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잡는다 !                                  




 

 

 

 

 

 

 

 

 

 

 

 


 

 

 



가물치도 아니면서 책 제목이 가물가물하니 일단은 단순하게 " 고서 " 라고 해두자. 조선시대 백탑파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덕무'가 쓴 책이므로 고서'가 맞긴 맞다. 이덕무가 쓴 " 古書 " 를 보면 쥐'가 닭을 잡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닭이 쥐를 잡는 것이 아니라 쥐가 닭을 잡아 ?!  의아스럽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쥐'가 닭을 잡아먹는다. 이덕무는 자신이 본 희한한 광경을 차분하게 기술한다. 내용은 이렇다. 캄캄한 밤이 되면 쥐는 닭장 속에 갇힌 닭 뒤꽁무니 쪽으로 몰래 다가간다. 그리고는 똥구멍'을 살살 핥는다. 일종의 오럴섹스'다. 황홀해진 닭은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까지 엉덩이'를 더욱 쥐새끼 입 쪽으로 들이민다. 뜨거운 혓바닥이 아.......  좀더...... 아, 좀.... 더......깊게........ 드루와 ~ 드루와 ~ 

그런데 놀라운 것은 쥐는 핥는 것이 아니라 똥구멍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닭은 죽는 순간까지도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닭은 속이 파여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도 모른 채 황홀한 죽음을 맞이한다. 말 그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단장 斷腸 : 끊을 단, 창자 장  의 고통'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내용은 << 이목구심서 >> 라는 책에 나오는 대목일 가능성이 높다. 오래전, 도서관에서 서서 눈어림으로 대충 훑은 내용이라 정확한 복기는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이 책은 << 耳目口心書 >> 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덕무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풍문이 된 것들을 담은 수필 형식'이다. 이덕무는 조선 후기 문인으로 독서광이자 메모 예찬자'였다.


그는 왕족 출신으로 방계혈족 傍系血族 이나 서자였으니 사돈의 8촌의 5촌 당숙의 이웃 같은 존재였을 터. 그는 애초에 출세에 대한 욕심을 버린 채 소박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평소 작고 사소한 것에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양반이 체신머리도 없이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식물이나 물고기, 곤충 따위를 오랫동안 관찰하고는 했다고. 흑산으로 유배 떠난 정약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물고기를 들여다보는 낙으로 살았던,    외로운 사내. 그와 겹쳐진다. 이덕무가  평생 읽은 책이 2만 권'이요, 스스로 남의 책을 직접 손으로 필사한 것만 해도 수백 권이라 하니 책을 읽는 선비를 떠나 책에 미친 바보'라 할 만하다. 당시 책이 귀하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2만 권'은 어마어마한 독서 경력이 아닐 수 없다.


2만 권'이나 되는 장서를 보관하려면 대궐 같은 공간이 필요할 터인데 작은 머릿속에 그 어마어마한 장서를 모두 보관했으니 놀라울 지경이다. 그는 스스로를 간서치 癡 : 지나치게 책을 읽는 데만 열중하거나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라고 불렀으나, 사실 그는 모든 분야에 박학다식했고 문장 실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문필가'였다. 한때 교양서 베스트셀러'였던 << 책에 미친 바보 >> 가 바로 이덕무가 쓴 글을 묶어 간략하게 소개한 책이었다. 이덕무의 책은 " 고서는 따분할 것 " 이라는 내 선입견을 단박에 부셨다. 박물학적 잡학 에세이'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을 보여준다. 궁금하다면 커피 한 잔과 함께 문학의 향기 속으로 드루와, 드루와 !

내가 불쑥 쥐가 닭 뒤꽁무니를 갉아먹는 이야기로 말머리를 여는 까닭은 요즘 여의도에서 제작한 << 인정상, 사정할 수 없다 >> 라는 최신 영화를 구경하다가 문득 이 冊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친박이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할 속셈으로 각하와 친이'를 치기 위해 마련한 것이 성완종 카드'인데 돌발 변수가 발생해서 각하와 친이'가 박근혜와 친박을 궁지에 모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정치 드라마를 보고 훈수 두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중평'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경우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성완종 데쓰노트 목록에 오른 홍준표나 이완구는 성姓을 바꿔야 한다. 홍준표는 안준표로, 이완구는 미완구'로 말이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히든 카드로 준비한 " 성완종 토끼몰이 전략 " 은 결국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끼 굴 속으로 도망친 토끼를 잡겠다며 동굴 앞에서 요란법석을 떨며 불을 피우다가 동굴 속에서 토끼 대신 호랑이가 튀어나온 꼴이라고나 할까 ? 알고 보니 토끼 집'이 아니라 호랑이 굴이었던 셈이다. 성완종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는 이덕무처럼 꼼꼼한 메모광'이었다.  그가 < 죽음 > 과 < 폭로 > 를 서로 맞바꾼 것은 자신의 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극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지금 한국 정치'는 이 사람이 던진 " 다잉-메시지 " 에 주목하고 있다. 3천만 원짜리 자양강장제'로 추정되는 < 비싼 500 > 를 마시며 느긋하게 토끼 사냥을 즐기던 늑대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토끼를 " 소탕 " 하려다가 호랑이 " 소굴 " 을 만나더니 이제는" 토끼 " 잡으려다가 " 토껴 " 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꼴이다.

