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c급에 대한 b급 논평 : 지랄이 풍년'이다

스티븐 핑크의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라는 책'이 있다. 14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인데 핵심 내용은 간단하다. 스티븐 핑커'는 " 날로 증가하는 폭력 " 이라는 상투적 문장에 의문을 가지고 폭력의 역사'를 탐구한다. 그는 고고학, 민족지학, 인류학, 성경, 문학 작품 따위에서 자료를 분석한 후, 다음과 같은 쿨한 10자평을 내놓는다. " 날로 감소하는 폭력 " 쉽게 말해서 현재는 과거보다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화로운 시대라는 것. 와와, 인류의 집단 지성을 믿는다는 말. 빌 게이츠가 이 책을 두고 " 내 평생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 ! " 이라고 말한 모양이다. 인간에 대한 처철한 믿음 앞에서 나는 이렇게 외쳤다. " 시방새들, 지랄이 풍년이네..... " 핑크 씨, 날로 드시면....... 고래 회충에 걸립니다.
< 폭력 > 은 문명화 과정을 통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변이, 변형, 변신했을 뿐이다. 친일파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甲(갑질)이 멘토(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변형1) 되었듯이 말이다. 본질은 항상 < 소프트웨어 > 에 있는 게 아니라 < 하드웨어 > 에 있다. 생선을 향기 나는 종이로 포장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 물리적 폭력 > 이 줄어든 데에는 인간 본성의 선한 천사 때문이 아니라, 물리적 폭력보다 더 효율적인 폭력의 방식'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정신적 폭력이다. 폭력이 감소했다는 팩트를 가지고 집단 지성의 승리'를 주장한다면 한국인의 명태 소비량이 8,90년대 명태 소비량에 비해 급감했다는 팩트를 들어 " 한국인 ㅡ 입맛 " 이 변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 소비량 감소 > 가 아니라 < 어획량 감소 > 가 원인이다.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명태 개체수가 급감한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만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티븐 핑크와 빌 게이츠에게 묻고 싶다. 만약에 당신이 상사로부터 물리적 폭력을 당해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은 경우와 아래 사진처럼 4개월 동안 벽 보고 근무하게 만드는 정신적 폭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폭력이 과거보다 줄어든 이유는 굳이 물리적 폭력보다 정신적 폭력(법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합법적 주먹질)이 더 효과적으로 타인을 통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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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A씨에 대한 행동 수칙을 마련해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10분 이상 자리 이탈 시 팀장에게 보고를 통한 승인 후 이탈', '쉬는 시간 이외 흡연 금지', '졸거나 취침 금지', '개인서적 필독 금지', '어학공부 금지' 등의 규정으로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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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크는 사르트르의 역사관(역사는 진보한다)을 받아들이는 모양인데 나는 레비-스트로스의 역사관과 스티브 제이 굴드의 인식으로 응수하고 싶다. 역사적 시간의 경과가 역사적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종의 분화 또한 반드시 더 나은 쪽으로 진화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책이 지성과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신뢰를 받는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1) 한때 존경 받던 갑이 비판의 대상이 되자 갑은 멘토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여전히 을에게 훈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