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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자궁냄새 : 표와 티켓


 


 




윤성현(인디밴드 쏜애플 보컬)의 SNS 사과문 전문. 

오해나 곡해도 해석과 이해의 입장이다,라는 것을 견지합니다만 지금의 상황은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과는 전혀 반대의 곡해를 낳는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궁 냄새,라는 표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저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궁'이라는 표현은 어떤 비하나 혐오의 감정이 담겨 여성 그 자체를 신체의 일부분으로 환원시켜 버리는 표현이 아닙니다.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때문에 저의 유년기에 있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거대한 '신'과 같은 내 세상의 전부였고, 항상 그녀가 나를 떠나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라는 불리불안에 떨었습니다.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 '자궁'이라는 표현은 여성을 어떤 성적인, 혹은 생산의 도구로 여겨 생식기라는 신체 부위로 단순치환하는 것이 아닌 모성에 대한 공포를 함의하고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 분리불안과 모순된 감정은 오래된 제 창작물의 테마이기도 하고요.  신성함과 나의 근원에 대한 공포, 그런 것들을 예리하게 집어내 창작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들 (비단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하 국한 된 문제가 아닙니다)에 대한 개인적 기호가 맞지 않다, 이건 어떻게 보면 동족혐오에 대한 감정일 수 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음악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모든 예술가(저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는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 라는 다자이의 오사무의 글이 생각납니다. 저는 저 곳에 '상대적' 약자라는 표현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사회에서 여성이, 혹은 성적소수자가 정당한 가치로 대우받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그들이 하나의 '주체'가 아닌 철저한 대상으로서 비춰지고 있는 현실은 굉장히 부조리 합니다. 남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권력들과 사회의 관계망은 철저하게 그 남성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들을 또 다른 주체인 '여성'으로 보지 않고 단지 '거세당한 남성'으로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름에서 나오는 새로운 가치들이 남성성이라는 잣대 아래에서 폭력적으로 짓뭉개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상대적'이라는 말을 쓴 것이구요. 이번 기회에 저의 여성관을 밝혀두는 것이 조금이라도 이해를 돕는 것에 도움이 될까 싶어 쓴 것이구요.  다분히 자극적이고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절대로 퍼블릭한 장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며 오랜 지기와 술자리에서 나온 말이 이렇게 많은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점 사과드립니다. rickonbge@kmib.co.kr  




 

                                                                                                    

 

 

홍대 공연을 찾는 관객 가운데 팔 할'은 여성'이다. 다시 말해서     :    홍대라는 문화 상품의 주요 소비층은 " 언니 - 들 " 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3인조 사이키델릭 롹 밴드 << 쏜애플 thorn apple >> 의 보컬인 윤성현'이 " 여성 혐오 발언 " 을 해서 요즘 타임-라인'이 뜨거운 모양이다.   표현 수위 또한 일베어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던 일베가 자궁 냄새'라는 톡 쏘는 작명을 놓칠 리 없다 ).  음악에서 자궁 냄새가 나면 듣기 싫다나 ?   쉽게 말해서 박근혜가 대구에 내려가서 대구가 싫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 대구보다는 연어가 맛있죠. 호홍호홍호홍호홍 ~ "   액션이 있으면 리액션이 있는 법,  < 말 > 이란 앞만 보고 달리면 경주가 되고 치고 받으면 만담이 되는 법.  

그의 말에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주요 소비층이 뿔났다. 쏜애플과 쏜애플'을 지지했던 소비층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나는 이 상황이 무척 흥미롭다. 여성을 혐오하거나 비하하는 표현들은 대부분 후각(냄새)와 연관이 있다.  김치녀, 된장녀, 간장녀 그리고 개똥녀'라는 조어가 대표적이다. " 자궁 냄새 " 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들 표현은 모두 " 불쾌한 냄새 " 와 관련이 있다.   오히려 후자는 환유나 은유의 방식이 아닌 직유법으로 여성 생식기를 노골적으로 공략했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의 수위는 그보다 한 수 위'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주로 < 불쾌한 냄새 > 에 집중한다면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은 별로 없을 뿐더러 대부분은 < 불쾌한 태도 > 와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표현이 쩍벌남, 허세남, 개저씨 따위'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여성을 공격할 때 후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일까 ?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 공포의 권력1) >>  에서 찾을 수 있다 ㅡ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  윤성현에게 있어서 여성(쏜애플에 대한 여성 소비층의 충성도는 여타 인디 밴드를 압도한다. 쏜애플 공연을 즐기는 관객은 열에 아홉은 여성이다)은 음원이나 공연 티켓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팬이자 지지자이며 동료인데,  그가 보인 태도는 엉뚱하게도 계급에 반(反)하는 투표를 한 셈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노동자가 재벌을 대변하는 정당에게 투표를 하는 심리와 같다. 윤성현은 자신의 발언이 여성 혐오가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사과'란 길면 길수록 궁색한 법이다. 

그는 왜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는 싫다 " 고 말하지 않고 " 여자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는 싫다 " 라고 말했을까 ?  윤성현은 사과문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말한 예술가는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 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약자'라는 말 앞에 " 상대적 " 이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예술가는 < 약자의 편 > 이 아니라 < 상대적 약자의 편 >  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 상대적 > 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다. 이 조건부 조항은 칼럼리스트 김태훈의 IS보다는 무뇌아적 페미니스트가 더 문제라는 태도와 맥락이 비슷하다. 김태훈은 표면적으로는 페미니즘 일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몇몇 " 무뇌아적 "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라고 단서를 달고 칼을 휘둘렀지만 속내는 페미니즘 일반에 대한 비판이다.

