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잠
더러운 잠 2
마네의 << 올랭피아 >> 속 그림 모델은 매춘부1)다. 매춘부가 그림 모델로 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 미술 작품이 파격적인 이유는 보는 자(감상자)와 보이는 대상(그림)의 관계 설정을 전복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감상자가 그림을 응시함으로써 시각적 쾌락을 얻었지만 << 올랭피아 >> 는 반대로 그림이 그림을 감상하는 자를 응시한다. 라캉의 응시(gaze) 개념을 끌어들이자면 시선의 주체는 < 나 > 가 아니라 < 대상 > 이다. 그러니까 라캉 식으로 설명하자면 보는 자는 사물(대상 a, 올랭피아)이고 엿보이는 자는 감상자'다.
라캉은 이를 두고 " 나는 사라지고 사물이 나를 응시한다 " 고 말한다. 당시 이 그림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이유는 시각적 쾌락을 점유했던 남성이 반대로 그림 속 여성에 의해 감시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그림 속 모델은 우아한 여성이 아니라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매춘부가 아닌가 ! 계급 서열에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여자가 당당한 시선으로 나를 감시하니 기분이 나쁜 것(그림 구매자는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벌거벗은 올랭피아는 " 여자 바바리맨2) " 인 경우다. 마네는 당돌한 여자를 내세워서 부르주아 남성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폭로하고 맘껏 조롱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 그림이 가지고 있는 전복성이다. 이구영 화가의 작품 << 더러운 잠 >> 에 사용된 마네의 << 올랭피아 >> 와 조르조네의 << 잠자는 비너스 >> 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잠자는 비너스는 남성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기 위해 그려진 벌거벗은 여성이다. 비너스는 수줍은 듯 다소곳이 정면을 응시하지 않을 뿐더러 육체는 8등신이다. 엿보는 자(감상자)는 몰래 훔쳐보며 시각적 쾌락을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올랭피아는 정면을 응시함으로써 엿보는 자(감상자)는 자신이 벌거벗은 여성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됐다는 데 불편한 마음을 갖는다. 더군다나 5등신의 추한 매춘부 여성에게 들키다니 !
오죽했으면 미술 평론가들이 " 노란 똥배 나온 못생긴 여자 " 라고 비난했을까. 이구영 화가의 << 더러운 잠 >> 은 위 두 그림을 패러디했지만 본바탕은 << 올랭피아 >> 이다. 잠자는 비너스를 차용한 부분은 박근혜의 몸에 한정될 뿐이다. 의문점 하나. 화가는 왜 올랭피아의 욱체 대신 비너스의 몸을 선택한 것일까 ? 작가의 의도대로 추악한 박근혜를 비판할 목적이었다면 신화 속 여신의 벌거벗은 몸보다는 노란 똥배 나온 여자의 벌거벗은 몸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바로 그 점이 이 그림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는 감상자의 시각적 쾌락을 위해서 올랭피아의 매력 없는 몸 대신 아름다운 비너스의 알몸으로 치환한 것이다.
그는 친절하게도 박근혜의 옆모습을 그려넣어서 감상자가 마음껏 시각적 쾌락을 만끽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더군다나 벌거벗은 몸 위에 위치한 사드 미사일은 빨갛게 발기된 딜도처럼 보인다. 물론 이 해석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그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미소지니(misogyny)가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혹은 학습된 무의식적 반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1) 실제 모델은 빅토린 뫼랑으로 매춘부가 아니라 화가 지망생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그림 제목에 얽힌 해설이다. " 그림의 제목인 올랭피아는 당시 사람들에게 1848년 출간된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La Dame aux Camélias)’에 등장하는 올랭프(Olympe)라는 이름을 연상하게 하였다(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는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로 아버지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에 피스 -프랑스어로 아들이라는 뜻- 를 붙이며, ‘춘희’는 후에 유명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이 되었다). 소설 속 올랭프는 자신의 몸을 파는 것에 수치심을 전혀 모르는 뻔뻔한 매춘부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쳤기 때문에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올랭피아가 올랭프 즉 매춘부를 의미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설사 이를 몰랐다 손 치더라도 그림 속 여인이 매춘부라는 사실은 그녀의 몸을 장식하고 있는 목걸이와 구두가 당시 매춘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 글 출처 : http://blog.naver.com/wronggallery/220643655805 ) " 실제로 당시 고급 매춘부들은 춘희에 나오는 올랭프를 따서 자신의 예명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2) 바바리맨은 일반적인 시각적 쾌락의 전복을 이용한다. 바바리맨은 여고생 앞에 벌거벗은 몸으로 등장하지만 정작 수치심을 느끼는 쪽은 바바리맨을 본 감상자'다. 마찬가지로 마네의 올랭피아는 나체였지만 오히려 수치심을 느끼는 쪽은 그림을 감상하는 부르주아 남성들이었다. 올랭피아의 저돌적이며 당당한 시선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뒷방 늙은이들아, 볼 테면 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