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는 없지만 대한민국에는 있는 것
<< 응답하라 - 시리즈 >> 는 tvn의 히트 상품‘이 되었다. 효자 상품인 셈이다. IMF 사태가 1998년 새해를 앞둔 시점(1997.12.03)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1994, 응답하라-1988년’은 대한민국이 꽃놀이패를 쥐고 희희낙락하던, 똥광-일광-삼광 들고 낄낄거리던, 20세기 화양연화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꼰대가 즐겨 사용하는 저잣거리 말풍선으로 표현하자면 1997,1994,1988년은 한때 잘나가던 ” 왕년에 ~ ” 속한 해였다. 복고 지향적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당대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공한 자(부자)는 과거를 호명할 때 “ 지지리도 못살던 시절 ”을 이야기하고, 실패한 자(빈자)는 과거를 호명할 때 “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 ”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여기 대한민국은 실패했다. 빈부 격차는 벌어졌고, 계급 장벽은 높아졌으며, 세대 차이에 따른 갈등은 높아졌다. 또한 유대와 연대의 끈은 단단한 동아줄에서 썩은 동아줄로 바뀌었다. < 내려갈 수는 있으나 오를 수는 없음 > 은 시대적 증후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기득권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에게 “ 열정 ” 이라는 이름으로 더 높은 곳을 오르라고 주문한다. 오를 수 있을까 ?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수밖에 없다. 성공한 자는 “ 날개 ” 가 있다. 영웅(英雄)이라는 한자 조합을 곧이곧대로 적용하자면 PSY는 영웅이다.
한자 雄이 < 새 추(隹 ) + 팔뚝 굉(厷) > 으로 이루어진 조합이니 종합하면 팔뚝 굵은 젊은 수컷 새’라는 소리이므로 싸이는 영웅이다. 지금의 싸이‘를 있게 만든 노래가 << 새 >> 였으니 말이다. 그가 “ 나 한순간에 새 돼쓰 ~ ” 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영웅이 된 것이다. 국위 선양을 제1덕목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 월드 ~ ” 라는 칭호를 얻게 되면 “ 영웅 ” 이 된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한국인은 스타일 뿐, 영웅이 될 수는 없다. 팔뚝 굵은 날개를 얻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인정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영웅이 된 인물이 김연아, 박찬호, 박세리’다. 한국인이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서구인이 동양인을 인정했다는 데 있다. 음식에도 영웅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표 영웅은 < 비빔밥 > 이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먹는 순간, 아아... 비빔밥은 자랑스러운 대표 한식이 되었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주문하기 전에는 비빔밥은 한갓 한식에 불과했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부르자 비빔밥은....... 그래요, 꽃이 되었답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불멸의 비빔밥이 되었답니다. 이 정도면 노예 근성‘이다. 싸이는 << 강남 스타일 >> 이란 노래로 세계를 정복한 후 금의환향했다. 강남 딴따라가 월드스타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강남 스타일을 따라부르며 외쳤다. “ 그래, 네 팔뚝 굵다 ! ” 여기서 팔뚝은 남근에 대한 은유’다. 보다 유식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싸이는 거대하고 단단한 팔루스 phallus 를 가진 자‘다. 대한민국 대표 팔루스’는 건물(주)이다. 강남 아파트와 도심 상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 힘 좋은 팔뚝 > 을 얻는 것과 같다. 무쇠팔이자 접히지 않는 날개이다.
< 토건족 > 은 < 수요-공급의 원칙 > 에 근거하여 집값이 오르면 더 많은 집을 지어 집값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놀랍게도 대한민국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 인구의 40%가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답은 간단하다.
상위 5%가 전체 주택의 62%를 가지고 있으며 토지의 경우 상위 1%가 52%를, 상위 5%가 82%를 가지고 있다
- 어디 사세요, 131쪽
대한민국에서 집 없는 설움은 유독 혹독하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 인구의 19%가 해마다 이사를 다닌다. 전 인구 다섯 명에 한 명꼴. 1년에 약 870만여 명이 이삿짐을 싸고 푼다는 얘기다. 산술적으로 볼 때 5년이 지나면 한 동네가 낯모르는 이방으로 채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책, 27쪽) "
결국 무주택자는 보다 싼 집을 얻기 위해 서울과는 멀어지고 경기도와는 가까워지는 곳에 터를 잡는다. 서울에 일터를 둔 경기도 주민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음은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의 말이다.
