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이유 :




 



서프러제트, 메갈리아 그리고 토끼





 

                                                                                                     마틴 루터 킹은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가였고 말콤 엑스는 과격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대부분은 말콤 엑스의 폭력을 비판하면서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을 지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점은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은 말콤 엑스의 폭력 때문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서프러지스트(suffragist)와 서프러제트(suffragette)의 관계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서프러지스트는 186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지지한 사람을 지시하는 단어이고, 서프러제트는 1910년대 평화적 저항에서 무력 저항으로 노선을 바꾼 세력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와는 달리 조직적으로 무력 시위에 가담했다. 평소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에 대해 초지일관 무관심(무려 50년 동안이나 !)으로 대응했던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의 과격 시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서프러지스트를 서프러제트라고 비틀어버린 데에는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작은 것'을 의미하는 어미(-ette)를 붙임으로써 그들을 쫄보, 변종, 듣보잡 , 따까리 따위로 비하했던 것이다. 남성들은 폭력은 옳지 않다면서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에 대항하기 위해 서프러지스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들은 서프러제트가 출몰하자 비로소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똥 묻은 개보다는 겨 묻은 개가 낫다. 결국 서프러지스트의 요구는 수용되었다. 한국 남성들이 메갈리아를 비판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그 옛날 미국 남성이 내세운 논리와 비슷하다.

"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만 메갈리아는 지지하지 않는다 " 는 말은 " 과격한 서프러제트는 평화적인 서프러지스트에게서 배워야 한다 " 는 말과 맥락이 유사하다. 평소 페미니스트에 대해 " 이빨 좆도 쎄에에엔 여자 " 라고 비판하던 그들이 어느새 페미니즘을 지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종합하면 마틴 루터 킹, 서프러지스트의 성공은 역설적이지만 정반대에 위치한 말콤 엑스와 서프러제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메갈리아를 지지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우파는 여자가 예쁘기만 하면 되지만 좌파는 여자가 예쁘면서 똑똑해야 한다. " 좌파의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한 대목이다.


 

남자 A와 여자 B가 모 사이트에서 논쟁을 펼치다가 여자 B가 탈퇴한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남자 A가 여자 B 를 가리키며 다른 이웃들에게 이런 댓글을 남기는 데서 시작되었다. " 저 여자, 귀엽지 않나요 ? " 여자 B는 남자 A의 말이 굉장히 불쾌했던 모양이다. 항의를 하자 남자 A는 여자가 화를 내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황당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사과 대신 사사건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여성 캐릭터로 몰기 시작했다. " 귀엽다고 하면 듣기 좋은 말 아닌가요 ? "   하지만 나는 여자 B의 항의를 100% 이해했다. " 귀엽다 " 라는 말은 위계가 성립될 때 발생하는 표현이다. 군대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귀엽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귀엽다고 말했다가는 군기 문란으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사항이다.  박근혜가 이정현에게 귀엽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이정현이 박근혜에게 귀엽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 귀엽다 > 에서 귀여운 대상은 반드시 " 덜 성숙한 단계 " 에 포섭되어야지 성립된다. 어른보다는 아이가 귀여운 법이고, 개보다는 강아지가 더 귀여운 대상이다. 남자 A 1)가 여자 B에게 귀엽다고 말했을 때, 남자 A는 여자 B를 자신보다 덜 성숙한 대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여자 앞에서 건방을 떤 것이다. 영화 << 주토피아 >> 에서도 이와 똑같은 설정이 나온다. 경찰서에서 육식동물인 치타가 초식동물인 토끼에게 귀엽다고 말하자

 

토끼가 말한다. " 토끼끼리 서로 귀엽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동물이 나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것은 불쾌해요. "  치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한다. 치타가 남자 A보다 인성이 뛰어난 경우다 ■ 

 

 

 

 

 

                                           

 

1)  반성은 없고 오히려 그를 악플러로 규정한다. 어이가 없는 대목이다. 그가 남긴 댓글은 다음과 같다  :  음... 제가 겪은 ***** 님은 아주 집요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남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스타일이죠.  각설하고, 짧게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절대로 주춤하지 마시고, 대응을 차분히 잘하십시오! 이번 경우, **** 님의 댓글의 형식은 사납고 기도 안 차는 것이었지만..... 악플러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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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토피아에서 토끼에게 귀엽다고 말한 짐승이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기린이었나, 치타였나 ? 아시는 분 지적 좀 해주십시오..

다락방 2016-08-09 13:25   좋아요 0 | URL
치타 입니다. 근데 이 동물이 치타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경찰서에서 안내데스크 맡고 있는 동물이거든요. 도넛 귀신. 호랑이는 아닌 것 같으니 치타..가 맞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3: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치타네요.. 도넛 먹는 친구는 치타입니다. 방금 자료 찾아보니 치타네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8-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정말 동감가네요. 메갈리아의 극단적은 표현에 눈쌀 찌푸려질 때도 있긴하지만 그들이 안 그랬으면 주목받기도 힘들었다고 느낍니다. 페미니즘도 일부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남자분들의 입맛에 맞아야 지지를 받는다는 걸 깨달은 요즘이었거든요.
예전에 곽정은 씨가 택시운전사한테 `예쁜 공주`라는 소리를 듣고 기분 나쁘다는 트위터를 올렸다가 남자들은 물론 많은 여자들한테도 관종이니 인생 피곤하게 사느니.. 욕 들었을 때 무지 씁쓸했었거든요. 귀엽다는 얘기 나와서 말인데 저도 운전학원갈 때 운전기사한테 요즘 애들은 귀여운 강아지같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무진장 불쾌했어요.
이런 불편함을 알리 없는 남자들도 요즘은 여자들 얘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게 (과연..?) 메갈리아의 공헌이겠네요. 좌파의 모순을 지적한 문장도 정말 와닿아요.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5:41   좋아요 0 | URL
저도 곽정은 사태 때 보인 반응을 보면서 진짜 의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쁜 공주라는 말을 들으면 기뻐해야 하나 ??!

하여튼.. 이번 일을 계기로 평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2016-08-0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8-1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워갑니다. 메갈리아가 뭔지 이제 알았네요. 여성혐오니 남성혐오니 왜 이렇게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걸까요? 묵혀두었던 고름이 나오는 걸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09:18   좋아요 0 | URL
메갈리아의 패악이 좀 과장된 면이 있씁니다. 전체에서 일부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확대한다고나 할까요. 양 극단이 서로 혐오를 내뱉으로 문제이긴 문제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여성이고 곰발님의 생각엔 공감하지만 메갈리아는 지지하지 않아요. 일베는 사람도 아닌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메갈리아가 더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비폭력보다 폭력혁명(?)을 더 지지하지만요. 이를테면, 의열단의 폭력투쟁이 옳다고 믿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0:46   좋아요 0 | URL
메갈리아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 호불호가 갈리는군요.
그래도 만애비 님이나 진아 님이도 기본 베이스는 약자에 대한 지지이니 접근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
목적은 서로 비슷한 족속이라 생각합니다. 전 족속이라는 단어가 좋더라고요...
뭔가 좀더 끈끈하다고나 할까요..

2016-10-21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7-10-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