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의 좋은 예 : 김연아 보고 김연아가 아니라고 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관계부정은 확장되면 관계망상으로 이어진다. " 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 가 아니라 " 너는 대한민국이다 " 라고 할 때 개인을 국가로 인식하는 과대망상이 된다. 정신과 치료가 요구된다.
이번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를 응원했다. 동시에 안현수 선수도 응원했다. 박근혜가 " 비정상화의 정상화 " 를 주문했다면 나는 " 빅토르의 빅토리 " 를 응원했다. 누가 이겨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투지'이지 국적이 아니니 말이다. 지금까지 펼쳐진 레이스를 보았을 때, 빅토르의 빅토리'로 끝날 판이다. 인코너를 파고드는 솜씨와 불꽃 질주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 국뽕 " 이 제철인지라 안현수의 선전과 비교해서 한국 선수들이 맥을 못 추자 애국심이 투철했던 열혈 시청자들은 빙상에서 빙신으로 추락한 빙상 연맹과 선수들을 부덕의 소치'로 치부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 소치 " 는 러씨아의 소치이지 부덕의 소치는 아니다. 부덕이 부곡 하와이 옆에 있는 다운타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안현수는 영웅이 되었다. " 빙상인지 빙신인지 빵상인지 " 모를 연맹 때문에 불의에 저항한 영웅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안현수에게 토, 토토토토토다는 놈은 모두 to 부정사, 투투 용법, 배신, 배반형이 되는 형국이다. 국뽕이 제대로 발휘되는 시점이다. 사실 안현수를 지지하며 만행을 저지른 연맹과 선수들을 싸잡아서 비판하는 태도는 얼핏 보면 " 스포츠 국가주의를 넘어 한 선수의 개인적 선택을 존중해주는 풍토가 조성된 것 ( 미디어오늘 기사 발췌) "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다 한국 쇼트트랙의 성적이 형편없기 때문에 발생한 불만이다. 결국은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적 지상주의 결과가 역으로 안현수 지지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 믿었던 놈이 못하면 오히려 열불이 나서 상대팀을 응원하는 현상 : 한-일 전에서 한국이 1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목이 터져라 한국의 빅토리를 응원하지만 5대0으로 지고 있으면 차라리 일본의 빅토리를 응원하는 삐딱한 마음 말이다.
안현수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자 했던 경향일보 기사'는 한순간에 막돼먹은 경향일보'로 찍히는 추세다. 조중동도 안현수를 옹호하며 빙상 연맹을 맹비난하는데 하물며 진보지였던 경향이 ?! 라는 속내가 읽힌다. 그런데 나는 경향일보가 오히려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다. 경향일보가 < 안현수 파벌 피해 ' 진실 혹은 오해 ' > 라는 기사에서 말하고 싶었던 점은 안현수를 비극적 피해자'로 만들기 위해서 지나치게 한국 선수들을 가해자로 몰고간다는 지적이었다. 안현수는 거대한 조직의 만행과 불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투쟁한 영웅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바랐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러시아 行을 선택한 것이다. 내 말은 안현수는 불의에 대항한 투사'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적 꿈을 충족시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 꿈을 위한 안현수 선수의 용기를 비판할 생각이 없다. 문제는 안현수가 아니다. 안현수를 소비하는 당신이다. 안현수 선수가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었다면 역으로 안현수 선수가 한체대와 비한체대의 싸움에서 혜택을 입었던 적은 없었는가, 라는 반론을 역으로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비한체대 출신 코치가 감독을 맡았을 때 안현수가 차별을 받았다면 역으로 한체대 출신 코치가 감독이었을 때 안현수를 위해 비한체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던 적은 없었을까 ? 애국심에는 적이 필요하다. 또한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악당이 필요하다. 베트맨을 위해서 조커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지금 우리는 안현수라는 베트맨을 만들기 위해서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쇼트트랙 선수들을 조커로 만들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빙신 연맹과 함께 출전 중인 쇼트트랙 선수들도 도매가로 싸잡아서 비판하는 자세야말로 " 국뽕 "의 전형처럼 보인다.
빙신 연맹을 욕해도 좋다. 하지만 열심히 달린 쇼트트랙 선수를 욕하지는 말자. 안현수나 이호석 선수나 모두 열심히 달렸다. 다만 행운의 여신 티케는 안현수를 지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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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md780501.blog.me/130185822278 : 안현수 사태'에 대한 가장 속시원한 글이다. 이 글의 핵심'은 이젠 더 이상 스포츠가 국위 선양이나 인간 승리 따위'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고 이 글을 쓴 나턀야 이브첸코 라스콜리니코프'는 말한다. 인기 없는 종목은 퇴출당한다. 마라톤과 함께 올림픽 스포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레슬링'도 퇴출당하는 판국에 무슨 올림픽 정신인가. 스포츠를 통해 우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 글쎄다,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에는 현대 스포츠는 지나치게 자본化되어 있다. 개인적 욕망과 국가적 욕망을 혼동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될 놈'에게는 관심도 없다. 오로지 된 놈'만 좋아한다. 비록 남자 쇼트 트랙 선수들이 노메달에 그친다고 해도 우리는 안현수를 지지하듯 한국 선수들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성적 우선 주의의 피해자라는 인식 때문에 안현수를 지지한다면, 적어도 당신은 성적 우선'에 얽매여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선수를 비판하면 안 된다. 이율배반적 태도이니깐 말이다. 대한 육식 연맹 총수님 말마따나 애국은 별개 아니다. 소고기 맛있게 사 묵고 먹은 고깃값 에누리 없이 내면 그게 애국이다. 다 큰 어른이 고기 값 비싸다고 " 음마, 앙 돼용 ! " 이라며 애교 떨지 말자. 한국 선수 노메달이라고 몸 부들부들 떨지 말자. 한국 쇼트트랙 노메달이어도 국격은 여전히 G20이다, 라고 이 글을 쓴 나탈야 이브첸코 라스콜리니코프 3세'는 말한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고 뿔따구가 난다면, 이 모든 비난은 나탈야 이브첸코 라스콜리니코프 주니어 3세'에게 있음을 알리는 바'다. 링크를 걸어 두니 모든 비난은 그의 블로그에서 하자 ! 나는, 지켜보겠다.