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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슴 - 12초의 희열이 세계를 바꾼다 ㅣ 이상의 도서관 7
롤프 데겐 지음, 최상안 옮김 / 한길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올 가슴 !
일본 영화 가운데 " 핑크 무비 " 란 장르가 있다. 말 그대로 에로 영화'다. 이 영화 장르에는 독특한 게임의 법칙이 하나 있는데 10분마다 섹스 장면을 삽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는 점이다. 영화 제작자는 10분마다 섹스 장면이 삽입된다면 나머지 장면은 감독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 공부는 못해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 " 를 에로 영화 제작자 버전으로 " 영화는 엉망으로 만들어도 좋다, 섹스 장면만 잘 뽑아다오 ! " 와 유사한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 핑크 무비 >> 는 섹스 장면만 의무적으로 삽입하면, 나머지는 제작자 눈치와 흥행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장르였으니 10분마다 섹스 장면 삽입이라는 제약은 역설적으로 창작의 자유를 의미했다. 그래서 핑크 무비'는 다른 대중적 오락 영화와는 달리 뻔뻔하지만 뻔하지는 않는,
아방가르드하며 아스트랄적인 훌륭한 영화가 많이 탄생했다. 이 장르가 어느 정도 성공하자 같은 조건으로 제작비를 더 많이 투입해서 핑크 무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장르가 바로 << 로망 포르노 >> 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일본 영화 작가 중에는 로망 포르노 출신이 꽤 많다. 그런데 왜 하필 10분일까 ? 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년 후, 어느 신문 기사를 접하고부터였다. 성 의학 관련 기사였는데 남성은 하루 평균 10분마다 섹스를 상상한다는 내용이었다. 1시간이면 6번. 그러니까 당신이 멋진 남자와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다르, 타르코프스키, 오즈, 히치콕 따위의 영화를 이야기하며 푸코, 데리다, 라캉, 지첵을 거론하는 인문학적 이야기 꽃을 피울 때 상대방 남자는 틈틈이 섹스를 생각한다는 결론이 난다.
" 타르코프스키 영화는 그래비티(중력)에 대한 영화입니다. 가이아라는 중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 즉 모성적 존재의 강력한 그래비티가 바로 인간의 운명이죠 ( 독백 : 아, 저 여자는 신음소리를 어떻게 낼까 ? ) 후후, 라캉이 말하는 욕망의 소문자 a 라고나 할까요 ? ( 독백 : 젖꼭지 색깔은 어떤 색일까 ? 아, 아아아아. 라캉이고 타르코프스키이고 나발이고.... ) 아, 네네네. 그렇죠. 이러한 욕망이 지연될 수록 데리다적 유령은 출몰하게 됩니다. ( 독백 : 아아, 미치겠다. ) " 이 글을 읽는 여성 여러분, 믿지 못하시겠다 ?! 그렇다면 당신은 순진한 사람이다. << 오르가슴 , 12초의 희열이 세계를 바꾼다 / 롤프 데겐 지음 >> 에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나온다. 아마, 내가 말한 내용보다 2배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다.
인간의 페니스는 어느 영장류의 것보다 길고 두툼하며, 고환은 고릴라나 오랑우탄의 것보다 무겁다.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간은 짝짓기를 위한 구애행위 시간이 길고, 짝짓기 자체도 오래 지속된다. 여성의 오르가슴 능력은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 12세에서 19세 사이의 미국 청소년들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평균 5분마다 한 번씩 성적인 것을 생각한다고 대답했고, 50대 미국 남성들도 매일 여러 차례 성에 관련된 생각을 갖는 다고 한다. "
ㅡ 37쪽
미국 나이를 한국 나이로 계산하면 13세에서 20세 사이의 청소년은 평균 5분마다 한 번씩 성적인 것을 상상한다. 이 시기에는 머릿속에 온통 섹스 생각밖에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에 당신이 14세 꼬마에게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 가와이 " 를 속삭일 때, 14세 소년은 자신의 머리가 페니스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좆 달린 수컷은 어린 새끼나 늙은 새끼나 모두 동일한 섹스 머신이요, 하드 바디'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오르가슴 >> 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페니스는 인문학적 소양과는 거리가 먼 기관이다. 티븨 유치원 주제가 '뽀뽀뽀'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응응응, 엄마가 안아줘도 응응응, 만나면 반갑다고 응응응, 우리 다시 또 만나면 응응응. 응 ! 응 ! 응 ! 응응응. 응응응 ~ 응응. 현철의 노래도 범성론적 시각으로 보면 앉으나 서나 응응 생각, 앉으나 서나 응응 생각. 떠오르는 응응 생각. 가눌 길이 없구나.
그런데 이 책은 그리 좋은 책은 아니다. 잡다한 성 의학 지식을 나열했을 뿐이다. 박진영 성대모사를 하자면 기술은 뛰어난데 진심은 없는 경우'다. 사서 읽을 필요는 없다. 롤프 데겐은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는 백악관에서 과격한 성행위를 즐기다가 근육이 손상되는 바람에 보호댈르 착용하게 되었다. 사진이나 화면에 나타난 그의 자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부자연스럽게 허리가 뻣뻣한데, 사실은 코르셋을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암살범 오즈월드가 댈러스에서 그를 향해 총탄을 발사했을 때 총알을 피하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케네디의 생명을 앗아간 주범은 오르가슴이었던 셈이다.
ㅡ 20쪽
이런 것을 두고 " 병신 같은 논증 " 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라고 해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는 없다. 케네디의 생명을 앗아간 주범은 오르가슴이 아니라 총알 자체'다. 이 논리적 비약은 마치 통진당 해체 결정을 내린 헌재의 논리적 비약과 똑같다. 시작부터 삐딱선을 타니 이 책에 대한 신뢰가 그닥 가지는 않는다. 그냥 가볍게 성 의학 상식을 습득한다는 마음으로 싱겁게 읽으면 좋다. 읽다 보면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정액 속에는 치아 손상을 억제하는 주석이나 칼슘을 비롯한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구강 성교 시 정액을 꿀떡 삼키지 말고 " 가글 " 을 하면 좋다고 한다. 정액 가글 법이 치아 건강에 그토록 좋다면 저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롤프 게덴 님, 당신이나 정액 가글로 새하얀 치아 만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