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박근혜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는 방법'이란 smile dog(우스개)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① (냉장고 문을) 연다 ② (코끼리를) 넣는다 ③ (냉장고 문을) 닫는다. " 끝 ! " 일종의 허무 개그'였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법. 일단, " 냉장고 > 코끼리 " 라는 공식이 성립되어야 한다. 코끼리보다 큰 냉장고를 마련하려면 가정용이 아닌 업소용 초 울트라 라아지엑스엑스엑스엑스엑스 빅 사이즈 냉장고를 구해야 한다. 코끼리 크기가 높이 3미터에 길이 7미터이니 냉장고는 최소한 높이 4미터, 길이 8미터 정도는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나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닝기미, 코끼리를 넣을 냉장고는 내 방보다 두 배는 커야 한다 ! 그런데 냉장고 부피'만 크다고 해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을 사육사와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

 

사육사는 미리 종이 모형 냉장고를 만든 후 많은 시간 동안 코끼리가 냉장고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 어 ? 어어어.... 코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 " 한마디로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무척 번거롭기도 하다.  코끼리만한 냉장고를 도대체 어디서 구할 것인가 ? 하지만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코끼리가 사람 말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나는 지금 사람 말을 하는 코끼리를 말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 그렇지 않다.  말을 하는 코끼리'가 있다. 바로 에버랜드'에 사는 " 코식이 " 라는 코끼리가 그 주인공이다. 구관조도 아닌데 어떻게 말을 할까마는 놀랍게도 코식이'는 말을 한다. 말귀가 트여서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니라 직. 접. 말. 을. 한. 다 ! 코식이는 " 누워 " , " 좋아 " , " 앉아 " , " 뒤로 돌아 " 따위를 정확하게 발음한단다.

 

그렇다면 코식이는 왜 말을 하게 되었을까 ?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 말소리를 흉내 내면 보상'이 따르기에 코끼리는 계속 말소리를 흉내 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코식이는 인간으로부터 어떤 보상을 얻었을까 ? 바나나, 혹은 잘 마른 건초 ?!!!  먹이 걱정 없는 곳이 동물원'인데 코식이가 먹이를 얻기 위해서 말을 했을 리는 없다. 내가 보기에는 코식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 교감 > 때문이다. 바람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코식이는 어릴 때 어미로부터 버림을 받아 5년 동안 사육사와 함께 동거동락했다고 한다. 스무 살 넘은 코식이에게는 사육사가 유일한 어미요, 유일한 아비요,  가장 오랜 친구'였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지만 에버랜드에 사는 코끼리는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살게 되면 외로워서 죽는다.

 

코끼리는 그런 존재다.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건 당신만이 아니다. 외로우니깐 코끼리다 ! 코식이는 사육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6년 전부터 말소리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입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울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짐승이 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코식이는 오로지 사랑 때문에 이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고 멋지게 성공했다. 코식이가 처음 한 말은 " 좋아 " 였다고 한다. 사육사가 자신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어느 날, 코끼리는 사육사가 항상 웃으면서 자신에게 했던 말을 메아리처럼 되돌려주었다. " 좋아...... " 코끼리가 말을 하자 사육사는 신기해서 항상 코식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코식이와 사육사는 말동무가 되었다. 코식이가 말을 할 때마다 사육사는 웃었고, 코끼리는 그 모습이 좋았으리라.

 

코식이는 자신이 사육사의 말소리를 흉내 내면 그만큼 사육사가 자기 곁에 더 오래 머문다는 사실과 더 많이 웃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말소리를 흉내 내는 코식이를 통해 얻은 감동은 한갖 재주 부리는 짐승에 대한 경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가장 적은 단어 몇 가지'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과 완벽하게 소통하는 진심 때문이다. 사랑하면 닮고 싶고, 좀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나 짐승이나 같은 모양이다.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구사하느냐, 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 몇 마디'면 충분하다. 코식이를 생각하다가 문득 박근혜가 떠올랐다. 박근혜는 국민이 토해 내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많은 애도의 단어들을 쏟아냈지만 그 슬픔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입에서 밖으로 새어 나온 그녀의 말들은 허공에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 늙은 악어의 말과 눈물을 믿지 마라.

 

