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딱 말하기.

 

 

 

 

 

1. 민주화와 민주주의 : 대한민국은 < 민주주의 > 사회가 아니라 < 민주化 > 과정에 놓여 있는 미완성 사회'다.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같은) 굵직굵직한 성공을 자축하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까닭에 < 민주화 > 를 < 민주주의 > 로 착각했다. 성장과 성숙은 동일한 말이 아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을 압도할 만큼 성장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에 속한다.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성숙한 나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을 달리는 기차에 비유하자면 : 대한민국은 종착역(민주주의)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이제 고작 민주화'라는 이름의 중간역'에 도착했을 뿐이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멀었으니 갈 길 멀다. 최장집 교수가 오래 전부터 경고했던 지적은 옳다. 그는 민주화 = 민주주의'라는 공식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은 미숙한 민주화 봉합이 한방에 훅, 한방에 훅,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청와대 안주인 노릇을 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가랑비와 이슬비 사이를 오간다. 오락가락한다는 소리'다. 대한민국은 비-민주주의 국가 (非 : 아닐 비) 라기보다는 미-민주주의 국가 (未 : 아직 미)다.

 

2. 설국열차 : 대한민국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했을 때 이 가운데 경상도 인구는 대략 2000만 명이다. 지역 표'만 잘 관리해도 새누리는 선거에서 항상 승리하게 된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본전은 차릴 수 있다. 유권자는 " 미워도 다시 한 번 " 식 투표를 한다. 세월 호'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참패할 것 같지는 않다. 유권자 중 싸나이와 가시나'는 전체에서 2/5 를 차지하고,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어 노인층은 젊은층 인구'보다 많다. 유신 시절 사상 교육으로 혁명적 주체가 되었던 젊은이 가운데 소수는  대학 동아리 사상 교육 대신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을 전수받아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스러운 일베'로 태어나 강철 군화 앞에서 삼배한다. 그들에게 전라도는 홍어 좆'이다. 김대중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는 점은 대한민국이 " 기울어진 운동장 " 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민주주의'라는 꽃은 기울어진 땅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영원히 달리는 기차'에 갇힐 수도 있다.

 

3. 통행이 불편한 길 : 서울 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같은 이유로 옛날에 비해 동네 바보 형도 보기 힘들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다른 도시에 비해 거리에 장애인이 많아야 하는데 오히려 보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애인과 동네 바보 형'은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 우선 보행권이 형편없다. 휠체어를 타고 도시 거리를 다니기란 모험에 가깝다. 각하와 5세 훈이 같은 아이는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도시 진입 장벽을 허물기보다는 전시 행정과 디자인에만 신경을 썼을 뿐이다. 각하는 청계천과 사대강 사업으로 알 수 있듯이 물장사에 환장했고, 5세 훈이는 서울 행정보다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 웃을 때 환히 빛나는 하얀 이빨을 만들기 위한 미백 효과에 관심이 많았다. 고른 치아는 그 사람의 계급을 말하는 리트머스'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거리에서 쫒아냈던 주체는 도시 행정 시스템이 주범일까 ? 그렇지 않다. 장애인이나 동네 바보 형의 보행권을 막는 것은 비단 방지턱이나 계단뿐만이 아니다. 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의 시선이야말로 방지턱이나 계단보다 더 높은 진입 장벽이다. 비포장 길'보다 더 불편한 길은 동료 시민들이 장애인과 바보를 바라보는 쥐새끼 눈깔 같은 눈길'이다.

 

4. 상류층과 특권층 : 대한민국 상류층의 과도한 특권 의식도 문제지만 모든 것을 평균값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민 사회'도 문제'다. 시민 사회가 이건희에게 10만 원짜리 양복을 입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폭력이다. 이건희는 1억짜리 양복을 입을 권리가 있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보상'이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손자가 입은 패딩 점퍼가 고가'라며 비판했던 모 언론사가 보여준 태도는 지나치게 편협한 자세'다. 대한민국은 북한 사회가 아니다. 그들은 비싼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우리가 자주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상류층과 특권층에 대한 구별이다. 상류층은 정당하지만 특권층은 부도덕하다.

