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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당신은 꼽등이'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철학 명제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사람은 자신이 꽤나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은 데카르트가 말하는 " 코기토 " 보다는 파스칼이 말하는 " 흔들리는 갈대 " 에 가깝다. 파스칼은 여자를 흔들리는 갈대라고 말했으나 내가 보기엔 남자도 흔들리는 갈대'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 자발적 의지 "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익 집단이 치밀하게 준비한 각본대로 상품을 소비할 뿐이다.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만 당신이나 나나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날마다 세뇌당한다. 좋은 예가 패션 유행'이다. < 유행 > 이란 소비자 다수가 선택한 " 현재의 결과 "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패션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큰손 몇몇이 선택한 " 과거의 결정 "이다.
예를 들어 패션계 큰손은 작년에 유행했던 아이템이 미니스커트였다면 올해 유행할 아이템으로는 꽃무늬 롱스커트'가 되도록 계획표를 꾸민다. 유행하는 칼라'도 패션 산업계 큰손이 결정한 것에 불과하다. 작년에 파란색이 유행했다면 올해는 빨강색이 유행을 탄다. 그러니까 패션계 큰손들이 " 조작질 " 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지난해 패션을 촌스러운 것으로 뭉개는 것이다. 아직도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면 당신은 상황 판단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다.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올해 유행하는 롱스커트 대신 작년에 " 존나 " 유행했던 미니스커트를 입고 청담동 가로수길을 걸으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말이다. 작년과 올해의 유행 대비 對比가 선명할 수록 지난 것은 보다 더 촌스러운 것이 된다.
패션계 큰손이 노리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유행에 민감한 옷일수록 촌스러운 옷이 된다는 사실은 모두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 유행 " 이라는 사이클 주기가 짧을수록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 수 있다. 유행'이 느리게 순환되거나 유행 자체가 없다면 패션 산업 종사자는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 굳이 새옷을 사 입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큰손들은 극단적 대비'를 요구한다. 어려운 계획이 아니다. 매력 있는 모델을 선정해서 지속적으로 패션 잡지 따위에 노출시키면 된다. 큰손 집단은 이미 서로 짝짝꿍이 되어서 한몸처럼 움직인다. 큰손 몇몇이 유행이라고 하니까 대중은 그저 따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의 패션 취향은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큰손이 결정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 올해의 유행은 이미 과거의 결정에 의한 결과'이다. 2015년 여름에 유행할 패션은 2012년에 결정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조작은 모든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음모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인간은 절대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줏대없이 흔들리는 갈대'에 불과하다. 여론 조사 결과도 사소한 조작질로 결과를 180도 다르게 변경할 수 있다. 질문 순서만 바꿔도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첫 번째 경우 : 먼저 "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 " 라는 질문을 던진 후, 다음 질문으로 " 당신은 일주일에 데이트를 몇 번이나 하십니까 ? " 라고 묻는 것과 두 번째 경우 : 먼저 " 당신은 일주일에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몇 번이나 하십니까 ? " 라는 질문을 던진 후 다음 질문으로 "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 " 라고 묻는 것.
순서만 바꿨을 뿐이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온다. 전자보다 후자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확률이 더 높다. 이래도 당신은 스스로를 생각의 주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21세기는 정보 홍수 시대'다. 이제는 24시간 미디어에 노출이 된다. 스마트폰이 있기에 가능하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각 업계 ( 정치, 경제, 산업 ) 큰손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대중은 그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당신이 선택한 결과는 곧 당신의 취향이 된다. 하지만 그 취향이 몇몇 타자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라면 당신의 취향은 온전히 당신이 선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 유행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개성 있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이상, 당신은 꼽등이가 될 수밖에 없다.
연가시가 꼽등이를 조종하듯이, 1%는 99%를 조종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1%는 마징가 Z 로보트 머리 속에서 스틱으로 행동을 조종하는 쇠돌이'이고, 덩치는 산 만한 마징가 Z 본체는 대중'이다. 쪽수가 많다고 이기는 시대는 지났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이유이다. 청기 올리라고 하면 청기 올리는 존재가 바로 소비자요, 대중인 것이다. 나는 왕이 누군가가 청기 올리라고 해서 잽싸게 청기 올리는 경박스러운 왕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결코 왕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신상은 이미 몇 년 전에 짜놓은 구닥다리'일 뿐이다. 어떤 믿음이 100%가 될 때, 그 믿음이 순도 100%가 될 때, 그 믿음은 순결한 것이 아니라 맹목이 된다. 100% 라는 완전체는 적어도 믿음이라는 영역에서는 아주 나쁜 순정이 된다.
믿더라도 51%만 믿어야 한다. 그 믿음 밑바닥에는 불신이 49% 정도 깔려 있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물물은 불순물이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숭배하는 황금도 기껏해야 99%이지 않은가 ? 대한민국은 눈먼 자들의 나라'가 되었다. 100% 순결한 맹목이 국가를 침몰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