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꼴 뚜 기 다 리 는 문 어 다 리 보 다 탱 탱한 가 :
건맨, 빠른 놈과 느린 놈
1. 전문가 집단의 하나마나한 파나마 모자
스마트폰을 만들라고 했더니 시한폭탄을 만들어서 업종을 군수업체로 바꿔야 할 상황에 놓인 삼성 사태를 두고 전문가 집단은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조직문화를 몽땅 다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품 안전성보다는 출시 타이밍( 타 경쟁업체보다 한발 빠른 출시 ) 에 목숨을 거니 패스트패션 전략이 아니냐는 소리도 한다. 전문가 집단이 내놓은 하나마나한 전망과 진단 앞에서, 나는 전립선 장애로 인해 고생하는 하이에나처럼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하아, 뭐냐? " 하나마나한 소리를 어마어마한 진단인 양 꾸미는 말장난에 할 말이 없다. 그것은 마치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점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무당이 대뜸 큰소리로 " 집에 우환이 있구나 ! " 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거지반 우환이 있으니 점집을 찾지 행복한 사람이 뭣하러 점집을 찾느냔 말이다. 둘 다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말. 그런데 전문가 집단이 말한 < 몽땅 다 바꿔 > 주문은 어디서 많이 본 기시감이 든다.
그 옛날 이건희가 <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 와 똑같은 소리'다. 즉, 이건희가 주문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몽땅 다 바꾸라는 주문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몽땅 다 바꾼 결과가 스마트폰의 시한폭탄化 가 아닐까 ? 지금 전문가 집단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 담배를 많이 피워서 폐암이 걸린 환자에게 담배가 폐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진단하는 꼴이다. 건맨(이건희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쇄신(刷新 :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을 위한 노동자의 부단한 쇄신(碎身 :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는 뜻으로, 정성으로 노력함을 이르는 말)을 요구할 것은 뻔하다.
그러니까 빠른 시일 안에 쇄신안(刷新案)을 내놓으라고 하위 조직원의 목을 움켜쥐고 닭달을 할 것이 뻔하다는 말이다.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좆빠지게 고생할 일만 남았다. 그네가 입만 열었다 하면 혁신, 혁신, 혁신을 외치니 아랫것도 입만 열었다 하면 혁신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그런데 정말 다 바꿔야만 삼성이 살 수 있을까 _ 라는 의문이 든다. 핵심은 " 바꿔야 " 에 있는 것이 아니라 " 버려야 " 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 집단은 삼성에게 조직문화를 몽땅 다 바꿔야 한다고 주문할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몽땅 다 버려야 한다고 주문해야 한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다 바꿔봐야 결국은 다시 수직적 조직문화'이다.
혁신이라는 이름을 핑계로 새로운 윗대가리 몇 명이 바뀔 뿐이지 조직문화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조삼모사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이명박이 싫어서 뽑은 인물이 박근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음흉스러웠다면 박근혜 정부는 대놓고 뻔뻔하다. 똥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발을 디뎠더니 늪이라. 삼성도 그런 꼴 당하기 딱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는 다짐으로 혁신을 주도할 새로운 인물을 뽑고 그들을 앉힐 책상과 의자와 명패를 새로 장만하는 것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쇄신이라는 단어에서 한자 쇄(刷)는 솔로 쓸거나 닦아서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쓸모없거나 캐캐묵은 것은 정리하고 빗자루와 걸레로 쓸고 닦는 행위가 진정한 쇄신인 것이다. 가뜩이나 온갖 잡동사니로 어지러운 사무실에 새 책상과 의자를 배치한다고 해서 환경이 새것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쇄신과 혁신을 말할 때마다 쇄신 주도 세력을 위한 지도부를 새로 뽑거나 혁신 위원장을 선정하는 행위는 어리석다는 것이다. 삼성은 조직 문화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아니라 환경 미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묵은 것이나 그릇된 것을 버리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2. 발이 아니라 글이다, ×××× !
