다. 고운 흙부터 덮어나가서 모래와 돌멩이로 마무리를 했다. 봉분은 없었다. 묻기를 마치고, 박차돌은 그 자리에 쓰러져서 해가 뜰 때까지 울었다. 240쪽.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8:28   좋아요 1 | URL
흑산 좋죠. 칼의노래 이후, 현의 노래는 좀 동어반복 같아서.. 실망이 컸는데 흑산은 좋더군요..


코멕은 확실히 초기작과 후기작이 문체 변화가 심합니다. 나름 코멕 빠여서 다 읽어보았는데 초기작은 좀 만연체 스타일이다가 후기작으로 갈수록 간결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뼈대만 남은 문체를 좋아하는지라....


모두 다, 노인을 위한, 로드.. 전부 다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압권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5-1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고기를 더 많이 만들고싶은 분들이 많군요. 이이쿠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8:26   좋아요 0 | URL
만동지 ! 달달한 연애 시작하시니 알라딘 마을에 시루떡 돌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시이소오 2017-05-1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김훈을 한국의 코멕매카시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찌찌뽕입니다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9:56   좋아요 0 | URL
김훈 최고죠. 몇몇 작품은.. 아차, 이제 8시이니 뉴수룸할 때네요.
요즘 뉴스가 드라마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