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호놀룰루에서 천왕성까지
때는 바야흐로 2020년, 새누리의 장기 집권 시대가 도래한 우울한 디스토피아.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을 철거되고 그 자리에 박정희 동상이 세워질 무렵,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버전 - 업 프로그램인 << 배타고 >> 를 선보인다. 풀 - 네임'은 << beta go Honolulu >> 였다. 2월 31일 서대문 영빈각에서 펼쳐진 세계 랭킹 2위인 박정환 9단과의 대결에서도 배타고 호놀루루는 인간과 대결해서 5국 전승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3달 전, 세계 랭킹 3위'인 아야타 유이 9단을 상대로 5국 모두 불계승으로 이긴 터라 세계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비탄에 빠진 울음. 우우우우우우우 울었다. 인간이 비탄에 빠질수록 주식시장에서 구글의 인기는 지붕 뚫고 우주로 치솟았다.
이 인기는 대구 달서구에서 박근혜가 얻은 신화를 가뿐하게 넘는 상승 곡선이었다. 구글은 인간과의 바둑 대결이 곧 어마어마한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배타고의 버전-업 출시에 박차를 가한다. 이 프로그램에 투자된 비용은 대략 4조 원이었다. 구글은 2025년, 배타고호놀룰루의 버전-업'인 << 비행기타고와이키키 >> 를 선보이며 런칭 기념 행사로 세계 랭킹 1위인 커제 9단과 대결을 펼친다. 커제마저 무너진다면 인간은 기계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 중국 바둑 협회는 물론이고 한국 바둑 협회와 일본 바둑 협회는 서로 연합하여 자칭 << 아시아 삼국 기원 연구회 >> 를 결성하여 구글의 바둑 프로그램에 대항할 수 있는 묘수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인간은 과연 비행기타고와이키키를 이길 수 있을까 ?
결과는 비참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제는 5국 대전에서 다섯 번 모두 불계패로 졌다. 더군다나 5국 가운데 3국은 대마가 잡혀서 104수 만에 돌을 던졌으니 그 충격파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인간은 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합죽이가. 하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무림의 고수 ㅡ 서사에는 반드시 재야의 고수가 있는 법. 누군가가 비행기타고와이키키'에게 대국을 신청했다. 처음에 이 결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모한 애송이의 무모한 도전이리라. 구글 측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대전료 대신 자기 목숨을 내놓겠다고 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 자극적인 이야기를 언론이 놓칠 리 없었다.
2030년 8월 12일 오후 1시. 와이키키 야외 경기장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의문의 사내가 대혈투 끝에 반집 승'을 거둔다. 이 첫승을 발판으로 그는 내리 3연승을 거둬 최종 우승이 확정되었지만 경기 규정상 마지막 5국도 진행되었다. 인간은 그가 기계를 무참하게 짓밟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방심했던 탓일까 ? 마지막 바둑 경기'는 비행기타고와이키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사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마가 죽느냐 사느냐, 돌을 던지냐 마느냐,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지점이었다. 사내는 고개를 바둑판에 파묻고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툭 ! 그때였다. 바둑판 위로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바둑돌이 아니라 사내의 돌대가리'였다. 고개를 지나치게 낮게 수그리다보니 모가지에서 머리가 떨어진 것이다.
그는 인조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바둑)돌 대신 돌(대가리)를 던진 것이다. 아, 아아아수라장. 몸통에서 떨어져나간 머리통은 재미있다는 듯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끼끼끼끼.... 사내의 팔이 바둑판 위에 떨어진 머리통을 잡더니 목에 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중계로 방송되는 카메라를 향해 그가 말했다. 삐리리리리, 삐릿 ! " 안녕하십니까 ? 저는 비행기타고와이키키의 버전 - 업 제품인 우주선타고천왕성'입니다 ! 끼끼끼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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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글은 웃자고 쓴 콩트이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최종 목표는 바둑 고수를 이길 수 있는 바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주선타고천왕성'처럼 인간을 쏙 빼닮은 인조인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일 것이다. 내가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에서 흥미롭게 본 대목은 알파고의 지령을 받고 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놓은 아자왕 박사였다. 만약에 사람 인간인 아자왕 박사 대신에 바둑을 두는 기계 로봇(예를 들면 아시모)이 알파고의 지령을 받고 대국을 펼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 언캐니 곡선 uncanny valley >> 이라는 전문 용어가 있다. 기계가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거부감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인공지능 로봇인 < 아시모 > 에 대해서는 호감을 보이지만 영화 << 터미네이터 >> 의 인공지능 로봇인 T 시리즈 제품에 대한 두려움도 " 언캐니 곡선 " 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여고생들의 단골 소재인 무서운 이야기에 나오는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는 말도 결국은 언캐니 곡선인 셈이다. 자,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겉과 속'이다. < 겉모양 > 이 심플할 수록 < 속사정 > 은 복잡한 법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평면 기술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복잡한 회로'인 것이다. 사회 현상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수사관은 복잡한 수수께끼를 푸는 자가 아니라 평범한 단서에서 결정적 단서를 포착하는 사람이다. 그는 지나치게 평범해서 놓치게 되는 것'을 매의 눈과 여우의 귀가 되어 살인자가 흘린 피 냄새를 맡는다. 다시 반복하자면 : 인간은 겉과 속이 다르다. 이 표현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겉과 속이 다르기에 " 마음 " 이 탄생한다. < 에고 > 와 < 이드 > 는 항상 충돌한다.
그것이 바로 마음'이다. 그렇기에 인간 집단으로 이루어진 사회 또한 겉과 속이 다르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 믿음 " 보다 가치 있는 것은 " 의심 " 이다. 믿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회는 " 파시즘 " 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지금의 이 세계는 끊임없는 의심이 만들어 놓은 결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척대고 믿다가는 잘린 머리가 당신을 보며 끼끼끼끼, 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 이봐, 우주선타고천왕성 ! 나한텐 안 통한다, 씹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