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에 대하여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ㅡ 詩, [ 껍데기는 가라 ] 전문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여의도 정치'는 이제 우화 偶話 의 차원이 아니라 불안의 증후'로 다가온다. 성장을 이야기하면 애국자가 되지만 분배를 이야기하면 빨갱이가 된다. 이 느낌은 환멸보다는 공포에 가깝다. 이 공포 감정은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껍데기가 알맹이를 흉내 내는, 구멍(들)의 과잉'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정치를 자지우지하는 < 페니스 파시즘 > 은 이미 도를 넘은 상태'다. 반성은 없다. 이명박은 팔팔하고 박근혜는 도도하며, 노동자 저항은 미미'하고 파업과 투쟁'을 바라보는 시민 반응은 시시하다. 권력자를 향한 아첨이 난무하니 삼권분립은 삼위일체가 되어 신앙이 되었고, 애국가 4절을 끝까지 부르는 놈은 그 신앙에 대한 간증'이 되었다.
그리고 " 믿숩니까 ? " 라고 질문을 던질 때 이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순간, 당신은 진실한 사람에서 " 광탈 " 하게 된다. 권력자를 향한 충성이 곧 애국이며 신앙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는 < 메시아-파시즘 > 이기도 하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1번을 찍을 것이라는, 유령처럼 떠도는 짤방 앞에서는 웃음보다는 소름'이 돋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직언이 사라진지는 오래되었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청와대를 맴도는 말의 팔 할이 아첨이란다. << 아첨 >> 은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구멍을 뜻한다. 한자 첨(諂)은 言 : 말씀 언 + 臽 : 구덩이 함'으로 구성된 글자다( 부수인 臼 는 움푹 파인 절구 구'이다). 즉, 아첨이란 구멍 뚫린 말. 실속은 없고 헛된 말이라는 점에서 아첨은 기의(記意, 시니피에) 없는 기표(記標, 시니피앙)3로 작용하는 공언 空言 이다, 빈말이라는 소리'다.
박근혜가 통치하는 청와대는 바로 구멍 뚫린 말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들의 목표는 돈과 권력이다, 그 모오든 쇠붙이(錢) 을 움켜쥐는 것이 그들의 욕망이다. 아첨(阿諂)이, 극에 달한 시대'이다 ■
- HOLLOW : 오목한, 속이 텅 빈
- 미녀는 괴로워-류의 체인지 서사'도 가면을 통한 타인 되기'에 속한다. 성형한 얼굴은 타인의 얼굴(가면)인 셈이다.
- 기의 없는 기표로 작용하는 무의미의 대표적 표현이 개소리'다. " 멍멍멍 ! " 이라는 의성어에는 기의는 없고 기표만 둥둥 떠다닌다. 개소리는 소리를 모사할 뿐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