" 올해 경기도의 순 유입 인구는 6만 명에 이릅니다. 경기도를 떠난 사람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6만명 더 많다는 겁니다. 서울은 같은 기간 3만 7천명이 빠져나갔습니다. 무섭게 오르는 서울의 전셋값을 피해 경기도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에서 서울로의 출퇴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무려 2시간 46분입니다. 출퇴근에 하루 2시간을 쓰는 직장인의 경우 잃어버리는 행복의 가치가 월 94만 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요. 물론 행복을 수치로 계량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도민은 매월 100만원어치의 행복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이죠. 오늘 아침 출근길과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을 유선의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 손석희 앵커
여기서도 무너지게 되면 그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건축법상 주거용 불법 건축물에 해당하는) 옥탑 방이나 지하 방※으로 스며든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는 곳에 산다는 이유로 무법자/불법자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목돈을 마련할 수 없는 88만 원 흙수저 세대는 두 평 남짓한 1인용 고시원으로 시작한다. 이곳에 눕다 보면 관(棺)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시원은 궤짝으로 만들어진 1인용 집인 셈이다. 한자 棺이 집(宮 : 집 궁)에 궤짝(木)을 덧대는 형국이니 일인용 판잣집'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지역 유대가 지속될 수 있을까 ? “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 - 사람 " 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동네에 대한 유대가 없으니 선거에 관심이 없다. 애향심이 없으니 애국심이 생길 리도 없다.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 먹고 살기에 바빠 죽겠는 사람 " 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그 동네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떠돌이가 아니라는 말이다.
새누리가 항상 이기는 이유‘이다. 새누리당의 필승 전략은 정책 대결이 아니다. 백성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것이다. 생각할 시간과 책 읽을 시간을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선거 전략인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동네가 투표율이 가장 낮은 동네는 어디일까 ?
높은 곳은 송파구 잠실 7동이며, 가장 낮은 곳은 강남구 논현1동이다. 투표를 가장 많이 한 동네가 가장 적게 한 동네가 모두 강남권에서 나온 것. 잠실7동에 사는 3163가구 가운데 90%인 2849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논현1동은 1만 2514가구 가운데 76%인 9432가구가 무주택자다. 잠실7동 가구 중 1인 가구는 7%에 그치고 지하 또한 반지하방이나 옥탑방 등에 사는 가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논현1동 가구 중 48%가 1인 가구이며 13%는 지하 또는 반지하방에 살고 있다.
- 손낙구, 대한민국 정치 지도 중에서 내용 요약 발췌
백성의 밥그릇과 집을 빼앗아라 ! 새누리당의 전략이자 전술이다. 종종, 종편에서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방송을 편성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것은 < 투기 > 이지 < 재테크 > 가 아니다. 불로소득을 권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싸이는 부동산 거래로 꽤 많은 재산을 축적한 모양이다. 팔십 억에 매입한 건물이 가격이 올라 백 억을 훌쩍 넘고, 넘고, 넘고, 넘어 이제는 120~130억에 이른다고 하니 수완이 좋은 워~~~~얼드 스타'다. 그가 구입한 경리단길 건물은 현재 소송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2511&ref=nav_search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를 보면서 무주택자의 힘겨운 유랑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4인용 집(宮)을 얻는 것이 꿈이었던 서민은 어느 순간 자신이 머무는 宮 앞에 궤짝 木 이 박혀 棺 이 되는 현실을 목격한다. 옥탑방, 반지하방, 고시원은 모두 인간이 살 곳이 못된다. 그들의 무능을 탓하기에 앞서 투기를 재테크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구조적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빈국(貧國)에 속한다. 이 나라에서 “ 기아 ” 는 만성적이다.
역설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옥탑방과 반지하방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