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연출의 사회학 -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기하는가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현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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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척하면 밉상 

 

 

 


 

그래, 네 똥 굵다

 

                                                                                             육체에 투영된 욕망을 보면  :  여성과 남성이 지향하는 벡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전자는 << 잘빠지다 >> 라는 형용사로 요약할 수 있고, 후자는  << 굵다 >> 라는 형용사로 집약할 수 있다. 즉, 여성은 뺄셈의 미학 : 살을 빼다  을 욕망하고 남성은 덧셈의 미학 : 근육을 키우다   을 옹호하는 셈'이다.  그런데 << 뺄셈의 미학 >> 은 여성 욕망이라기보다는 남성 욕망이 여성 신체에 투사된 반영'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여성 욕망'이라고 할 수는 없다.

 

  ① 주발 : 남자의 밥그릇 , 사기나 은기, 사기주발(사발)

  ② 바리 : 여자용 밥그릇

  ③ 합 : 밑이 평평, 뚜껑도 평평, 큰 합은 떡 약식 찜 등을 담음

  ④ 쟁첩 : 전, 구이, 나물, 장아찌 등을 담는 납작하고 뚜껑이 있는 그릇

  ⑤ 탕기

  ⑥ 보시기 : 김치류를 담는 그릇

  ⑦ 종지 : 간장, 초장, 초고추장의 장류를 담고 크기가 가장 작다.

  ⑧ 대접 : 국대접

  ⑨ 옴파리 : 사기로 만든 입이 작고 오목한 바리 (주로 뜨거운 음식)




옛날에 남자는 밥을 주발(사발)에 담고 여자는 바리에 담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부엌에서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은 밥그릇 크기'부터 벌써 차별을 받았던 셈이다.  굶지 않고 사는 것이 내일의 목표( " 식사하셨어요 ? " ) 였던 시대'를 생각하면 가사 노동자는 밥을 짓는 노동의 주체이지만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넉넉한 주발이 아니라 속 좁은 바리'였던 것이다. < 바리 > 는 깍두기를 담는 보시기와 간장이나 된장 따위를 담는 종지'보다 조금 더 클 뿐이다.  아량은 니미,  그릇 종류만 봐도 불알후드의 지랄 같은 알량'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  속 >  좁은 바리에다 아무리 밥을 꾹꾹 눌러 담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않은가 ?   내가 뺄셈의 욕망이 여성 욕망이라기보다는 남성 욕망에 더 가깝다고 말한 이유에는 그릇을 만든 주체가 < 남성 > 이라는 데 있다.

여성은 남성이 만든 밥그릇(바리)에 의해 식사량이 정해진다. 미셸 푸코가 한국의 바리 그릇을 보았다면 " 타자를 억압하는 주류 욕망의 지랄같은 계량화 " 에 대해 한사발 걸죽한 < 썰 > 을 풀어냈을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고리타분하게 옛날 이야기로 딴지를 거슈.   아니,  먹다 버린 음식 쓰레기가 넘치는 요즘 세상에  웬 < 바리 > 타령이우 ? "           유감스럽지만,     바뀐 것은 없다. 옛 주류 남성의 밥그릇 차별'은 유리 천장 Glass Ceiling  으로 바뀌었다. 차이가 있다면 바리'는 깨지는 그릇이지만 유리 천장'은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특히,  한국 남성은 여성이 바리를 버리고 주발을 차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 노출된 뚱뚱한 여성에 대한 조롱'만 봐도 그렇다. 

뚱뚱한 남성에게는 넉넉한 풍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뚱뚱한 여성에게는 미련해 보인다(모자라 보인다)는 시각차를 드러낸다.  굵기에 대한 남성 욕망은 타자(여성이라는 소수자)에게는 굶기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굶기를 밥 먹듯 해야 남성에게 인정을 받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  내가 눈여겨보는 대목은 여성에게 강요되는 < 굶기 > 가 아니라  남성이 욕망하는 < 굵기 > 이다. 왜냐하면 < 굵기 > 에 대한 남성 강박을 이해해야 < 굶기 > 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람한 남근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굵은 팔뚝으로, 굵은 허벅지로, 심지어는 굵은 똥으로 전이되었다. 주로 잘난 척하는 남성을 빗대서 니 팔뚝 굵다, 라거나 네 똥 굵다, 라고 표현하지 않던가 ?1)   

아무리 자랑할 게 없다손 치더라도 자신이 싼 < 똥 > 마저 자랑하고 싶어하는 인간을 보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도봉산에 사시는 짜라투스트라'가 내게 물었다. " 자기연민이란 무엇인가 ? "  그때 내 대답은 간단했다. " 남이 싼 똥을 보면 인상 쓰면서 외면하지만, 자기가 싼 똥은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바로 자기연민이옵니다. "  내 말은 들은 짜라투스트라는 아, 하고 무릎 탁, 치는 게 어색해서 먼저 무릎 탁, 치고 나서 아, 하며 외쳤다.  "  하산하거라..... "  미시사회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가운데 한 명인 어빙 고프먼의 명저 << 자아 연출의 사회학 >> 은 자랑할 게 없어서 내 똥 굵다고 외치는 남성2) 때문에 여성들이 종종 연기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사회의 여대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데이트 상대가 될 만한 남학생 앞에서는 자신의 지성, 재능, 결단력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가볍다는 세평과 달리 속 깊은 심리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 여학생들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남자 친구가 지루하게 설명해도 참고 들어주며, 수학에 젬병인 상대 앞에서는 자기의 수학적 재능을 감추고, 탁구 게임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상대에게 져준다. " 가장 멋진 기교 가운데 하나는 가끔가다 한 번씩 긴 단어의 철자를 틀리게 쓰는 것이다. 그럴 때 내 남자 친구는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단어를 다시 써 보이며 ' 이봐, 너 철자도 모르는구나' 한다(미라 코마로프스키)  "

