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의 편지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2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송용구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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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치기 좋은 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 평소 < 꽹과리 > 와 < 징 > 을 혼동하고는 했다. 징을 보고 꽹과리'라고 말한 적 있고, 꽹과리를 보고 징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장구 보고 징이라 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 꽹과리냐 징이냐 > 의 문제는 박근혜의 < 의리냐 배신이냐 > 라는 문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사소한 문제여서 별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보니 항상 틀린 대답을 내놓고는 했다. 색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색맹이라 하는데 나는 악기의 맵시'를 구별하지 못하니 악맹인 셈이다. 악기 중에서 유독 꽹과리와 징을 구별하지 못하니 부분 색맹이라 해두자.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은 없으니까. 그러자 누군가가 나에게 " 꽹과리와 징 구별법 " 에 대해 알려주었다.

" 딱 봤을 때 치기 좋게 생긴 놈이 징이고, 두들기기 좋게 생긴 놈은 꽹과리'야. 권투에 비유하자면 징은 어퍼컷이고, 꽹과리는 잽이지.... " 치기 좋은 놈'과 두들기기 좋은 놈 ?!  말이야 똥이야. 이 또한 시덥잖은 소리'라 그냥 웃어넘겼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 내가 해봐서 아는데 ~ " 를 남발하던 각하가 떠나고 그 자리'를 (내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여왕     그녀에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녀가 필요해      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무렵, 또 다시 꽹과리와 징을 구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 친구가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치기 좋은 놈과 두들기기 좋게 생긴 놈 !  딱 보니 < 그것 > 은 치기에 좋은 놈'처럼 보였다. 그것은 징이었다. 그렇다,  징은 치기 좋은 악기이고,  꽹과리는 두들겨야 제맛이 난다.  돈오(頓悟)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 치기 좋은 징은 있지만 두들기기 좋은 징은 없다 ! 

외국소설에 대한 서평치고, 들어가는 말문이 상당히 "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 스러워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를 말하기 전에 먼저 한국 문학에 대한 취향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한국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밖에서 발로 뛴 흔적보다는 책상 앞에서 머리를 굴린 흔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데 있다. 음색은 < 징 > 도 아니면서 징징거린다. 이 음색이 싫은 것이다. 차라리 꽹과리처럼 왁자지껄한 귀여니 소설이 낫다. 이 한 문장을 위해서 말문이 쓸데없이 길어진 점, 독자 여러분이 화낼 만하다. 그렇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나도 내 의도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서평을 중단하지는 않겠다. 어차피 이곳에서 자빠졌으니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보석 같은 리뷰를 완성하겠다. 40대 소설가 K, 그는 바람둥이'다. 그 앞에 한 통의 두툼한 편지'가 도착한다. " 결코 저를 모르는 당신께...... " 로 시작하는 편지.  < 결코 > 라는 부정적 부사'가 결연한 의지처럼 느껴져서 소설가 K는 범상치 않은 예감을 느끼며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그녀의 편지는 지독한 짝사랑을 담은 연서'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사랑한 남자에 대한 추문이자 폭로였다. 모르는 여인은 편지에 " 사랑하는 님이여... " 라는 문장을 반복하지만, 이 편지를 다 읽고난 남자는 바로 이 문장 때문에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살아갈 것이 뻔하다. 츠바이크는 사랑을 말하지만 증오를 숨긴 여성의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이 정도면, 이 정도의 " 징징거림 " 은 신파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는 신경숙 신파가 왜 예술이 되지 못하고 통속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강한 어조로  " 나는 당신이 싫어요 ! " 라고 말하는 속내는 " 나는 당신이 좋아요 ! " 라는 메시지'를 숨기기 위한 반어'라고 말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이 주변인을 속이는 태도도 동일하다. 사기꾼은 항상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것은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반어(反語)다.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에서도 여자는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았는가를 고백한다. 그 불행은 " 타인의 하품 " 과 같아서 남자에게 쉽게 전염된다. 여자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낚시꾼은 놓친 물고기가 크면 클수록 아쉬움이 비례하듯이  여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죽은 아이(소설가K와의 하룻밤 관계에서 얻은 아이) 가 얼마나 총명했는지를 남자에게 강조한다. 순애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복수극인 이 소설은 " 아이러니 " 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묻는다. 이 세상 모든 징은 치기 좋게 생긴 놈이다. 헤어진 남자(혹은 헤어진 여자)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웠던 얼굴'은 헤어지고 나면 불쑥불쑥 기억 속에서 호명된다. 그 옛날의 아름다웠던 얼골은 다...  어디를 갔느뇨.  후광은 사라지고 따귀 한 대 치기 좋은 얼굴로 등장한다. 명심하자. 이 세상, 모든 사기꾼은 친절하다. 등골을 빼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또 명심하자. 이 세상, 모든 애인은 한때 친절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헤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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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7-0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애인은 안친절했는데ㅠㅠㅠㅠ
그나저나 전 곰발님 서재에서 보고 이 제목이 넘 맘에 들어 위시로^^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09:52   좋아요 0 | URL
안친절하셨군요.. ㅎㅎㅎㅎㅎㅎ 음.....

