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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잘  하  세  요      :


 

 

 


 


청기와, 백기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다. 남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 " 응애~ " 하며 울었다면,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와 내뱉은 첫 일성은 " 영애~ " 였다고 한다. 이 일화는 바람이 전하는 말에 바람이 전하는 말이 더해지면서 신화가 되었다. 이 신화는 조실부모 서사와 겹치면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가 대중 속으로 일파만파 퍼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영애공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주변사람들에게 구박을 받아더래요. 샤바샤바 아이, 시발 ~ 일천구백칠십구년.

세상은 끈 떨어진 그녀를 모질게 대했다.   강철군화를 신은 문어 아저씨가 입성하자 그녀는 칼바람 부는 한겨울에 무일푼으로 청기와에서 쫒겨나는 처지가 된다.   그녀 주머니엔 고작 은마 아파트 600채를 살 수 있는 돈이 전부였다고.   (코러스) 아, 아아. 가시밭길을 홀로 걷는 가련한 사마리아 여인이여 ! 불쌍타. 불쌍타, 불쌍타 ......               눈보라가 휘날리는 거리를 홀로 걷고 있을 때 그녀 앞에 말상(-相)을 한 남자가 나타난다. 토함산 귀두골 대무당 최씨였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성대모사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무쳤냐이 _ 라는 이주일 흉내는 물론이요,

뿜빠라 뿜빠 뿜빠빠 ~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 없으면 못 마십니다 _ 라는 서영춘 모사도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박수무당이었다고.  그는 그녀 앞에 나타나 새하얀 두부 한 모를 내민다. 그리고는 그동안 갈고닦은 육씨 성대모사로 말한다. " 마이 ~  무거.  배 고프이 마이 무거 ~ "  함박눈은 펑펑 내리는데 그녀눈에서는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와신상담. 그녀는 두부를 씹으며 언젠가 우주의 기운이 자신을 영접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 씨발것들, 두고 보자고요 ! 토함산 귀두골 대무당 최씨는 이를 가는 박씨를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 너와 나,  잘합시다. " 훗날, 이 이야기는 영화 << 친절한 금자씨 >> 의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한다.

최씨와 박씨는 서로 눈이 맞아 의기투합하여 최가박당을 만들고 신당을 차린다. 목격자에 의하면 최가박당네 2층 양옥집 거실에는 " 닭 치고 내 말 들어 ! " 라는 가훈이 걸렸다고 한다.  이 가훈은 훗날의 비극적 정황을 짐작하게 만드는 열쇳말이 된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 혈육이 아닌 신성 가족의 탄생이다. 여기까지는 " 프리퀼 " 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본론은 지금부터다. 최씨는 원대한 꿈을 가진 대도였다. 푼돈 훔치는 것은 성에 차지 않은 그였다. 그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돈을 훔칠 계획을 꾸민다. 그가 노린 것은 보석상의 금도 아니요, 은행 금고의 돈도 아니었다. 청와대 입성이 목표였다. 최씨와 박씨가 노린 것은 세금이었다. 작전명은 " 말세 " 였다.

말 뒤축이 대지의 지축을 뒤흔드노니 이제 대한민국은 말세(상)가 도래하리라.   박씨는 최씨로부터 실미도 훈련을 능가하는 스파이 훈련을 받는다. 따라하세요.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간장 공장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된장 공장 공장장이다. "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간장 공장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된장 공장 공장장이다. "    최씨는 박씨를 밀정으로 훈련시킨 후 청기와 안주인으로 보낸다. 지마위계(指馬爲鷄),  권력을 등에 업은 위세는 말을 가리키며 닭이라 하면 닭처럼 보이는지라. 박씨 곁에서 국정을 농단한 간신들은 닭 뒤에 말이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으나 이구동성으로 닭이라 하니 닭으로 위장한 박씨에게 민중은 감쪽같이 속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그동안 쉬쉬했던 포악질이 청기와 담장 너머로 새어나갔으니 말꼬리에 말꼬리를 물면서 말 꼬리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노출되었다. 깃털인 줄 알고 뽑았더니 말갈기였던 것이다. 청기와는 블루 하우스(B-house)가 아니라 블루 호스(B-horse)였던 것이다. 성공의 열매를 손에 쥐락말락하려는 순간에 찾아온, 믿을 수 없는 몰락이었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려는 계획은 이제 하와이 가서 목화 농장에서 목화나 따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에 질세라, 박씨는 그녀 특유의 신파를 거들먹거렸으나 등돌린 민중을 되돌리기에는 최씨박씨 작당 드라마는 하류 똥물'이었다.

 

호떡(호스트바 남성 직원을 뜻하는 업계 은어)을 파는 남자와 호떡을 좋아하는 여자,  에어로빅하던 여자와 유도하던 남자, 말을 잘 타는 여자와 말을 버벅거리는 여자들이 모여서 거대한 작당을 모의했으니 통탄하지 않을 이 뉘 있으랴. 최씨박씨 힘을 모아 연출한 드라마 << 최가박당 >> 은 막장이 갖춰야 할 모든 자격을 품었다. 막장치고는 < 식스센스 > 를 능가하는 반전의 묘미가 훌륭하고,  성공을 손아귀에 쥐락말락한 순간에 실패하게 되는 서사 또한 똥구멍을 조이게 만드는 아스트랄한 스릴과 지랄이 일품이다. 영화 제작자들이 탐낼 만한 시나리오이니 언젠가는 영화화가 되리라 본다. 이제 막장 드라마의 피날레는 청기와에서 백기 들고 투항하는 방법이 최상이다. 

 

라스트씬이야말로 중요하다. 유종의 미를 장식하기 위해서는 잔당들의 < 해피엔딩 > 이 아니라 악당들의 < 해피엔드 > 가 아니었던가. 청기와,    백기 들어라 !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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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1-15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말놀이 죽음입니다. ㅋㅋㅋㅋㅋ 곰발님이 기막힌 이 일을 소재로 소설 한 편 써서 영화화하는 거 어때요? 너무 웃길 것 같은데ㅋㅋ 천만 관객 영화될지도 몰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1-16 10:25   좋아요 0 | URL
제가 찍으면 19금이 될 것 같습니다. 19금으로 천만을 넘기란 쉽지 않겠지만 워낙 관심이 높다보니 가능도 하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억의집 2016-11-1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심각한 건데.... 개콘인 줄~ 한참 웃었음!!

곰곰생각하는발 2016-11-16 10:25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까지 본 막장 드라마 중 최고 갑이 아닐까 싶습니다..

포스트잇 2016-11-1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길라임 씨는 날때부터 ‘영애‘라고 울었군요 ..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1-16 10:24   좋아요 0 | URL
저도 나름 알라딘에서는 라임의 국무총리‘라는 소릴 듣곤 하는데...
박근혜가 라밈으로 절 자극하는군요..

붉은돼지 2016-11-1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묘합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1-16 13: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