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오스카 조로아스터 :
실상과 허상 사이

트럼프는 이제 시속 300km로 달리는 링컨 컨티넨탈의 주인이 되었다. 범퍼카를 몰던 트럼프에게 반한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백인 하층민 남성이 트럼프의 부드러운 " 코너링 " 에 반했다는 후문. 그는 이제 당당하게 정문으로 입성한 것. 문제는 트럼프가 직접 운전을 한 경험이 없을 뿐더러 운전면허증조차 없다는 데 있다. 놀이공원에서 나뒹구는 범퍼카는 면허증 없이도 누구나 운전이 가능하니까. 오래 갈까 ? 어쩌면 코너링이 예술적이라며 좋아하다가 벼랑 끝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즉, 제2의 닉슨이 되어서 불명예 퇴진하는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역사에 있어서 < if ~ > 라는 가정법이 의미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지만 민주 진영 후보로 힐러리 대신 샌더스가 뽑혔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
이번 미 대선 결과를 두고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다음과 같은 인물을 대입하다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20대 대선 후보로 허경영과 나경원이 붙는다면 당신은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 미국 대선이 딱 그 상황이다. 샌더스를 지지했던 수전 새런든이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이 힐러리에 대한 지지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당신은 멍청한 허경영을 저지하기 위해 똑똑한 나경원을 지지할 수 있을까 ? 아니면 똑똑한 나경원을 저지하기 위해서 멍청한 허경영을 지지할 수 있을까 ?
패닉에 빠진 미국의 어느 트위터리안은 2016년에 벌어진 엽기 사건으로 1위 트럼프 당선, 2위 브랙시트 그리고 3위에 siri(최순실을 의미하는)를 올려놓았다. 최순실이라는 열쇳말이 트럼프와 브랙스트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다는 사실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을까 _ 라는 자괴감이 든다. 문득 박근혜는 운전면허증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녀 또한 범퍼카를 모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우리는 놀이공원 범퍼카나 운전할 줄 아는 실력을 가진 박근혜 손에 리무진 차 키를 쥐어준 꼴이다. 수의를 입고 수갑을 채운 차은택이 검찰청으로 끌려가는 모습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 오즈의 마법사 > 에서 마법사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을 목도하는 느낌이다. 장막 뒤에서 복화술로 대마법사 흉내를 냈던, 초라하기 거지없던 오스카 조로아스터 씨 말이다. 차은택은 박근혜라는 권력 뒤에 숨어서 화려한 황태자처럼 굴었지만 그의 몰골은 초라하다 못해 연민마저 든다. 속았다고 생각한다면 나와라, 12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