samadhi(眞我) 2015-07-0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오랜만에 보는 징이 반가워서, 서평은 일부러 실눈으로 대충 읽었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서. 동아리 입회식 때 징에 술을 가득 붓고 그 외 온갖 더~러운 것들 다 넣어서 마신 사랑주 생각이 나네요. 마시고 또 마셔도 줄어들지 않았지요. 징이란 놈, 징하게 큽니다. 징과 쇠의 구별법은 한눈에 알 수 있는 크기 입니다. 악기채 크기도 비례하죠. 소리도 차이가 크구요.. 쇠는 말그대로 꽹꽹 거리구요. 징은 지~잉 울립니다. 사물을 운우풍뢰라고 하는데, 정말 징은 風에 어울리는 소리를 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0:49   좋아요 0 | URL
실물을 보면 저도 알 것 같은데 왜 대부분 모니터로 보잖아요. 모니터로 보면 크기가 가름이 안 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전 이상하게 헷갈리더라고요.... 아, 꽹은 꽹 소리가 나고 징은 징 소리가 나는군요... ㅎㅎㅎㅎㅎㅎ

stella.K 2015-07-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좀 미스테리 하군요.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지 딱히 와 닿지가 않아요.
이책을 설명하기 위해 왜 징과 꽹괴리가 나와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4:49   좋아요 0 | URL
삼펀포로 빠지는 게 제 특기잖습니까.
징은 단순히 삼천포로 가기 위한
멕거핀`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에곤 실례 2015-07-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모르지만 당신을 평생 사랑하면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면, 정신이 번쩍 들지 않으세요?

당신이 열고 들어간 문고리를 만져보기도 하고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조차도 소중하게 주워서 간직했던 여인이라면 말이지요.

이 글을 읽고 이작가의 또다른 글들도 읽었는데 말이지요, 광기와 우연의 역사, 환상의 밤, 달빛 뒷골목, 어느 노인의 죽음,

황혼이야기 등 특히 그 당시로서는 소재로 삼기 힘들었을 동성애적 성향을 다룬 감정의 혼란 이라는 작품도 있었지요. 좀전 세대의 사람들에게 읽혔던 책을 소개하니 반가워서 답글 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4:49   좋아요 0 | URL
츠아이크 다른 작품 중 추천하실 만한 작품 좀 추천해주십시오....

아... 저 위에 걸린 게 제목인가 보죠 ?

광기와 우연의 역사... 등등등 말입니다 ?

2015-07-03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7-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요~~
남자분이니 여쭤보고 싶군요~ 저런 여자가 있다면 어떤 기분인지 ㅎㅎ
저는 여자라도 소름이 끼칠것 같다고 했는데~ ㅎㅎ

체스. 마리 앙트와네트도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은 니체를 쓰다를 읽고 있는데 니체를 잘 몰라 뭔말인고~~ 하고 있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8:35   좋아요 0 | URL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 이 작품을 순애보-서사`라 생각하지 않고 복수극-서사`라 생각합니다.
막스 오필스의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내용이 약간 다릅니다. 남자는 결투 신청을 받습니다. 그는 이 결투를 피할려고 집에 가서 잠시 머물다가 다음날 새벽에 도망가려고 집에 가죠. 집에 가니 여인의 편지가...

남자는 편지를 읽느나 새벽을 넘겼고, 결투자가 오죠.
남자는 도망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결투장으로 갑니다.

막스오필스의 위대한 걸작인데 막스 오필스도 이 영화를 일종의 여성 복수극으로 준비했습니다.
거봐라. 잉과응보다. 벌을 받아라.. 뭐, 이런 뉘앙스로 읽었습ㄴ디ㅏ.


체스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기억이....

츠바이크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수다맨 2015-07-0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파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게 참 어려운 작업 같습니다. 신경숙이 매일 실패하는 것도 바로 이부분인 듯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4 15: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파가 예술이 되기는 힘이 듭니다. 신경숙은 항상 실패하죠. 어차리 감정 과잉이라는 게 그리 매끄러운 세련된 기교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후진 영화라 해도 누가 죽어서 눈물의 떼창을 하면 영화는 후지더라도 눈물은 나더라고요. 그런데 눈물이 나면 다 좋은 영화라고 착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