그것은 조각을 비판하는 척하면서 전체를 비판하는 뒷담화'다. 마찬가지로 윤성현은 약자 일반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상대적 약자에 대해서만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 선택적 지지 " 는 기득권이 소수자에게 보내는 감상적 기만 행위'이다.   좋은 예가 장애인을 돕는 리퀘스트 방송의 전반적인 동정적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만적인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회자는 사회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장애를 가졌지만 착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에티튜드는 잘못되었다. 그렇다면 되묻자. 마음이 착한 장애인은 우리가 앞장서서 도와줘야 한다면 성질이 나쁜 장애인은 도울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  선택적 복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주류는 항상 보편적 지지가 아닌 선택적 지지를 선호한다.   윤성현이 다자이 오사무의 말에 대해 훈수까지 두며 내세운 변명은 뻔뻔하다. 그(윤성현)은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환호는 철회되어야 한다. 여자는 여자를 혐오하는 딴따리를 지지하면 안 되듯이,  노동자는 반노동 정책을 펼치는 정당을 지지하면 안 된다.  건강한 사회는 항상 계급 투표에 충실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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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션'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여서 여성'을 분석한다. 아브젝션(abjection)은 라틴어 " abjectio " 에서 유래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공포 심리를 분석하면서 " ab jection "  을 선택한 이유는 주체(sub ject) 도 아니고 객체(ob ject) 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류 영토에서 추방당한 신체를 다루기 위해서다. 접두사 ab- 는 벌어진 틈, 분리, 제거'를 의미하는데 내던져 버리는 행위를 지시하는 " jectio " 와 결합하여 비참, 타락 혹은 비천한 상태라는 의미를 생성한다. 비체 이미지는 몸의 구멍에서 쏟아낸 똥, 피, 오줌, 고름, 눈물, 토사물, 콧물, 침 따위'이다. 여성 성기는 바로 이 비체 이미지(들)의 생성소'인 것이다. 이 비체의 성소가 바로 코라'이다. 코라는 태아와 어머니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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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do 2016-03-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인디밴드 공연을 보러다닐 때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선호장르가 아니라 공연도 안 보고 음반도 안 샀는데 안 좋아하는 밴드라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저 발언 보고 미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성팬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이없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9 15:52   좋아요 0 | URL
쏜애플이 특히나 여성팬들이 많았습니다..유명하잖아요. 여성팬 많기로... 공연 가면 90% 이상이 여성으로 가득 찬 쏜애플 공연.... 팬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것입니다...

북깨비 2016-03-1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건은 제가 인디밴드를 잘 몰라서 오늘 곰곰님 포스팅 보고 처음 접하는데요. 자궁냄새 라는 글귀 보고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 밴드분들이 무슨 의미로 그런 표현을 쓴건지는 잘 이해가 안되지만 일단 말의 어감 자체가 읽자마자 뭔가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먼저 떠오르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9 18:48   좋아요 0 | URL
여성 혐오가 문화적으로 뿌리 깊이 박혔으니,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stella.K 2016-03-1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정신이 나갔나 보군요.
엄마 냄새라고 했으면 차라리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아니면 적어도 냄새라는 말을 뺏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까...
결국 윤성현은 씹새였나?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사람이 좀 어린 것 같습니다.
만일 어떤 여가수가 철없이 정자 냄새라고 했다면 골빈 여자 정도로 끝났을까 싶기도 하구요.

드라마 안 보시겠지만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그런 대사를 했죠.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꼭 구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다나 뭐라나...
그게 좀 귀에 거슬리긴 하더군요.
거기에 왜 장애인이나 미인이 아닌 사람은 제외된 걸까?
이래저래 미인은 멋진 드라마에 주인공도 맡고 오래 살아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0 10:15   좋아요 0 | URL
뭐 하는 짓 봐서는 씹새가 맞는듯..
쏜애플 팬 중에 유독 여성팬이 많습니다. 다른 인디밴드에 비해서 말입니다.
열에 아홉은 여성 팬..
이 씹새는 음악에 자궁 냄새나면 질린다고 하는데..
내가 이해 못하는 것은 음악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멜랑콜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많거든요..
여성 취향 저격 음악인 셈입니다..
이 모순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돠..

하튼.. 시발.. 자기 진영에 따발총 쏘는 새끼가 제일 재수없죠..

피핑톰 2016-03-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야 좋지 쌍년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0 12:23   좋아요 0 | URL
ㅎㅎ 댓글의 스탠스가 묘하네.. 나를 욕하는 것인지 그를 욕하는 것인지 모르므로 일단 패쓰...
나를 향한 욕이라면 쌍욕 바가지로 먹을 거 각오하심.. 아니면 말고(요.. ㅎㅎㅎ )

피핑톰 2016-03-20 15:5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읽으니 갑자기 한수철이 말한 드립력이 생각나서 쓴 것이지 곰곰생각하는발님에게 하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뭐하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요즘 댓글 달라고 구걸하시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0 16:32   좋아요 0 | URL
댓글을 어떻게 구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댓글 달아주세요. 잉잉 ~ 뭐 이런 건가요 ?

2016-03-28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6-03-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흥미로운 글... 홍대 갈 일이 없으니 쏜사과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의 개념은 곰곰생각하는 발님의 특유한 생동감이 발랑발랑~~~ 언제나 님의 글빨이 저를 흥분(?)시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0 16:30   좋아요 0 | URL
흥분시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봄날이더군요. 이런 날 야외에서 술 마시기 참 좋죠... 참 표맥 님은 서울이 아니시죠 ? 서울 사시면 언제 야외에서 막걸리 한 사발 하시지요..

2016-03-20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0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