ㅡ 자아연출의 사회학'에서 발췌, 어빙 고프먼

 

여성들이 오죽했으면 내 똥 굵다고 외치는 남성 때문에 골머리를 썩다가 이런 " 잔꾀 " 를 부리는 쪽으로 전환했을까 ?    그런 줄도 모르고 남성들은 기고만장해서 수컷의 우월성을 강조하니 그 모습 볼 만하여라. 나는 그 모습이 불만이어라.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 내 똥 굵다 > 형 인간은 항문기 고착 환자'에 해당된다. 이 유형(항문기1~3세)은 성인이 되어서도 똥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한다. 항문기 고착의 특징으로는 결벽증, 인색함, 완고함, 융통성 없는, 자기중심적 성격'을 보인다. 다시 말해서 < 자기중심적이라는 표현 > 은 곧 <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표현 > 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 특히 새누리당을 보면 타자에 대한 배려가 전무하다. 서로 내 똥 굵다고 외치니 곤혹스럽다. 이런 부류는 여성을 모자란 인격체로 대우한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김을동이 4.13 선거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예비 여성 후보들을 향해 " 똑똑한 척하면 밉상 " 이라며 " 약간 모자란 듯해야 " 사랑을 받는다고 조언한 것을 봐도 그렇다. 김을동은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뺄셈의 정치를 하는 똑똑한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을 복기하자면, 김을동의 지적은 옳다. 지난 대선에서 걸크러쉬 이정희는 똑똑한 척하다가 죽었고 모자란 척했던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이다. 박근혜의 백치미'가 어빙 고프먼이 지적한 자아 연출에 해당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문제는 박근혜가 모자란 척했다가 아니라 진짜루 모자랐다는 데 있다. 그것은 한국 정치의 비극인 것이다. 남성 꼰대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을 두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일종의 계급 투표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성이 여성을 뺄셈으로 보는 정당에 투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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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난 척하는 남성이 주로 굵은 똥을 싼다면, 잘난 척하는 여성은 주로 뒤로 호박씨를 깐다

2) 내 똥 굵다고 외치는 남성을 요즘은 " 맨스플레인 mansplain " 이라고 한다. 이 신조어는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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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1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이 있다면 : 박근혜는 멍청한 척해서 성공했다. 대선 토론에서 선보인 내공은 가히 압권이었다. 문제는 멍청한 척한 게 아니라 실제로 멍청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이 한국 정치의 비극인 셈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 포스팅은 김성근을 까기 위해 네 팔뚝 굵다로 정했는데 선거가 선거이니 만큼 네 똥 굵다로 전환했다..

만화애니비평 2016-04-1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도 굵고 게다가 그 똥이 칼라흑백 18인치의 스케일 꼰대사회서, 남자들은 똥이 든 여자를 원하는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4 12:55   좋아요 0 | URL
똥 한 번 굵긴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기억의집 2016-04-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자른 척이 아니고 모자르다는데 있다.. 이 대목에서 한참 낄낄 거렸네요. 음... 저 멍청한 년이 아버지후광덕에 벌벌떠는 거 보면 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4 12:55   좋아요 0 | URL
어제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닭이
오늘부터는 닭이아니오리`가 되었습니다..

samadhi(眞我) 2016-04-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딱 떠오르는 똥 굵은 사람이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람 천지라는 거지요. 남편과 얘기하지요. 저런 사람은 어떻게 반성없이 평생을 고따구로 사는 걸까. 그렇게 사는 게 오히려 힘들진 않을까. 하고요. 사람이란게 어쨌거나 번민하는 존재로 태어난 거 아니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4 12:54   좋아요 0 | URL
전라도에서 국민의당에 완전 석권하는 거 보고 좀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반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
반문 정서가 그렇게 강한가요 ?

samadhi(眞我) 2016-04-14 13:18   좋아요 0 | URL
저도 참 속이 터집디다. 제 조카에게도 직접 사람은 2번 뽑고 당은 4번을 찍어라 하고 대놓고 코치를 하였으나... 선거 전 주말에 무등산 초입에 앉아 책을 읽는데 아저씨들이 몽땅 반문정서를 노출하더군요. 이게 광주 바닥 민심이구나 했어요. 작년 겨울에도 같이 소리공부하는 분들이 전부 호남 인재 등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들을 하더군요. 광주 사람들 정치 얘기를 처음 듣는 거여서 꽤 놀랐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4 13:29   좋아요 0 | URL
안철수 프레임에 말려든거죠.. 사실 호남 지역 언론이 사실은 언론이 아니죠.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적 알력으로 이득을 보려는 언론이죠. 언론과 지역 토착이 합쳐져서..
하튼....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호남 빼고는 국민의당 지지하는 세력이 별로 없으니 확장성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samadhi(眞我) 2016-04-14 13:30   좋아요 0 | URL
제 생각도 그래요. 조금만 지나면 무늬 뿐인 당, 존재감도 없이 사라지고 말 듯해요.

새아의서재 2016-04-14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새벽이겠네요. 전 낮에 대선결과 지켜보다가 흐뭇해지고 기뻤습니다. 마지막으로 곰발님의 촌평이 있을듯해서 잠깐 들렀어요.. 다들 오늘만큼은 축제, 편안한밤. 그런데 한편 세월호와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서 가슴이 아리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4 12:53   좋아요 0 | URL
절묘한 한 수 였습니다. 판세가 정말 복잡하게 되었네요..
오늘 만큼은 앓던 이 빠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정당이 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형편없는 수준도 아니어서 좀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궤멸이 보상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