진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면 모두 헛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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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5-1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다 쓰기는 딱히 적절하진 않지만) 어제 추천하신 영화"하녀" 잘 봤습니다. 새벽에 유튜브로 봤는데, 영화 끝나고 다시 확인하니 이게 60년대 나온 영화더라구요. 깜놀랬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만한 굵직한 물건이 있었군요.
어찌 보면 다소 극적인 불륜영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 눈에는 가족공동체의 기만과 허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는 작품처럼 보이더군요. 그점에서 하녀는 (어느날 재수없게 집안에 굴러온 돌이 아니라) 가족의 외면에 제대로 흠집을 내면서 그 위태롭고 위선적인 본질을 까발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전철 안에 서 있는 중이라) 무척이나 엉성하게 적기는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강렬했습니다.
그런데 결말은 살짝 깨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2 23:40   좋아요 0 | URL
시대적 장벽을 생각하면 그 정도 도덕적 마무리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이영화보다 파격적인 영화 없죠. 유투브에서 이 영화를 제공하니 귀한 영화 보신 겝니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영화 중 한 편입니다. 사실 전 60년 작품보다 이 작품을 레메이한 70년 < 화녀 > 가 제 스타일'입니다.
살펴보니 이 영화도 유투브에 풀타임 깔렸네요. 손창섭 통속 소설과 하녀 시리즈'는 묘하게 색깔이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2 23:46   좋아요 0 | URL
이 감독이 하녀 스토리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었냐 하면 총 3편을 만들었어요. 1960년 하녀, 1970년 화녀, 1982년 화녀... 이렇게 세 영화를 만들었죠. 아마, 이것 또한 전 세계를 통틀어서 전무후무한 작업일 겁니다. 좌파적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나간 감독이죠. 아마 스스로도 자신을 좌파로 규정했을 겁니다. 이분 집에 불이 나서 불에 타 죽었습니다. 모든 자료가 소각되었죠. 특이한 죽음입니다.

제가 한국 영화 베스트 10뽑을 때 3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 이 김기영 감독의 하녀 시리즈이빈다.
이 영화도 유투브에 깔렸있군요. 맙소사... 유투브 만세네.... 오늘 이 영화나 다시 봐야겠네요..

수다맨 2014-05-13 00:55   좋아요 0 | URL
감독이 화재로 돌아가셨군요-_-;;; 제가 보기에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사람 같습니다. 오늘날에 활동을 했더라면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았을 텐다, 아쉽네요.
그리고 단순 비교하긴 그렇지만, 임상수의 "하녀"는 김기영의 "하녀"에 비하면 범작 같습니다. 임상수 영화는 군대에서 대충 봤는데 전도연과 이정재가 하는(!) 장면을 빼면 특별한 재미도, 유별난 임팩트도 없더라고요. 아쉽게도 되다만 오마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3 01:38   좋아요 0 | URL

까놓고 말해서 임상수의 오마쥬는 마치 병신같죠.
솔직히 임상수 하녀 보고 욕했습니다.
지금 화녀 82 다시 보는데 이야. 이거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유투브에없는 게 없군요... 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5-1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이야기가 나와 그랬는데, 저는 누나가 불쌍하다고 봐요....
이산화탄소(CO2)조차 구분 못해 실수했는데, 그것을 맞다고 쉴드 치는 인간들 보면 참 불쌍하다고 봐요..
어휴,,,그 쉴드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참 불쌍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3 12:51   좋아요 0 | URL
이산화탄소는 무슨 말입니까 ? 혹시 누나가 인간은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뱉는다, 라고 말했나 보군요. 충분히 가능한 지적인 누나이지만.....

만화애니비평 2014-05-13 13:50   좋아요 0 | URL
예전에 우리 가카와 대선 이전 경선을 벌일 때 교토의정서에 의거한 탄소배출권 문제를 두고 공약을 내세우는데 이산화탄소(CO2)가 아니라 이산화가스(O2)라고 했죠.
이산화가스라는 말은 화학환경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O2)라는 산소분자는 존재하죠. 그것이 맞다고 우기는 병신들을 보면 웃었습니다. 저 정돈 요새 중딩 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이고, 고교에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내용인데 바보가 아닐 수가 없더군요. 공대출신이 전자공학이라면 재료공학 정도 배우는데 충격적 발언!!!인겁니다

곰발님 4월의 알라딘 블로거 되셨지요? 저도 되었습니다.움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3 16:57   좋아요 0 | URL
가지가지하는군요....
후보 토론회 할 때부터 알아보았습니다만.....
그걸 쉴드 쳐주는 놈들도 있군요. 이래서 권력이 달콤한 거죠.
방구 껴도 시원하시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놈이 생기게 마련이니깐 말입니다.
4월의 알라딘 블로거라는 것도 있습니까 ? 음....

samadhi(眞我) 2014-05-1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할매는 그냥 꼭두각시. 한번도 주체적으로 살아 본 적이 없는 인형이죠.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인간취급했었는데 틀렸던 거예요.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인간으로 대했을까요. 끝까지 믿고 싶은 어리석은 마음 때문이겠죠. 인형을 조종하는 실을 끊어버리는 게 우리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3 23:17   좋아요 0 | URL
사악한 지도자보다 더 무서운 건 아무것도 모르는 지도자'라고 하잖습니까.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 보면 정말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는 하는데
그 할매가 그런 경우처럼 보여요.

마태우스 2014-05-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박근혜를 연결시키는 글재주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어떻게 매번, 아 하는 감탄이 나올 글을 쓸 수 있는지, 곰발님을 볼 때마다 제가 왜 글을 쓰고 있는지 회의가 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5 01:53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최고의 달필가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부끄럽습니다.
문득 박근혜 연설을 듣다가 코끼리가 생각났습니다. ( 사실 코끼리 보다가 박근혜가 생각난 게 아닙니다... )
연설 비서관이라는 최고의 글쓰기 달인을 월급까지 줘 가면서 탄생한 연설들이 코끼리가 한 그 부족한 표현보다 못한 이유는 뭔가 하다가 결국은 진심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