알기 쉽게 정리하자면 닭띠 왈패가 쥐띠 왈패를 잡으려다 오히려 쥐띠 왈패에게 닭띠 왈패가 된통 당한 꼴이다. 요즘 대세인 닭띠 왈패 앞에서 쥐띠 왈패가 찍소리도 못하고 벌벌 떨줄 알았는데 벌벌 떨기는커녕 눈알 불알이면서 " 드루와 ~ 드루와 ~ " 라며 호기롭게 맞짱을 뜨는 중이시다.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이 싸움도 결국에는 기승전(친)박의 위대한 정신 승리'로 끝나는 막장 드라마'일 가능성이 높지만  막장이란 결과가 뻔해도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옛 선비'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라고 했으나, 여의도 정치판에서 백로는 멸종된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여의도(島)에 까마귀가 날아드니 하늘이 온통 거무퉤퉤하구나. 오로라, 통재라. 성완종 리스트 목록에 올라온 지옥의 8인에게 온힘을 다해.......

" 알밤구(球) : 국어 순화 정책에 따라 야구 스포츠 용어인 빈볼 beanball 은 알밤구로 대체한다. 관련 어휘로는 비슷한말인 꿀밤구와 밤톨구가 있으나 한글 맞춤법 시행령에 따라 알밤구로 통일한다. 투수가 고의적으로 타자 머리를 때릴 목적으로 던지는 공을 빈볼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bean이 콩이라는 뜻과 함께 머리를 때리다'라는 의미가 있으니 이와 유사한 한국어 단어가 알밤'이다. 견과류 열매를 뜻하지만 동시에 머리를 쥐어박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니 bean과 알밤은 유유상종'이다. 저잣거리 입말의 예 : " 봉중근 투수, 안경환 타자를 향해 고의로 알밤구 날렸나요 ? 안경환 타자 가자미 눈이 되어 봉중근 투수를 째려보자 봉중근 투수  드루와 ~ 드루와 ~ 라고 도발하는군요. 일촉즉발, 아....... 흥미,  진진합니다. 이 맛에 야구 봅니다. " ㅡ 자료 출처, 오소리깻잎사전. 형설시공사 제공.     던지고 싶다 ! "

" 옛날에 말이야. 나가사키 가카'란 분이 계셨다. 대단한 분이셨지. 소 뿔도 단숨에 뽑아버린 분이셨어. 너, 너너너너 소야 ? 나, 나나나나나가사키'야. 나카사키 준뻬이 가카 ! 홍단, 초단, 풍단 종합 9단. 그리고는 뿔을 잡고 존나게 내리치는 거야. 존나게. 뿔이 뽀개질 때까지 !!! 이게 바로 무대포 정신이다, 무대뽀 ! "

 

지금 쥐가 닭의 똥구멍을 갉아먹고 있다.

 

 

 

 

 

 

 

+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덕무 책을 갈무리한 << 청장관전서 >> 세트'를 구입할 생각으로 알라딘과 접선을 시도했더니 " 품절 " 된 상태'라고 한다. 도서관에서 눈어림으로 짐작한 바로는 이덕무의 산문은 탁월했다. 무엇보다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 태백산맥 >> 마저 고리타분해서 읽지 못하는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 청장관전서 >> 세트(11권)을 구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겠지만 카잔차키스 전집 세트(40권)을 사두고서 아직까지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을 보면 망설여진다. 관상용으로 전락한 전집 - 포비아'라고 할까 ? 그나저나 카잔차키스 전집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 꼴도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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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4-15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완구 총리가 만일 자신이 돈을 받았으면 생명ㅡ정치 생명이 아니고 진짜로 목숨ㅡ을 내놓겠다고 국회에서 발언하더군요. 사태 파악 할줄 모르는 도박판의 호구를 보는 것 같아 혀를 차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6 04:59   좋아요 0 | URL
완구 보면 영구 생각납니다. 내일이면 들통날 거짓말을 오늘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발각되면 말을 바꾸고....
코미디언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4-1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량장난감 완구세트가 만든 토이스토리 대한민국 청와대서 절찬상영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6 17:14   좋아요 0 | URL
토이 스토리... ㅎㅎㅎㅎㅎ 맞는 말입니다.

오쌩 2015-04-1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만 성행위를 에로시티즘으로 승화시킬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닭과 쥐의 오랄섹스라....
쾌락은 계속되는 자극에 갱신되고 유지,
그것이 불행을 낳았네요 ㅎ

닭은 자승자박인데
신기한게 mb는 무슨 천운이 따라주는지...운도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이쯤되면,능력?이 대단허다고 인정해야할지....ㅉ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6 17:14   좋아요 0 | URL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이 정도면 이젠 실력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술수의 제왕이라고나 할까요... 기막힌 자임...

samadhi(眞我) 2015-04-2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미친 바보]를 보면 이덕무의 솔직함에 놀라게 돼요.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싶었지요. 체면에 압사할 것 같던 그 시대에 말이죠. 까면 깔수록 까도까도 또 나오는 그네네 사람들. 정말 ˝난˝ 놈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1:07   좋아요 0 | URL
이덕무 가만 보면 김수영과 닮은 점이 있죠. 성격은 반대지만 솔직함을 닮았습니다. 아, 이전집 어디서 좀 구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습니다.

samadhi(眞我) 2015-04-20 11:24   좋아요 0 | URL
전집 구하시고 장식용으로 두시게 되거든 저한테 버려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1:29   좋아요 0 | URL
메모해두겠습니다. 이거 절판되어서리.... 헌책방 함 뒤져볼까요 ? 뒤져보긴 했는데 없더군요... ㅎㅎ

samadhi(眞我) 2015-04-20 12:53   좋아요 0 | URL
곰발님의 뽐뿌질에 제가 더 불이 붙었는데요. 책욕심 나서 검색했는데 죽어도 없네요. 아주 오래전 출간본만 있고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9:09   좋아요 0 | URL
전 도서관에서 잠깐 읽었는데아, 재미있떠라고요... 그때느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거 비슷하구나 이런 느낌 들고 말이죠. 전집 구비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것을 출판사들이 출간하고 그래야 하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