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급식 논쟁 : 군만두와 햄버거
외국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한국에 오면 은행 현금인출기(ATM) 앞에서 당황하게 된다. 수수료 때문이다. 그때 얼굴 표정을 한 글자'로 표현하자면 < 뙇 ! > 가 아닐까 ? 이 말은 곧 금융 선진국에서는 은행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을 찾을 때 수수료를 내지 않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에서는 은행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금인출기'를 설치하고 현금인출기 관리에 따른 관리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다고 궁색한 변명을 할 테지만 은행들이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1년에 대략 4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달리 생각하면 ATM기기와 ATM기기 사용 고객은 은행 직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은행 창구 업무 일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 ATM 시스템 > 은 < McD 시스템 : McDonald(맥도날드) > 과 비슷하다.
맥도날드 시스템은 직원이 해야 할 일을 손님이 대신하는 구조'다. 그 전까지는 식당 직원이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까지 와서 물을 따르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비스했다면,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손님이 직접 카운터 앞에서 주문을 하고 스스로 음식을 서비스하고 먹고 남은 음식과 식자재는 직접 치운다. 맥도날드 씨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은행 ATM 시스템도 다르지 않다. 은행 고객이 직접 은행 창구 업무를 담당한다. 은행 창구 직원만 볼 수 있도록 설치된 모니터를 고객이 볼 수 있도록 방향을 틀어놓은 것이 바로 ATM기기'다. 결국 고객은 창구 직원이 해야 할 " 타이핑 " 을 대신하는 것이니 무보수 노동을 하는 셈이다. 과장된 설레발을 치자면 모니터의 방향이 4조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돈 벌기 참...... 쉽다. (모니터) 목을 꺾었더니 돈을 들어오네요!
만약에 은행 고객이 과도한 은행 수수료에 항의하여 ATM기기 불매 운동을 펼친다면 은행 직원은 화장실에 가서 똥 쌀 여유도 없이 바쁘게 일할 것이다. 금융 기업이 은행 직원'을 감축할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는 ATM과 ATM기기 이용자 때문이었다(라고 말해도 크게 항의하지는 않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 최근 일부 은행들은 현금자동인출기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은행원에게 업무를 보는 손님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 조지 리처, 맥도날드 맥도날드화 중 ). 이 말은 곧 은행 입장에서 보면 고객이 현금자동인출기'를 사용하는 것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발생한다는 소리가 아닐까 ? ATM 때문에 편리를 보는 쪽은 고객이 아니라 은행인 셈이다. 그렇다면 ATM 시스템과 McD 시스템의 차이점'은 무엇을까 ?
내가 보기엔 둘 다 도토리 키재기'이지만 은행'보다는 맥도날드'가 덜 뻔뻔하다. 맥도날드는 손님을 종업원처럼 부려먹고는 햄버거 비용에서 고객의 노동 비용(셀프 비용)을 뺐다고 광고한다. 쉽게 말해서 손님이 직접 서빙과 그릇 치우는 노동을 했으니 그 비용을 빼서 손님에게 저렴한 햄버거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햄버거 가격은 저렴한 것일까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거론하기로 하자. 삼천포로 빠질 공산이 크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 은행은 고객의 무보수 노동( ATM 사용 )에 대한 비용을 빼기는커녕 수수료'라는 명분으로 주머니 속 동전을 강탈한다. 종업원처럼 부려먹더니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쉽게 말해서 맥도날드에서 서빙하고 그릇 치워주고 떠나려고 할 때 느닷없이 카운터에서 테이블 사용료를 내라고 윽박지르는 꼴'이다.
은행은 ATM 기기를 이용하여 은행 노동자'를 감축시킨 결과 그에 따른 임금 비용을 벌었고 노동자 감원에 따른 노동력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시켰다. 그리고는 수수료를 챙겼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라면만 먹고 가려 했는데 애인 집에서 불타는 밤을 보낸 꼴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일거양득이라고 하는 것. 이 정도면 도둑놈 심보가 아닐까 ? 은행 고객이 ATM 기기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은행에서 고객에서 무보수 노동에 대한 혜택을 줘야 한다. 그게 공정한 룰'이다. 다시 저렴한 햄버거 문제로 돌아오자. 햄버거'는 정말 가격이 쌀까 ? 그렇지 않다. 김밥천국 가서 김밥 한 줄 먹고 나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모습이 지극히 처량하야 달랑 김밥 한 줄만 먹고 나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깁밥에 라면을 먹거나 하는 식이다.
햄버거도 마찬가지다. 햄버거에 감자 튀김 그리고 콜라 한 잔 마셔야 구색을 갖춘다. 이 모든 비용을 다 합치면 맥도날드 햄버거는 싼 가격이 결코 아니다. 햄버거에는 고객의 셀프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햄버거에는 원래 그 가격이 적당한 가격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대 상품 소비자'는 왜 이토록 바보 같은 " 찐따 " 가 되었을까 ? 손님 대접은커녕 남의 가게 일일 종업원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알에서 깨어나 인간이 된 이후 가장 스펙이 좋다는 현대 사회에서 현대인은 왜 봉이 김선달이 파는 강물을 돈 주고 샀을까 ?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비합리적 존재이기에 그렇다. 인간은 생각보다 똑똑한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독립적이며 현명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에게는 노예 근성'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은 금융서비스업'이다. 금융업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금융서비스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 무식하게 말해서 " 서비스 정신은 곧 군만두 정신 " 이다. 중국집 가서 짜장면에 탕슈우우우우욱 하나만 주문해도 나오는 서비스가 바로 군만두'다. 지금 당신이 거래하는 은행 통장에는 돈이 얼마나 있나 ? 참고로 탕슈우우우우욱은 이만 원'이다. 다시 말해서 은행이 금융서비스업이라면 고객의 돈으로 돈놀이를 해서 이윤을 챙기는 은행은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기보다는 군만두를 서비스'로 내놓아야 한다. 무상급식 논란도 이와 다르지 않다. " 무상 " 이라는 프레임 설정 자체'가 틀렸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급식비'이기에 " 공짜 " 가 아니다. 내가 낸 돈으로 내 자식'이 밥을 먹는 꼴이니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홍준표가 급식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맥도날드 매장 이용자에게 테이블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생각없이 준표에게 준 표'는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세금을 탈루하지 않고 꼬박꼬박 낸 국민이라면 당당하게 군만두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국민은 고객이고 국가는 중국집이요, 은행이다. 누군가는 공짜 좋아하는 놈이라고 손가락질하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요구하겠다. " 시바, 군만두 줘라 ! " 날마다 군만두 먹는다고 최민식처럼 복수의 칼을 갈지는 않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