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귀 :
타이슨과 박근혜
마이크 타이슨,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난 흑인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폭행과 소매치기로 소년원을 들락날락거리다가 권투 선수가 된 사나이. 휙휙. 이거슨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내는 소리, 진짜루. 방년 18세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 19전 19승 19KO " 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챔피언이 된다.
그는 약관의 나이에 WBC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으며, 21세에는 WBA와 IBF 타이틀까지 획득하여 주요 3대 복싱 단체 타이틀 통합 챔피언이 된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가는 길에 굴비 대신 영광있으라 ! 하지만 영광은 약간이요, 몰락은 영원한 법. 라스베가스 특설 링, 1990년 2월 11일 제임스 더글러스와 대결에서 마이크 타이슨은 링에 드러눕는다. KO승이 아니라 KO패였다. 이토록 생경한 모습.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그동안 무적의 왕이었으니까. 이 패배 이후 급전직하(急轉直下)한 그는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6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주먹 없이는 볼 수 없는, 눈물의 스포츠 서사. 그는 가석방 후 재기를 노렸으면 시원찮았다.
1996년 홀리필드에게 졌고, 1997년 홀리필드에게 다시 도전했으나........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거라.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칼바람 소리가 나던 왕년과는 다르게 그가 휘두른 주먹은 뒷방 늙은이가 뀌는 헛방귀 소리를 낼 뿐이다. 지기는 싫은데 이길 수는 없는 상대. 그가 노린 것은 홀리필드의 귀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귀 ?! 타이슨은 경기 도중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실격패를 당하고 권투 협회로부터 선수 자격 정지를 당한다.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가 복수의 서사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라면 "눈에는 눈, 이에는 귀 " 는 막장 서사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다.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마이크 타이슨은 왜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었을까 ?
말머리를 마이크 타이슨 약사(略史)로 시작한 데에는 박근혜의 뒤끝 때문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 고 선고한 뒤에도 박근혜는 이렇다 할 리액션이 없을 뿐더러, 청와대라는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하는 5성급 숙박 시설에서 짐 싸서 나갈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승복은커녕 구질구질하게 귀를 물어뜯는 타이슨이나 빈집 도배나 보일러 타령을 하며 불복하는 박근혜나 도긴개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 앞에서, 그것도 이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박근혜 본인이 삼성동 집구석 도배 타령이나 하고 보일러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구질구질한 성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 때 지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패자의 미덕이거늘, " 집구석 세팅 완료 " 를 이유로 밍기적거리는 것은 지기 싫다고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는 행위와 같다. 끝까지 진상을 부리니 졸라 지저분하다. 이정미 재판관이 법정 용어와 절제된 언어를 구사해서 그렇지 <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는 문장을 쉽게 설명하자면 < 청와대라는 숙박 시설에서 나가 > 라는 소리이다. 또한 20분 넘게 낭독한 박근혜 탄핵 인용 판결문을 영어로 번역하자면 CHECK OUT이 아닐까 ? 젊었을 때 숙박 시설에서 꽤나 놀아본 경험을 곁들여서 말하자면 투숙객에게도 에티켓이라는 게 있다.
방 빼 _ 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전화벨이 울리기 전에 나가는 게 에티켓이다. 각하, 저의 자비로 너님 댁에 귀뚜라미 보일러 놓아 드리리다. 객실 퇴실은 다음날 12시까지입니다 ■
덧대기 ㅣ 친박의 우두머리로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더니 이제는 숙박의 여왕이 되어 방을 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가관이다. 박씨, 이제 청와대 관저는 당신 방이 아니라오. 당신에게는 감방이 좋은 방인 듯 하니 그곳에서 혼밥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