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과 문창과
문단의 어, 어어어르신'인 황석영이 " 오늘날 한국 문학이 이 꼴이 된 것은 문예창작학과 때문 " 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모양'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소설가는 삶의 현장을 < 발 > 로 뛰어다니며 눈'으로 본 것을 글을 써야 하는데, 요즘 문창과 출신들은 책상머리 앞에서 < 손 > 으로 머릿속 상상'을 글로 쓴다는 소리'이다. 문창과에서 기술은 배웠으나 철학은 배우지 못하니 깊이'가 없다는 소리. 틀린 말 없다, 맞는 소리'다. 하지만 표적이 틀렸다. 문창과를 중심으로 한 문단 시스템(문창과 교수가 문예지 편집위원과 문학상 심사위원 그리고 상아탑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 남진우와 권혁웅을 보라 !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삼권분립'이 필요하지만 문창과 시스템은 삼권합일'에 가깝다. 이들의 공통점은 문창과 교수이면서 시인 혹은 소설가이면서 평론가'이기도 하다. 등단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한 이유는 그들이 고만고만한 작품을 쓰기 때문이 아니라 고만고만한 문단 어르신들이 고만고만한 작품만 뽑기 때문이다)을 지적해야지, 그것을 문창과 출신 작가'로 한정하는 순간 < 원인 > 과 < 결과 > 를 혼동하게 된다. 문창과 출신 작가의 작품은 문창과를 중심으로 한 문단 시스템이 만든 결과'이다. 그런데 황석영은 결과를 원인으로 분석한다. 황석영의 말에 권혁웅은 욱했지만, 그가 과연 그런 자질이 있나 싶다. 문창과 졸업생(재학생)이 황석영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남진우나 권혁웅이 그런 쓴소리를 할 자격이 있나 묻고 싶다. 내가 보기엔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리얼리즘 문학만이 순문학의 정점이라고 믿는 과신'이 한국 문학의 몰락'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싶다. 황석영 말대로 피와 땀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면 깊이가 없다는 소리'는 장르 문학을 그가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발로 뛰지 않아도 된다. 손으로 글을 써도 된다. 문학이 가벼우면 안 될 까닭이라도 있을까 ? < 예술영화 > 와 < 상업영화 > 는 상극이 아니다. 상업 영화는 영화 산업을 지탱하게 하는 자본이고, 그 바탕 아래 예술 영화'는 탄생한다. 만약에 영화 산업이 무너진다면 예술 영화'는 의미가 없다. 대만 영화를 보면 답이 나온다. 관객들이 자국 영화를 외면하자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대만 영화는 세계적 명감독'을 많이 양산했지만 그들이 만든 영화는 자국 내에서 상영되지 못한다. 차이밍량이 만든 영화는 그저 세계 영화제'에서나 상영될 뿐이다. 그가 어느 자리에서 울먹이며 말했던 고해'를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학이라고 다를까 ? 문학의 상업성은 문학의 진정성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발로 글을 써야 하는 문학도 있고, 손으로 글을 써야 하는 문학도 있다. 그 사실을 황석영은 모르는 모양이다. 이제는 육체의 체험보다 머릿속 상상'이 문학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 반지의 제왕 >> 과 << 해리 포터 시리즈 >> 를 보라. 그리고 멀리,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 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