내가 일본의 저성장 사회를 두고 그것은 경제 정책의 실패 탓이 아니라 성장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면이라고 말하자 누군가가 이게 글이냐며 지랄을 한 적이 있다. 지랄에는 지랄이 답인지랄, 그럼 이게 글이지 발이냐, 시발놈아 _ 라고 응수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그에게 사과
할 생각은 없다. 지랄에는 지랄이 약이다. 그러니까 왜 내게 지랄하고 지랄이약 ! 고성장 사회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수직 쪽에 가깝던 그래프가 점점 수평 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파른 곡선에서 완만한 곡선으로 변했다고 해서 일본은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굴젓보다도 어리버리하고 어리썩은 놈이다. 쌍문동 사람들은 샴페인을 터트리며 10년 후에는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지만 이 간격은 지금까지도 좁혀지지 않았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지금 일본은 경제가 휘청거려서 망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 곧 망할 일본 " 은 노벨상이 발표될 때마다 의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에서 일본인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이며 수상자만 26명이나 된다(과학 분야에서만 22명이나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에 시큰둥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형식적으로 주는 평화상을 달랑 하나 받은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곧 망할 나라'치고는 상당히 건강한 구조가 아닌가 ? 일본도 흥청망청한 시절이 있었고 한국도 흥청망청한 시절이 있었지만 사용내역서를 들여다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일본은 < 흥청 > 한 시절에 < 망청 > 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 흥청 > 한 시절에 본격적으로 < 망청 > 했다. <<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 >> 에서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책의 한 꼭지를 빌려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분석한다. 다음의 그래프를 보자.
▲ [그림 1] 상위 0.1% 근로 소득자로의 소득 집중 : 한국, 일본, 미국. ⓒ김낙년
이 그래프는 상위 0.1%인 사람과 평균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나타내는데 그래프가 높을수록 두 표본 집단의 소득 불평등은 높다. 미국 회장님은 평균 노동자에 비해 임금이 30년 전에 비해 1000배나 높고 일본은 13배로 30년 전에 비해 30%의 상승 폭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30년 전에 비해 200% 나 증가했다. 한국 싸장님의 롤모델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인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은 < 흥청 > 하던 시절이나 < 망청 > 하던 시절이나 사장님과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큰 변동 없이 수평선을 유지했던 반면에, 한국은 < 망청 > 에 접어들기 시작한 IMF 이후 급속도로 수직을 향해 상승했다는 점이다.
고통을 각자 분담하자며 집에 있는 금이라도 내놓으라고 했던 놈들이 알고 보니 그 시절이 < 흥청 > 이었던 셈이다. 한국이 < 흥청 > 했을 때 쓸어담은 돈을 0.1%에게 몰빵하고 있을 때, 일본은 복지와 기초 과학 연구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한국이 순실 씨 딸의 경마 교습을 위해 과외비를 쓰니라 돈이 모자라서 고작 기초 과학 연구에 1조를 투자할 때, 일본은 흥청할 때 번 돈으로 해마다 190조'를 투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흥청해서 번 돈을 망청으로 쓰지는 않았다는 소리이다. 오토퍼지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 과학은 성공 못해도 도전이 중요하다. " 고 말했다.
이 수상 소감을 듣고 나자 한국은 앞으로 100년 동안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한국의 과학 정책은 도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계획에 맞춰 커리큘럼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 과학은 과학이 아닌 것이기에 << 왜 꼴뚜기 다리는 문어 다리보다 탱탱한가 >> 에 대한 연구 계획 보고서 따위는 쳐다도 안 본다. 삼성의 속도전이 만든 것이 스마트폰의 시한폭탄'이라면,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나 50년 동안 한우물을 파며 내놓은 것은 오토퍼지'다. 서부 영화에서는 (총집에서) 총을 빨리 빼는 놈이 이긴다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자면 < 퀵 > 은 잘못하면 < 꽥! > 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