 

5. 군대 육아 : 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소개 글을 살펴 보았다. 군대 육아란 "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육아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짧고 빡세게 몰입해 최정예 요원을 길러내는 신개념 육아 방식을 일컫는다. 깊이 있게 ‘치고 빠지기’가 핵심이며, 희생 육아가 아닌 조장과 조원이 최고의 공작원으로 탈바꿈하여 조국의 혁명 전사로 우뚝 서게 될 극히 이기적인 육아라 할 수 있다. ( 책소개 글에서 발췌 ) " 출판사는 육아'를 군대 문화로 희화화해서 발랄하게 표현했지만 이 문장을 좀더 간결하게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 제품 공정 기간 단축 " 이다. " 짧고 빡세게 몰입 " 은 박정희 시대 때 구로 공단 공장장이 노동자들에게 주문했던 철학이다. 생산 시설을 확장할 생각은 안하고 강도 높은 철야 작업으로 물량을 때우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생리통은 작업 생산 능력을 저하시켰기에 여성 노동자는 반강제적으로 피임약을 먹으며 짧고 빡세게 몰입해서 일을 해야 했다. 이 책에 대해 딱히 비판할 생각은 없다. 실용성을 중심으로 한 자기계발서는 늘 이 모양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압축 성장 담론에 대한 대중적 지지'다. 세월호 침몰도 알고 보면 과정을 생략한 채 성과만을 내세운 압축 경영이 빚은 참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눈물 흘리며 분노하던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하다. 단 하나뿐인 성장과 육아 과정을 단축 수업으로 퉁치는 쿨한 자세 앞에 할 말이 없다. 책을 읽지도 않은 놈이 지랄한다고 손가락질할 테지만 똥이란 꼭 먹어봐야지 아는 것은 아니다.

 

 

 

 


댓글(10) 먼댓글(1)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후딱 말하기 2.
    from 새빨간 활 2014-05-28 09:56 
    후딱 말하기 2 6. 생각하는 갈대와 생각 없는 꼰대 : 대한민국 정치가 쌍팔년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직한 청년보다 현명한 노인'이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린 아이는 자라서 " 생각하는 갈대 " 가 되고, 어른은 자라서 " 생각 없는 꼰대 " 가 된다. 파스칼은 << 팡세 >> 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라고 말했지
 
 
snoopy 2014-05-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럼요. 똥을 꼭 찍어 먹어 봐아야- 아나요. 흐흐흐흐-
1,2,3,4,5번 몽땅 공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1 17:49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6,7,8,9,10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흐흐

만화애니비평 2014-05-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아이들을 공장의 부속품으로 만드는 것이 최고인 게 요새 엄마들이라면 미래는..아유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1 17:49   좋아요 0 | URL
전 사람들의 이중잣대가 늘 궁금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octonov 2014-05-2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행복한 아침이네요. 이런 글을 만나게 되다니..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1 17:49   좋아요 0 | URL
누구신지 모르겠사오니 행복하시다니 제 임무는 완성한 것 같습니다.

수다맨 2014-05-22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세월호 사건에 눈물 흘리던 이들이 권위주의나 군대 문화 학습에 다름아닌 매체들에 열광하는 모습 보면 기이하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는 눈먼 권력이나 쪼다(!) 지도자보다도, 비극적 현상과 비극의 뿌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이들의 태도가 더 끔찍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3 00:49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그 현상 아래 땅속 깊이 박힌 뿌리가 그것과 이것이 하나라는 증거인데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사실 그것의 젖줄인 이것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습니다.
짜증남....

samadhi(眞我) 2014-05-27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문단이 시처럼 들리네요 호호호. 마지막 육아책, 인용된 글귀만 보아도 짜증이 마구 솟구치네요. Pink Floyd, Another bricks in the wall 뮤직비디오가 떠오릅니다. 교육제도를 비판한 것이지만. 꽤 닮아있네요. 그런 내용을 책으로 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을 그네와 일당들에게서, 그리고 한국사회 도처에서 발견하곤 씁쓸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7 12: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참... 세월호에는 울고 이런 책에는 열광하고.... 악의 꽃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막상 악의 꽃의 뿌리가 그것인지도 모르고 그 뿌리에 열광하고...
이건 악순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